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벅 창비청소년문학 12
배유안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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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에게 성장소설은 그리 흥미를 끌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읽다보면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고 추억에 젖어 눈시울을 적시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기성세대라는 것이 이런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게 비판적이 되고 잔소리를 하려는 부분들이 생겨나는 것이 사실이다.

 

올해 읽는 몇권의 성장소설은 독특했다. 외국작가의 성장소설중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연을 쫒는 아이가 재미와 생각을 동시에 주어 흥미롭게읽었지만 국내작가의 성장소설 중에서는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다. 그러던 중 창비에서 완득이가 발간되어 화제가 되었고  현문미디어의 직녀의 일기장도 킥킥 웃으면서도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어 볼 수 있는 소설이라 두 권 모두 인상 깊게 읽게 된다. 이제 성장소설은 끝? 2008년을 마무리해가고 있는 12월 또 하나의 성장 소설 스프링벅이 내 눈에서 눈물을 뺄 줄은 몰랐다. 무심코 읽기 시작한 스프링벅은 도서관 한쪽에서 커피가 식는 줄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단박에 읽어 내려갔고 훌쩍 거리는 내 모습을 인지하지 못할만큼 빠져들게 만든다.

 

아프리카에 사는 스프링벅이라는 양 이야기 아니?

그래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난다. 신선한 풀을 더 많이 먹기 위해 앞으로 전진하던 스프링벅은 어느 순간 자신들도 모르게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 뛰고 있었고 멈출 수가 없어 절벽 아래로 무리채 추락하기도 한다. 아무 생각도 없다. 그저 앞으로 앞으로 가기 위해 뛰어야 한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의 부모세대도 그렇게 자랐으며 나도 그렇게 자랐고 너희는 너무나 좋은 환경속에서 공부하고 있는 거야, 라고 아이들에게 말한다. 어쩜 더 답답한 현실이고 더 치열한 경쟁이고 바뀐 환경만큼이나 더 숨막힐지도 모르는 성적과 학교라는 울타리속에 아이들을 가둬두고 어른들은 안심한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더 좋은 세상이 기다린다고 말하고 있지만 생활속으로 뛰어든 나는 과연 정말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가 반문하면 그렇지 않다라는 답을 얻게 되니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형에 비해 모든 것이 떨어지는 동준이가 어쩜 형보다 더 행복해 보이는 이유는 기성세대의 틀에 적당히 반항도 하고 카르페 디엠! 지금을 즐길줄도 알며 친구들과의 우정속에서 탈출구를 찾아 스스로를 얽매이는 생활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른이 다 옳은 것은 아니다. 물론 경험이 선택의 순간에 결정의 순간에 행동의 순간에 더 나은 판단을 하도록 이성을 이끌어 주는 힘이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들 보다 강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이 아닐까. 오히려 수업시간에 쓸데없는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다 시험때 교과서 읽는 것으로 수업을 때우는 지학 선생에 대해 쓴소리를 한 현우나 논술경연에서 사료와 다름없었던 학교급식을 수면위로 끌어낸 예슬이나 용감하게도 시위를 주도한 수정이 그리고 엄마와 자신을 함께 돌아보고자 가출을 해서 육체노동을 하는 동안 깨우침을 얻은 이시대의 아이들이 훨씬 성숙할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창제의 가출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다 부끄럽지만 아니다. 어른을 완전히 성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감정을 조절 못해 후회할 짓을 저지르고, 작은 일에 크게 자존심 상해 이성을 잃기도 하고 의지대로 못해서 자책도 한다. 어른도 아직 미숙한 사람이다, 이 말이다. p105

 

왠지 어른에 대한 자기변명같았던 문구가 가슴에 닿았던 이유는 완벽하기 위해 잘못을 저지르는 어른들이 더 어리석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어리다고 바보는 아니다. 자신들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고 부끄러움도 알며 잘잘못을 가릴줄도 안다. 단지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가 힘들 뿐일거다. 하지만 그것은 어른도 마찬가지이다. 형 성준을 위해 아니 부모들의 이기적인 마음이 아들의 목숨을 앗아갈거라고 상상도 못했을 동준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항상 무언가를 잃은 후에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재미있다. 감동적이다. 게다 교훈적이다. 적어도 어른들에게는 한번 쯤 아이들을 대하는 스스로의 태도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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