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큐피드의 동생을 쏘았는가
데이비드 헌트 지음, 김승욱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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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어두운 뒷골목 쓰레기 수거함에서 한 젊은 남자의 토막사체가 발견된다. 너무나도 조각같은 외모를 지니고 있었던, 거리에서 몸을 파는 남자였던 팀이 머리만 남아있는 변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도시는 매춘과 마약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정작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생활일뿐이다. 나 케이는 그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았었다. 남창이었지만 선했고 종교적 순교자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고 모델이었으며 내게는 소중한 친구였던 팀을 왜 도대체 누가 이토록 잔인하게 죽였을까? 이대로 팀의 죽음을 덮을 수는 없다로 시작된 진실에 대한 추적은 알수 없는 팀의 과거속으로 들어가면서 점점 미궁에 빠지게 되는데...

 

미국의 권위있는 람다 문학상과 아마존탓컴의 베스트셀러이며 뉴욕타임스의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으로 선정이 되었다는 <누가 큐피드의 동생을 쏘았는가>는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범죄 스릴러 소설의 대부 윌리엄 베이어가 데이비드 헌트라는 또 다른 필명으로 발표한 화제의 소설이다. 한 남자의 살인사건 얽혀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진실을 향해가는 사진작가 케이가 주인공이다. 색맹이면서 과다한 빛에 고통을 느끼는 사진작가 케이의 시야속에는 온통 흑과 백만이 존재할 뿐이다. 색을 잃어버린 사진작가라 저자의 설정이 참으로 독특하다.

 

욕망과 범죄로 얼룩져 있는 도시 뒷골목은 늘 안개로 가득하다. 우울하고 스산한 분위기 소설속에는 여장을 하고 몸을 파는 남창, 부와 명예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뒷골목에서 소년들을 탐닉하는 성 변태자들, 이란성 쌍둥이, 저맨서 마술로 돈을 버는 마술사, 은퇴한 경찰등 아웃사이더라고 해야 할까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들의 연속이다. 케이가 팀의 죽음에 관한 진실에 한발 한발 가까워질때마다 숨기고자 하는 이들의 폭력이 가해지고 팀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말하지 못하고 가슴에 담아둔 비밀이 하나하나 꺼내진다.

 

낮에는 넥타이에 양복을 입은 사람들과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젊은이들이 있고 밤에는 현란한 네온사인과 술에 취해 흔들리는 사람들이 있는 도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마치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8mm>를 보듯 왜 이들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안타까움에 가슴조이고 답답하며 있는자들의 횡포에 숨죽여야 하는 현실에 고통받는 그들이 보인다. 저자는 빛이 없는 곳에서 더욱 물체를 잘 볼 수 있는 케이의 장애를 통해 밝은 곳에서는 절대 드러나지 않았을 아웃사이더들의 삶의 고뇌와 무거운 짐을 독자들에게 나눠주며 쓸쓸함과 외로움을 드러낸다.

 

책을 손에서 뗄수가 없었다. 한 젊은 남자의 죽음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불행했던 쌍둥이 남매의 살아남기 위해 선택했어야 하는 고통스러운 과거로부터 십오년전의 미제로 남은 연쇄살인사건까지 파고 들게 되고  범인은 누구일까하는 궁금증에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진다. 팀의 몸을 사랑했던 사람들일까 아님 연쇄살인마의 살인행각을 모방한 누군가가 등장한 것일까.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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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1 - 인사편
조용헌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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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자의 책을 두번째 만난다. 처음 만났던 책은 <그림과 함께 보는 조용헌의 담화>로 좋은 글귀와 그림이 한데 어우러져 읽는 내내 즐거움과 사색의 기쁨을 선사해주었다. 저명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차분 글솜씨는 그 어렵다는 명리학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할 만큼 깊은 내공으로 다져진 것이었다.

