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와 암실 ANGST
박민정 지음 / 북다 / 202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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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ANGST(앙스트)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이 시리즈는 일상 속에서 체감하는 유채색의 공포를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그려내려고 한다.

일상과 공포라는 단어가 기존 호러물의 이미지를 먼저 심어주었다.

하지만 작가가 그려내는 공포는 초자연적인 것이나 인간의 살의 등이 아니다.

자신이 살면서 털어내지 못하고 가지고 있던 모멸과 혐오의 감정들이다.

이 감정들은 일상 속에서 자리잡고 있다가 갑자기 불쑥 튀어 오른다.

읽다 보면 기대와 다른 구성과 전개라 조금 당혹스러웠다.

주인공 연화가 말하고 생각하는 것들이 급작스럽고 돌출적인 부분이 많다.

적나라한 욕설과 재이에 대한 집착과 과거의 감정들이 순간적으로 멍하게 했다.


연화. 이 이름은 엄마가 개명하기 전 자신의 이름을 딸에게 물려주었다.

개명 이후 이름은 나오지 않지만 황당한 상황은 분명하다.

어릴 때 연화는 예뻐 어린이 모델로 활동했다.

촬영할 때 어린 연화를 보는 어른들의 시선은 연화가 모멸감을 느끼게 했다.

촬영 현장에서 그들이 요구하는 자세는 아이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딸의 모델 활동에 모든 수입이 몰려 있는 엄마는 딸의 감정이 중요하지 않다.

연화는 엄마의 차를 운전해 사람을 치여 죽이는 사건을 일으킨다.

이 사건으로 소년원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평생 선생을 만난다.

그리고 그와 함께하면서 한문을 배웠고, 현재 직업도 그렇게 얻었다.


연화는 승정원일기를 번역하는 연구소에서 근무한다.

이것이 다 번역되려면 몇 십 년이 지니야 가능하다.

그녀의 일상은 단조롭고, 십 년 전 재이와의 만남은 큰 기쁨이었다.

학교에서 한달 무료로 나누어진 수영장 사용권을 통해 만났다.

그녀의 눈에 재이의 몸매는 너무 아름다워 계속 눈길이 갔다.

실제 재이는 현역 모델로 활약하는 중이고, 이때부터 둘은 친구가 된다.

친구가 된 둘은 서로의 과거를 이야기하지만 연화는 자신의 소년원 생활을 속인다.

재이는 한 번 이혼했고, 모델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그러다 미성년 재이를 반 누드를 찍은 사진사 턱수염의 인터뷰가 나온다.

재이는 과거 사실 폭로를 고민을 하는데 연화는 폭로를 주장한다.

자신이 저지른 자동차 살인을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다른 환경과 다른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두 여인.

박사 학위와 미래가 보장된 듯한 직업을 가진 연화.

비수기에 먹고 살기 위해 카페 알바를 해야 하는 재이.

현실의 가혹함은 서로 다른 입장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재이는 알바하는 곳에서 만난 언니 로사가 더 자신에게 공감해주는 것 같았다.

같은 이혼 경험, 무대에서 본 듯한 누군가의 모습에 대한 로사의 말 등.

하지만 로사란 이름은 연화에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함께 소년원에 있었고, 청소년 매춘 중개로 들어온 그 로사를 말이다.

다시 과거의 망령들이 연화 주변에 몰려들고, 자신이 가장 잘 하는 방식으로 파고든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주변에 자신에 대한 것들을 많이 흘리고 살아간다.

연구자 연화는 SNS 등을 통해 턱수염과 로사를 파헤친다.

턱수염 조사를 통해 그를 질투하는 킴을 발견하고, 하나의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로사의 유튜브를 보면서 어린 시절 거짓과 현재의 거짓이 만나고 엮이는 지점을 발견한다.

깊게 파고들어가니 로사가 이전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보인다.

그 화면 속에서 재이를 찾는 모습은 집착과 광기의 변주다.

그러다 평생 직업이라고 생각한 것이 무너지고, 어느 순간 연화는 폭주한다.

이 폭주하는 마음에 안식을 과거의 공간과 선생님을 통해 얻는다.

그리고 자신을 평생 집어삼키고 있던 감정들이 재이의 말 속에서 흐트러진다.

이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내 속에 담긴 이런 감정들을 잠시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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