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황제의 발견 - 천의 얼굴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
이바르 리스너 지음, 안미라.김지영 옮김 / 살림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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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황제에 대한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다. 이 책을 모두 읽은 지금도 그들의 이상한 이름 때문에 헷갈린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우스니 누스에 따라 바뀌는 사람들은 쉽게 머릿속에 담기 어려운 것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유익하고 많은 도움을 주었다. 연대순으로 정리된 로마황제에 대한 정보와 서양 역사에서 가장 찬란했던 시대를 적절한 단어와 해석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대단히 인기를 얻고 많은 책이 나왔고 팔렸다. 그러나 나는 이 시리즈를 읽지 않았다. 몇 권 구입하였지만 아직 읽지 않았다. 이 이전에 ‘플루타크 영웅전’ 등을 읽었고 그 시대의 인물들을 알고 있었지만 그 복잡한 이름과 이후 다른 작가들의 해석에 의해 그 실체를 좀처럼 잡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에 그 인물들에 대한 정리를 조금은 할 수 있게 되었다.

 

총 4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카이사르, 안토니우스까지 황제라고 불리기 전의 영웅들에 대한 것을 담고 있다. 이 부분이 이전에 많이 혼란을 겪은 대목인데 이번에 많이 정리가 되었다. 2부부터 카이사르 죽음 후 공화정에서 군주제로 바뀐 시대를 보여주는데 동양의 역사에 비해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이나 중국에서 왕조가 들어서면 왕권 강화를 위해 엄청난 숙청이 일어나고, 세습체제가 완전히 정착되는데 이 시기의 로마는 상당히 불안정하다. 이후 계속해서 황제라는 지배자가 나오지만 제대로 제국을 다스린 사람은 몇 없다. 저자는 이 황제들의 비극과 권력 투쟁기를 연대순으로 간략하지만 핵심을 집어 보여준다.

 

제목처럼 가장 도움을 받은 부분은 로마 황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시각을 가지게 된 점이다. 초반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잘 알지 못하는 이름으로 가득한데 이것은 세계사에서 중요한 인물들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시대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인물들이고, 그 시대에 엄청난 제국을 이루었지만 왜 항상 불안하게 유지되었는지 잘 알게 한다. 그리고 황제들 거의 모두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이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독살이나 암살이나 배반 등으로 죽은 사실을 알게 되면서 우리의 역사와 많은 부분이 다르다는 것을 다시금 인식하게 되었다.

 

사실 페이지 수로 본다면 많은 분량은 아니다. 하지만 쉽게 읽히면서도 그 방대한 인물과 기나긴 역사 때문에 순간순간 호흡을 가다듬지 않을 수 없었다. 초반부 익숙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나에게 이전에 알든 지식의 오만함을 약간 불러왔다가 이내 부족함을 드러내게 한 것처럼 뒤로 가면서 나의 지식은 새로움의 홍수에 휩싸여 버렸다. 대제국이 건설되었지만 내부의 부패로 조금씩 무너졌고, 다른 곳에서 성장한 민족들의 위협은 제국을 위태롭게 유지시켜주었다. 간간이 나오는 저자의 인물과 시대에 대한 유머나 해석 등은 나의 기존 지식과 비교하게 만들었다. 아마 이 책은 나에게 다른 로마시대를 다룬 책에 대한 호기심과 비교의 대상으로 자리 잡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왕조를 연대순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하나의 사건이나 인물을 심층적으로 다룬 것을 좋아하지만 가끔 한 제국의 전체적 흐름을 알기에는 이런 책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집 책장에 꽃아 놓고 모르는 로마황제가 나올 때마다 뽑아 색인처럼 본다면 좀 더 많은 이해와 지식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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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브 디거 밀리언셀러 클럽 66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전새롬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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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점점 더 마음에 든다. 국내에 출판된 그의 작품을 이것으로 모두 읽었지만 구성과 필력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 사형제도나 자살이나 조직의 문제를 진지하고 날카로우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내는 그의 소설들은 언제나 만족스럽다. 이번 소설을 읽다 계속해서 생각한 것은 이 소설은 영화로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누가 야가미 역을 할 것인가? 하고 계속 생각했다. 한국적 상황에 맞게 만들 수도 있지만 역시 일본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한다. 작가의 이력에 영화 관련한 것이 있다는 것을 보았지만 정말 한 편의 액션과 스릴러가 잘 결합된 영화 같다.

