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콜린 피셔
애슐리 에드워드 밀러.잭 스텐츠 지음, 이주희 옮김 / 시공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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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열네 살 소년 콜린 피셔가 주인공이다. 이 자폐증이란 증상 때문에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개인적으로 큰 기대하지 않았다가 아주 재밌게 읽었던 작품이다. 워낙 오래전에 읽었던 작품이라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재밌었다는 사실과 증상은 아주 뚜렷하게 남아 있다. 그런데 이번 소설의 주인공도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의 표정을 읽을 수 없어 컨닝페이퍼를 만들어 감정을 파악한다. 거짓말을 하지 못하고, 옆에는 친구 한 명 없다. 이 콜린이 고등학교에 들어가 겪게 되는 사건을 다룬다.

 

탐정이란 이름 때문에 나도 모르게 살인 사건이 떠올랐다. 소개글에 나오는 권총이란 단어는 콜린의 증상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권총으로 인한 해프닝을 다루는 소설로 착각했다.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나의 선입견과 착각이다. 살인 사건은 나오지 않고, 권총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된다. 정확하게 말하면 총이 발사되고, 그 총을 학교에 가지고 온 인물에 대한 것이다. 학교에서는 웨인이 범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콜린은 그 상황을 다시 떠올리면서 웨인이 범인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진짜 범인이 누군지 조사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은 그렇게 어렵지도 복잡하지도 않지만 콜린의 캐릭터가 이 상황들을 재밌게 만든다.

 

주인공이 가진 증후군 때문에 콜린의 행동과 심리 묘사에 많은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부모를 비롯한 사람들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가 내뱉는 말은 어떤 의미인지 등. 학교에서 남자들의 시선을 끄는 멜리사가 전화번호를 적어주었을 때 그가 보인 반응은 반가움이나 흥분이 아니다. 왜? 와 짜증 사이에 놓여 있다. 아직 그는 여자를 모른다. 이런 콜린의 반응과 행동은 예상하지 못한 장면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당연하게 생각하고 행동했던 것들을 다른 시각에서 보고, 의문을 던진다. 이 소설의 재미 중 상당 부분이 바로 여기서 생긴다.

 

남들과 비슷하지 않다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큰 스트레스다. 이 부모가 자신들이 편하고자 했다면 특수학교로 보냈으면 된다. 물론 아이도 더 편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힘들지만 아들의 현재와 미래를 더 걱정하고 준비한다. 등교 첫날 변기 속으로 머리가 들어가는 일이 있다고 해도, 교장은 아이의 상태를 알고 몇 가지 예외 사항을 만든다. 그 중 하나가 체육인데 체육선생이 이를 무시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콜린은 슛에 아주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물론 이 능력은 다른 사람과 신체 접촉이 없고, 노마크 일 때 가능하다.

 

탐정 콜린은 수많은 탐정 영화와 소설 속에서 수사에 대한 기술을 배운다. 하지만 과학수사를 할 만한 도구는 없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탐문수사다. 작가는 여기서 뒤팽을 다루면서 탐정소설의 기원을 살짝 다룬다. 셜록 홈즈를 최초의 수퍼 히어로라고 한 부분에서는 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정확한 정의와 설명이 우선인 콜린이 등장하다보니 부정확한 정의나 비유 등은 다시 설명될 수밖에 없다. 가끔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겨 비명을 지르는 등의 일이 생기는데 이것은 그의 현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콜린은 진실에 한발자국씩 다가간다. 놀랍게도 어설픈 거짓말까지 한다. 마지막 장면과 상황은 왠지 다음 이야기를 예고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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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믿지 않는 마술사 안톤 씨
라르스 바사 요한손 지음, 배명자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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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과 마술은 서로 다른 영역이다. 마법이 판타지의 영역이라면 마술은 과학의 영역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은 마법과 마술이 같이 나온다. 현실과 판타지를 엮었는데 이 설정은 한 인물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을 뒤돌아보게 만든다. 여기서 한 인물은 당연히 마술사 안톤 씨다. 그는 괴팍하고 독선적이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인물이다. 작가는 이 안톤이 겪는 기이한 경험과 그의 과거를 교차하면서 아주 조금씩 변하는 그를 보여준다. 그리고 왜 그가 이렇게 변하게 되었는지, 그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마술사 안톤은 마술에 능력이 있다. 하지만 이 능력을 발전시키고, 새롭게 만들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그는 주로 양로원 등을 돌면서 마술을 펼치는데 레퍼토리의 변화가 거의 없다. 고집스럽고 괴팍하게 변하면서 공연 장소의 직원들과 사소한 다툼이 늘 일어난다. 그가 행사를 간 날은 그의 생일이다. 그의 주변에는 생일을 축하해 줄 친구가 한 명도 없다. 공연 마지막에 생일 축하곡을 넣는 무리한 일을 벌이고, 남은 일정이 취소되거나 다른 사람에게 빼앗겼다는 소식을 듣는다. 호텔 직원과의 다툼이 벌어지고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다 길에 떨어진 소파와 부딪힌다. 이때부터 사건이 벌어진다.

