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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에 나온 책들을 보니 눈길이 가는 책들이 많이 있네요^^ 뭐 없었던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중에서 일단 다섯 권만 추려봅니다.

1. 레버넌트 : 마이클 푼케

 영화로 알려진 작품인데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가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이 강한 울림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극한의 추위와 그를 이겨내는 뜨거운 증오가 과연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풀어낼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화는 책을 본 후에 볼 예정이다. 영화 먼저 보면 그 이미지가 소설 읽을 때 너무 간섭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어서...

 

 

 2.화성의 포드케인 : 로버트 A. 하인라인

 하인라인의 소설을 오래 전에 읽었었다. 한때는 아주 열심히 헌책방을 뒤져 찾아서 읽었다. 이렇게 나오기 시작하니 쉽게 손이 나지지 않지만 왠지 반갑다. 그때 나를 사로잡았던 재미가 이 작품 속에서 그대로 나올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은 당대 미국 소녀들에게 엄청난 트라우마를 안겨준 문제작이라고 하는데 어떠 부분일지 궁금하다.

 

 

 3. 사라바 : 니시 카나코

 내가 끊지 못하는 몇 가지 문학상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나오키 상이다. 대중 취향 저격의 이 상은 아직 나를 실망시킨 적이 거의 없다. 여기에 일본 서점대상 2위라니 더 기대된다. "삶이란 흔들리고 부유하는 궤적임을, 이렇게 흔들리는 삶에서 때로 넘어지는 것은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찾고 있는 것을 향해 내딛는 착실한 걸음이라는 사실을 멋지게 그려낸다."란 아주 멋진 평까지 달려 있다.

 

 

 4. 블랙랜드 : 벨린다 바우어

 데뷔작으로 골드대거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놀라운 이력이다. 스릴러의 특성을 모두 갖추었다는 평가는 "타인의 삶을 망가뜨리는 범죄의 속성을 환기시키며 결국 인간과 범죄,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로 장르의 경계를 확장시킨다"로 이어진다. 깊이 있는 이야기로 재미와 많은 생각을 줄 것 같다.

 

 

 

 5. 여신기 : 기리노 나쓰오

각국의 신화를 현대 시점에서 재해석하는 대형 프로젝트 '세계신화총서' 11권이다. 이 시리즈 중 읽은 책이 한 권도 없다. 그런데 나의 레이다에 기리노 나쓰오가 걸렸다.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작가 중 한 명이 그녀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서 <고지키>의 이야기가 나쓰오의 손길을 거치면 어떤 모스으로 변할지 궁금하다.

여성의 이야기를 아주 날카롭고 잔혹하게 잘 그려내는 그녀를 감안하면 쉽게 짐작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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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떻게 권력을 잡았나 - 정신의학자이자 여섯 아이의 아버지가 말하는 스웨덴 육아의 진실
다비드 에버하르드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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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부모는 자기 아이가 없는 부모다.” 이 문장은 책 마지막 문장이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이 말에 공감했다. 나에게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 나는 친구와 그들의 아내들로부터 아기를 잘 키울 것이란 칭찬을 들었다. 당연히 나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나 만이라면, 아기가 아프지 않았다면 조금 쉽게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변수는 늘 자신감을 무너트린다. 현실은 가정법도, 여기저기에서 주워들은 지식도 모두 무력화시킨다. 그래서 이 책은 무너진 나의 자신감을 새롭게 세우는데 약간을 도움이 된다.

 

사실 책 제목과 저자가 여섯 아이의 아버지란 사실 때문에 선택했다. 스웨덴이란 복지국가를 생각할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소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의 글을 읽다 보니 최근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본 모습이 그대로 겹쳐진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휘둘리고, 교사의 권위는 떨어지고, 학교는 부모들에게 점점 더 많은 참여를 요구한다. 화를 내는 부모를 보면 왜 저럴가? 하고 혀를 차는 일까지 생겼다. 이런 나의 변화가 어느 순간 당연하게 다가왔다. 이 일련의 반응들이 단순히 나에게만 생긴 것은 아니다. 물론 나의 경우는 여기저기서 보고 듣고 단편적으로 내린 판단들 때문이지만 그 뒤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는 것 같다.