이번에는 조선일보에 인기리에 연재하고 있는 '조용헌 살롱' 중에서 골라 엮어 묶은 "동양학강의"다. 저자가 강호를 유람하며 직접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 그리고 배운 삶의 지혜를 담아 내어 또 한번 인생을 사는 참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1권 인사편은 인물·사회·문화·문명으로 크게 나눈 후 사람의 이름, 역사, 사회, 정치, 가족, 민속, 시사, 지역, 의식주, 미술, 문학, 음악, 건강, 사고, 풍류, 기술, 유물, 재물등에서 흥미로움을 끌어내고  2권 천문편은 자연·천문·종교·운명으로 나누어 산과 바다, 동물과 식물, 날짜와 주역, 풍수, 종교, 유불선, 예언, 생사, 사주, 관상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 제목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이치가 다 들어 있을 듯 광범위하다. 가장 인간과 가까운 것들이기에 한 순간도 놓치고는 살 수 없는 분야들이다.

 

삶 자체가 공부거리라 생각하는지 일상의 소소한 궁금증들을 끝도 없이 풀어 내어 놓는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나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당연시 받아들이고 그 소중함과 진지함에 대해 생각해 보지 못했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강호유람의 고수인 저자가 오랜시간이 걸려 터득한 것들을 책 한번 읽는다고 모두 알수는 없겠지만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 놓고 있어서 그런지 이야기는 길지 않지만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다.

 



글을 잘 쓰려면 어떤 훈련을 받아야 하는가? 우선 독서가 필요하다. 장하준, 장하석 형제가 20대 후반에 영국대학의 교수가 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엄청난 독서량이 받쳐주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초등학교 중등학교 시절에 대략 1000권 이상의 독서를 하였다. 독서를 많이 한다는 것은 지적 호기심이 강하다는의미고, 지적 호기심이란 것은 인간과 우주에 대한 의문이다. 왜 인간은 죽어야만 하는가? 왜 시간은 흘러가는 것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어떤 현상을 보고 왜 저런 것인가? 하는 의문이 끊임없이 일어나야 한다. 1권 p185



 

아무래도 내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니 이런 구절은 지나치기 힘들다. 읽는 것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글쓰기를 논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때론 읽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에 공감과 희망을 동시에 느껴볼 수 있는 구절이었다. 즐겁기 위해 읽는 책이지만 때론 그 안에서 나는 공부를 하고 있음을 안다. 다른 이의 삶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상 또한 내게는 배움의 길이라는 것이다.

 

역사와 철학, 동양의 고전에게 미래를 묻다.

동양학 강의라 해서 처음에 겁을 집어 먹고 엄청난 공부를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신문에 연재 했던 칼럼이라 그럴까 짧막짧막하게 부담없이 읽기 좋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는 개념보다는 옛 성인들의 이야기도 듣고 주변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도 들으며 마음을 조용조용하게 만들어 가는 매력이 있는 책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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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플랑크 평전 - 근대인의 세상을 종식시키고 양자도약의 시대를 연 천재 물리학자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이미선 옮김 / 김영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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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의 과학교육은 실험과 관찰이 아닌 암기 위주였고 고등학교가 문과와 이과로 나뉘어 특히나 문과친구들은 과학에 대한 관심은 멀어졌다. 과학은 늘 어려운 과목이었고 재물포( 재땜에 물리 포기했어)는 물리선생님의 단골 별명이 되어버렸고 학창시절에 충분한 고통을 안겨줬다. 내가 과학에 대한 배타심을 너무 직설적으로 얘기했나? ^^

 

물리를 배워본 사람이라면 플랑크상수가 얼마인지는 몰라도 그 이름은 기억할 것이다. 1900년 막스플랑크가 고온물체로부터 방출되는 열복사의 세기분포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한 상수로 h로 표시하는데 그 후 양자역학의 확립과 함께, 불확정성원리에 의한 서로 상보적 양은 각 불확정성의 곱이 h보다 커지도록 하는 것 외에는 동시에 측정되지 않는다는 점에 그 기본적 의미가 있으며, 물질입자의 입자성과 파동성의 이중성을 보증하는 상수로서, 미시적인 세계의 본질에 관계하는 중요한 양으로 간주되었다. 헉~ 사전에서 발췌했는데 무슨이야기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시 묻게 된다. 그래서 막스 플랑크가 누구야? 라고.. 

