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됐지
이성호 지음 / 말글빛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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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발전하고 시대가 바뀌고 뭐 그러면서 사람사이도 굉장히 많이 변해가는 거 같다. 누군가 왜 사람을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일까, 관리라는 말 자체가 정말 싫고 이해가 안된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인 기억이 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나를 이해하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때가 있을 터인데 이제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짜증으로 밀려오고 있다. 어쩌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됐을까?

 

삶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관계란 말이 시야에 들어온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데 절대로 혼자 살수 없다고 한다. 아무리 좁은 인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가족 친구 그리고 일을 하면서 부딪치게 되는 사람들까지 주변을 돌아보면 사람사람으로 쌓여 있는 것이 일상이기는 하다. 그 안에서 행복도 느끼고 기쁨도 느끼고 화도 내며 절망도 하고 희망도 갖게 되고 다시 좌절을 겪는 사람사이의 관계가 그저 웃는 것만으로 모두 다 해결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이 책이 더더욱 가슴에 와서 닿았나 보다. 바로 이성호교수의 어쩌다 우리사이가 이렇게 됐지 이다.

 

인생을 성공적으로 산 이들은 주변에 사람이 많다고 한다. 손으로 꼽을 수 있는 절친이 있다면 그도 성공한 사람이라고 한다. 도대체 인맥이 넓어야 성공한 것일까 아니면 믿을 수 있는 친구들 몇 있는 사람이 성공한 것일까? 학창시절 만난 친구들을 절친이 될 수 있어도 사회에서 만난 친구는 믿을 수 없다는 말이 사실일까? 사람 사이의 관계란 그것이 어떤 것이기에 이토록 어려운 것인지 자녀, 부부, 가족, 친구, 직장까지 다양한 예를 들어 그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다.

 

어린아이들에게 엄마와 아빠의 챙김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것을 사랑이라 부르건 관심이라 부르건 가족들의 과잉보호는 자녀수가 제한되면서 한둘 밖에 없는 자녀들을 남들보다 더 잘 교육시키고 키우기 위한 모습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책 내용 중 어린아이의 원형탈모에 대한 장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니 요즘은 평일 오후 놀이터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을 볼수 없다는데 생각이 미친다. 친구가 "아이들끼리 놀리고 싶어도 모두 학원을 다니니 그나마 학원이라도 보내야 친구가 생겨" 하던 말도 생각난다. 언제부터 우리 아이들이 이렇듯 학과 공부에 몰두하게 되었을까? 학교 공부만으로는 안되는 시대가 온건지 어제 어린이날 정말 해맑게 웃던 조카들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 진다. 혹시라도 어른들의 욕심이 아이들의 마음에 이 세상은 경쟁에 이기는 일등만이 성공의 문을 통과할 수 있다는 잘못된 견해를 심어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

 

킬킬 웃으면서 읽은 장도 있다. 단 하루만이라도 아내가 저 대신 직장에 나가 일하도록 해 주십쇼는 누구나 상대가 가진 것 하는 것 먹는  것 그 모든 것이 더 커보인다는 우리의 옛말을 생각나게 한다. 함께 일을 하다 보면 나만 힘든일을 하는 거 같고 상대는 편하게 일을 하는 거 같은데 부부라도 별반 다르지는 않나 보다. 역지사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격려하고 따뜻하게 감싸주기 보다는 편협한 시각으로 아내의 하루를 바라보게 되던 남편이 입장이 바뀐 후 가정주부로서의 하루삶을 살게 된 후 아내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지며 다시 본래의 위치로 돌아가게 된다는 이 짧은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꼭 부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님을 알수 있었다. 게다 마지막 한 문장이 나를 생각하게도 포복절도 하게도 만든다.