 

숲속에서 차가 고장나면 집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숲속으로 들어가는데 이상한 경고 표시들이 놓여 있다. 그러다 한 소녀를 만난다. 소녀는 꽃을 꺾어달라고 부탁하지만 안톤은 단숨에 거절한다. 힘들게 노부부가 사는 집에 간다. 이 노부부는 안톤이 꽃을 꺾어달라는 소녀를 만났는지 묻는다. 요정의 저주 때문이다. 그것은 끊임없는 불운에 시달리다 결국 목숨을 잃게 되는 죽음의 저주다. 전화로 견인과 수리를 맡기고, 이 저주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 롤케익을 준다. 한 손에 들기 힘들 정도로 커다. 맛있지만 불편하다는 이유로 버린다. 저주가 시작된다.

 

이 저주는 기본적으로 그의 불친절하고 독선적인 성격에서 비롯했다. 휴게소에서 음식 주문을 할 때도 까탈스럽다. 안되는 주문을 계속 강요한다. 이런 불화는 결국 감정의 폭발로 이어진다. 그러다 실수로 땅콩을 계산하지 않고 나오다가 잡힌다. 단순 실수지만 점원이 볼 때 도적질이다. 이때 한 청년이 물건을 들고 달아난다. 그의 차에 탄 후 달리라고 한다. 여점원이 나와 야구 방망이로 창을 때린다. 청년이 말한대로 가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또 사고가 난다. 불운은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결국 노부부에게 연락을 해서 도움을 요청한다. 이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3가지 미션을 성공해야 한다.

 

티베벤 숲은 예전에 마녀들이 살던 곳이다. 이제는 마법을 잃어버렸지만 그들이 무리지어 이 숲속에 살고 있다. 처음 만난 노부부도 마녀의 후손이다. 세 가지 미션을 해결하기 위한 길잡이 역할을 이들이 한다. 까칠하고 독선적인 안톤은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요정의 저주를 믿게 된다. 하지만 아직 그가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다. 이 시간 속에서 안톤의 과거가 하나씩 나타난다. 어떻게 마술을 배우게 되었는지, 성공한 친구 세바스티안과의 추억 등도 같이. 그리고 이 과거는 그의 뒤틀리고 꼬이고 아픈 삶을 하나씩 밖으로 드러내게 한다.

 

삶을 치유하는 방법은 결코 쉽지 않다. 자기만의 삶 속에 빠진 사람은 더욱 그렇다. 작은 친절이 때로는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그 노력의 결과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이 소설은 잘 보여준다. 안톤이 소녀의 부탁을 받아주었다고 해도(물론 결단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지만) 다른 어딘가에서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불운이 이어지고, 초현실의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면 어떨까? 누군가는 다른 사람의 탓으로 무작정 돌릴 것이고,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돌아볼 것이다. 안톤은 다행히 후자다. 자신의 과거를 직시할 수 있게 되었고, 현재를 인정할 수 있었다. 이 과정들을 작가는 유머와 위트를 섞어가면서 멋지게 끌고 간다. 또 한 명의 재밌는 스웨덴 작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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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테라
소현수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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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밀리터리 액션 스릴러물이다. 이 작품을 보면서 이전에 읽었던, 보았던 SF 소설이나 영화를 떠올리지 않기는 쉽지 않다. 가장 중요한 설정 중 하나는 영화 제목을 말하는 순간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 책의 재미는 이런 설정보다 장면과 장면들에 있다. 인류의 팽창과 새로운 식민지 문제를 말할 때 항상 새로운 행성을 말하는데 이 가정이 사실 그렇게 와 닿지는 않는다. 수많은 별들 중 단 하나만 나타났다는 것이나 한 종족과의 전투가 너무나도 육박전으로 변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은하를 단숨에 건너갈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인류의 힘에 비해 이 부분의 설명이 조금 약한 것 같다.

