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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심장 열린책들 세계문학 213
미하일 불가꼬프 지음, 정연호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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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 볼가꼬프의 중편소설집이다. 표제작 <개의 심장>과 <악마의 서사시> 두 편이 실려 있다. 그렇게 긴 분량이 아닌데 읽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그것은 언제나처럼 러시아 이름 등이 입이나 눈에 익숙하지 않은 것과 내용과 전개가 상당히 난해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름이라도 좀 간단했다면 속도가 나고 좀더 집중하면서 재미를 누렸을지 모르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는 중반까지 상당히 고전했다. 이 고전 덕분에 머릿속은 복잡해졌지만 그 여운은 강하게 남는다. 몇몇 장면과 상황이 지금도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작가의 출세작인 <거장과 마르가리따>를 읽기가 상당히 두렵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의 심장>은 어느 정도 설정을 알고 읽으면서 도입부를 오해했다. 개가 생각하는 것들이 이미 수술 후 상황처럼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아니면 나 자신만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샤릭이란 떠돌이 개가 어슬렁거리는 장면은 의인화가 너무 잘 되어있었다. 그런데 이 개가 소시지에 유혹당해 필립 필리뽀비치 교수 집으로 들어간다. 이때만 해도 좋은 집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귀족개처럼 생각했다. 교수의 실험에 의해 새로운 존재로 바뀌면서 완전한 착각이었음이 드러난다. 이 실험방식의 실현 가능성 여부는 뒤로 하고 개가 사람처럼 바뀐다. 여기서부터 바뀐 존재 샤리꼬프의 전횡과 무례함과 파괴와 폭력 등이 펼쳐진다.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성향과 그 시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러시아 혁명 후 사회, 문화, 경제적 혼란과 어려움은 극에 달해 있었다. 과격한 사회혁명은 기존 삶을 완전히 바꿀 것을 강요하지만 이것이 모두에게 쉽게 적용될 리가 없다. 경제적 빈곤은 삶을 더 힘들게 만든다. 부르조아를 타도했지만 혁명세력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 이것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장면이 필립 교수의 집과 병원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소동이다. 주택위원회가 한 사람의 권력자에게 너무 쉽게 무너진다. 혁명이 뿌리내리지 못해 일어난 일시적 현상이라고 하기에는 그 후 러시아 역사가 너무 많이 그리고 자주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

 

자연의 법칙을 위반한 수술 때문에 필립 교수 일행은 고통 받는다. 샤리꼬프의 행동이 너무나도 많은 혼란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때 “의사 선생, 인류는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진화론적인 질서 속에서 매년 수없이 많은 대중으로부터 가치 없고 쓸모없는 사람들이 배출되어 나오면서도 이 세상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유명한 천재들이 수없이 창조되고 있다는 것을 말이오.”(191쪽)라고 말한 교수의 말 속엔 작가가 생각하고 느낀 혁명에 대한 반론이 담겨 있다. 어쩌면 이 말을 하기 위해 샤릭을 샤리꼬프로 만들었는지 모른다. 덧붙이자면 샤리꼬프가 된 후 이야기는 상당히 진도가 잘 나가고 흥미롭다.

 

<악마의 서사시>는 난해하다. 현실에 기반을 두고 이야기가 비약한다. 착각과 오해가 만들어낸 상황들이 이어지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 파편적이라 전혀 몰입할 수 없었다. 전통적인 서사 구조를 넘어선 진행이다. 동문서답이 오가는 장면들이 이어질 때는 뭐지? 라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앞부분에서 급여 대신 생산품을 받을 때만 해도 전혀 생각하지 못한 전개다. 주인공의 착각에서 비롯한 실직이 새로운 모험으로 이어진다. 쌍둥이가 핵심인데 당사자는 이것을 전혀 알지 못한다. 또 그와 비슷한 이름을 둘러싼 오해는 다른 상황을 만든다. 이 두 상황이 뒤섞이면서 만들어내는 장면들은 읽으면서 하나로 연결하기가 어렵다. 그냥 달릴 뿐이다. 하나의 명령에 의해 기계적으로 움직인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라는 평을 제대로 감상조차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뭔가 하나씩 머릿속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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