 

소설을 읽다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하고 생각하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아니 딱! 하고 와 닿는 느낌을 주는 소설 자체가 많지 않았다. 몇몇 작품들은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이 들지만 대부분은 좋다는 감정이나 소설 자체로 생각이 좁혀 들어간다. 하지만 ‘그레이브 디거’는 제한된 시간이라는 것과 연쇄살인이라는 두 요소를 별도로 진행하면서 하나로 묶어내는 뛰어난 구성과 멋진 등장인물들을 만들어내었다. 특히 험악한 얼굴의 야가미의 매력은 시종일관 시선을 잡아 끌어당겨 쉴 틈을 주지 않았다.

 

그가 열심히 달아나는 이유가 뭔가? 경찰에 잡혀 억울한 누명을 쓰는 것도 두렵지만 가장 염려하는 것은 자신의 골수를 이식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전과5범의 지능범죄자가 큰 맘 먹고 선행을 펼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 세 방향에서 쫓아오는 경찰과 살인자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리들. 배에서 떨어져 헤엄치고, 돈이 없어 버려진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이마저 여의치 않아 발로 달아나는 그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왜 새로운 인생을 위해 착한 일을 하겠다는데 방해를 하는 무리가 이렇게 많은지!

 

소설의 가장 큰 축이 야가미의 도망이라면 다른 한 축은 연쇄살인 사건을 둘러싼 경찰들의 반응과 행동이다. 연쇄살인이라는 것을 알고 신속하게 대처하는 그들의 모습이나 피해자의 사체로부터 그레이브 디거라는 영국 역사 속 민담을 끄집어내기까지 발 빠르게 움직인다. 중요 참고인 야가미를 찾기 위해 그들이 펼친 수사망과 야가미의 청소년기와 관련된 형사 후루데라 등의 행동은 하나의 목표로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그 밤에 펼쳐진 연쇄 살인과 과거의 살인사건의 관계가 드러나는 대목에 이르게 되면 새로운 사실과 더불어 추악한 경찰 조직 내부 비리가 폭로된다. 이것이 단순한 액션과 스릴러가 결합한 것에서 더 나아간 소설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피의자를 법원에 기소할 수 있는 조직은 검찰이다. 검찰이 조금만 부패해도 그 사회는 엄청나게 썩어나갈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은 검찰의 부패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경찰 조직 내부에서 보안부라는 조직이 지닌 엄청난 힘과 비리를 알고도 덮는 검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보안부를 쥐고 있는 정치권력에 대한 것도. 과거 일본에서 엄청난 정치 스캔들이 있었는데 중요 참고인들 4명이나 심부전증으로 사망했다. 여기서 작가는 보안부와 정치 권력자들의 보이지 않는 음모가 있다고 암시한다. 갑자기 연쇄살인사건과 한 도망자 이야기를 하면서 정치와 보안부를 말하는지 의아할 것이다. 책 읽은 분들은 모두 알겠지만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이 정치와 보안부의 결탁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저분하고 분노를 자아내는 일들이 펼쳐지는 것이다.

 

작가는 재미와 분노를 자아내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듯하다. 야가미의 도망이 재미를 주었다면 경찰들의 비리가 분노를 느끼게 한다. 단순히 외국문제라고 치부하면 간단할 수 있지만 권력형 비리나 재벌 비리를 생각하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거리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범죄엔 높은 형량이 내려지지만 돈이나 권력이 있는 자들은 집행유예나 낮은 형을 받는 것을 너무 자주 보지 않았나! 그렇지 않으면 특사로 풀려나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단어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너무 자주 보는 것들이다.

