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 마코앵무새의 마지막 비상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를 지키기 위한 한 여인의 투쟁
브루스 바콧 지음, 이진 옮김 / 살림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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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마코앵무새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벨리즈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어디 있는지도 모르니 그 나라의 상황은 더욱 모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하게 아는 것은 있다. 그것은 이 나라의 부패와 부정이 어떻게 자본과 결탁하고, 그 결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는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모습 속에서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았다면 너무 심한 뻥일까? 4대강 정비사업이란 거짓과 불법으로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현실을 알기에 아무것도 모르던 그 나라와 주홍 마코앵무새가 결코 낯설지 않다.   

 

 두 부분으로 나누어 이야기는 진행된다. 1부는 위기에 처한 낙원이란 제목으로 벨리즈와 동물원 아줌마 샤론을 중심으로 치릴로 댐 건설로 대변되는 환경 파괴와 부정 부패을 다룬다. 2부는 법정으로 끌고 가려는 노력과 그 노력이 어떤 식으로 풀려나가는지 보여준다. 이 일련의 과정은 시간 순으로 진행되며 그 속에서 알게 되는 사실들은 낯설지만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을 무너트리기에 충분하다.  

 

 사실 환경에 대한 나의 인식은 아주 바닥이다. 환경보호에 대해 읽고 보고 생각하지만 그 지식이 정말 얇다. 체계적으로 공부한 적도 없고, 논쟁을 둘러싼 쌍방의 주장을 분석하고 이해할 능력도 부족하다. 하지만 단순히 경제적 논리로 이야기를 풀어갈 경우라면 다르다. 이 경제적 논리란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숫자는 만드는 사람의 주관에 의해 왜곡될 가능성이 무지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이익 분배와 부패의 사슬은 화려한 포장을 한 경우라면 더욱 심하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경제 논리가 허상임을 알고 있다.  

 

 경제 논리의 허상보다 더 놀란 것은 아주 노골적인 부패다. 벨리즈란 나라가 인구 25만에 군대가 기껏 700명 정도의 소국인 것은 알겠는데 정치인들의 부패와 정경유착 등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함이 없다. 연간 수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대단한 효자 상품을 가진 동물원도 자신들의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옆에 쓰레기 매립지를 조성하려고 한다. 그녀가 자국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백인이란 이유만으로 흑색선전을 한다. 정치인과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사실을 왜곡하고 숨기는 것은 일도 아니다. 국제사회의 여론에 신경을 쓰는 듯 움직이지만 구색만 갖출 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밀어붙인다. 누군가 바로 연상이 된다.  

 

 앞부분에서 가장 새롭게 다가온 것은 댐의 효능이다. 기존에 알고 있던 댐의 유효성이 여기에선 무너진다. 수력으로 전기를 발생시키면 무공해라고 생각했는데 고인 물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수은 등이 쌓인다고 한다. 당장 소양강 댐이 생각난다. 그곳 물고기 먹어도 상관없을까? 또 침전물로 인해 댐 이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기존에 알고 있던 하류 생태계 파괴와 수물 지구 등에 대한 것도 있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사실이 인공적 구조물로 인한 자연의 역습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주홍 마코앵무새로 인한 논쟁과 소송이 한 축이라면 샤논의 삶은 그 축을 움직이는 동력이다.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고, 그녀가 공을 들인 동물원은 그 조그마한 나라에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게 만들고 이런 환경을 보기 위해 부유한 사람들이 여행을 오게 만든다. 이런 공공의 선을 위한 노력과 결과는 결코 정치인들 개인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 그들에겐 이것은 중요하지 않다. 너무나도 분명하게 문제가 보이지만 매수와 협박과 비난으로 문제의 본질을 흐려버리고 왜곡한다. 안타깝고 가슴 아프고 미래를 어둡게 보게 만든다. 하지만 그녀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끝없는 노력과 투쟁은 한 줄기 희망의 불씨를 전해준다.  