 

480일의 유급 육아 휴직과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보육시설, 가족 중심 육아법이 탄탄히 자리잡은 육아 천국으로 불리는 스웨덴의 실제 모습은 아주 많이 다른 모양이다. 복지 정책이 훌륭한 것은 좋은데 그 내부를 들여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문제가 있다. 이 문제들을 여섯 아이들의 아버지이자 정신의학자인 저자가 냉정하게 풀어낸다. 읽다가 고개를 끄덕이는 횟수가 적지 않지만 아직 그만큼 크지 않은 아이 때문에 깊게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복지 천국이라고 불리는 스웨덴의 육아법이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하는 부분에 더 놀란다.

 

현대 사회는 부모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다. 그리고 불안 심리를 강하게 조장한다. 이것을 저자는 두 가지로 요약했다. 하나는 부모에게 아이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안겨 주는 것이고, ‘교육적이다. 안전하다. 자극을 준다. 심지어는 필수적이다.’란 말로 포장한 쓸모없는 제품을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온갖 쓰레기를 은근슬쩍 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인용문은 내가 항상 아이의 부모들과 만나면 듣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이성이 아닌 감성에 휘둘리고, 제대로 해주지 못한 것인지 모른다는 죄책감이 심리 바탕에 깔리게 한다. 이 때문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너도 아이를 낳아봐라”였다.

 

좋은 부모는 모든 부모가 바라는 바다. 스웨덴에서는 이것을 위해서라면 아이들에게 강하게 야단치지를 못한다. 이유는 아이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입힐 위험이 있다는 이론 때문이다. 어릴 때 생긴 트라우마를 강하게 강조한 탓에 점점 더 아이들을 유하게 대하고 제대로 된 교육이나 야단치기 등이 어려워진다. 그 결과로 아이들은 버릇이 없어진다. 유약해진다. 그런데 이 이론이 아주 정확하고 명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예로 과거 육아법 및 교육법을 말하는데 아주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과장된 위험에 대한 그의 경고는 나에게도 적용된다. 불안으로 가득한 사회는 비용 지출을 늘일 수밖에 없다. 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이 책에 나오는 육아법 중 일부는 한국에서도 이미 일어나고 있다. 아이들의 생떼에 무너진 부모들과 학업 성적을 올리기 위해 늦은 밤까지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약간 다른 모습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은 동일하다. 과거의 육아법을 깡그리 무시하고 최신 육아법만 고집하는 사람에게는 이 책이 엄청난 충격이겠지만 보통의 시민들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스웨덴처럼 복지국가였다면 이런 문제가 대두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전통적인 유교 문화가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고, 학업을 위해 온 가족이 전력투구를 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에이미 추아의 ‘호랑이 엄마’에 더 가까울 것이다. 나만의 육아법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 조금 더 세밀하게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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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2 - 밥 먹어야지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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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고양이 콩알이와 팥알이가 돌아왔다. 이번에도 스물다섯 개의 이야기로 나를 웃게 만들었다. 고양이 감기로 시작하여 한해의 마무리까지 다룬다. 이야기 속에서 귀여운 콩알이와 팥알이가 중심을 잡고, 그 가족의 일상이 곁들여진다. 이 두 고양이의 천적인 엄마인 마담 복슬은 중간중간에 출연하여 이들의 말썽을 바로 잡아준다. 왠지 모르게 마담 복슬이 등장하면 배경음악을 깔아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처음 맞이하는 겨울이 이 두 고양이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방에서 방으로 움직이는 것조차 이들에게는 엄청난 모험이다. 고타츠 밑의 따뜻함이 싫어 떠났다가 금방 그 따뜻함에 만족감을 느끼는 고양이들을 보면서 우리의 삶이 겹쳐보인다. 그리고 첫 이야기인 고양이 감기는 사람들의 오해를 바로잡아주고, 고양이의 체온을 항문으로 잰다는 것을 알려준다. 어떻게 보면 웃긴 장면인데 괜히 짠하다. 이후 그들이 수의사에 대해 가지는 반감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그들의 방어가 너무나도 쉽게, 무력하게 깨졌기 때문이다.