" 그래 이제 되돌려 주어서 좋으냐! 앞으로는 다시금 아내를 비난하거나, 또 온종일 빈둥거린다고 약 올라하지 말아라. 그런데 한 가지 잊을 뻔 했는데, 어젯밤에 네가 임신이 되었구나. 뱃속에서 잘 키우며 직장에 나가 열심히 일하렴.."p105

 

특히나 아이들과의 대화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부모님이라면 꼭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 넌 어리니까 하고 무시와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는 아이들만의 독립된 세계를 인정하고 대화의 물꼬를 틀어 보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누구든 불편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슬며시 내보이며 읽어보기를 권한다면 다 읽은 후 서로 바라보며 웃는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지 않을런지..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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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퍼홀릭 1 : 레베카, 쇼핑의 유혹에 빠지다 - 합본 개정판 쇼퍼홀릭 시리즈 1
소피 킨셀라 지음, 노은정 옮김 / 황금부엉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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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그녀는 지독한 쇼퍼홀릭이다. 자신의 처지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저히 카드 사용을 멈출수가 없다. 매일이다시피 날라오는 은행과 쇼핑몰을 카드 대금납부를 요구하는 독촉장이지만 멋진 스카프 맛있는 커피 그리고 몇가지의 마음에 드는 소품을 발견하는 순간 그런 걱정을 어디론가 사라진다. 머리속은 온통 그 물건을 내 손에 가져야 한다는 생각 뿐이다. 과연 내 주변에서 레베카를 발견한다면....

 

영화를 보고 싶었다. 책과 영상은 때론 비슷하지만 때론 너무나도 다르게 표현되기 때문에 짧막한 광고로 내 시선을 사로잡은 동명의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을 읽고 싶어 이 책을 선택했었다. 두터운 책이었지만 쉽게 레베카의 일상 속으로 빠져들었고 그녀의 짜릿한 쇼핑속도와 점점 조여드는 카드대금납부의 독촉과 이어 벌어지는 로맨스까지 책장을 넘기는 일이 즐거웠다. 영화의 영상으로는 얼마나 재미있었을까를 기대할 만큼..

 

그저 재미있게 읽었다는 말이 딱 맞은 듯하다. 이 책에 대해서는 그 어떤 기대도 평도 할 수가 없다.

마치 현실속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그런 일이 쇼퍼홀릭인 레베카에게 일어난 것이고 난 그 과정을 재미있게 훔쳐 보았을 뿐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토록 오랜 연체를 이해해줄 금융기관도 없거니와 몇 달씩이나 카드사용을 승인해 줄 턱도 없다. 바로 지급중지나 압류가 들어올텐데 영국이란 나라는 또 그렇지 않은가 보다.

이렇듯 아무 생각없이 직장생활과 현실도피적인 행동을 하는 그녀가 갑자기 지적이고 책임감있으며 또똑한 사고를 하는 기자로 순식간에 변해버리는 과정이 정말 웃기는 짬뽕이고 그런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갑부들의 생각조차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쩜 그녀가 가진 백치미와 쇼핑으로 멋지게 치장한 모습이 요즘 남자들의 이목을 끄는데 한 몫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그냥 웃고 만다.

 

그래서 소설이 좋은 것 아닐까. 내가 이루지 못한 어떤 것들이나 내가 기대하는 어떤 것들을 확실하게 해 내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대리만족이라고나 할까 짜릿한 흥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 바로 이 같은 황당 소설의 매력이다.

 

아무생각없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소설이다. 정말 레베카 만큼 쇼핑을 유혹에 빠진 사람이 있다면 읽기를 권하고 싶지 않다. 설마 현실에서도 이렇게 잘 해결될거라고 여기진 않을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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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양피지 - 캅베드
헤르메스 김 지음 / 살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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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게나.

이 양피지에 적혀 있는 대로 따라한다면

세상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네..

 

나는 세상에서 무엇을 원하는가.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간절히 원했던 것이 있었던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했던가? 뒤죽박죽 질문을 던지고 나니 머리속이 온통 하애진다. 세상 사람들과 발맞추어 살다 보니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으나 지금 돌아보니 그닥 이룬것도 가진것도 없는 나의 위치가 조금은 불안해 보인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비밀을 알 수 있다면 과연 난 어떤 소망을 원하고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기적의 양피지』를 만나는 순간 내 눈빛이 반짝이는 이유는 이 책안에 담겨진 그 엄청난 비밀을 공짜로 꿀꺽하고 싶은 욕심이 강해서 일거다.