 

책을 선택할 때 예상한 것이 하나 있다. 단숨에 읽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 예상은 맞았다. 개인적으로 이런 액션을 담은 SF를 좋아하는데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쉴 수 없이 페이지를 넘겼다. 알파팀의 활약과 조금씩 밝혀지는 진실은 그냥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특히 알파팀이 보여주는 무시무시한 전투력은 시간이 지나가면 갈수록 업그레이드 된다. 다른 팀들에서 한 명씩 죽어나갈 때도 알파팀은 전력의 손실이 없다. 단순히 엘리의 전투력만으로 말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설명이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것은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구에서 이 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는 점이다. 이렇게 생략된 부분들이 가독성을 높여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인 이야기에 깊이를 더하는 데는 부족하다.

 

진은 특수부대 소속이었다. 농담을 좋아하고, 이혼경력이 있는 군인이다. 이런 그에게 싸울 기회가 생긴다는 것은 하나의 돌파구가 된다. 프린테라라고 불리는 행성에서 야후라고 불리는 종족과의 전투에 투입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특수부대원은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지만 이 야후라는 종족은 놀라운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총을 맞아도 죽지 않고, 목이 잘리기 전에는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강화된 무기로 무장한 특수요원이지만 야휴와의 싸움은 쉽지 않다. 그러다 잘못된 정보 때문에 야후 무리에 갇히고 정신을 잃는다. 다시 깨어났을 때 그는 오시리스 부대원이 되었다.

 

오시리스 부대는 아주 특별하다. 부대원은 총 100명이다. 사령관과 부사령관을 제외한 숫자다. 이들은 모두 야후의 유전자를 교배해서 자신의 육체를 강화했다. 이 부대의 선발 기준은 절단된 신체가 있거나 자발적으로 이 실험에 가담한 사람들이다. 진이 바로 100번째다. 이 부대원들은 초인이다. 700킬로그램을 들 수 있고, 치타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다. 파괴력 있는 주먹은 총알도 무력화시키는 야후를 파괴할 수 있다. 이런 능력은 실전에 투입되면서 더욱 발전한다. 괴물인 야후를 상대하기 위해 더 괴물인 오시리스 부대원이 탄생한 것이다.

 

괴물 같은 육체를 가졌다고 해도 아직 그들의 이성은 인간이다. 전우애를 쌓고, 사랑을 하고, 전역 후 미래를 꿈꾼다. 사령부에서 내려온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자신의 정신과 육체를 소모하고, 수많은 부상은 입는다. 어지간한 부상은 자체 치유된다. 팔 다리가 짤려도 이전에 만들어놓은 신체에서 가져와 붙일 수 있다. 물론 여유분은 단 하나다. 이런 사실을 아는 오시리스 부대원은 더 과격하고 적극적으로 전투에 임한다. 그들의 파괴력이 더 강해진다. 10명의 오시리스 부대원이 200명의 야후와 싸울 수 있다는 처음의 설정을 이제는 넘어선다. 이들의 투입은 일반 부대원들의 더 많은 죽음을 막을 수 있다,

 