 

내복씨로 불리는 할아버지는 고양이의 좋은 친구이자 놀이터다. 콩알이와 팥알이가 내복씨 얼굴에서 놀 때 할아버지에게는 아주 위험한 순간이었다. 고양이들이 놀지 않았다면 자다가 조용히 요단강을 건너갈 수도 있었다. 또 팥알이에게 콩알짱이란 수제 인형을 만들어준다. 이 콩알짱과 관련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면서 고양이의 한 특성이 드러난다. 그리고 고양이들에게 장난감 쥐를 밤새 던져주면서 놀던 관성이 그대로 남아 낮에 친구와 바둑을 두면서 돌을 던지는 장면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더 웃게 된다. 이 만화에서 가장 궁합이 좋은 커플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두 고양이는 장남감 쥐와 노는 것을 상당히 좋아한다. 그런데 정작 실제 쥐를 만났을 때는 두려워한다. 처음에는 설마 했는데 쥐가 인상을 한 번 쓰자 그냥 달아난다. 새끼 고양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아직 자신 속에 있는 야성이 깨어나지 않은 것일까? 장난감 쥐와 상당히 대비되는 장면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적수가 등장한다. 닭이다. 내복씨가 키우는데 마담 복슬은 이것 또한 복장이 터질 일이다. 밖에서 키워야 할 닭이 방에 있으니 말이다. 이쯤 되면 그녀에게 고개를 한 번 이상은 끄덕여줘야 할 것 같다.

 

전편에서 투명인간 같았던 아버지는 이번에도 짧은 등장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장남감 쥐와 관련된 에피소드와 함께 커튼 뒤에 숨은 장면은 묘하게 공감하게 만든다. 덕후의 행복이 이어지고, 고양이들은 즐겁고 재미난 일상을 보낸다. 그 사이 사이를 채우는 자그만 일탈은 약간 걱정하게 만들지만 이야기를 풍성하게 한다. 여기에 산타 복장을 한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선물한 것을 보면서 얼마 전 나의 모습이 보였다. 이런 기발한 선물이 있을 수 있나? 하고 봤는데 그 아들과 딸의 반응은 그냥 일반적인 자식들의 반응과 다를 바가 없다. 다 읽으면서 한 가지 걱정이라면 자주 죽음의 강을 보는 할아버지가 언제 저세상으로 갈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건강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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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법칙의 특성 - 파인만의, 일반인을 위한 최초이자 마지막 물리학 강의
리처드 파인만 지음, 안동완 옮김 / 해나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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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도 물리는 잘 못했다. 과학 과목은 늘 어려웠다. 아마도 이해보다 암기에 더 집중했던 특성 때문에 더욱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 후 몇 권의 과학책을 읽으면서 공부를 조금씩 했다. 몰라도 읽었다. 어떤 책은 이해는 못했지만 재밌게 읽었지만 대부분은 재미도 이해도 못했다. 그러다 들은 이름 하나가 있다. 리처드 파인만이다.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게 쉽게 잘 쓴다는 말이 들렸다. 그가 쓴 책 <파인만 씨 농담도 잘 하시네>도 사놓았다. 몇 년이 지났다.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괜히 그 책을 펼치기 두렵다. 이 책도 상당히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반인을 위한 물리학 강의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나는 그 일반인에 속하지 못하는 것 같다. 1965년에 출간된 책인데도 이해를 못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렇게 어려운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용어나 수식이 그렇게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 분야에 기초 지식이 더 있다면 아마 즐겁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여기저기에서 들은 물리학이 각 장을 통해 흘러나온다. 쉽고 경쾌하다는 출판사의 홍보문구는 아마도 전문가의 입장에서 쓴 글일 것이다. 최소한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영화가 있다. <인터스텔라>다. 이 책의 첫 장에서 다루는 중력법칙을 영화 내내 다루었기 때문이다. 다 읽은 지금은 머릿속에 공식 하나만 남아 있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탓에 중력과 시간의 관계는 아직도 모호하게 남아 있다. 오히려 다른 영화나 애니에서 자주 본 중력 단위 G가 더 친숙하다. 물리학과 수학의 관계는 이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파인만도 지적했듯이 물리학자의 상상력을 공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이제 수학자들의 일이 되었다. 이 일과 관련한 파인만의 지적은 재미있다. 위대한 창조자는 수학자라는 표현은 우리를 둘러싼 자연이 얼마나 수학과 관계 있는지 알려준다.