 

복잡한 경찰 조직이나 비리를 빼고라도 이 소설은 매력적인 인물과 급박한 전개와 잘 짜여진 구성으로 충분히 매력적이고 재미있다. 흔히 말한다. 쉴 새 없이 읽었다고. 400페이지를 한 자리에 앉아 커피와 물을 마셔가며 끝장을 보았다. 차마 중간에 자리에서 일어설 수가 없었다. 4시간이 조금 되지 않는 멋진 영화를 책으로 본 느낌이다. 책을 모두 읽고 난 후 몇 시간이 지났지만 나의 머릿속에선 누가 야가미로 가장 어울리는 배우일까? 하는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한국이라면 유해진? 일본이라면 누가 좋을까? 이런 저런 생각으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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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책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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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했지만 역시 쉬운 책이 아니다. 그의 다른 책도 일반 소설의 두 배 이상 시간을 투자해야 읽을 수 있었는데 이번도 마찬가지다. 읽을 때도 읽고 난 후도 생각한다. 왜? 그렇게 힘들게 읽히고 어려운지. 가장 큰 이유는 낯선 이름들과 지명 탓이 아닐까 짐작하여 본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장면에서도 속도가 확연히 올라가지 않는 것을 보면 그의 문장 구조와 이야기 구성 때문인 듯하다. 깊이 빠져 한참 읽었다고 페이지를 확인하면 몇 장 보지 못한 것을 보면 그 속에 풍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듯하지만 그 정확한 실체를 잡기가 쉽지 않다.

 

책을 읽다 많이 생각난 작가와 작품이 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다. 가끔 카프카가 떠오르기도 하였지만 ‘율리시스’의 기분을 많이 느꼈다. 역자의 후기를 보면 나와 비슷하게 느낀 사람들이 꽤 있는 모양이다. 갈립이 도시 이곳저곳에서 뤼야를 찾아 헤매는 장면과 그 실체를 찾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몽환적인 분위기가 이런 느낌을 강하게 준 듯하다. 현실의 진행과 병행되어 나오는 제랄의 칼럼이 단서를 던져주기도 하지만 그 의미를 파악하기는 너무 어렵다. 복잡하게 와 닿는 이름과 지명과 옛 이야기들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으로 섞여 그 실체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파묵의 책으로 세 번째 읽는다. 이전 책도 쉽지 않았고 지금도 쉽지 않다. 하지만 언제나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뭔가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안개 속에 조용히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조심스럽게 다가가면 약간 손을 내밀었다 한 발 더 다가가면 멀찍이 달아난다. 텍스트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 하나의 틀을 만들고 기초를 다지기 전에는 쉽게 그 전체를 알기 어려운 소설이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완전한 틀을 알지 못하더라도 각 방에 숨겨진 이야기들은 매혹적이다. 매력 있는 이야기가 많지만 그것을 하나로 엮어내고 풀어내는 능력이 아직 나에겐 부족하다. 그래서 이 소설의 매력을 전부 느끼지 못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함께 자라 결혼한 아내 뤼야가 사라진다. 사촌 형이자 뤼야의 이복오빠인 칼럼리스트 제랄도 사라졌다. 주인공 갈립은 뤼야를 찾기 위해 이스탄불을 뒤지고 다닌다. 제랄과 뤼야가 함께 있다는 예감을 가진 갈립은 제랄의 칼럼을 읽고 단서를 추적하며, 나중엔 제랄인 것처럼 행동한다. 그 속에 이스탄불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신화와 전설과 이야기와 문화 등으로 살을 채워 넣는다. 그리고 나타난 결말.

 

단순히 줄거리만 따진다면 별 것 없다. 하지만 그 내용을 생각하면 미로 속을 헤맨 듯하다. 이스탄불의 풍경, 소리, 냄새로 가득한 미로 같은 소설이란 문구에 딱 맞는 소설이다. 미로 찾기는 출구를 찾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그 과정이 주는 어려움과 힘겨움이 재미를 주는 놀이다. 이 소설에서 곳곳에 숨겨진 이런 난관들을 즐길 수 있다면 엄청 재미난 소설이 될 것이다. 역자가 주석을 단 것을 기억하고, 소설 속 이야기와 역사를 이해한다면 아마 더 재미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에 읽어온 다른 나라의 소설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낯선 곳의 이야기다. 그들의 역사와 인물과 현재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재미를 충분히 누리기 힘든 소설인 것이다.

