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
데이비드 뱃스톤 지음, 나현영 옮김 / 알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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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보는 티비 프로그램 중에 지금은 진행자가 바뀌긴 했지만 <W>라는 프로가 있다. 세상사는 이야기, 우리가 모르는 바다너머 국경넘어 나라의 아름답거나 아니면 참혹한 이야기들을 전해주는 프로인데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와 다른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에 흥분되기도 하고 때론 안타깝기도 아프기도 슬프기도 한 마음에 공감이 많이 되어서 자주 보고 있다.

 

그중 언제 본 적이 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소년병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많이 남았었다. 열살 채 남짓한 어린 아이들과 열대엿살 정도년 소년들이 손에 무기와 칼같은 흉기를 들고 어른들을 위협하며 약탈과 간강 그리고 사람들에게 상해를 입히며 마약에 쩔어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 친구들은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인간병기가 되어 총칼을 들고 명분 없는 전쟁을 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의 신체를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잘라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마저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황폐해져 가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싶었고 그 이외에도 엄마뱃속에서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에이즈와 어린 소녀들에게 자행되는 할렘의 풍습, 인간이하의 대우를 받으며 살고 있는 이슬람 여성들의 생활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일들이었다.

 

21세기다. 첨단 문물이 넘쳐나고 전문화되고 발전된 학문으로 인해 문화는 매일매일 진화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점점 더 편리한 것만 찾고 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원시적이며 폐쇄적인 일들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누가 꽃들이 입을 틀어막는가>는 어린 소녀들에게 벌어지는 인신매매나 성매매를 중점으로 있어서는 안되며 있을 수도 없는 범죄를 독자들에게 전함으로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젊은 여성들의 삶을 송두리채 가져가버리는 이 무책임하며 인면수심의 일은 인신매매를 통해 이루어진다. 책에서 인신매매의 주범은 세가지라고 동유럽에서 광범위한 반노예제활동을 벌이고 있는 체사레 신부는 말한다. 그 첫째가 가나, 둘째로 수요를 부추기는 성 구매자들, 마지막으로 인신매매업자들이다. p233

 

<테이큰>이란 영화가 있었다. 파리 여행을 간 딸이 인신매매범에게 납치가 되고 딸을 구해내기 위해 전직 특수부대 요원인 아버지가 나서는 영화였는데 그 때 놀랐던 것은 여성들을 납치하고 인신매매를 하는 곳이 꼭 후진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거였다. 또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는 사람들조차도 성을 사고 파는 일에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경악했었다. 설마 영화에서나 있겠지 했던 일이 책 속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는 피해여성들 또한 셀 수 없다고 말한다.

 

나는 개인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p327

 

이 책을 읽으며 두근거리고 답답했던 마음이 이제 좀 밝은 희망을 보는 듯 하다. 나 자신도 아주 미약한 힘일지 모르나 이제 좀 다양한 각도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의식만이라도 곧게 가지며 불행한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S본부의 <긴급구조 SOS 24> 에서 구출되어지는 우리의 이웃들이 어쩜 내 주위에도 있는데 나는 모르고 지나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며 그들에게 세상은 따뜻한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겐 있다는 것을 상기한다. 함께 사는 세상이니까....

 

가슴에 많이 남는 책을 읽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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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년 뒤에 쓰는 반성문>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삼십 년 뒤에 쓰는 반성문 문지 푸른 문학
김도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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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첫 기억은 뭐야?"

느닷없는 아내의 질문이었다.

" ......첫 기억이라니?"

"음...... 가장 어렸을 때의 기억 말이야. 지금도 잊히지 않는 기억."

