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2 터널 시리즈 1
로더릭 고든.브라이언 윌리엄스 지음, 임정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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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 하나로 땅을 파고 지하세계로 갈 수 있다? 어딘가 어설프다. 우리 주변에 많은 아파트들이 세워지고 지하 5층 정도의 주차장이 세워지고 있지만 사실 한번도 지하로 뚫려 있는 구멍 하나 발견했다는 얘길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수 시설을 위한 커다란 파이프가 설치되고 그 안에서 사는 빈곤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 (제목을 딱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나 환경오염이나 핵 전쟁 등으로 지상으로 나올 수 없는 사람들의 삶이나 변형된 인간들의 세계에 대한 묘사가 있는 소설이나 영화는 자주 등장한다. 이런 류의 소설이라면 음산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분위기를 별로  좋아하는 않았던 내가 아이들이 집안에서 발견한 터널 속으로 여행이 아닌 아버지를 찾기 위한 모험을 떠나는 이 소설 터널 .. 읽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시선을 잡혀 놓여날 수가 없다. 

 

동네박물관에서 관리인으로 일하는 아버지 버로스 박사, 파리한 얼굴로 티비만 주시하고 있는 넋나간 듯한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 살림을 다 하고 있는 여동생 레베카 그리고 주인공 윌이 있다. 박물관에서 일하는 아버지 덕분에 공유지에서 땅을 파고 유물을 찾는 일을 좋아하던 윌은 아버지가 새로운 유물을 발견하고 며칠 후 사라지게 되자 친구인 체스터와 함께 아버지를 찾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낯선사람들이 주변이 등장하고 아버지의 흔적을 쫒아 내려온 지하실에서 깇숙히 연결되어 있는터널을 발견하게 되는데..

 

판타지 소설인 해리포터 시리즈로 세계를 강타한 조앤 K. 롤링을 발굴해낸 배리 커닝엄이 해리포터의 뒤를 이을 책으로 무명 작가 로더릭 고든과 브라이언 윌리엄스의 터널을 지목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주목을 끌만 했다. 오랜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공간이며 그 시간 일어났던 일들을 고스란히 지켜보았던 건물들로 그득한 런던이라는 도시 또한 매력적이다. 안개가 항상 끼어 몽환적이지만 음흉스럽고 감추어진 비밀이 많을 것 같은 템즈강이 흐르는 도시의 저 깊은 아래에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상상만으로도 오싹하기도 하고 호기심이 일기도 한다. 가능해? 라고 묻고 싶다면 판타지 소설을 읽는 독자의 자세가 안되어 있다는 거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끝도 없이 퍼져나가는 상상의 세계는 머리속에서 영상을 만들어 내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우리와 똑같은 인간들이 살고 있는 공간,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증거들로 그들이 과거에 지상에서 살던 사람들의 후손임을 알게 되고 지하세계에서 살기 위해 만들어 놓은 그들만의 사회와 법칙들이 조금은 낯설게 두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제 끝까지 이 모험을 함께 해야만 하는 절친 체스터, 콜로니 인들로 부터 윌과 체스터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버리는 지하세계의 삼촌 탐과 동생임을 알게 되는 칼처럼 서로를 도와주는 친구들이 있기에 어둠속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헤쳐나갈 수 있다. 이들은 과연 아버지인 버로스박사를 찾고 햇빛을 다시 볼 수 있게 될 것인지 지상세계의 친동생이라 생각했던 레베카의 숨겨진 정체와 윌과의 관계 그리고 모험을 하면서 성장해 갈 윌의 강해지는 모습이 너무나 궁금해진다.