 

위대한 보존원리와 물리법칙의 대칭성은 지금까지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것을 바로 잡아준다. 물리학이 발전하면서 기존의 물리법칙이 하나씩 깨어질 때 인식의 폭도 넓어진다. 그런데 이 법칙들이 깨어졌다고 해도 일부에서는 정석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과학법칙으로 알고 있는 것도 언제 깨어질지 모른다. “물리법칙들을 발견하는 것은 조각 그림 맞추기와 비슷하다.”란 표현이 현재 물리학의 위치다. 현재 좌우대칭성이 성립하지 않음이 밝혀졌다고 한다. 이런 발견은 인류학 분야에서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인간만이 한다고 한 행동이 다른 동물에게서 발견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미래 부분은 시간 여행을 생각하면 엄청 매력적이다. 실제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들을 생각하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사차원의 세계에서는 가능할지 모르겠다. 현재는 차원 우주를 내세우는데 여기서는 다루지 않고 있다. 확률과 불확실성은 이 당시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양자역학과 연관 있다. 요즘 많이 다루어지는 있는 물리학 분야 중 하나가 양자역학인데 아직도 모호하기만 하다. 언젠가 이 분야도 조금 더 읽어봐야겠다. 마지막에 새로운 법칙에 대한 그의 의견이 나온다. 우리에게 앎이 더욱 필요하다고. 솔직히 지금은 이 책의 십분의 일도 채 이해하지 못했다. 더 공부한 후 다시 읽는다면 ‘일반인’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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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로키언
그레이엄 무어 지음, 이재경 옮김 / 비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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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셜로키언이 아니다. 셜록 홈즈 시리즈를 끝까지 다 읽은 기억도 없다. 이전에 헌책으로 셜록 홈즈 책을 샀었다. 그러다 최근에 새책으로 홈즈 시리즈 전권을 샀다. 이런 과정 속에 홈즈는 늘 나의 곁에 있었다. 드라마로 영화로 책으로. 학교에 처음 들어가서 읽었던 몇 권의 책 중에 홈즈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어린이용 요약본이었을 것이다. 이 기억이 나로 하여금 홈즈를 제대로 읽지 못하게 만들었다. 뭐 이것도 변명이다. 한때 홈즈 시리즈가 여러 출판사에서 전집으로 나왔을 때 완독하지 않은 것을 보면 말이다.

 

파편적으로 만난 홈즈지만 그의 매력은 늘 나를 끌어당겼다. 솔직히 말해 셜로키언이란 단어도 알게 된 것이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 몇 년 전에 이 단어를 보고 그냥 홈즈 덕후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덕후 중의 덕후들이 등장한다. 최근에 덕후들이 출연한 ‘능력자들’이란 방송이 있는데 셜로키언에 비하면 아직 내공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셜로키언들이 홈즈 시리즈를 ‘정전’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그들에게 셜록 홈즈는 하나의 신화이자 성인이자 종교다. 문장을 하나를 말하고 이것을 가지고 출처를 말할 때 성경을 외우고 있던 신자들의 모습이 그대로 겹쳐졌다.

