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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랩소디
애덤 셸 지음, 문영혜 옮김 / 문예중앙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몇 년 전에 토마토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다시 토마토를 열심히 먹은 적이 있다. 건강 관련 TV프로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때는 무척 즐겨 먹었던 야채인 토마토를 잘 먹지 않을 때였다. 아마도 물기 있는 토마토를 포크 등으로 찍어 먹어야 하는 약간의 번거로움과 다른 단 음식들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도 그냥 집에 토마토만 놓아두면 손이 잘 가지 않는다. 대신 방울토마토는 잘 먹는다. 이런 귀차니즘은 건강과 식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나에게 토마토를 가열하면 더 좋다는 정보가 효율을 발휘하기는 힘들다. 가끔 먹는 스파게티로 대신 할 뿐이다. 토마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수많은 추억과 기억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이 야채가 우리 삶에 참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모양이다.

이 소설의 무대는 중세 토스카나 지역이다. 큰 도시가 아니라 조그마한 마을이다. 하지만 이 조그마한 마을 속에서 벌어지는 ‘사랑, 욕망, 그리고 금지된 열매에 관한 우화’는 결코 작지 않다. 개성 강한 인물들과 사랑스러운 남녀를 등장시켜 아슬아슬한 상황들을 연출한다. 책 중간중간에 작가가 개입하고, 가공의 작가 논문을 등장시켜 극의 전개를 설명한다. 이런 설정은 잠시 이야기 밖으로 빠져나와 주변을 둘러보고,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예상하게 만든다. 이 잠시 동안의 시간이 바로 다음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들기도 한다.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몇 가지 설정에 의해 이야기는 진행된다. 첫 째는 당연히 남자 주인공 다비도의 할아버지 논노에 대한 것이다. 유대인인 그가 그 유명한 콜롬보를 따라 아메리카 여행을 다녀왔고, 오면서 토마토 씨앗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 설정은 살짝 뒤로 가면서 흐려지지만 메디치 가의 노골적인 패러디인 메두치 가의 등장으로 인해 풍성한 상상력이 빚어내는 즐거움에 빠지게 만든다. 메두치 가의 놀라운 가계도와 코시모 대공의 변신 등은 또 다른 즐거움을 주고, 마지막엔 놀라운 반전을 펼친다.

가장 중요한 설정은 역시 두 남녀의 사랑으로 만들어지는 토마토 소스와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음식 피자다. 다비도가 토마토에 대한 사랑에 빠져 있고, 마리가 올리브에 대한 전문가다. 이 둘은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이 둘의 사랑은 유대인과 이탈리아인 사이란 거대한 틈이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두 남녀에게 이런 틈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순수한 열정과 사랑이 있을 뿐이다. 다만 이 둘의 사랑을 질시하고 이로 인해 이익만 얻으려고 하는 악당 주세페가 있을 뿐이다. 이 악당은 유일하게 소설 속에서 음모를 꾸미고, 혹시 무슨 나쁜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게 하고, 어떤 결말로 이어질까 기대하게 만든다. 순박한 시골 사람들 속에서 잔혹하고 가차 없는 그의 행동은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다.

주세페의 손발로 움직이는 베니토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주세페에 의해 정신이 피폐해졌지만 아직도 이성이 남아있고, 미신과 질투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완전히 그의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가끔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시도로 인해 생기는 에피소드는 웃음과 즐거움을 던져준다. 이 인물과 함께 메두치 가의 요리사 루이지는 의미심장한 요리법을 전해준다. 그것은 분노를 섞어 요리하기다. 처음엔 무심코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는데 점점 일상의 삶으로 옮겨오기 시작했다. 예전에 어머니가 가끔 혹은 자주 이런 요리를 한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금도 드라마에서 이런 장면들이 나오는 것을 보니 아주 긴 역사와 전통을 지닌 요리법인 것은 분명한 모양이다.

토마토가 한 마을에 정착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물은 신부 굿 파드레다. 그의 놀라운 외모뿐만 아니라 이력도 흥미롭다. 그가 존재함으로서 토마토가 올리브와 결합을 하게 되고, 소스로 변하게 된다. 당시 마을 사람들은 토마토를 금지된 열매이자 먹으면 죽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불식시킨 인물이 바로 그다. 덕분에 다비도의 사랑이 힘을 얻고, 마리의 삶에 열정과 활력을 불러온다. 그의 첫 등장에서 생각한 만큼 큰 역할을 하지는 않았지만 큰 흐름 속에서 주요한 역할을 변함없이 하는 것도 사실이다.

단순히 이야기의 흐름만 쫓아가지 않고 살짝 주변을 둘러보면 풍성한 볼거리와 재미가 널려있다. 에피소드 속에서, 하나의 가계도에, 요리사의 요리 속에, 두 문화의 충돌 속에, 숨겨진 과거 등에 말이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그것은 그 마을 사람들이 각운을 맞춰 말하는 느낌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웃음과 울음의 두 상관관계를 녹여낸 부분은 삶의 지닌 희비극을 제대로 보여준다. 아픔 속에 담겨 있는 웃음과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라는 노래 가사처럼 그 속에 담긴 슬픔 등이 가슴으로 와 닿는다. 그리고 읽는 동안 나의 미각은 많은 고생을 했다. 토마토를 베어 물고 그 즙을 입가에 흘리는 모습에서, 올리브 절임에서, 토마토 소스가 만들어진 후 만들어진 원시적인 피자의 모습 등에서 끊임없이 입맛을 다신다.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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