 

이 위대한 과학자의 과학적인 업적을 담은 <막스 플랑크평전>을 읽었다. 천재물리학자였지만 삶이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 세차례의 큰 전쟁을 겪었고 아내는 병으로, 딸들은 출산을 하며 잃고 형과 큰아들은 전쟁에서 죽고 작은 아들은 처형을 당해 네자녀를 모두 먼저 떠나보내는 슬픈 가족사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과학연구에 몰두하는 훌륭한 학자로서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나치치하에서도 유대과학자들을 옹호하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등 후배들에게 존경받을 수 밖에 없는 인품을 가졌음을 알수 있다. 또한 다 이해한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과학계의 경이로운 발견으로 비약적 발전을 하는 물리학의 흐름을 훑어보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막스 카를 에른스트 루트비히 플랑크 (Max Karl Ernst Ludwig Planck)는 양자역학의 기초를 성립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1918년에 노벨상을 받은 독일의 과학자이다. E=mc²의 공식을 만들어낸 무명의 과학자 아이슈타인을 발굴하였고 근대와 현대를 잇는 가교역활을 함으로써 과학계의 눈부신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양자역학의 발전으로 우리가 영화나 소설의 소재로 많이 보는 타임머신에 대한 이론을 설명하고 또 이를 이용한 시간여행이나 평행우주의 상상을 가능케 하였다니 실로 놀라운 분이 아닐수 없다.

 

사실 이 책은 얼마 전 전제원의 <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독서의 즐거움>에서 1년에 한 권정도는 과학책을 읽어야 한다는 글을 읽고 용기를 내어 선택한 책이다. 어릴적에는 위인전을 참 많이 읽었는데 나이를 들고 보니 남의 지극히 개인적인 삶을 들여다 보고 비평하는것에  관심이 가지 않았고 더구나 과학처럼 거부감 드는 어려운 학문을 한 학자들의 생은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막스 플랑크평전>을 읽다보니 조금 다른 생각이 든다. 우리가 누리는 수많은 과학적인 혜택들, 당연히 쓰고 받아들이고 있는 기술과 원리들이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과 희생 그리고 수 많은 실패와 좌절속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알게 되었기에 그들의 삶을 조명하고 배울점을 찾아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과학계로서의 위기의 순간이었을지 모르는 혼란과 상실의 시대에 중심을 잡았던 과학자 막스플랑크는 단지 위대한 과학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후덕한 할아버지의 인상을 가진 그는 마음이 따뜻했고 예의가 바른 사람이었으며 음악을 좋아했고 가족을 사랑했고 학문에 대한 열정과 자신에 일에 대한 옹고집적인 면이 있었다. 어쩌면 막스플랑크보다도 더 많이 알려진 과학자인 알베르트 아이슈타인조차도 그에 대해 경의와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것을 보면 그가 기초를 닦고 발전시킨 과학에의 위해한 발견으로만 평가받기에는 지금껏 막스 플랑크협회라는 단체로 이름이 남아 있는 이유와 후학들이 가지고 있는 그에 대한 인간적인 존경심을 표현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도 이런 과학자가 언젠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이미 그 오래전에 천문대와 금속활자를 만들었고 천상열차분야지도와 그 외에도 많은 과학적 성과를 이루어내었던 우리 민족이기에 각 분야에서 한국과학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힘쓰는 과학자들 중에 곧 노벨 과학상을 받는 첫 순간이 올 수 있을것이라 생각하며 이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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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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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나를 황홀하게 만드는 책은, 그 책을 다 읽었을 때 작가와 친한 친구가 되어 언제라도 전화를 걸어, 자기가 받은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물론 그런 일은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다. "(p.32)


이 한마디가 16살 밖에 안된 친구의 독서내공이 끝내주는군이라는 감탄을 만들어 내며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들었다. 책을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책을 읽은 후의 느낌을 공유할 수 없다는 것 하긴 그런 책을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는 글이 어쩜 내 마음에 쏙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유명한 영미 소설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은 그렇게 나와 만났다. 