놀라운 액션으로 펼쳐지는 중반은 정말 빠르게 진행된다. 군인이란 특성 속에 명령을 그대로 따르는데 그 사이에 자신들이 임무의 성공으로 가져온 물건의 비밀이 하나의 반전으로 작용한다. 나노봇들이 활성화되면서 방사능 가득한 행성은 점점 녹지로 변하고, 인간의 승리는 눈앞에 놓여 있다. 하지만 야후는 땅 속 깊은 곳에서 번식을 한다. 인간들이 쉽게 파고들 수 없는 곳에 다음 세대를 남겨둔 것이다. 환경의 변화가 과연 이 야후들에게 어떤 작용을 할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혹시 어떤 반전이 펼쳐지는 것은 아닌가 하고.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가장 중요한 반전 하나를 남겨둔다. 시리즈로 나온다면 어떤 이야기가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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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보이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5
닉 레이크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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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같은 제목의 세계문학상 수상작품을 읽었다. 실제 원 제목은 다른데 번역하면서 바뀌었다. 개인적으로 원 제목보다 이 제목이 더 좋다. 이 책을 선택할 때 나의 관심을 끈 것은 우주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지구로 귀환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일들이었다. 중력이 없는 곳에서 중력이 있는 곳으로 왔을 때 일어나는 사건들 중심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히 이런 환경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이 출생의 비밀을 밝히면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이기적인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 사이를 파고드는 강한 가족의 사랑까지 같이 다룬다. 잔잔한 여운은 바로 그 사랑에서 자란다.

 

레오, 리브라, 오리온은 우주정거장 문2에서 태어났다. 레오의 엄마는 임신한 상태로 우주로 왔고, 리브라와 오리온의 엄마는 우주정거장에서 사랑을 나눠 쌍둥이를 나았다. 사실 처음에 읽을 때 레오의 출생은 조금 의심스러웠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지 하고. 뭐 사람들이 하는 일이고, 비행 전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넘어갔다. 그리고 이 아이들과 문2의 생활에 관심이 갔다. 작가는 중력 제로의 공간을 아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조금 지루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때 우주선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 중 하나를 일으켜 긴장감을 높인다.

 

태어나서 계속 우주정거장 안에서만 산 아이들의 꿈은 소박하다. 자연을 보고, 느끼고, 음악 공연장을 가는 것 등이다. 그들에게 지구는 스크린을 통해서 본 것밖에 없다. 창을 통해 지구를 내려다보지만 그것은 하나의 풍경일 뿐이다. 그들이 통신으로 본 수많은 지구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환상과도 같다. 지구의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일상적인 일들이 이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다. 이것을 다른 쪽 시각에서 본다면 반대일 것이지만 작가는 이 부분은 생략했다. 그리고 레오의 엄마가 문2로 와서 이 아이들을 데리고 지구로 귀환한다. 이 과정에서 작은 사고가 생기지만 무사히 도착한다.

 

중력은 우리 몸을 짓누른다. 그 중력을 평생 받으면서 자란 우리는 잘 못 느끼지만 없던 곳에서 온 아이들은 다르다. 어느 정도 적응기를 거치면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너무나도 약한 뼈는 간단한 충격에도 부러지고, 약한 근력은 쉽게 걷지도 못하게 한다. 어느 정도 기간을 거친 후 이 아이들은 각자 가족의 집으로 돌아간다. 이제 완전히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이들의 몸상태는 계속해서 회사에 보고해야 한다. 레오는 할아버지의 농장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행복한 시간이지만 몸은 쉽게 적응을 하지 못한다. 그러다 사건이 터진다. 이 사건은 놀라운 비밀을 알려준다.

 