 

책을 읽다말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나의 첫 기억은 뭘까? 아무리 생각해 보지만 뚜렷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누구처럼 오줌을 싸고 키를 쓰고 소금을 얻으러 다닌 적도 없고 엄마 젖냄새가 그리워 파고든 기억도 없다. 워낙 기억력이 좋지 않다보니 초등학교 시절부터 기억하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일생이 별반 큰 무리없이 흘러갔던 터라 특별히 뇌리에 남아 있는 것은 없는 듯 하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오래된 추억이 없을까 하고 나에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을 하게 만든 것은 김도영 작가의 <삼십 년 뒤에 쓰는 반성문>이다. 중학교 때 선생님께서 병중에 계시다는 말을 듣고 동창들과 방문한 병원에서 주인공인 소설가는 뜻밖의 말을 선생님께 듣게 된다. 바로 학창시절 받았던 반성문 500매에 대한 벌칙을 선생님께서 기억하시고 아직도 기다리고 계신다는 거다. 반성문 500매에 대한 벌은 저자가 백일장에 내야 하는 글을 학생잡지에서 표절을 해서 나름 잘 포장을 해서 내었던 것을 선생님께서 발견하시고 받은 벌로 이리빼고 저리빼고 결국은 선생님께서는 반성문의 제출에 기한을 두지 않겠다 말씀하셨고 그러다 보니 졸업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나도 그런 기억이 하나 있기는 하다. 학교 독후감대회에 글을 내야 하는데 책은 읽었으나 글을 쓰는 재주가 별로 없었던 나로서는 난감하기 이루말할 수 없었고 어린마음에 책 앞부분에 있던 저자의 말과 작품소개등을 적당히 조합해 제출해 상을 받았었던 황당한 일이다.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창피한 일이지만 이 책을 읽기전 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소설가는 반성문을 쓰기 시작한다. 반성문은 그에게 과거를 들여다 보는 창이 되어 준다. 시골동네 정류장, 여학생, 첫사랑, 그림, 순수했던 마음, 친구들, 하나하나 돌아보는 그 길에는 정말 많은 추억들이 쌓여 있었다. 글은 따뜻했고 웃음짓게 했으며 공유할 수 있는 추억거리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전쟁터 같은 삶속에서 매일을 지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어린시절은 있었고 철없던 시절의 기억속에는 나름 어른스러운 면모를 보이기 위해 애썼던 모습들이 있었다. 원고지 오백매짜리 반성문에 담긴 반성문은 반성문이라기 보다는 잃어버렸던 소중한 어떤 것들을 기억해 내기 위한 보물찾기였는지도 모르겠다. 한번의 거짓말과 한번의 변명들이 반복되어가면서 기성세대에 물들어 버린 우리들이 돌아봤을때 깨끗하고 맑았던 영혼을 가진 그 시절에 남겨둔 무엇을 찾기 위한 ...

 

이런 글을 읽고 나면 참 마음이 그렁그렁해진다. 내게도 추억을 공유할 친구가 있었고 나에게 애정을 쏟아주신 선생님이 계셨을 테고 숙제와 시험에 힘들어 하면서도 즐길 수 밖에 없었던 때가 있었을 텐데.... 그 시절은 다 어디로 언제 사라진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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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세상을 호령하다 - 조선의 문학과 예술을 꽃피운 명문장가들의 뜨겁고도 매혹적인 인생예찬
이종묵 지음 / 김영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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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한자 읽고 쓰기이다. 중학교 때까지는 한자를 배우고 익히며 성적도 곧잘 나왔다고 생각하는데 생활속에서 한자가 사라진 지 너무 오래되서 그런가 읽는 것을 말할 것도 없고 쓰는 것을 더욱 힘들다. 그래서 그럴까 옛 성인들의 말씀은 원래 글자 속에 담긴 깊은 뜻을 헤아려야 한다는데 잘 읽지 못하고 잘 해석하지 못하니 어렵다고 지레 겁을 먹었던 거 같다. 성인들의 말씀을 풀어놓은 서적을 읽으려 노력하고 그 안에서 삶의 지혜를 찾아보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가까이 있는 책들이 옛글이 담긴 책이 아닌 것을 보면 은연중 멀리하고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런 나에게 한문학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탁월한 분석, 대중적인 글쓰기 하고 계시다는 서울대 이종묵 교수의 신작 <글로 세상을 호령하다> 를 읽게 된 것은 행운인지도 모르겠다.

