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대통령의 글쓰기」대한민국 글쓰기 대통령들 


대통령의 글쓰기 - 10점
강원국 지음/메디치미디어

 

 

 #1 최고의 글쓰기 책

 

 여태껏 내가 읽었던 글쓰기 책 중에서 단연 최고의 책이다. 글쓰기 책을 많이도 읽었다. 책마다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었지만 중복되는 내용도 많았다. 중복 중에서도 글쓰기 책에서 다른 글쓰기 책을 추천하는 경우가 꽤 있었는데, 최근에 나온 책 중에선 「대통령의 글쓰기」​추천을 빠트리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대통령의 글쓰기」에는 글쓰기에 충실한 기본과 재치있는 응용이 전부 담겨 있는 책이다. 덤으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 인문학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도 준다. 

 

 책을 읽으며 총 67개의 포스트 잇을 붙였다. 책이 총 327페이지니 적어도 책의 1/5 페이지에는 포스트 잇이 붙어있다는 얘기다. '이 책은 정말 좋은 책이다.' 라고 느낀 책에는 포스트 잇을 거의 붙이지 않거나 페이지 넘어가기가 무섭게 여러 개의 포스트 잇을 붙이곤 한다. 반드시 기억하고 싶을 때, 남들에게 알려주고 싶을 때, 다시 내 손으로 적어두어 내 몸에 익히고 싶을 때, 삶에서 그 문장이 필요할 때면 쉽게 찾을 수 있게 그럴 때 붙인다. 그만큼 이 책에는 '글쓰기'를 하며 놓치고 싶지 않은 노하우가 담겨 있다. 문예창작과에서 강의를 받으며 배웠던 것들을 책에서 찾으며 공감했고, 그 이상의 것들을 맛보며 감동했다.


 

 #2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글솜씨

 

끝으로, 두 대통령 모두 존경하는 사람으로 링컨을 첫손가락에 꼽는다. 그러나 이유는 다르다. 김 대통령은 링컨의 용서와 화해의 정신, 노 대통령은 겸손한 통합의 리더십이 존경하는 이유다. 이처럼 두 대통령은 여러 면에서 같으면서 달랐고, 다르면서 같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 한 가지는 있다.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필력이 있는 정치인으로 두 사람을 꼽는 데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P. 294 

 

 글쓰는 방법에 대한 감동 이외의 것으로 두 명의 대통령의 글솜씨가 굉장히 인상 깊다. 이 책은 두 명의 대통령이 평소에 언급했던 글 쓰는 방법과 작성했던 연설문을 기초로 글을 말한다. 보통 일반인의 경우 연설문을 쓰는 경우는 좀처럼 없어 내가 쓰는 글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통령의 글쓰기 방법이 모든 사람에게 통할만한 보편적 성격을 지닌 방법이라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들이 전문적인 작가도 아닌데 말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오를만큼의 역량을 지니고 쉴틈없이 단련한 사람이라면 이정도 글에 대한 식견을 가지고 있는 게 당연한 걸까. 오히려 반대일수도 있다. 그만큼 글에 대한 탐구욕을 지녔기 때문에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글은  생각하는 것보다 일상생활 많은 부분에 속해있다.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사람으로서 일정한 역량을 가지면 저절로 뿜어져 나온다. 학창 시절에도 언어 영역을 공부하면 자연스레 다른 과목의 점수도 오른다는 선생님들의 말씀이 있었다. 한 분야에 일만 시간을 투자하면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말처럼, 대한민국이라는 한 국가에 일만 시간 이상의 감정을 투자한 그들이 글에 대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점은 글 외의 큰 감동이다. 

 

 두 번째 이유는 글쓰기 분야에서 최고인 두 분과 함께했다는 것이다. 대통령 연설비서관실은 글을 쓰는 곳이다. 글 쓰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영광스러운 자리다. 더욱이 두 분은 대한민국 최고의 문필가였다. 그곳에서 일하면서 대한민국의 내노라하는 글쟁이들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학식이 높은 학자와 교수들, 치열하게 사는 운동가들도 만나봤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두 분 대통령과 견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P. 318

 

 

#3 인문학적인 대통령

 

 오랜만에 대학 동기를 만났다. 특이한 소설과 시를 잘 쓰던 친구였다. 흔히 말해 4차원. 문예창작과에서 4차원이라고 불릴 정도라면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르다. 생각과 행동을 따라잡기 힘들다. 작가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특이한 것'을 갈망하기 때문에 난 그 친구를 조금 부러워 했다. 동기와 정치 얘길 했다. 현 정부와 대통령을 비난하는 친구에게, 그렇다면 어떤 대통령을 원하는지 물었다. 그 친구는 인문학적인 대통령이라 딱 잘라 말했다.

 나는 노무현과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들이 재임하고 있던 시기에 상대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한 학창 시절이었다는 점이 변명이다. 가장 '인문학적'인 대통령들이 활동하고 있을 때 정치적인 자각이 없었다는 건 개인적인 큰 불행이다. 「대통령의 글쓰기」​가 주는 글쓰기 방법 이외의 테마는 바로 두 명의 인문학적인 대통령에 대한 이해다. 대외적으로, 상식적으로 알고 있던 모습에 대한 이면의 기록은 다른 글쓰기 책에는 없을 큰 매력이다. 그 둘의 글을 만났다는 건 정말 분에 넘치는 영광이다. 

 

 2004년 11월 브라질 방문 시 룰라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대통령 표현을 빌리자면 '귀국해서 국민에게 자랑할 것이 한 보따리'일만큼 많은 현안이 해결됐다. 이에 대한 감사의 뜻을 대통령은 이렇게 표시했다.

  "선물을 너무 많이 받아서 비행기가 뜰 수 있을지 걱정이니다."

 이런 유머가 나오기까지 얽힌 에피소드가 있다. 정상회담 도중 룰라가 시가를 피워 물었다.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노 대통령도 시가를 한 대 달라고 했다. '맞담배' 정상외교의 진풍경이 벌어졌고, 현안이 술술 풀여나갔다.

P. 255

 

대통령의 글쓰기 - 10점
강원국 지음/메디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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