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 - 교양인이 되기 위한 내 생애 첫 인문학
박홍순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저는 인문학의 처음인데요」인문학은 사람답게 살기를 권한다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 - 
박홍순 지음/한빛비즈

 

 

 #1 인문학이 대체 뭐란 말인가

 

 네이버 국어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인문학이란 언어, 문학, 역사, 철학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되어 있다. 쉽게 말하자면 인간에 대해 연구한다는 말인데 쉽사리 개념이 잡히지 않는다. 인문학이란 대체 뭘까? ​ 인문학이 어느 때보다 주목 받고 있다. ​인문학에 대해 말하는 책들이 베스트 셀러에 심심치 않게 오른다. 유명인, 전문가들의 인문학 강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문학을 인문학으로 읽고 있으면서도 내가 내 머리 속에서 인문학을​ 정의할 수 없어 그 인문학은 나의 인문학이 아니었다.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를 읽으면서, 난생 바다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커다란 보름달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그렇게 인문학을 대하며 읽었다. 지금은 누군가 나에게 인문학이 뭐냐고 물을 때 답할 말이 생겼다. 인문학이란 인간답게 살아가는 삶이다. 

 

 마르쿠제의 지적처럼 현대의 도시인들은 "자동차에서, 하이파이 전축에서, 주택에서, 부엌시설에서 자신의 영혼을 발견한다." 오직 소비만이 점령군처럼 도시의 곳곳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대다수 현대인은 더 이상 내면에서 자신을 찾지 않는다. 정신적 가치나 삶의 가치보다는 새로운 상품 속에서 자신을 발견할 뿐이다. 아파트의 브랜드나 평수가 자신이다. 집은 어떤 사람의 지위나 성공의 정도를 가장 잘 반영하는 척도가 되었다. 또한 자동차의 엠블럼과 배기량이 곧 자신이다. 유행에 맞는 옷, 장식품 등의 상품 속에서 자신의 영혼을 확인한다. 

P. 90 

 

 

 #2 인간이라는 정체성

 

 인문학에 사람들의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는 우리가 살만해졌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 문제, 생존의 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되고 나서는 사람들은 사람다운 삶을 바라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불안한 현대의 문제점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고 개선해야 된다는 생각을 공통적으로 가지게 된 것이다.

 실제로 생존이 안정권에 들어 온 현대는 온갖 사람답지 못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아파트 단지가 빼곡히 들어 있는 삶의 양식을 보라. 똑같은 시간에 사람들은 똑같은 목표를 향해 문을 연다. 돈을 벌어야 된다는 일념으로 일상을 반복한다. 이것이 양계장에서 계란을 생산하는 닭과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사람들은 위의 지문처럼 '나'라는 유일무이한 정체성과 개성을 잊어버린 채 소유에 자신을 투영한다. 살고 있는 아파트, 타고 다니는 차가 곧 명함이 되어 버린 일은 아주 오래전이다. 

 '왜?' 라는 상상을 해본 것은 언제인가? 우리는 기계적인 가이드 라인과 도처에 해답이라고 깔려 있는 똑같은 이상을 바라보며 산다. 네비게이션에 신경이 쏠려 내 앞길을 찾아가지 못하고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라는 해답만을 바란다.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려는 데 급급하여 창조의 중요성을 잊고 산다. 오죽하면 인간 근본의 창조적 행위인 출산마저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을까. 이게 과연 인간다운 삶인가. 

 

 소유양식에 젖은 학생들은 단 한 가지 목표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즉, 배운 것을 단단히 외우거나 또는 노트를 소중히 간직함으로써 '배운 것'을 지키는 일이다. 그들은 어떤 새로운 것을 생산하거나 창조할 필요가 없다. 

P. 209

 

 #3 책을 잠시 내려놓고…

 

 나는 잠시 이 책을 덮었다. 맛있는 음식을 나중에 먹으려 아껴두는 심정과 같다. 「나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에서 주제와 걸맞게 소개 된 책들을 같이 읽으며 조금 더 인문학에 대해 곱씹기 위해서다. 치킨과 맥주, 피자와 콜라, 삽겹살과 소주처럼 음식과 음식이 절묘한 조합을 만들어내듯, 인문학의 진수가 담겨있는 책들을 「나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와 함께 읽고 싶다. '왜?'라는 상상을 하며 지나온 나를 돌아보고 죽음을 마주할 수 있으며 인간과 관계를 베풀 줄 아는 '나'. 소유보다는 창조를 꿈꾸고 시간을 즐길 줄 아는 '나'가 되기 위해서 인문학을 읽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무슨 대단히 형이상학적인 의미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인문학이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지는 바로 행복이다. 

P. 39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 - 
박홍순 지음/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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