 

" 옛글을 읽노라면 도심의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도 아름다운 옛풍관을 즐길 수 있다. 남들은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다른 세상을 옛글을 읽음으로 차지할 수 있으니, 옛글이야말로 내가 좋아하는 세상을 호령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이 바로 옛글이 지닌 힘이다,"

- 저자의 말 중에서 

 

조선시대 명문장가인 이익, 이이, 유득공, 서유구 등의 한시를 통해 당시 멋과 풍류,글과 음악을 주도했던 이들의 생각과 삶, 그리고 가치관 등을 들여다 볼 수가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다는 것은 보통의 인물들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후세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고 흘리듯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세우고 따르고자 했던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글을 잘 쓰는 만큼 읽은 책도 많았을 것이고 아는 것이 많은 만큼 학자로서 관리로서의 입지와 행동에 고민과 번뇌가 있었을 것이고 정치판의 소용돌이속에서 구속되어지고 선택되어져야 하는 아픔과 상처가 있었을 것이다. 편하고 여유로운 생활만이 전부가 아니었던 그분들이 늘 마음을 닦으면서 남긴 명문장속에서 나는 무엇을 느끼게 되는가 한줄 한줄이 참으로 소중하게 느껴진다.

 

때론 유머스럽기도 하고 때론 아주 진지하기도 하다. 반가운 것은 책에 대한 이야기이다. 장혼은 수백근 되는 무거운 물건을 들고 다닐 수 없지만 다섯수레의 책을 돌돌 말아 가슴속안에 넣어 다닐 수 있으니 책속의 지식은 늘 함께 할 수 있음을 말하였고 김윤식은 예전 정의란 사람이 사재를 털어 서책 8천권을 모아두는 것이 학문을 좋아하는 이가 반드시 후세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었음을 말하며 누대에 걸쳐 내려온 고적들을 모아 집고루라 한 방에 두고 다른 사람들이 늘 볼수 있는 배려를 하기도 한다. 남유용은 마음을 미치게 하는 물건으로 술과 책을 꼽으며 책 일만권과 술 한병을 두면 정말 한번 마시고 한 번 시를 읊조리기에 충분하다 했으니 내가 가지고 있는 책에 대한 욕심이 욕심만으로 끝나지를 않기를 바라며 흐뭇하게 책장을 바라보게 된다. 또한 뮨인 윤기는 "나쁜 사람, 나쁜 책, 나쁜 산수는 없다" 말한다. 사람의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일뿐 늘 좋은 사람과 좋은 책,좋은 풍광을 보며 뜻을 세우라는 교훈을 남기기도 한다.

 

자신의 이야기거리를 풀어놓은 일종의 에세이다. 그런데 그 안에서 위대한 가르침을 얻는다. 너무 유명한 분들이라 그 이름 석자만으로도 기억되는데 그 글을 읽다보면 왜 이 분들이 몇백년이 지나서도 회자되고 남기신 글들에 별점 다섯개 아니 열개를 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명문장인지를 알고 감탄을 하며 고개를 숙이게 된다. 당시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라면 어린시절부터 읽고 외우고 공부하던 중용, 논어, 주역, 장자등에서 적재적소에 필요한 글을 인용하고 해석해 주며 생활에 적용시키는 멋진 모습이 담겨 있는 것이다.

 

