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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애호가로 가는 길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08년 11월
평점 :
그림에 딱히 관심은 없었다. 미술을 그리 좋아하거나 가까이 하지 않는 내 성격도 그랬고 그림 그러면 어렵다는 인식이 머리속에 박혀 내 흥미를 유도하거나 공부를 해 봐야 겠다는 싹을 처음부터 잘라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림이 돈이 된다는 사실도 신기했고 미술관등의 그림을 보면서 무언가를 느낀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수가 없었다. 그러다 조금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느 모그룹의 사모님이 자신이 운영하는 미술관을 통해 그림을 사재기(^^)한다는 뉴스를 듣고 부터이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그림이기에 일반사람들은 평생 만져볼 수도 없는 몇 억이나되는 돈을 주고 사서 모셔놓는다는 얘기인 건지.. 고흐나 램브란트 그리고 피카소 같은 대가의 작품이라면 그 이름값만으로도 가능한 얘기일 수도 있겠다 싶지만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긴 했다.
그림애호가로 가는 길 진품명품이란 TV 프로그램이 있다. 도자기 하나에 억대를 넘어서고 병풍이나 우리 조상들의 글씨가 몇천만원을 호가 하는 것을 보면서 100년 200년이 지난 후 지금의 유명인들의 또는 신예지만 예술성이 있는 사람들의 작품이 또 다른 평가를 받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누군가 혼을 담아 작업한 작품들을 종이조각과도 같은 돈으로 환산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는 하지만 최근 재테크의 한부분으로 인정받고 있는 미술품을 구입하여 소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으니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 읽다보니 미술품에 대한 나의 편협한 시선이 느껴져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미술품 투자자와 애호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 벽에 그림 한점을 걸고 싶다!
첫번째 그림을 샀을 때의 설렘, 한동안 모은 그림을 팔아 다른 그림을 샀을 때의 묘한 자책감과 흥분, 세상에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근대 미술을 발굴했을 때의 뿌듯함, 오래전 작품을 구입한 신인작가가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로는 흐뭇함 등 내가 10여년 그림을 모으며 겪은 모든 경험과 느낌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 했다. ( 책머리에 p11)
책 한권에 담긴 저자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는 대목이다. 보통은 서두를 먼저 읽는데 왜 그랬을까 그림 애호가로 가는 길은 마지막 장을 덮은후 저자의 책 머리를 읽는다. 저자의 설렘과 흥분, 자책감, 뿌듯함이 온전히 느껴진다. 나처럼 왕초보였던 그가 점차적으로 미술작품을 보는 안목을 키워가고 스스로의 욕심을 누르며 지불능력에 맞는 작품을 선택할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 가는 동안 스스로 했던 노력들과 참가했던 많은 인터넷 경매시장, 돌아봤던 미술 시장, 그리고 사람들과의 친목까지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에 동참하며 그림을 본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구나 하는 용기를 얻게 된다. 자신의 취미로만 만족하지 않고 가족들의 정서와 즐거운 생활까지 고려해 미술품을 구입하는 배려를 배울 수도 있고 저자의 컬렉션이 되었던 그림들과 몰랐던 미술가들의 이름에 그림을 보는 눈이 자라났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아진다.
그림만을 생각했던 내게 판화 조각 돌 까지 모두가 미술작품이라는 깨우침을 주었고 진솔하게 그려간 저자의 그림애호가로의 10년 길이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 더 쉽게 그림을 접할 수 있을 기회를 주리라 생각이 든다. 삭막한 집의 벽을 바라본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서라도 조그만 그림 한점 걸어 두어야 겠다. 저자는 첫 컬렉션의 주제가 가족이었다는데 나의 컬렉션의 주제가 무엇으로 해야 할지 생각해 보니 갑자기 신이 난다. 이번 주말은 미술관을 가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