작가는 장소가 바뀌면 사건을 일으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가장 큰 비밀을 중간에 터트려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끌지 궁금하게 만든다. 이 과정들을 보면서 나의 머릿속에서 영화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영화로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소설보다 더. 우주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가 지구에 왔다가 출생의 비밀을 듣고 용감한 선택을 한다는 설정과 우주정거장과 우주선 등이 주는 장면들이 아주 재밌을 것 같다. 그리고 미래의 지구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구온난화와 인구 증가를 꼽은 것은 다른 SF로 생각이 넘어가게 만들었다. 여러 SF영화와 소설의 이미지들이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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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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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청소년이 쌍발 산탄총을 들고 숲속에서 누군가의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긴다는 아주 자극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어쩌다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이 간결한 첫 장은 한 마을이 가진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기 전까지 나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누가 총을 쏘는지, 총을 맞는 인물은 누군지. 강한 의문을 던져준 채 베어타운의 삶속으로 들어간다. 그 속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하키다. 자칭 하키타운이라고 부르는 이 마을은 몰락의 와중에 있다. 그들의 유일한 즐거움과 희망은 청소년 아이스하키팀의 승리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들이 보여주는 삶과 행동이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나에게 아이스하키는 피상적인 스포츠다. 규칙도 잘 모른다. 그런데 이 베어타운은 하키를 모른 채 살 수 없다. 삶속에 녹아 있다. 남자 아이들은 자라면서 스케이트를 타고, 조금만 능력이 있으면 아이스하키팀에 들어간다. 책 속에 등장하는 어른들 대부분도 이 아이스하키팀과 관련이 있다. 아맛과 벤이와 케빈 등도 모두 청소년 하키팀원이다. 모든 단체 운동이 그렇지만 팀워크는 가장 중요하다. 그 단체에 들어가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아주 큰 문제다. 아맛이 재능을 인정받아 승격했을 때 그와 친구들을 괴롭히던 보보가 보여준 행동에서 이것이 아주 잘 드러난다. 그리고 사건이 터졌을 때 사실보다 팀원을 더 챙기고 편을 가른다. 그들이 받은 교육의 결과이자 가치관이다.

 

아맛은 작다. 이민자의 아들인 그는 아이스하키를 빼면 평범한 이민자일 뿐이다. 하지만 빠르다. 이것이 A팀 코치의 눈에 띄면서 승격된다. 준결승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고 팀은 승리한다. 아웃사이드에서 팀원으로 베어타운 속으로 녹아든다. 재능과 노력을 모두 가진 케빈이 자신의 집에서 여는 파티에 참석한다.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하나가 바로 여기서 벌어진다. 술과 호승심이 곁들여진 행동이 부른 참사다. 얼마 전까지 한국을 뒤덮은 성폭행이다. 이 성폭행을 아주 제대로 표현해주는 문장이 있다. “가해자에게 성폭행은 몇 분이면 끝나는 행위다. 피해자에게는 그칠 줄 모르는 고통이다.” 왜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ME TOO란 이름으로 과거의 일들이 다시 나타나는지 아주 잘 보여준다.

 

스포츠는 단순히 즐기는 경기가 아니다. 그 팀의 팬이 된다면 승패에 늘 민감할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유일한 즐거움이자 희망이다. 점점 쇠락하는 마을인 베어타운에서 청소년팀의 승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힘들게 운동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부모라면 더욱 승리를 갈망한다. 그들에게는 사실보다 승리가 더 중요하다. 그들은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한다.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라고 욕하고 매도한다. 이때부터 성폭행 피해자의 2차 피해가 시작된다. “‘그 아이가 원해서 한 거였다’로 시작해 ‘당해도 싸다’로 마무리된다.”는 문장은 그래서 더 강하게 가슴으로 파고든다. 얼마나 참혹한 현실인가.

 

베어타운에서 아이스하키는 남자들의 스포츠다. 어린 여자들은 커서 갈 팀이 없다. 퇴락하는 마을이지만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리면 경기장은 꽉 찬다. 그들의 삶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곰을 외치고, 승리를 부르짖는다. 이 열기를 우리도 한두 번 이상 경험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 마을은 늘 이런 상태다. 성폭행을 당했다는 아이의 이야기보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승리가 더 우선이다. 사실을 바라보기보다 자신들의 바람이 더 우선이다. 진실을 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진실을 말하는 용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장면을 보고, 그의 행동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강한 감동을 받았다. 대단하다.

 

단순히 몇 사람만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해 자신의 목소리를, 바람을, 의지와 욕망을 표출한다. 익명으로 처리된 사람들의 행동도 무시할 수 없다.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보여줄 때 이것이 재능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된다. 이런 사람들 속에서 아이들의 갈등과 고민과 아픔 등은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하나씩 밖으로 드러난다. 부모들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들 대부분이 이때다. 아주 멋진 소설이다. 그리고 작가가 끼어든 몇 장면의 전지적 시점과 미래는 늘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최고 작품이자 근래에 읽은 최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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