여기저기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많이 언급이 되고 있고 존 레논의 살인범인 마크 데이비드 채프먼이 체포될 당시 읽고 있어 눈길을 끌었고 영문고전소설로 인정받아 타임지 등에서 선정되고 있는 책이다. 1950년대 미국사회를 배경으로 한 성장소설로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발간 당시부터 주목을 받았고 10대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해서 많은 젊은이들의 공감을 받았고 광적인 호응을 얻어 내었다고 한다.이 책의 저자 JD 샐린저의 타계가 얼마 전에 있었다.

뭐 부족한 게 있어서 그랬을까 싶게 부유한 가정의 출신이며 유명사립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던 홀든 콜필드가 낙제점을 받아 네번째로 학교에서퇴학을 당하게 되고 미련없이 학교를 떠나 며칠동안 자신만의 여행을 시작한다. 할머니가 주신 용돈으로 주머니는 든든했고 세상도 무섭지 않았다. 그렇다고 특별한 기대나 희망이 있는 삶은 아니었다. 툴툴대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었고 불평, 불만을 습관처럼 몸에 붙이고 있지만 대단하게 반항을 해 보기에는 마음이 소심했던 친구다. 하지만 불량학생으로 보일 홀든 콜필드도 겨울이 오면 호수의 오리들은 어디로 가나 물고기는 어떻게 사나를 궁금해 할 만큼 순수함이 있었다. 스스로에게 충실하고 섬세하고 풍부한 감성과 자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홀필드의 모습은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바뀌지 않을 10대들의 모습이 아닐까. 학교로 학원으로 공부에 성적에 치이고 치대고 있지만 남들도 다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고 특출한 재주를 가진 것도 아니고 가끔 엄마에게 성질이나 버럭내고 공부안한다고 소리지르는 것으로 탈출을 시도해 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혼자서 험난한 세상에 뛰어들 용기나 배짱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일상은 늘 똑같다. 그렇지만 그들 모두 가슴속에는 따스함이 살아있다는 걸 안다. 이단아처럼 행동하려 해보나 쓸데없는 치기에 지나지 않은 취급을 받아버리고 기성세대를 비판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주류에 흡수되어 적당히 세상과 타협해 버리는 일이 반복이 된다. 교육을 통해 세뇌되듯 이미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나로서도 이해는 되지만 기본이라 생각되는 일에 집중하지 않고 어긋하가는 홀필드가 곱게 보였던 것은 아니었다.

사회가 정신없이 발전하고 숨가쁘게 변해가고 있을때 우리의 아이들을 지켜줄 호밀밭의 파수꾼은 누구일까. 아니 꼭 아이들만이 아닐것이다. 흔들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지켜봐주고 절벽에서 떨어질때면 재빨리 붙잡아줄 그런 사람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우리 모두 말똥만 굴러가도 웃어대고 떨어지는 낙엽에 쓸쓸해하고 눈물짓던 어린시절의 투명하고 맑은 영혼을 가지고 있었다. 조금 불편할 뿐 그저 다를 뿐 이란 걸 알지만 성공이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전력질주를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아 현대사회에는 속물근성을 가진 믿을 수 없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홀필드는 용기가 없어 집으로 가지 못하고 방황을 하는 동안 만난 타락한 어른들의 그 위선과 부조리에 더욱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어렵지만 꼭 읽어보아야 하는 책이다. 어른들에게 던져지는 숙제가 많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콜필드를 정신이상자로 정신병원에 보낼 것이 아니라 그를 품고 다독여야 했던 것은 아닌지,  주위에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내가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무거워진다. 너무 이기적으로만 생활할 것이 아니라 세상은 살만한 것이라는 것을 느끼도록 노력해야 겠다고 마음먹으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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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익문사 1 - 대한제국 첩보기관
강동수 지음 / 실천문학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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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팩션을 만났다. 아주 멀지도 않다. 갑오경장과 을미사변 그리고 경술국치까지 대한민국 5000천년 역사중 가장 가슴아픈 일들을 되새겨 볼수 있는 소설 <제국익문사>이다. 흥미롭게도 1902년 6월에 고종이 설립한 근대적 국가정보기관의 시초로서 대한제국의 첩보기관 이름이란다. 지금이야 정보력이 국가의 힘을 좌지우지 할 정도로 중요한 아이템이 되었지만 너무나 순수해서 세계정세를 몰랐던 1900년대 우리의 조상들이 만든 첩보기관이라니 와우 하는 생각이 든다.