 

결국 윌은 아버지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모험,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중략> 그럼 모든게 다시 괜찮아질 것이다. 모두 괜찮아질 것이다. 윌, 체스터와 칼 , 아버지와 함께 모두. 이런 생각이 아주 빛나는 횃불처럼 윌의 마음 속을 비추었다. 갑자기 미래가 그다지 암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윌은 눈을 뜨고 체스터의 귀쪽으로 몸을 숙인채 소리쳤다. "내일 우리 학교 안가도 돼." 두 소년이 웃음을 터뜨렸고..p289

 

나도 함께 웃음을 터뜨린다. 그래 내일 학교 안가도 돼... 그런데 안 무섭니?  기대할께 너희들의 모험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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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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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유명작가의 글을 읽는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더구나 그 책이 베스트셀러에 있다면? 

이외수 작가의『하악하악』도 그랬다.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연일 베스트셀러에 목록에 들어 있기에 궁금은 했다. 그렇지만 이외수 작가의 글을 접해 본 적도 없거니와 기인(?)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살짝 망설이게 만든 것이 사실이다. 책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한 나의 편견을 깨닫는 순간이지만 어쩔수 없지 않은가 라는 말로 스스로를 이해시키면서 말이다. 

하지만 내용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깊숙히 남은 책이 내게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해지기 때문에 결국은 읽게 되었다. 하악하악 ..

 

세상에는 좋은 글귀가 참 많다. 읽다보면 가슴에 절절히 남는 감동을 주는 말도 있고 키득 웃다가 결국은 큰 소리의 웃음으로 마무리짓게 하는 것도 있다. 인생에 대해 깊히 생각하게 만들기도 하고 뭐 같은 세상 그래 열심히 살아보자 하고 화이팅을 외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글이란 그런거 같다.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떠올리고 사색하게 만드는 것, 마음속에 머리속에는 있지만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끄집어 내주는 마력같은 것이 있다.

 

그렇게 좋은 글이 가득 담긴 책을 나이를 먹으면서 자꾸만 멀리하게 된다. 긴 문장은 어지럽고 지식을 위해 읽어야 하는 책들은 어려워진다. 귀차니즘과 게으름의 발동이 동시에 걸려 자꾸만 쉬운 책들에 손이 간다. 간단한 문장이 좋고 그러면서도 나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 오랜만에 그런 책을 만났다. 이외수의 하악하악

 

이 책을 읽기 전 누군가 내게 말했다. "왜 사람이 손이 두개지 아냐? 오드리 햅번이 그랬다네. 한손으로는 자신을 보살피고 다른 한손으로는 남을 보살리하는 뜻이라고. 그럼 다리가 두개인 이유는? 한 다리로는 자신을 지탱하고 다른 한 다리로는 나쁜 놈들을 조낸 걷어차주라느 뜻이라네. ㅋㅋ (p46에 있는 내용이다) 어디서 알았냐 물어보니 하악하악에 담긴 내용이란다. 생각해 보니 그러네.. 정말 나쁜 놈들에게는 때로 발길질도 자비요 축복이다.

 

읽다보니 예전 『김홍신 작가의 인간시장 』이란 소설이 떠오른다. 엿 같은 세상을 하느님께 항변하며 나쁜 놈들 물리치는 정의의 사자처럼 종횡무진하던 주인공 장총찬 모습이 왜 이 책 속에 투영되어 보이는 걸까? 수염을 기르고 안경을 쓰고 영락없는 기인 할아버지의 모습인데 이외수작가의 모습이 자꾸만 겹쳐 웃음이 터져나온다. 아무래도 책 안 가득담긴 "쩐다. 조낸, 킹왕짱, 하악하악, 즐," 같은 신세대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시원한 말투에 하나님, 저는 아직 괜찮습니다. (p74) 처럼 이 땅을 굽어보는 신에 대한 귀여운 투정이 너무나도 다른 두 주인공(장총찬과 이외수)를 하나의 이미지로 오버랩시키고 있나 보다.

