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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스트 원
알렉산드라 올리바 지음, 정윤희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홍보문구 중 가장 시선을 끈 것은 <헝거 게임>과 <로드>, <서바이버>와 <워킹데드>를 합친 듯한 이야기란 부분이다. 본 적은 없지만 내용은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라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그런데 실제 이야기가 펼쳐질 때 나의 예상과 달랐다. 생존 게임을 다룬 방송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인지 리얼리티 쇼의 몇몇 설정들은 낯설었다. 첫 장에서 편집자의 죽음을 말하면서 전염병으로 대재앙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려주는데 이것이 리얼리티 쇼의 재미를 조금 떨어트렸다. 그 쇼를 통해 각 출연진의 다양한 성격과 행동과 선택들을 아주 잘 보여주었다고 해도.
이 소설은 두 개의 시간을 교차하면서 진행한다. 하나는 실시간이다. 서바이벌 게임 <어둠 속으로>에 참가한 캐릭터명 주가 홀로 챌린저를 수행한다고 생각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실제 세상은 전염병의 대재앙에 휩싸여 있다. 다른 하나의 시간은 <어둠 속으로>의 다양한 챌린지에 도전하는 도전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열두 명의 도전자들은 상금 100만 불을 획득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물론 방송의 재미를 위해 프로듀스들이 선택한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빨간 머리에, 예쁘지만 육체적 지적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웨이트리스 같은 인물 말이다.
방송은 편집에 따라 한 인물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 악마의 편집이란 단어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시청률이란 지상 최대의 명제를 안고 있는 방송국에서 이런 작업은 흔하다. 이 소설 속에서도 주를 주인공으로 만들려는 편집자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곳곳에서 보여준다. 작가는 리얼리티 쇼 촬영 현장에 들어가면 이들이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만 그리지 않고, 그들 각자의 내면과 함께 방송의 편집 방향도 같이 보여준다. 주인공이 습관적으로 내보인 혐오의 표정을 카메라맨이 잡았다고 해도 편집 과정에서 삭제한다. 긴 챌린지 시간을 압축할 것이란 설명은 당연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우리 머릿속에서 영상 이미지를 재생하게 만든다. 이미 이런 편집과 영상에 우리가 얼마나 익숙한가.
다양한 출연진은 다양한 성격으로 이어지고, 이것은 각 챌린지에서 각각 다른 모습으로 드러난다.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자 트랙커가 주에게 알려준 몇 가지 지식은 이후 주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가장 문제 캐릭터인 엑소시스트와 웨이트리스는 그들의 실력과 상관없이 상당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런 인물들이 등장한다면 각 출연진의 출연 이유와 각자의 삶을 깊이 파고들 수도 있을 텐데 작가는 간단히 다루고 넘어간다. 방송의 편집처럼 다른 볼거리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챌린지의 상황에 더 많은 분량을 사용한다. 이것은 나처럼 이런 방송 문외한에게 어떻게 이런 프로그램이 연출되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각 챌린지의 우승자는 누굴지. 어떤 우승 혜택이 있을지 궁금하게 만든다.
의혹과 함께 흥미로운 것은 주의 행동과 심리 상태다. 방송이 중지된 상태에서 그녀가 계속 챌린지 상태라고 생각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장면과 현실을 회피하는 심리를 솔직히 이해하지 못한다. 시력이 지독히 나쁘다고 해도, 중간에 브레넌을 오해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심리를 이해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그녀의 행동의 조금은 이해된다. 현실을 외면하고, 이 모든 것이 방송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란 상상은 그녀를 더욱 가혹한 환경으로 몰아넣는다. 만약 단순하게 이 상황만 보여주었다면 심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주의 왜곡된 심리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독자의 공감을 얻으려고 한다. 물론 나의 마음은 계속 불편한 상태지만.
책의 마지막에 이르면 이 전염병이 불러온 대재앙의 결과를 보여준다. 그리고 주가 봤지만 외면했던 사실들에 대한 감상도 나온다. 친절하게 다른 출연진의 상황도 알려준다. 그런데 이런 함축적인 설명 속에서 숨겨둔 몇 가지는 개인적으로 아쉽다. 현실을 외면하고 방송이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브레넌의 나이를 묻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어둠 속으로>란 방송을 둘러싼 댓글들도 마지막 장면을 위한 하나의 설정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지 않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가 조금 실패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