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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배우는 사람 창비세계문학 30
토머스 핀천 지음, 박인찬 옮김 / 창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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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후보로 오른다는 토마스 핀천의 유일한 소설집이다. 모두 다섯 편이 실려 있는데 이 중에서 네 편은 대학 다닐 때 쓴 것이고, 마지막 한 편은 작가로 데뷔한 후 발표한 글이다. 이 단편집이 나온 것은 작가 데뷔 후 쓴 <은밀한 통합>(1964년)이 나온 지 20년이 지난 1984년이다. 재미난 점은 이 단편집에 작가 서문을 일반 작가의 서문과 완전히 다르게 썼다는 것이다. 습작 시절의 작품에 대한 그의 감상과 비평이 아주 신랄하고 자세하게 나와 있다. 그 어떤 평론가로 이보다 더 잘 쓸 수 없지 않을까 할 정도다. 그런데 문제는 이 글을 읽고 난 후 소설을 읽으니 더 쉽게 이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이 더 복잡하게 꼬인다는 것이다. 물론 이 부분은 전적으로 나의 탓이다. 개인적으로 단편들을 모두 읽은 후 이 서문 읽기를 권하고 싶다.

 

이 단편집 이전에 단 한 번도 핀천의 소설을 읽은 적이 없다. <브이>를 헌책방에 구입했지만 그 두툼한 분량에 압도되어 팽개쳤다가 지금은 어디에 놓아두었는지도 잘 모른다. 이번 단편집을 읽으면서 느낀 것이 있는데 아마 그때 <브이>를 펼쳤다면 읽다가 중간에 그만두었을 것이다. 문장이 어렵다거나 내용과 구성이 복잡하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라 왠지 그의 글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뭔가 때문이다. 그 뭔가를 잘 모르니 작가 서문의 이미지에 끌려 다니면서 엉뚱한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그러니 소설을 제대로 즐길 수가 없다. 다음에 좀더 느린 속도로 여유있게 읽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섯 편의 이야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이슬비>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지 파악하는 것이 힘들었고, <로우랜드>의 마지막 장면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의문이 생겼다. <앤트로피>는 두 층 사이에 벌어지는 상황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언더 더 로즈>는 시대를 잘못 파악하면서 완전히 딴 길로 빠져버렸다. <은밀한 통합>도 역시 잘못된 오독으로 엉뚱한 생각만 하면서 제대로 몰입하지 못했다. 이런 오독과 착각은 어느 한 순간 잘못된 길로 생각이 빠지면서 시작되었다. 어떤 부분은 작가의 서문을 읽고 예상보다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란 오만에서 비롯했다.

 

핀천에 대한 평가 중 ‘싸이버펑크 SF문학의 선조로 인정받는 소설가’란 부분에 솔직히 끌린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이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단편집을 읽으면서 사실 그런 부분을 발견하지 못했다. 아마 나의 오독이나 싸이버펑크에 대한 이해 부족이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다른 작품을 아직 읽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집에 있는 <브이>나 아직 사지 못한 <제49호 품목의 경매> 등을 모두 읽은 후에는 가능할 것 같다. 그리고 핀천이 샐린저처럼 은둔 작가란 사실은 아주 낯설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샐린저의 소설에 아직도 빠지지 못하고 있는데 핀천도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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