 

 많은 문장과 이야기와 사실들 속에서 가장 가슴으로 파고든 문장이 있다. 그것은 “사형선고를 받은 주홍 마코앵무새의 마지막 상소”(399쪽)란 것이다. 힘없고 말 못하는 조그마한 새들이 샤논을 비롯한 사람들의 도움으로 펼치는 이 투쟁기는 자본의 폭력성과 탐욕과 국경 없음을 보여준다. 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 결과를 알기에 조금은 힘이 빠지지만 마지막에 샤논이 보여주는 희망과 행복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무겁고 힘들게 읽힐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빠르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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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바흐
로버트 슈나이더 지음, 강명순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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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바흐의 매력에 대해 잘 모른다. 학창시절 라디오에서 나오는 클래식을 들으면서 낮잠을 즐겼던 기억은 있다. 나른한 아침의 햇살 속으로 울려 퍼지는 클래식의 선율은 졸음을 잠으로 이어가는데 최고였다. 그 이후도 음악회를 가면 존다. 나쁜 버릇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유명한 음악가의 작품을 소설 등에서 해석한 글을 읽거나 우연히 듣게 된 선율은 CD를 구입하게 만든다. 몇 번을 듣지만 유명한 몇 곡을 제외하면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나의 귀에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음악가를 다룬 책이 나오면 눈이 먼저 간다. 이 소설은 바로 음악의 아버지라고 학창시절 배웠던 바흐의 유산을 둘러싼 이야기다.  

 

 소설의 배경은 구동독의 나움부르크다. 구동독이라고 표현한 것은 독일이 통일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움부르크 성 벤첼 교회의 오르간과 그곳에서 발견된 바흐의 유작을 둘러싸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성을 뒤섞어놓았다. 바흐에 대해 절대적인 충성심을 보여주는 야곱과 음악가가 되고 싶었던 아들을 욕하는 아버지와 자신의 첫사랑과 아버지의 결혼으로 태어난 이복동생 레오가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뒤틀린 묘한 애정을 보여준다면 교회의 오르간을 조사하러 온 저명한 바흐 협회의 회원들이 다른 한 축으로 야곱과 대립하고 속물근성을 드러내어준다. 명성의 허울 속에서 참모습을 꾀 뚫어 보여주면서 진정으로 바흐를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려준다.  

 

 주인공 야곱은 특이하면서 불행하고 불안한 남자다. 첫사랑에게 차이고, 그 첫사랑이 자신의 계모가 되었고, 두 번째 사랑한 여자도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 이런 사랑의 실패와 껑충한 키에 굽은 모습은 다른 사람의 애정을 받기에 부족하다. 아니 그 무엇보다 자신감이 없는 그의 삶이 더 문제다. 솔직히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도 못하고, 술로 자신을 지탱하는 그의 모습은 지리멸렬한 삶 그 자체다. 이런 그에게도 한 가지 재능이 있다. 바흐에 대한 것이다. 그가 살고 있는 도시로 바흐 협회의 회장을 비롯한 거두들이 오르간을 조사하기 위해 온다. 야곱은 이미 이곳에서 수십 년 동안 무료로 연주를 하고 있다. 하지만 소위 거두니 전문가니 하는 사람들이 언제 아마추어의 말에 귀를 기울인 적이 있었던가! 그리고 통일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의 냉소와 비웃음은 차가운 비수처럼 다가온다.  

 

 이야기는 야곱의 가정사와 애정사를 바탕으로 깔고 그의 바흐에 대한 충성과 우연히 발견하게 된 <요한계시록>이란 악보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교회의 오르간 조사위원회에 자신이 오랫동안 연주하고, 아마추어 바흐 연구자였던 것을 알리면서 위원으로 합류하고자 하였지만 정중하게 거절당한다. 이에 분개하던 중에 이복동생이 낀 곳에서 바흐의 유산처럼 보이는 물건을 발견한다. 분명 이것은 엄청난 반향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불행하고 불안하고 위원회에 발탁되지 않은 감정들이 결합하여 이것을 숨긴다. 소설은 이 때부터 이 상황을 둘러싼 이야기로 맴돈다. 그리고 우연히 이 악보를 야곱이 머릿속으로 연주하면서 알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되고, 자신을 둘러싼 음산한 분위기를 경험한다.  

