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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을 보면서 혹시 나도 유죄가 아닌가, 생각했다. 맞다. 유죄다. 지금 누군가를 좋아하지만 사랑이라고 하기엔 조금 거리가 있다. 나 자신을 모두 던지고, 이성을 잃고, 가슴이 타오르는 사랑을 이젠 잘 하지 못한다. 글 속에 나온 것처럼 사랑은 버스 같은 것이라 다시 오겠지만 지금은 그 버스가 아직 오지 않았다. 어쩌면 한 정거장 앞에서 출발했을지 모른다. 아니 그러기를 바란다.
노희경. 이 작가와 인정옥 작가를 자주 헷갈려한다. 외모가 닮지도 않았고, 주인공들의 연기도 다른데 말이다. 물론 나 자신이 텔레비전을 자주 보지 않기에 이런 오해가 생겼는지 모른다. 인정옥 작가의 <내 멋대로 해라>를 아직 보지도 않았고, 노희경 작가의 <거짓말> 등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나에게 이 둘은 마니아 작가란 이미지 때문에 항상 착각을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인정옥 작가의 작품을 노희경의 것으로 오해하는 점이다. 이 점은 정말 미안하다. 나의 무지함 탓이다. 다음엔 제대로 기억하려고 노력해보겠다. 하지만 장담은 못한다. 한국 드라마를 잘 보지 않으니까.
많지 않은 분량이다. 마니아를 이끌고 다니는 작가답게 문장과 감성은 건조하면서 자극적이다. 작가가 10년 동안 쓴 글을 모아 내어놓았다는데 상당히 적은 분량이라 조금 놀란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 대한 글이 없었다면 아마 더 분량이 적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적은 분량에 그녀의 삶을 이해하게 만드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녀의 성장기, 어머니, 아버지, 청춘, 연애 등등. 10년 전, 20년 전 글과 감정을 다시 돌아본 글을 보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좀더 부드러워졌음을 알게 되었고, 사람에 대한 이해와 관계에 좀더 폭이 넓어지고 깊어졌음을 보게 된다. 어쩌면 그래서 읽다 잠시 멈추고 생각에 빠지는 줄도 모른다.
그녀의 많은 이야기 중에서 인상적인 것 몇 개 있다. 첫 사랑 이야기, 그녀의 엄마에 대한 잘못된 기억, 표민수 PD에게 보내는 편지, 미웠던 아버지 이야기다. 결코 모범생이 아니었던 그녀가 삶을 살아가면서 만난 수많은 인연 중에서 이 이야기에 눈길이 가는 것은 아마 나의 기억과 추억 때문일 것이다. 아련한 기억 속에 남은 나의 첫 사랑, 점점 잊어가는 엄마에 대한 옛 기억들, 마음이 맞는 친구와 정신없이 이야기하던 그 때, 나이가 들면서 점점 약해지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과 마음이 조금은 그녀의 경험과 동조를 한 모양이다.
젊은 시절 그녀의 글에서 보이던 오만과 자신감이 이젠 조금 힘이 빠진 것 같다. 그녀를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두 편의 영화는 기억을 되살리면서 옛 추억에 잠기게 한다. 그녀의 시선에서 본 두 여배우의 삶에선 내가 알지 못했던 그녀들의 참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나 자신이 보지 못한 <그들이 사는 세상>에 대한 글이 없다면 더욱 홀쭉해진 책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보지 못한 덕분인지 그 내용에 공감하지 못한 때문인지 가슴 깊숙이 아로새겨지지 않는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한 인기 드라마 작가의 시선으로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좀더 세상에 관대해지고, 솔직해지고, 따뜻해지는 그녀를 통해 나 자신이 조금씩 힘이 빠진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세상에 대해 힘을 빼기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 자신의 현재가 미래의 풍성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믿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시간이 가서 지난날의 내 글을 보는 맛이 참 쓰다. 부끄럽고, 때론 너무 여렸구나, 그 여리고 어리석은 탓에 세상 살기가 고단도 했겠구나, 괜한 연민도 생긴다. 그러면서도, 생각이 변하고, 사람이 변하고, 마음이 변하고, 다 변하는 것이구 나를 알아가는 게 참 좋다. 10년 후에 난 또 이 글을 보고 무엇을 느끼려나. 기대가 된다.(1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