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7
무라카미 하루키.오자와 세이지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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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글을 읽다보면 늘 음악이 나온다. 기억에 남는 것은 대부분 재즈에 대한 것인데 차분히 기억을 되짚어보면 클래식도 상당히 많다. 나에게 클래식이나 재즈나 모두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오랫동안 열심히 들어왔다. 그런데 이 음악 듣기가 대부분 다른 일을 할 때 배경음악용이었다. 집중해서 듣는다 해도 낯설고 어려워 길어야 10~15분 정도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그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몰입하지 못한다. 그 한계는 너무 분명하다. 아직 유명한 몇 곡을 제외하면 그 묘미도, 재미도, 흥분도 못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을 좋아하고 늘 음악을 글에서 다루던 하루키가 이번에는 세계적인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와 작정하고 음악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이 둘의 대화를 읽다 보면 전문가 못지않은 귀를 가진 하루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보통 소설가들이 소설 속에서 클래식을 들으면서 다양한 표현을 하는데 과연 이것이 정말 자신들이 향유한 것인지 아니면 인용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최소한 하루키의 경우는 자신의 경험인 것 같다. 지휘자에 따라 바뀌는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잘 포착해서 현역 지휘자와 조금도 꿀림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이 깊이와 폭은 나 같은 문외한에게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노거장 오자와 세이지와의 대화는 한 번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도 몇 번의 만남이 있었다. 어떤 글은 대화가 아닌 아카데미를 경험한 후 감상 후기를 적었다. 큰 수술을 하고 연로한 세이지 씨를 위해 간식 등을 먹고 음악을 들으면서 대화를 진행한 곳도 있다. 이때 두 사람이 이 음악이 다른 지휘자의 연주와 어떻게 다른지, 다른 시기에 녹음한 것과는 또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한다. 오자와 세이지가 다른 시대에 다른 연주자들과 함께 녹음한 같은 음악들을 두고 그 차이를 짚어낼 때는 이 두 사람의 교감이 상당히 부러웠다.

 

제목대로 음악을 이야기한다. 단순히 하나의 음악만 듣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자와 세이지의 기억과 추억을 되살려내고, 동시대의 지휘자들의 특성이나 특색도 같이 알려준다. 자신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 어떤 행운이 있었는지, 얼마나 노력했는지 보여줄 때마다 부러워하면서 감탄한다. 그 치열했던 열정과 노력이 오자와 세이지라는 인물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비록 클래식에 무지해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오자와 세이지라는 지휘자를 알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호기심이 먼저 생겼다. 그가 지휘한 음악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는 것 말이다.

 

늘 궁금했던 것 중 하나가 지휘자들이 악보를 해석하면서 생긴 차이를 어떻게 평론가 등이 아는가 하는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보여주는 지휘자들의 음을 구분하는 기술은 귀가 어두운 나에게는 놀랍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리고 악보대로 연주하는데 왜 그 차이가 생길까 하는 것이다. 또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들의 삶을 조금 더 알 수 있게 만들었다. 수많은 지휘자들에 대한 에피소드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악보, 연주, 지휘, 녹음, 연주홀 등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들은 낯선 지휘자와 낯선 음악 대담도 결코 지루하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아니 재밌다.

 

예전에 무릎팍도사에서 ‘장한나 편’을 봤다. 그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그녀가 지휘자가 되기 위해 어떤 공부를 하는지 들었었다. 그런데 이 대담을 읽으면서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악보를 연구하고 공부한다는 것을 그때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 대담을 읽으면서 상당히 이해하게 되었다. 그들의 연주 일정이 얼마나 꽉 짜여 있는지도. 그냥 하루를 살아가는 나 같은 소시민은 생각도 못할 일정이었다. 이런 지휘자의 일상뿐만 아니라 음악을 듣고 이해하고 해석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공부 부족을 절실하게 느꼈다. 어릴 때 유명한 곡이라서 CD를 사고, 유명한 지휘자라서 CD를 샀던 기억도 났다. 이제는 거의 듣지 않고 있지만. 언제 시간이 되면 같은 음악이지만 지휘자가 다른 음악을 비교하면서 듣고 그 차이를 느껴보고 싶다. 그 차이를 구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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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1-09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하루키 문학을..선호하지 않는데...음악적 취향은 괜찮다고..
그런대로 맞춰갈만 하다고..혼자 그러는 겁니다.
재즈에서 클래식...아..클래식에서 재즈..

ㅎㅎ듣다보면 알지 않을까요.. 쉽게 예를
들면 앙드레가뇽과 유키구라모토 두 사람이
한 곡을 같이 쳐도 색깔이 분명 달라요..
우린 녹음 버전을 들었을 뿐이어도..
그건 명도 와 채도 를 말하는 것 같아요.
뜬금 없이...죄송한 참견였죠?

지난번에 적어내려가다..말고..
그먕 지나갔어요.
오지랖..이다..하고.
역시...음악이 말을 걸어요..하루키가 아니고..ㅎㅎ 랍니다!
좋은 오후 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