 

 사실 이 바흐의 유작만을 중심으로 나갔다면 속도감은 있었겠지만 풍성하면서 아슬아슬하고 미묘한 재미는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이 유품을 협회에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과 최초의 발견자이자 이 때문에 유명해진 자신을 상상하는 욕망에 휩싸인다. 또 짝사랑하는 여인이나 아버지와의 관계가 그의 불안감과 욕망을 더욱 키운다. 이런 혼란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가지 변함없는 것은 바흐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다. 이 감정들이 바로 그로 하여금 <요한계시록>의 가치를 깨닫게 만든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바흐 협회의 회장이나 조수는 이를 깨닫지 못하는 반면에 일본인 고야타케만 그 실체를 경험하는 것이다. 명성을 얻을 때까지의 업적은 어떤지 모르지만 그 이후 그들에겐 자리를 보전하기 위한 노력 그 이상은 아닌 것 같다.  

 

잘 읽히고 재미있다. 전작 <오르가니스트>에선 낯설고 더딘 진도였는데 이번에 그렇지 않았다. 전작도 역시 오르가니스트가 주인공(그것도 천재 연주자)이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혹 작가 자신이 연주자거나 아니면 이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것일까? 이 소설의 백미라고 한다면 역시 눈으로 듣는 바흐의 음악일 것이다. 음악에 무지해서 충분히 형상화시키지는 못했지만 글로 만들어진 그 형상이 가슴으로 울려 퍼진 것은 사실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주인공이지만 연민과 자그마한 애정이 생기는 그의 행동과 삶이 바흐에 대한 삶과 이어져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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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Space Fantasia (2001 야화) 01 2001 Space Fantasia
호시노 유키노부 글.그림, 박상준 감수 / 애니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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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서 C. 클라크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아라비안나이트>를 조합하여 제목을 만들었다. 그리고 첫 번째 밤은 아서 C. 클라크의 작품에 대한 오마주로 채워져 있다. 이렇게 시작한 이야기는 인류의 우주로의 비상을 다루면서 차근차근하게 한 발을 내딛어 나간다. 그 과정은 결코 화려하지 않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와 전체적인 구성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 독립된 별개의 이야기처럼 나아가지만 끝에 도달하면 다시 앞에 나온 에피소드를 돌아보게 된다.   

 

 각 장 제목은 서양 SF고전 등에서 차용했다고 한다. 알고 있는 제목은 사실 몇 개 되지 않는다. 그래서 과연 그 소설들과 이야기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아니면 전혀 별개의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각각의 이야기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고, 각 단계에서 다음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임을 암시한다. 그 가운데 펼쳐지는 과학 지식이나 광대한 상상력은 놀랍고 신기하고 감동적이다.  

 

이 만화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는 다섯 번째 밤의 <스타차일드>다. 어린 시절 이것과 비슷한 만화를 본 적이 있다. 새로운 우주로 가는 기술이 현재의 단계에서는 속도가 너무 더뎌 어린 남녀를 태워 보낸다는 설정이었다. 이 만화에선 로빈슨 가의 정자와 난자를 우주선에 실고 가면서 아이들을 탄생시켜 목적지인 행성으로 날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진 행성에 도착한다. 이 단편만 보면 새로운 환경에서 만들어질 인류의 시발점을 보는 것 같지만 다음 이야기를 위한 조그마한 시작일 뿐이다.  

 

  1권에서 인류의 우주 진출을 다루면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보여준다면 2권에서 본격적인 대도약이 이루어진다. 기술발전에서 시작된 시간을 앞지르는 여행은 가슴속 깊은 곳에 강한 울림과 여운을 남기고, 미지의 공간을 향한 인간들의 도전과 모험은 각각 다른 곳에서 위험과 경이로운 현상과의 만남을 보여준다. 이제 작가는 중력을 벗어나 저 넓은 우주로 상상력을 극대화시킨다. 3권에선 다시 인간이란 존재로 돌아오면서 상상력을 더욱 높이고, 가슴 아린 사연을 만들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한다. 그 중심엔 스타차일드들이 있다. 
 

