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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인사
함정임 지음 / 열림원 / 2025년 2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름은 낯익지만 거의 읽지 않은 작가 중 한 명이다.
검색하면 낯익은 제목이나 낯선 제목들이 뒤섞여 나열된다.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이 <태양의 저쪽 밤의 이쪽>이었다.
소설이 아닌 에세이였는데 이번 소설도 약간 그 분위기가 있다.
미나와 장을 중심에 놓고, 윤중을 그 변두리에 두면서 발터 벤야민 등의 흔적을 따라간다.
단순히 벤야민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 일정 속에 그들의 감정을 담았다.
간절곶, 파리, 부르고뉴, 세트, 페르피냥, 포르부, 부산으로 이어지는 일정이다.
가장 먼저 간 간절곶을 찾아보니 울주군에 있다.
윤중이 미나를 데리고 이곳에 간 이유가 하루만에 다녀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데리고 간 사람이나 따라 간 사람의 감정은 무엇일까?
‘내가 샤를리다.” 조아킴 롱샘의 너무나도 유명한 문장이다.
몇 년의 시간이 자나갔는데 미나가 파리를 방문했을 때는 코로나 19이전이다.
세 단어,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이 글에 대한 해석은 지난 기억을 되살린다.
파리에 온 그녀가 만난 장은 2년 전 열차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이다.
등단작 <어떤 여름>의 후속편 제안으로 파리에 왔다.
단순히 프랑스 사람으로 생각한 장에게는 하나의 과거가 있다.
미나를 좋아해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국 영화를 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런 장의 과거는 회상을 통해 하나씩 밝혀진다.
미나가 한 밤 인사가 장의 마음을 흔든다.
말투와 어감 등이 그를 매혹했고, 그는 SNS에서 미나를 찾는다.
미나와 함께하는 일정 속에서 장은 미나가 올린 글들을 모은다.
미나는 자신이 여행한 곳에서 읽은 글을 SNS에 올린다.
여기에 윤중이 보내는 링크 등으로 둘은 또 연결된다.
이 간결한 문장 한 줄이 읽는 내내 생각에 잠기게 한다.
그냥 무심하게 읽고 지나갈 수 있는 문장들인데 가슴 한 곳에 파고든다.
나와 다른 시선 속에서 발췌한 그 문장들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포르부는 윤중이 먼저 말한 장소다.
그런데 장이 이곳에 가자고 말한다.
발터 벤야민의 마지막 발자취가 있었던 곳이다.
그의 무덤은 있지만 유해는 없는 묘지.
간결하지만 사색적인 문장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들.
나도 모르게 읽는 속도를 줄이고, 문장 하나 하나에 집중한다.
그리고 읽는 도중에 나의 마음은 미나가 아닌 장에게 더 몰입한다.
그의 과거사와 애틋한 그리움이 잔잔한 듯하지만 강렬한 사랑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에서 알려주는 이야기는 왠지 모르게 허망하다.
이 허망한 마음을 달래주는 문장 한 줄 “밤이, 출렁, 흔들렸다. 이내 고요해졌다.”이 나를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