딱딱하다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다 아는 이야기를 또 주절이 남겼다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좋은 글은 사람을 변하게도 옳은 생각을 가지게 하고 행동을 함에 지침이 되기도 하기에 꼭 한번 읽어 보았음 하는 생각을 한다. 다행이 한문 원문은 말미에 수록하고 본문은 그닥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으며 책의 중간중간에 옛지도라 할 수 있는 <영종도>나 작가미상의 <선묘조제재경수연도>, 멋진 필체를 자랑하는 홍양호의 <만류제비>, 강세황의 <태종대>, 이정의 <묵죽도> 그리고 너무나도 멋진 이인문의 <송석원시사아회도><누각아집도>등 너무나도 멋진 서화들이 담겨 있어 눈을 즐겁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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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의 시대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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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이렇게도 소설이 발견되기도 하나 보다. <쥬라기 공원>으로 잘 알려진 마이클 크라이튼의 유작인 <해적의 시대는> 2008년 그가 죽은 후 그의 컴퓨터를 정리하다 발견된 작품이라고 한다. <쥬라기 공원>과 <넥스트> 그리고 <스피어>등 독특한 상상력이 담긴 그의 작품들이 영화화되었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미 이 책의 판권을 사들였다고 하니 한번 읽기 시작하면 끝을 보고야만 말게 된다는 저자의 마지막 작품이 궁금할 수 밖에 없다. 저자가 살아있을 때 세상 빛을 보지 못하고 이제야 발간이 됐음에도 미국에서 초판 100만부를 찍어 내었다니 그 느낌이 새롭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해적이야기다. 원래 해적은 바다위의 도적들인데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조니 뎁이 연기한 잭 스패로우와  올랜드 블럼의 윌 터너 덕분에 나쁘고 잔인한 면들 보다는 멋지고 용감하며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로 인식이 되어 버린 듯하다. 그래서 그랬을까. 1966년 영국점령지인 포트로얄에서 흥미로운 일을 기다리는 사략선 (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정부로부터 적선을 공격하고 나포할 권리를 인정받은 무장 민간 선박이란다. 정말 이런 것이 있었을까?) 카산드라의 선장이며 유명한 해적인 찰스 헌터도 멋진 모습으로 등장한다. 보물섬이라 불리는 스페인배의 정박을 우연히 알게 되고 온몸의 피가 끓어오름을 느낀다. 포트로얄의 총동 제임스 에런트와 적당히 모의를 한 후 뒤로는 절벽이고 앞으로는 적의 막강한 대포로 인해 절대 접근이 불가하다는 난공불략의 섬에 있는 보물선의 탈취를 위해 선원들을 모으고 목숨을 건 항해를 시작한다.

 

늘 그렇듯 방해자가 있고 배 위의 말썽장이 여자가 있다. 누구는 죽고 죽임을 당하고 거친 바다 사나이들의 싸움은 잔인하기만 하다. 더구나 바다의 성난파도와도 싸워야 하고 바다의 괴물 크라켄( 캐리비안의 해적에만 등장하는 줄 알았더니 여기도 큰 문어같은 모습으로 나온다.)도 장난 아니다. 독화살을 날리며 인간을 잡아먹는 식인종도 등장하여 온몸을 서늘하게 만들고 헌터의 형의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죽여버려 복수의 대상이 되어 버린 악명높은 카살라와의 일전도 준비되어 있다.

 

그래서 헌터는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 그의 무리에는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독특한 인간들이 있다. 쥐의 창자로 도화선을 만들어 화약고를 날려버림으로서 마탄세로스 섬의 스페인 군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드는 돈 디에고, 여자이지만 절대로 얕봐서는 안되는 결정적 순간에 가슴을 드러내며 남자들에게 칼날을 맛을 보여주는 라쥐, 듬직하고 뱃사람으로서는 최고인 무어, 무자비하고 배신을 때리는 대는 일각연이 있지만 꼭 필요했기에 함께 할 수 밖에 없었던 상송, 그리고 최고의 항해사이자 의사인 앤더슨까지 마치 특공대같은 선원들로 금사냥을 나선다.

 