400백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을 다룬다. 이 속에 인류의 철학과 종교를 비롯하여 욕망과 모험과 사랑을 풀어놓았다. 하룻밤이 지나면 다시 만나게 되는 신비하고 놀라운 이야기는 책에서 눈길을 떼기 힘들게 만든다. 각각의 밤들에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들은 예전에 읽은 많은 SF소설들을 생각하게 만들고, 기억과 추억으로 새로운 이야기와 결합한다. 25년 만에 정식 출간되었다는데 세월의 흐름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오랜만에 책소개 글에 나오는 광고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흔히 말하는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만화도 그렇다. SF소설이나 영화 등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해도 우주에 대한 호기심과 거대한 상상력만 있다면 충분히 즐겁고 재미있을 것이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것은 스무 밤은 너무 짧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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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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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혼비란 이름을 여기저기서 만났지만 한 권도 읽은 적이 없다. 읽지 않고 쌓아둔 책들 속에 한두 권은 분명 있을 텐데 왠지 손이 가질 않는다. 인터넷을 할 때면 늘 서점을 찾고, 사고 싶은 책을 찜해 놓고, 고민을 하다 결국 구입한다. 이렇게 쌓이는 책은 사실 적지 않게 읽고 있는 책들보다 많다. 최근에 책 사는 것을 약한 뜸하게 했는데 다시 늘어나고 있다. 집은 좁아지고, 욕심은 자꾸 커지고 있다. 이것이 나만의 문제가 아님을 다시 물 건너 있는 작가에게서 확인하니 기분은 좋다.  

 

 런던스타일 책읽기란 제목을 붙였지만 런던스타일과는 전혀 상관없다. 미국의 <빌리버>란 잡지에 2003년 9월부터 2006년 6월까지 연재한 글을 모은 책이다. 원제도 다르다. 하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구성과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매달 산 책과 읽은 책을 글 앞에 늘어놓고, 자신이 그달에 읽은 책에 대해 평을 한다. 그런데 이 평이 신랄하지 않다. <빌리버>란 잡지의 편집 방향이 비판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뭐 덕분에 작가는 에둘러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살짝 반항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 당연히 연재 중지란 벌칙이 내려진다.  

 

 사실 책 앞부분을 읽을 때는 즐겁고 웃음도 많이 나왔다.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이 많았다는 의미다. 익숙한 작가들도 많이 나오고, 색다른 구성이 주는 즐거움도 컸다. 하지만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서 왠지 모르게 집중력이 떨어졌다. 그에겐 익숙하고 대단한 작가일지 모르지만 나에겐 낯설기만 한 작가들이 등장하고, 수많은 작가와 책들 정보가 머릿속으로 들어오면서 혼란스러워진 것이다. 또 목록을 보면서 그의 취향과 맞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뒤로 가면서 많은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sf에 대한 그의 평은 고등학교 국어선생 하는 친구를 잠시 생각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그에게도 좋은 평가와 사랑을 받는 것을 보면서 알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 아! 이 무슨 감정의 혼합인가! 

 

책을 다 읽고 지금 글을 쓰면서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나의 방식이 혹시 잘못된 것은 아닌가 의문스럽다. 그가 몇 년에 걸쳐 기록하였고, 공을 들여 읽은 책들을 너무 급하고 빠르게 읽으면서 진정한 교류가 이루어진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경우가 최근에 자주 있는데 닉 혼비가 다른 작가의 소설에 많은 시간을 들여 차근차근 읽은 사례를 보면서 더욱 그런 느낌이 강해졌다. 그리고 괜찮은 책인데 왠지 모르게 가슴으로 머릿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지 못한 책들이 연상되었다. 다시 차분하게 시간을 들여 읽는다면 그 아쉬움을 날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끔 미련한 짓을 한다. 지루하여 죽을 정도인데도 그 화려한 명성에 짓눌려 끝까지 힘겹게 읽는다. 책 내용이나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도 느끼지도 못하면서 활자만 따라간다. 이런 반복이 가끔 생기는데 업무나 다른 목적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얼른 덮고 다른 재미난 책으로 달려가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잘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가 중간에 읽기를 포기한 책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그의 독서량이 많지도 않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의 글을 보면 재미있고 유쾌하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책의 편집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꼽으라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작가가 말한 책들의 한국 출판 본에 대한 표기고, 다른 하나는 작가별로 정리한 책 찾아보기다. 출간된 책을 보면서 읽은 책도 상당히 있고, 가지고 있지만 아직 읽지 않는 책도 곳곳에 눈에 띈다. 전형적인 서평 방식이 아닌 형식으로 글을 이끌어 나가고, 낯선 작가들과 작품도 수없이 나오다 보니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몰입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빈번했다. 하지만 읽은 책에 대한 평을 보면서 기억을 더듬어 비교해 보는 재미는 솔솔하다. 그리고 아직 읽지 않는 책을 읽고 난 후 비교한다면 어떤 재미가 있을지도 기대된다. 물론 내가 과연 이런 부지런한 행동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만약 이 책을 선택하고 이제 읽을 준비를 하고 있다면 긴 시간을 들여서 조금씩 천천히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뭐 순간 몰입하여 단숨에 읽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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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 사라진 릴리를 찾아서,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4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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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와 헤어진 헨리가 새롭게 이사한 후 놓은 전화번호로 릴리를 찾는 전화가 걸려온다. 한결같이 남자들이 전화를 하고, 웹사이트에서 그 번호를 보았다고 말한다. 새롭게 전화를 설치한지 15분 만에 두 통이나 온 것이다. 보통이라면 짜증을 내고, 전화선을 뽑거나 전화를 받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보통의 사람이 아니다. 뛰어난 과학자이자 전도유망한 특허기술을 보유한 회사의 대표다. 그리고 다음 주엔 중요한 투자자와의 약속이 잡혀 있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도 쉽게 번호를 바꾸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원제목은 <Chasing the dime(10센트 뒤쫓기)>다. 이 제목은 중의적 표현이다. 하나는 10센트 크기의 슈퍼컴퓨터 기술 개발을 의미하고, 다른 하나는 호기심을 뒤쫓는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론 그가 개발하고 있는 신기술 프로테우스고, 호기심은 바로 사라진 릴리를 찾는 것이다. 이 둘이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데 헨리라는 존재를 통해 이어져 있다.   

