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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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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미도서상 수상작이다. 분량도 적지 않다. 700쪽이 넘는다. 읽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책이 재미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나의 몸 상태가 나빠 며칠을 그냥 보냈기 때문이다. 이 긴 장편을 읽으면서 수많은 생각들이 오고 갔다. 어떤 부분에서는 그들의 삶에 고개를 끄덕이고, 어떤 상황이나 장면에서는 너무나도 낯설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장면이나 상황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내가 알고 있던 미국의 부흥기 속의 어두운 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빈민가의 모습과 흑인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 등은 현재 기준으로 아주 놀라운 모습이다.

 

그들. 이 소설 속에서 가리키는 그들은 엄마인 로레타와 그녀의 아들 줄스와 딸 모린이다. 이 2대의 1937년 여름부터 1967년 디트로이트 흑인 폭동까지 시간을 다루고 있다. 그 시간은 어느 부분에서는 아주 세밀하게 다루어지고, 어느 순간은 생략된 채 다른 시간대로 넘어간다. 갑자기 시간이 바뀌면 그들의 삶은 다른 모습을 가지고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이 시간의 비약이 낯설다. 왜냐고? 그 빈 시간을 작가가 자세하게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이야기 속에 이 부분이 다루어지지 않으면 독자의 상상력으로 그곳을 채워야 한다. 의문으로 남겨둬야 하는 곳도 적지 않다.

 

가난은 대물림을 한다. 그것을 벗어나는 방법 중 하나가 공부를 하는 것이다. 처음 줄스가 태어났을 때 보여준 몇 가지 장면과 설명은 줄스의 밝은 미래였다. 하지만 현실은 쉽게 이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맹모삼천지교의 한 사례인가 싶게 그는 주변에 쉽게 물든다. 책을 좋아하는 모린의 경우도 더 나은 미래가 보이는 듯했지만 자신이 선택한 탈출구가 막히고, 폭력이 곁들어지면서 오히려 퇴보한다. 이렇게 적고 보면 이들이 못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이들은 미남 미녀다. 이 외모를 이용할 기회를 잡지도 못했고, 제대로 활용조차 못한다. 읽으면서 계속 안타까웠던 것은 이들의 삶이 늪속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장면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로레타. 열여섯의 그녀는 예뻤다. 하지만 그녀가 남자 친구와 동침한 밤 그 남자 친구가 총에 맞은 채 발견된다. 그 남친도 하층민의 양아치 같은 인물이지만 멋진 외모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죽음에 대해 정확한 살인자를 작가는 알려주지 않는다. 단지 로레타의 오빠 브록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글만 나온다.(작가의 발문에서 브록이 죽였다고 말한다) 그러다 경찰 웬들을 만나 이 상황을 벗어난다. 이 웬들이 로레타의 첫 남편이 된다. 평온한 중산층의 삶이 펼쳐질 것 같은 순간 부정으로 하워드가 경찰에서 짤린다. 시골로 내려간다. 이곳에서 두 딸을 더 낳지만 그녀가 원하는 삶이 아니다. 이 웬들 가족이 가장 고요하게 보낸 시기가 바로 이때다.

 

디트로이트로 온 그들의 삶이 도시 하층민을 벗어나지 못한다. 남편이 직장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는 사고로 죽는다. 줄스가 일을 해서 가족의 생계 일부를 책임지지만 충분하지 않다. 로레타도 일한다. 줄스는 공부에 관심이 없다. 어수선한 사회분위기와 빈곤은 가장 확실한 신분 상승의 방법인 교육으로부터 줄스를 멀어지게 한다. 나중에 그에게 기회가 찾아오지만 갑작스럽게 생긴 일로 사라진다. 그리고 그를 찾아온 열정적이고 운명적인 사랑은 평화로운 삶을 방해한다. 그와 네이딘의 사랑은 이성으로 분석하기에는 불가능한 부분이 많다. 존 업다이크의 <브라질>이 갑자기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정이입을 많이 한 인물이 줄스인데 그의 삶이 정말 많이 흔들리고 불안하다.

 

모린의 삶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다. 어린 나이에 집안 살림을 맡아 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선택한 매춘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상황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이 불안한 순간들이 이어지다 새로운 아버지의 폭력 앞에 무너질 때 그녀의 삶도 퇴보한다. 오랜 침묵 끝에 되돌아온 그녀가 보여준 모습은 자신의 어머니와 별 다른 차이가 없다. 유부남과의 사랑과 결혼이 목표다. 충분히 자립적인 여성으로 자랄 수 있었던 그녀의 과거를 떠올리면 그 안타까움은 배가 된다.

 

가볍게 읽기에는 분량도 많고 내용도 무겁다. 도시 빈곤과 인종 문제가 그 바닥에 조용히 깔려 있고, 안정적인 중산층을 바라는 목소리도 계속 나온다. 그런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삶은 주변에 의해 흔들린다. 이렇게 놓고 보면 ‘그들’은 중산층일 수도 있고, 도시 빈민들일 수도 있다. 낯선 시대와 나라를 배경으로 다룬 소설이다 보니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강하고 긴 여운을 남긴다. 나의 삶과 우리의 삶과 어떤 차이가 있고, 비슷한 부분이 있는지 계속 떠오르기 때문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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