 

 

나는 아마 다음에 또 파묵의 소설을 들고 있을 것이다. 쉽게 들지는 못할지 모른다. 그 실체를 알 수 없지만 매혹적이고 이국적이며 미로 같은 이스탄불을 생각하면 반드시 그를 생각할 것 같다. 그리고 파묵의 소설을 한 번은 제대로 재미를 느껴보려고 차분히 책을 읽어나갈 것이다. 그 때도 모두를 이해하고 전체를 알지 못하겠지만 이전에 느끼지 못한 재미를 발견하고 즐길 것이다. 갑자기 이스탄불로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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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역사, 숨겨진 비밀을 밝히다
장장년.장영진 지음, 김숙향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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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이다. 역사의 숨겨진 비밀을 밝힌다니 역사 서적을 좋아하는 나에겐 큰 흥미를 불러온다. 하지만 이 책은 비밀보다 역사의 한 장면과 그 장면들의 비화와 상식에 더 의미를 두고 있다. 깊이 있는 역사를 읽기 원하는 사람에겐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가볍게 역사의 이모저모를 알고자 하는 사람에겐 좋은 상식서가 될 듯하다.

 

거창하게 누구도 몰랐던 인류역사의 거대한 비밀을 폭로한다지만 사실 거의 대부분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이다. 물론 몇몇은 전혀 모르고 있던 것도 있지만 특별히 엄청난 비밀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알고 싶은 부분에선 현재에도 정설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저자는 몇 가지 설을 말하면서 마무리한다. 깊이를 약간은 기대했지만 백과사전식의 전개와 구성으로 나의 기대를 저버렸다. 10개의 주제로 나누었지만 비슷한 구성에 전개가 이전에 많이 보아온 역사의 소문이나 주장들의 편집본과 큰 차이가 없어 아쉬움이 더욱 컸다.

 

아쉬움 속에서도 새로운 정보나 해석 등은 여전히 유용하다. 이전에 본 것보다 업그레이드된 내용이 많아 다행히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이전에 본 기억과 대조하면서 의문을 느낀 부분도 있지만 저자가 최신 소식에 더 정통하다고 생각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는 밝혀졌구나! 하고 재미있어 한다. 아마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이 이전 책들의 진행 중이었던 사항들 몇 가지가 새로운 해석과 더불어 올라온 것이다. 비록 아직까지 논쟁이 지속되는 것들이 무수히 많다는 한계가 있지만.

 

‘배꼽티를 입은 문화’라는 책을 이전에 읽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났다. 별로 차별되지 않는 구성과 내용이기에 그렇다. 만약 ‘배꼽티’를 읽지 않았다면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이런 유래와 비밀이 숨겨져 있었구나! 하면서. 또 다른 많은 역사 서적이나 인터넷 정보들을 접하지 않았다면 모르는 사실들이 많았을 것이다. 서문을 보면 19개의 주제로 나누었다고 하는데 여기엔 10개 밖에 없다. 편집 과정에서 재분류가 된 것인지 아니면 다시 2권이 나오는지 궁금하다. 2권이 있다면 역시 읽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내가 모르는 것이 아직 많이 있으니까.

 

이 책을 보면서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 것은 세계문화유산이라는 단어다. 유네스코가 이를 지정한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은 세계적인 유적이나 건물 등에 현재까지 지정된 것을 책 속에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책들에서 쉽게 접하지 못한 것이기에 약간은 생소하였지만 그 의미와 가치를 느끼기에 좋은 잣대가 되었다.

 

책을 펼쳐들고 열심히 찾았지만 아직도 찾지 못한 것이 있다. 저자들의 약력이다. 북경사범대학이라는 단서를 서문에서 발견하였지만 어디에서도 그들에 대한 설명은 없다. 저작권 사항을 보면 책 제목과 이름은 분명히 있다. 유령은 아닌 듯한데 왜 없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여전히 찾지 못하는 것일까? 그리고 책 가격에 비해 책속에 나오는 사진이나 삽화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 충분히 선명한 컬러로 처리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진이 더 선명했다면 좀 더 열심히 보았을 텐데. 편집에 불만이 있고, 이전에 본 내용도 많은 책이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세계사와 문화 등의 숨겨진 의미나 비밀 등을 접하기엔 충분한 책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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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아리아나 프랭클린 지음, 김양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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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추리는 내가 좋아하는 두 분야다. 하지만 대부분의 역사 추리소설이 제대로 그 맛을 살려내지 못한다. 현대 추리소설처럼 긴장감이 떨어지거나 시대적 한계 때문에 갑갑함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고증이라는 발목에 잡혀 그 시대를 그려내는데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몇몇 책에서 재미를 느끼기는 하였지만 항상 나를 궁금하게 하는 것은 그 시대에 그런 것이 있었나? 와 그것이 사실인가? 하는 점이었다. 이 책도 그런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는 약간 무리가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재미있었다.