 

  릴리란 에스코트 걸에 관심을 가진 것은 그녀를 찾는 사람들 전화가 많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녀가 소개된 웹사이트에서 그녀의 사진을 보지 않았다면 과연 그가 사라진 릴리를 찾으러 긴 모험을 했을까 의문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는 수많은 남자들이 찾고, 너무나도 매력적인 그녀에 대한 호기심에 굴복하고 만다. 사라진 릴리를 찾기 위한 탐정 역을 맡아 하나씩 단서를 발견하고, 그녀의 삶속으로 한 발 내딛게 된다.  

 

 에스코트란 이름으로 실체가 숨겨져 있지만 릴리는 매춘부다. 하지만 너무나도 매력적이라 수많은 남자들이 그녀를 찾는다. 여자 친구와 헤어진 상태에 무수한 남자들이 찾는 매력적인 여자 릴리를 찾아 가는 그의 행동이 단순한 호기심만은 아니다. 그에게 쉽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가 있다. 그것은 어린 시절 그의 누나가 길거리에서 매출을 하다가 연쇄살인범에게 죽은 사건이다. 그녀의 벌거벗은 시체가 이틀이나 공공장소에 놓여 있었지만 그 사이에 아무도 신고를 하지 않았다. 이런 상처가 그녀의 매력과 합쳐져서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아마추어 탐정이지만 실력이 상당하다. 단서를 쫓아 그녀의 흔적을 잘 찾아간다. 그 과정에 드러나는 그의 과거와 심리적 상태와 행동은 평소의 그가 아니다. 실험실에 파묻혀 살다 시피하고, 이 때문에 여자친구와 문제가 생겼는데 이상하게 릴리의 실종에 집착한다. 과거의 트라우마에 불이 켜진 덕분일까? 약간의 어려움이 있지만 사회공학이라고 스스로 부르는 논리방식으로 릴리에게 점점 다가간다. 하지만 점점 릴리에 가까워질수록 위험도 다가온다.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하여 트라우마로 이어지고, 예상하지 못한 위험에 부딪히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한 실종을 넘어선 무언가가 보인다. 그의 좌충우돌을 보면 그가 살아온 삶이 외로워 보인다. 성공에 한 발짝 다가갔지만 사랑하는 여자친구에겐 차였고, 릴리는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주의 경보가 울리지만 멈출 수가 없다. 멈출 수 없는 것은 언젠가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벽은 견고하고 촘촘하다. 과연 그는 멈추거나 벽을 무너트릴 수 있을까? 아니면 깔아놓은 선로를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을까? 뒤로 가면서 읽는 속도와 몰입도는 더욱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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