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 사라진 릴리를 찾아서,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4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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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자친구와 헤어진 헨리가 새롭게 이사한 후 놓은 전화번호로 릴리를 찾는 전화가 걸려온다. 한결같이 남자들이 전화를 하고, 웹사이트에서 그 번호를 보았다고 말한다. 새롭게 전화를 설치한지 15분 만에 두 통이나 온 것이다. 보통이라면 짜증을 내고, 전화선을 뽑거나 전화를 받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보통의 사람이 아니다. 뛰어난 과학자이자 전도유망한 특허기술을 보유한 회사의 대표다. 그리고 다음 주엔 중요한 투자자와의 약속이 잡혀 있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도 쉽게 번호를 바꾸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원제목은 <Chasing the dime(10센트 뒤쫓기)>다. 이 제목은 중의적 표현이다. 하나는 10센트 크기의 슈퍼컴퓨터 기술 개발을 의미하고, 다른 하나는 호기심을 뒤쫓는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론 그가 개발하고 있는 신기술 프로테우스고, 호기심은 바로 사라진 릴리를 찾는 것이다. 이 둘이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데 헨리라는 존재를 통해 이어져 있다.   

 

  릴리란 에스코트 걸에 관심을 가진 것은 그녀를 찾는 사람들 전화가 많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녀가 소개된 웹사이트에서 그녀의 사진을 보지 않았다면 과연 그가 사라진 릴리를 찾으러 긴 모험을 했을까 의문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는 수많은 남자들이 찾고, 너무나도 매력적인 그녀에 대한 호기심에 굴복하고 만다. 사라진 릴리를 찾기 위한 탐정 역을 맡아 하나씩 단서를 발견하고, 그녀의 삶속으로 한 발 내딛게 된다.  

 

 에스코트란 이름으로 실체가 숨겨져 있지만 릴리는 매춘부다. 하지만 너무나도 매력적이라 수많은 남자들이 그녀를 찾는다. 여자 친구와 헤어진 상태에 무수한 남자들이 찾는 매력적인 여자 릴리를 찾아 가는 그의 행동이 단순한 호기심만은 아니다. 그에게 쉽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가 있다. 그것은 어린 시절 그의 누나가 길거리에서 매출을 하다가 연쇄살인범에게 죽은 사건이다. 그녀의 벌거벗은 시체가 이틀이나 공공장소에 놓여 있었지만 그 사이에 아무도 신고를 하지 않았다. 이런 상처가 그녀의 매력과 합쳐져서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아마추어 탐정이지만 실력이 상당하다. 단서를 쫓아 그녀의 흔적을 잘 찾아간다. 그 과정에 드러나는 그의 과거와 심리적 상태와 행동은 평소의 그가 아니다. 실험실에 파묻혀 살다 시피하고, 이 때문에 여자친구와 문제가 생겼는데 이상하게 릴리의 실종에 집착한다. 과거의 트라우마에 불이 켜진 덕분일까? 약간의 어려움이 있지만 사회공학이라고 스스로 부르는 논리방식으로 릴리에게 점점 다가간다. 하지만 점점 릴리에 가까워질수록 위험도 다가온다.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하여 트라우마로 이어지고, 예상하지 못한 위험에 부딪히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한 실종을 넘어선 무언가가 보인다. 그의 좌충우돌을 보면 그가 살아온 삶이 외로워 보인다. 성공에 한 발짝 다가갔지만 사랑하는 여자친구에겐 차였고, 릴리는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주의 경보가 울리지만 멈출 수가 없다. 멈출 수 없는 것은 언젠가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벽은 견고하고 촘촘하다. 과연 그는 멈추거나 벽을 무너트릴 수 있을까? 아니면 깔아놓은 선로를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을까? 뒤로 가면서 읽는 속도와 몰입도는 더욱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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