 

고종은 정말 필요했을 것이다. 자신의 눈과 귀가 되어줄 사람들이 말이다. 대한제국 말기, 국운은 자꾸만 기울어가고 일본과 중국 러시아 등 열강들 사이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일본 낭인들에 의해 명성황후가 시해되고 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남의 나라인양 매국을 하는 대신들 틈바구니에서 나라를 지켜내기 위해 선택한 것이 은밀히 만든 비밀정보기관이었다 한다.

 

소설은 이인경이란 인물을 중심에 세워 사실과 허구를 넘나든다. 개화파의 동지였던 아버지는 반란의 죄를 물어 참수를 당하고 어머니도 자살로 생을 마감한 후 홀로 남겨진 그는 장동화란 인물에 의해 제국익문사의 첩보원으로 성장하게 된다. 일본의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거물 정객 오쿠마 시게노부를 암살하려다 미수에 그친 이인경의 이야기속에서 대한제국의 숨가빴고 다난했던 시간들과 명성황후 시해사건의 주동자였던 우범선과 공화정을 수립하고자 했던 박영효란 인물의 행적을 그리며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주 무대는 일본이지만 조선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우범선일당을 감시하고 이들이 꾸미는 일을 봉쇄하는 일을 하는 제국익문사 요원들에게도 위험이 닥치고 일본의 견재 또한 만만치 않다. 우범선에게 접근하기 위해 이용한 그의 딸 아사코와의 사랑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적의 딸과의 사랑만큼이나 가슴아픈 일이 있을까 만은 언제나 그렇듯 조국을 위해 스스로를 포기하는 일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국모시해에 가담했던 우범선이 사실은 1903년 살해당지만 소설속에서는 살아 공화주의자로 반란을 꿈꾸는 것으로 설정되고 또한 우범선의 아들이 유명한 육종학자인 우장춘 박사라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온 국민이 적으로 간주해버릴 만행을 저지른 사람이 아버지라니 아마 우장춘 박사도 많이 괴로웠을 듯 하다. 어머니는 일본인이고 아버지는 조선인이었기에 우장춘 박사가 겪었을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고스란히 이인경의 아이의 모습과 오버랩되어 있다.

 

나약하게만 보였던 고종의 강단있는 선택이었던 "제국익문사"다. 우리의 이야기라서 더 그랬을까 긴장감 넘치는 첩보 스릴러 속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 내렸다. 명성황후시해장면이 나오면서 또 시해당하신후의 치욕적인 장면들이 나오면서 억누를수 없는 감정이 추체가 안되었고 그녀가 한줌의 재로 사라져간 건청궁도 떠올랐다. 과거를 버릴 수는 없다. 하지만 똑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위해 우리의 힘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호국보훈의 달 6월 참 읽기 좋은 책이었다. 

  

 "자네의 길은 옳은 길이 아니었어(…) 그렇다면 내가 가는 길이 과연 조선의 국체를 보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할 테지. 그건 나도 모르겠네."(2권 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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