 

이외수의 생존법이라. 팍팍하고 답답한 세상이다. 언젠가부터 모르게 힘들다는 말을 연발로 쏘고 있고 지쳐가는 만큼 위로를 받을 건덕지기는 없다. 마음을 비운다는 말 그 말을 가슴에 새기며 살고 있다. 마음을 비우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나 싶다. 인기가 있는데는 이유가 있다. 포기하지 말라. 절망의 이빨에 심장을 물어뜯겨본 자만이 희망을 사냥할 자격이 있다. (p73) 근데 어쩌지. 난 아직 심장을 뜯겨보진 않았으니 그래도 내게 희망을 사냥할 자격을 달라. 이외수식대로 외쳐봐야 겠다.조낸.ㅋ

 

읽으며 가슴에 콕 박힌 말

 

길을 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길을 가던 내가 잘못이냐 거기 있던 돌이 잘못이냐.

넘어진 사실을 좋은 경험으로 받아들이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인생길을 가다가 넘어졌을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당신이 길을 가면서 같은 방식으로 넘어지기를 반복한다면 분명히 잘못은 당신에게 있다.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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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도 100배 인상의 달인 - 백 마디 말보다 가슴 뛰게 하는
정혜전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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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인상 참 좋으시네...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던가. 내게 반문해 본다.

항상 웃으려 노력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짜증나는 순간도 많고 힘든 순간도 많기에 소문만복래라는 말은 어느새 사라지고 찡그린 얼굴이 되기 일쑤다. 첫 인상이 운명을 결정한다는데 과연 나는 내 모습을 제대로 알고 있는 건지 궁금해 진다.

 

호감도 100배 인상의 달인

서류심사 다 통과해 놓고 최종면접에서만 낙방하는 사람들이 있다. 첫 인상이 좋지 않아 사람들이 친해지길 꺼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알고보니 가까이 할 만한 사람이 아니어서 친구를 잃는 사람들도 있다. 처음에야 잘 생긴 외모와 훨친한 키, 현혹하는 말솜씨 덕분에 인기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언제나 본성은 나타나고 바닥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알고보면 순하디 순한 사람이지만 나쁜 인상 덕분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항상 악역을 맡는 배우들도 많다.

 

바꿔야 한다. 어차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살아가야 한다. 남들의 생각을 바꾸어 놓을 수 없다면 내 자신이 변화해 그들의 마음을 열도록 만들어야 한다. 에이 생긴대로 살지! 라고 물러설것이 아니라 충고를 듣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이미지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며 화장 악세사리 옷차림 자세등의 변화를 시도함으로서 주변사람들에게 즐거움과 발랄함 그리고 때론 진지함을 주는 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

 

지금껏 살아온 나날이 얼마인데 내 모습을 바꿀 수 있을까? 세상의 성공법칙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인간관계라고 한다. 사람들에게 비추어지는 나의 모습은 한번 각인되면 바꾸기가 쉽지 않고 때론 내 마음은 그런것이 아닌데도 오해를 사는 일도 종종 있다. 외모야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아 타고나는 것인데 원망해 봐야 소용없고 대신 무언가 바꿀 것을 찾아 노력을 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면 이 책이 딱이다. 좋은 인상, 신뢰할 수 있는 말투나 매너있는 행동들, 작은 습관들이나 옷입는 태도에 대화법 까지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이 다 들어 있다.

 

미소와 유쾌함으로 끌리는 첫인상을 만들기 위한 변화, 적을 만들지 않으며 자신만의 매너와 애티켓으로 자신을 기억하게 만드는 인상의 기술, 좋은 인상을 주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워 프로다움으로 신뢰를 줄 수 있는 방법, 자리에 맞는 옷차림과 헤어스타일 풍부한 얼굴표정으로 호감가는 인상을 만들어 가는 이미지 메이킹까지 대한항공에서 8년동안 스튜어디스로 일하고 여성컨선턴트 이미지메이킹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전문가다운 조언을 들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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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애호가로 가는 길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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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딱히 관심은 없었다. 미술을 그리 좋아하거나 가까이 하지 않는 내 성격도 그랬고 그림 그러면 어렵다는 인식이 머리속에 박혀 내 흥미를 유도하거나 공부를 해 봐야 겠다는 싹을 처음부터 잘라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림이 돈이 된다는 사실도 신기했고 미술관등의 그림을 보면서 무언가를 느낀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수가 없었다. 그러다 조금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느 모그룹의 사모님이 자신이 운영하는 미술관을 통해 그림을 사재기(^^)한다는 뉴스를 듣고 부터이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그림이기에 일반사람들은 평생 만져볼 수도 없는 몇 억이나되는 돈을 주고 사서 모셔놓는다는 얘기인 건지.. 고흐나 램브란트 그리고 피카소 같은 대가의 작품이라면 그 이름값만으로도 가능한 얘기일 수도 있겠다 싶지만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긴 했다.

