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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토템 1
장룽 지음, 송하진 옮김 / 김영사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토템[totem]
미개 사회에서, 부족 또는 씨족과 특별한 혈연관계가 있다고 믿어 신성하게 여기는 특정한 동식물 또는 자연물. 각 부족 및 씨족 사회 집단의 상징물이 되기도 한다.
어떤 동물을 신성하게 바라보고 아낀다는 것 어쩜 자연과 함께 살아야 했던 인간들에게는 중요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함께 공유하던 자연을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마구 파헤치고 사라져 가는 현실속에서 늑대와 몽골초원에서 11년간 함께 생활하였던 경험을 자신의 자전적 소설에 녹여냄으로서 우리에게 늑대의 생태와 습성 그리고 그들의 정신을 알려주는 책이 바로 『늑대토템』이다. 21살의 나이에 초원생활이라는 것은 어쩜 지루함의 연속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한족생활과는 전혀 다른 유목민족 사회의 색다른 문화와 접촉하면서 유목민족의 빌게 노인의 가르침과 늑대에 빠져들어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이후 30년의 연구와 사색끝에 완성되었다 하니 강렬한 경험은 사람의 인생에 대단한 영향을 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북한에 소수의 늑대가 자생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남한에서 토종늑대는 멸종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에게는 그닥 인식이 좋지 않는 늑대지만 (아마도 동화책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아기돼지 삼형제나 빨간모자를 보면 늑대는 음흉하고 난폭한 성질을 가진듯 묘사된다. 오죽하면 나쁜 남자를 늑대에 비유할까? ^^) 실상은 사람들에게 길들여 지지 않고 약한 동물을 사냥을 하여 생태계의 평형을 유지시키는 자연의 섭리를 잘 따르는 절제성을 가지고 있으며 지구력이 뛰어나며 사냥에 있어서는 타고난 전술·전략가이며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연대감이 좋은 포유류이다.
그저 늑대만을 신성시하는 소설로서 였다면 이렇듯 인기를 끌지 못했을 것이다. 전 세계 26개국 수출, 중국 현지 1800만 부가 판매되고 아시아의 부커상이라 불리는 ‘맨 아시아 문학상(Man Asian Literary Prize)’ 수상을 할 수 있었던 저력은 저자가 주인공인 진천의 눈과 귀를 통해 살아서는 늑대를 배우고자 하고 죽어서는 늑대에게 자신을 내어줄 정도로 늑대를 경외하는 몽골인으로부터 듣게되는 늑대의 모든 것, 자연의 모든 것을 이용할 줄 알고 고도의 전술능력이 있는 전쟁기술, 불굴의 투지와 숭고한 생명력에 대한 존중, 조직을 현명하고 지혜롭게 이끌어 가는 탁월한 리더십과 책임감등이 이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절절하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몽골인들이 믿는 신인 탱그리가 준 능력을 십분 발휘하지만 절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늑대에게서 힘이 있음을 자랑하고 약자를 기만하는 인간에게 따끔한 일침이 반성의 자세를 이끌어냈기 때문일터이다.
‘하늘의 운행이 쉼이 없듯이 군자도 하늘을 본받아 스스로 노력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天行健, 君子以自强不息)’, ‘부귀도 뜻을 방탕하게 하지 못하고, 빈천도 그 절개를 변하게 하지 못하며, 위협과 무력도 그 뜻을 꺾을 수 없다 (富貴不能淫, 貧賤不能移, 威武不能屈)’.
여기서 나오는 네 가지의 정신, 불식(不息), 불음(不淫), 불이(不移), 불굴(不屈)이 바로 전형적인 늑대정신이자 늑대토템의 정신이라네 (본문 中).
늑대들의 가제 사냥은 감탄 그 자체였다. 가젤떼를 삼면에서 포위해 한쪽 방향으로 몰지만 한편으로는 튼튼한 가젤들이 도망갈 길을 열어준다. 자연 약한 가젤들만이 늑대들의 먹이가 된다. 인간에게도 필요한 목초지를 마구 먹어치우는 가젤의 타고난 식성에 대한 해결은 늑대들이 맡아주고 늑대의 사냥으로 인간 또한 겨울 식량에 대한 걱정을 덜수 있는 이 관계가 얼마나 아름다운 자연의 섭리인가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공존을 인간을 깨뜨리고 있다. 더 많은 이득을 취하려 하는 인간들에 의해 무리의 약한 자들과 봄을 위해 남겨진 가젤마저도 싹쓸이가 되고 먹이가 없어진 늑대들은 인간을 공격한다. 이 모두가 인간의 어리석고 이기적인 마음으로 비롯되는 일이다.
동물원의 동물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야성을 억누르게 만들고 사랑을 주고 보호를 한다는 명목이지만 결국은 인간에게 길들이기 위해 철창안에 그들을 가둔다. 진천이 건강한 새끼늑대를 키우게 되지만 물리게 되고 결국은 죽이게 되는 안타까움은 인간이 그들의 영역을 침입해 편의를 위해 마구잡이로 개발되고 파괴되어 가는 자연과 문화를 바라보는 것과 다름이 없다. 진천을 대하던 몽골인들의 따가운 시선은 인간을 바라보는 자연의 마음과 같다고 느껴지고 있음이다.
천페이지가 넘는 여행을 함께 하며 신비했고 아름다웠으며 아픔과 경고가 있어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