 

소설을 두 개의 시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하나는 실제 코난 도일이 활약한 1900년이고, 다른 하나는 셜로키언의 모임이 있던 2010년이다. 이 두 시간대는 모두 살인사건을 다룬다. 과거의 살인사건은 홈즈의 사라진 일기에 대한 상상과 추론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었고, 현재의 살인사건은 이 사라진 일기로 인해 일어난 죽음이다. 다른 두 시간이 겹쳐지지는 않지만 홈즈의 사라진 일기에 대한 진실이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피어날 때 이 진실은 현실의 셜로키언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는 차분하고 끈질기고 재밌는 독서를 해야만 한다.

 

과거는 실제 코난 도일에게 있었던 사건을 기본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곁들여지면서 한 편의 멋진 추리소설로 탄생했다. 재미난 점은 코난 도일이 홈즈를 질투했고,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 홈즈의 팬들은 이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소설 속 인물이 현실로 변해 코난 도일을 욕하고 공격하는 사람이 등장할 정도다.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를 죽였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그리고 다시 홈즈 시리즈를 쓴다면 엄청난 금액을 안겨주겠다는 유혹이 끊어지지 않는다. 작가는 이 과정들을 모두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그가 선거에 나가 떨어진 것, 여성참정권에 반대한 것 등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한다. 이때 약간은 낯설었다. 나의 우상이 이런 실수를 저지르다니 하고.

 

현재 최고의 셜로키언 모임인 베이커 스트리트 이레귤러스 회합에 알렉스가 사라졌던 셜록의 일기장을 발표하려고 한다. 이 일기는 셜로키언이라면 누구나 보기를 바라는 아주 중요한 자료다. 수많은 코난 도일의 책이나 자료 중 유일하게 사라진 것이다. 실제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사라진 일기에 적혀 있었던 사건이다. 그리고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를 라이헨바흐 폭포로 떨어트린 후 새로운 작품을 쓰고 있다. 이 작품 중에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세 권만 데라고 해도 아마 대부분 제목조차 모를 것이다. 이런 갑갑한 현실이 코난 도일의 목을 죄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에게 사건을 해결해달라고 편지를 보낸다. 물론 이 편지는 모두 셜록 홈즈에게 온 것이다.

 

홈즈의 사라진 일기를 발표하겠다고 한 알렉스가 죽은 채 호텔방에서 발견된다. 이 사건을 두고 셜로키언들은 자신만의 추리를 뽐낸다. 시체를 발견한 사람 중에는 현재 이야기를 이끌고 있는 해럴드가 있다. 그는 이 시체를 보고 홈즈처럼 움직인다. 그리고 이 사라진 일기를 찾기 바라는 코난 도일의 손자가 등장한다. 그는 해럴드에게 홈즈의 일기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해럴드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영국으로 간다. 자신을 기자라고 소개한 세라와 함께. 그 첫 목적지는 당연히 알렉스의 집이다. 집은 일기를 찾는 사람에 의해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이들을 뒤좇는다. 이제 해럴드는 자신이 가진 논리적 추리와 앞에 놓은 단서들을 가지고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셜로키언이 아닌 사람들은 브램 스토커가 등장한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그와 짝을 이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달린다는 설정도 낯설 것이다. 작가가 상상력으로 사라진 일기에 대한 이야기를 재구성하는데 솔직히 그렇게 현실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다른 수많은 팩션처럼 읽힌다. 하지만 그 사이를 채워주는 코난 도일의 사실들은 이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큰 틀보다 세부적인 이야기가 더 매력적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드러나는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작위적으로 다가온다. 가장 크게 와 닿는 것은 해럴드가 보여준 몸부림과 반응이다. 그의 삶을 뒤흔든 인물이 코난 도일과 셜록 홈즈임을 생각하면 더욱 공감한다. 그리고 이 책은 셜록 홈즈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최고의 선물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셜로키언들에게는 별다른 것이 없을지 모르지만 홈즈를 좋아하는 일반 독자라면 작가가 풀어내서 들려주는 이야기에 푹~ 빠질 것이다. 갑자기 든 아쉬움 중 하나가 <셜록키언을 위한 주석 달린 셜록 홈즈>를 반값일 때 사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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