소설로도 재미있지만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면 그 멋짐이 얼마나 대단할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더구나 거장 스필버그의 손아래 만들어지는 영상이라면 또 한번의 사고를 칠 듯 한 생각이 들지 않는가. 엉성한 해적들의 호기있는 모험이 아니기에 전문가들의 손을 빌어 탄생할 <해적의 시대>는 캐스팅과 더불어 바다위에서 벌이는 해적들의 전쟁, 마탄세로스 섬의 절벽으로의 잡입모습, 암초를 피해 섬과 섬사이를 조심스럽게 항해하는 숨죽인 선원들의 긴장감, 크라켄과의 사투, 북소리가 둥둥 들리는 식인종들로부터의 숨가쁜 도망들을 어떻게 영상에 담아낼지 기대된다. 이미 책 속에서 경험했지만 상상이상의 영화가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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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가제 독고다이>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가미가제 독고다이 김별아 근대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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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징용이야기야? 라고 찡그린 표정을 짓기에는 우리의 역사가 너무나 아프다. 이제는 그 시절을 겪은 어르신분들도 많이 남아 계시지 않고 그 자식들조차도 비극적이라 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가슴 아파하기엔 시간이 많이 흘러버려 거부할 수도 지워질수도 없는 우리의 역사인데도 우리의 생활속에서 잊혀지는 듯한 것이 바로 일제강점기 민초들의 삶인 듯 하다. 그런 이야기를 <미실>의 김별아 작가가 조심스럽게 꺼낸 것이 <아미가제 독고다이>란 책이다.

 

그 애비 애미는 천것이었기에 백정의 아들로 자라 백정이기를 거부했으며 양반이 되기 위해 족보를 돈을 주고 사고 양반가문의 여자를 아내로 맞아 가정을 꾸리고 살아남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일본놈들에게 굽신거리고 배알까지 빼어줄 수밖에 없었던 한 남자 그리고 그 아들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메마르게 써 내려간 이 책을 읽는 내내 난 그토록 많았던 눈물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아프고 속상한 것만 봐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주주룩 흘러내리던 눈물은 비장하고 엄숙한 저자의 문장과 필체속에 쏙 들어간 듯 하다. 그래도 식민지하의 한 일가의 험난한 인생살이가 고스란히 느껴지고 속이 타들어가는 것이 역시 김별아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막힌 3대다. 숲에서 양반네들에게 윤간을 당한 할머니가 선택했던 동네 어리숙한 백정이었던 할아버지, 가난한 것도 천한 것도 싫어 동물적인 감각으로 돈을 벌어대고 나라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신분 상승만을 꿈꾸는 아버지, 혁명전사가 되어 이데올로기에 빠져있다 일본놈들에게 고문과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다 결정적 순간 전향해버린 형 경식, 방탕한 생활을 했었지만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형을 대신해 군인이 되어 가미가제가 되는 나 '하윤식'. 여자들 또한 그렇다. 열 여섯살 인생이 끝나버릴 것 같은 일을 겪었음에도 나름 대처를 잘해 살아남은 할머니, 신여성이었지만 친구의 애인을 가로챘단 소리를 들으며 돈 많이 버는 남편을 얻었지만 쇼핑 종교로 허울뿐인 현모양처의 인생을 이어가는 어머니, 아버지의 도박빛으로 정신대로 끌려가게 된 자신을 구해주는 윤식 대신 형과 결혼을 하게 되는 현옥까지 그 시대 그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며 어떻게 살고 있었던 것일까?

 

소설속에서의  한 가족의 삶에는 왠지 비참함이 그리 많이 묻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끝나지 않을 인생을 이어이어가는 끈질김이 있다. 죽음도 마음대로 되지 않고 때론 희망처럼 비쳐져 운명까지도 비껴가게 하는 그런 모습들에 좀 더 강렬하게 다가온 것은 '사랑'이다. 신여성인 엄마와 결혼을 했지만 시골아낙네인 조강지처와의 끈끈함을 버리지 못하고, 아들을 전장으로 몰았지만 살아남기를 기원하는 아버지의 사랑도( 돈만 아는 줄 알았는데...) , 모던 보이로 한량으로 보내던 윤식이 한 여자를 통해 순수한 사랑을 알고 가미가제로 곧 죽을 예정이었음에도 열병으로 죽은 형을 대신해 그녀와 그녀의 뱃속의 조카까지 지키리라 지켜야 한다고 되뇌이다 보니 하늘이 도와준 건지 출정을 앞두고 비행장이 파괴되는 행운(?)을 얻게 되는 것도 그놈의 사랑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시간은 언제나 흐르고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항상 살아봐야 안다. 아픈 이야기였지만 다시는 되풀이 되면 안되는 그런 시간들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책읽기였다.

 

너의 마차를 별에 걸어라 - 에머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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