 

역사를 다룰 때 가장 중심에 두는 것은 사실이다. 단지 소설이라는 이유만으로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는 표현을 한다면 그것은 판타지가 될 것이다. 이 대목이 이 소설에서 내가 유일하게 불만으로 생각한 부분이다.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는 검시관 아델리아가 있는 것이다.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해부 등을 통해 검시를 한 것은 19세기로 알고 있다. 현대적 의미라는 수식어가 붙을지 모르지만 소설 속에 나오는 검시장면을 보면 엄청나게 현대적이다. 그리고 곳곳에 나오는 아델리아의 수술이나 치료 장면을 보면 시대를 뛰어넘는 살레르노라는 곳이 과연 실존했는지 궁금하다. 20세기 초까지 의사들 대부분이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사혈을 권장하였다는 기록을 본 나에게 아델리아는 미래에서 온 의사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마음에 들지 않은 몇 가지는 이야기했다. 역사적 시대를 배경으로 하니 그 시대 속에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들어가 보자. 1171년 케임브리지셔에서 아이들이 죽는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그 마을 사람들은 유대인들의 짓이라고 주장한다. 왕은 수입의 7분의 1을 주는 유대인을 몰아낼 마음이 없다. 얼마 후 놀라운 의학수준을 가진 살레르노에서 케임브리지셔로 유대인 시몬과 아라비아인 만수르와 그리스인으로 추정되는 여자를 포함한 3인이 나타난다. 이 여자가 주인공인 아델리아다. 그녀의 직업은 살레르노에서 검시관이다. 그 능력은 탁월하다. 하지만 시대적 한계 때문에 그녀의 모든 공은 그녀의 양아버지가 가져간다.

 

케임브리지로 가는 도중에 오줌을 누지 못해 고생하는 수도원장을 외과수술로 치료한다. 그 시대는 여자가 의사라는 것을 믿기보다 마녀라고 외치는 것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제프리 수도원장은 그 비밀을 소중히 하고 그녀들을 돕는다. 어느 날 그녀가 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본 사람들은 그녀가 산파라고 외친다. 그 당시 여자 치료사 역할은 산파가 한 모양이다. 가짜 의사 만수르를 내세워 그녀가 치료를 하고, 최초의 희생자 피터를 보고 난 후 거리를 떠도는 소문이 거짓임을 안다. 죽은 자와 대화하여 죽은 원인을 찾아내는 역이 아델리아라면 증거를 쫓아 범인을 찾아내는 사람은 시몬이다. 여기에 도움을 주는 자는 세금 징수원인 로울리 경과 어린 소년 울프와 지저분한 개 한 마리가 있다.

 

계속되는 살인사건이 발생하지만 시몬은 유대인이고 아델리아는 여자다. 이 한계 상황에서 진실을 찾아내고 범인을 잡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현대의 CSI라면 강력한 호위 무장 부대가 곁에 있겠지만 그 시대엔 꿈도 꿀 수 없다. 하지만 어린 정보원 울프는 여기저기에서 어린 친구들로부터 정보를 가져온다. 그 정보들이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답을 알기에는 힘들다. 이 소설을 보면서 가장 답답하게 생각되었던 부분이 여자와 민족 차별이라는 한계를 만들어낸 시대다. 과거로 돌아간 소설을 읽다보면 늘 접하는 부분이지만 역시 좋은 기분은 아니다.

 

내가 가장 주목한 인물은 로울리 경이다. 범인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그의 숨겨진 정체에 대한 것이었지만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가 십자군 원정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재미있다. 예상하지 못한 활약을 한 것은 지저분한 개다. 그 개의 역할이 영웅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존재 자체가 지닌 의미가 수도원장과 결합하면서 놀랍게 여겨진 것이다. 그리고 주교 등과 대립하는 헨리2세의 놀라운 인식과 가감한 일 처리는 역사소설이 주는 재미를 마음껏 누리게 한다. 시대의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분노와 자신의 치부를 가리려는 주교들의 모습은 현재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왜 영국에서 국왕이 종교의 수장이 되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단초가 된다. 하지만 그 시대에서 보여준 종교적 편견과 박해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도 그대로 자행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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