 

그림애호가로 가는 길  진품명품이란 TV 프로그램이 있다. 도자기 하나에 억대를 넘어서고 병풍이나 우리 조상들의 글씨가 몇천만원을 호가 하는 것을 보면서 100년 200년이 지난 후 지금의 유명인들의 또는 신예지만 예술성이 있는 사람들의 작품이 또 다른 평가를 받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누군가 혼을 담아 작업한 작품들을 종이조각과도 같은 돈으로 환산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는 하지만 최근 재테크의 한부분으로 인정받고 있는 미술품을 구입하여 소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으니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 읽다보니 미술품에 대한 나의 편협한 시선이 느껴져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미술품 투자자와 애호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 벽에 그림 한점을 걸고 싶다!

첫번째 그림을 샀을 때의 설렘, 한동안 모은 그림을 팔아 다른 그림을 샀을 때의 묘한 자책감과 흥분, 세상에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근대 미술을 발굴했을 때의 뿌듯함, 오래전 작품을 구입한 신인작가가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로는 흐뭇함 등 내가 10여년 그림을 모으며 겪은 모든 경험과 느낌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 했다. ( 책머리에 p11)

 

책 한권에 담긴 저자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는 대목이다. 보통은 서두를 먼저 읽는데 왜 그랬을까 그림 애호가로 가는 길은 마지막 장을 덮은후 저자의 책 머리를 읽는다. 저자의 설렘과 흥분, 자책감, 뿌듯함이 온전히 느껴진다. 나처럼 왕초보였던 그가 점차적으로 미술작품을 보는 안목을 키워가고 스스로의 욕심을 누르며 지불능력에 맞는 작품을 선택할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 가는 동안 스스로 했던 노력들과 참가했던 많은 인터넷 경매시장, 돌아봤던 미술 시장, 그리고 사람들과의 친목까지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에 동참하며 그림을 본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구나 하는 용기를 얻게 된다. 자신의 취미로만 만족하지 않고 가족들의 정서와 즐거운 생활까지 고려해 미술품을 구입하는 배려를 배울 수도 있고 저자의 컬렉션이 되었던 그림들과 몰랐던 미술가들의 이름에 그림을 보는 눈이 자라났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아진다.

 

그림만을 생각했던 내게 판화 조각 돌 까지 모두가 미술작품이라는 깨우침을 주었고 진솔하게 그려간 저자의 그림애호가로의 10년 길이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 더 쉽게 그림을 접할 수 있을 기회를 주리라 생각이 든다. 삭막한 집의 벽을 바라본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서라도 조그만 그림 한점 걸어 두어야 겠다. 저자는 첫 컬렉션의 주제가 가족이었다는데 나의 컬렉션의 주제가 무엇으로 해야 할지 생각해 보니 갑자기 신이 난다. 이번 주말은 미술관을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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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벅 창비청소년문학 12
배유안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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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에게 성장소설은 그리 흥미를 끌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읽다보면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고 추억에 젖어 눈시울을 적시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기성세대라는 것이 이런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게 비판적이 되고 잔소리를 하려는 부분들이 생겨나는 것이 사실이다.

 

올해 읽는 몇권의 성장소설은 독특했다. 외국작가의 성장소설중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연을 쫒는 아이가 재미와 생각을 동시에 주어 흥미롭게읽었지만 국내작가의 성장소설 중에서는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다. 그러던 중 창비에서 완득이가 발간되어 화제가 되었고  현문미디어의 직녀의 일기장도 킥킥 웃으면서도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어 볼 수 있는 소설이라 두 권 모두 인상 깊게 읽게 된다. 이제 성장소설은 끝? 2008년을 마무리해가고 있는 12월 또 하나의 성장 소설 스프링벅이 내 눈에서 눈물을 뺄 줄은 몰랐다. 무심코 읽기 시작한 스프링벅은 도서관 한쪽에서 커피가 식는 줄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단박에 읽어 내려갔고 훌쩍 거리는 내 모습을 인지하지 못할만큼 빠져들게 만든다.

 

아프리카에 사는 스프링벅이라는 양 이야기 아니?

그래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난다. 신선한 풀을 더 많이 먹기 위해 앞으로 전진하던 스프링벅은 어느 순간 자신들도 모르게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 뛰고 있었고 멈출 수가 없어 절벽 아래로 무리채 추락하기도 한다. 아무 생각도 없다. 그저 앞으로 앞으로 가기 위해 뛰어야 한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의 부모세대도 그렇게 자랐으며 나도 그렇게 자랐고 너희는 너무나 좋은 환경속에서 공부하고 있는 거야, 라고 아이들에게 말한다. 어쩜 더 답답한 현실이고 더 치열한 경쟁이고 바뀐 환경만큼이나 더 숨막힐지도 모르는 성적과 학교라는 울타리속에 아이들을 가둬두고 어른들은 안심한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더 좋은 세상이 기다린다고 말하고 있지만 생활속으로 뛰어든 나는 과연 정말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가 반문하면 그렇지 않다라는 답을 얻게 되니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형에 비해 모든 것이 떨어지는 동준이가 어쩜 형보다 더 행복해 보이는 이유는 기성세대의 틀에 적당히 반항도 하고 카르페 디엠! 지금을 즐길줄도 알며 친구들과의 우정속에서 탈출구를 찾아 스스로를 얽매이는 생활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른이 다 옳은 것은 아니다. 물론 경험이 선택의 순간에 결정의 순간에 행동의 순간에 더 나은 판단을 하도록 이성을 이끌어 주는 힘이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들 보다 강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이 아닐까. 오히려 수업시간에 쓸데없는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다 시험때 교과서 읽는 것으로 수업을 때우는 지학 선생에 대해 쓴소리를 한 현우나 논술경연에서 사료와 다름없었던 학교급식을 수면위로 끌어낸 예슬이나 용감하게도 시위를 주도한 수정이 그리고 엄마와 자신을 함께 돌아보고자 가출을 해서 육체노동을 하는 동안 깨우침을 얻은 이시대의 아이들이 훨씬 성숙할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창제의 가출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다 부끄럽지만 아니다. 어른을 완전히 성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감정을 조절 못해 후회할 짓을 저지르고, 작은 일에 크게 자존심 상해 이성을 잃기도 하고 의지대로 못해서 자책도 한다. 어른도 아직 미숙한 사람이다, 이 말이다. p105

 

왠지 어른에 대한 자기변명같았던 문구가 가슴에 닿았던 이유는 완벽하기 위해 잘못을 저지르는 어른들이 더 어리석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어리다고 바보는 아니다. 자신들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고 부끄러움도 알며 잘잘못을 가릴줄도 안다. 단지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가 힘들 뿐일거다. 하지만 그것은 어른도 마찬가지이다. 형 성준을 위해 아니 부모들의 이기적인 마음이 아들의 목숨을 앗아갈거라고 상상도 못했을 동준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항상 무언가를 잃은 후에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재미있다. 감동적이다. 게다 교훈적이다. 적어도 어른들에게는 한번 쯤 아이들을 대하는 스스로의 태도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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