 

오나시스.. 원래는 그리스인이었지만 아르헨티나 국적을 가지고 있는 이 사람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선박왕으로 군림하며 해운업계와 석유업계의 거물로 등극한 갑부중의 갑부이다. 그는 부와 더불어 화려한 여성편력 특히나 케네디 대통령의 미망인이었던 재클린과의 결혼으로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저자가 오나시스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는 세상에 모든 것을 가졌던 그를 성지순례 중 터키 이즈미르 항에서 만난 행색 초라한 노인으로 설정하고 그의 삶을 재 조명함으로서 성공과 실패의 반복속에 운과 노력만으로 이룰 수 없는 부와 명예와 권력과 여성들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된 솔로몬의 양피지속에 담긴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음이었을 것이다. 

 

공경.. 신비한 양피지 속에 담긴 키워드는 공경이었다.

듣기만 해서는 사실 어리둥절 하다. 땅을 공경하고 일을 공경하고 아이를 공경하고 친구를 공경하고 지혜를 공경하고 돈을 공경하고 명예를 공경하고 ... 세상에는 온통 공경할 것 투성이다. 그런데 이 두글자 단어속에 성공의 비결이 숨어 있다니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사람이 살다보면 화를 낼 일도 싸울 일도 다시는 보지 않을 일도 생긴며 일이 좋아서 할 수도 있고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저 사람이건 일이건 공경만 한다는 것은 내가 무시당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런데 모든 것을 공경하라고 하니 캅베드의 가르침을 따라 자기 자신을 공경하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처럼 다시 한번 세상에 태어나 사는 행운을 맛보게 된다는 아리의 말이 그닥 가슴에 다가오지 못했다.

 

사람의 미래란 것이 생각하고 행동한 대로 된다지만 현실에서 믿고 따른 다는 것은 사실 굉장히 힘든 일이기에 아리가 말해주는 모든 것들이 고개는 끄덕이게 되어도 안타깝게도 평소에 나 자신을 크게 변화시키지 못하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온통 성공가도를 달리기만 했을것 같은 아리의 일생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숨어 있는 공경이란 단어가 가슴속에 새겨지고 있음을 느낀다. 순식간에 백만장자가 되어 버렸고 씀씀이 또한 거부답게 컸으며 관심 또한 여러 방면이었던 아리의 생활을 우리의 일상에서 따라할 수는 없지만 그 자신감과 용기만큼은 꼭 가지고 싶어진다.이제 누군가 종자돈이 모여 또다른 부를 창출하고 다시 그 부가 또다른 부를 만들어 낸다고 말했던 것처럼 재력 뿐만 아닌  세상의 모든 것이 겸손과 공경에서 출발하여 점점 거대하기만 했던 포부가 현실이 되어간다는 이 이야기에 몰입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책의 또 하나의 핵심은 부 라는 것이 만들어 내는 것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힘이 있을 때 힘을 적절히 사용할 줄 알아야 하며 나눌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신의 뜻으로 시작된 일이기에 신에 대한 존경과 신뢰 그리고 믿음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아리가 말년에 불행하고 불편한 모습으로 돈을 벌때는 기쁨을 늘리는데서 벌지만 돈을 쓸때는 고통을 줄이는 데다 써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돈에 대한 공경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제 나도 기적의 양피지를 손에 넣었다. 이를 잘 활용하고 안하고는 결국 내 선택과 행동에 달린 문제일 것이다. 내가 가진 마법의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 겠다. 세상의 모든 것을 공경하라는 갑베드의 말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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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전 한 잔 밀리언셀러 클럽 4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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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전 한 잔 데니스 루헤인  황금가지

 

책 장을 덮으며 머리속을 스치는 영화가 니콜라스 케이지의 8미리였다. 갑부의 죽음 그리고 금고안에 비밀스럽게 보관되어 있던 8미리의 필림 그 안의 소녀의 모습을 역추적해가는 이 영화의 끝은 찜찜함 그 자체였다. 그 전에는 상상도 해 보지 못한 흉물스럽고 잔인하고 이기적인 인간의 추악함이 담겨 있는 영화를 보면서 설마설마 했었다. 어린 소녀의 여린 마음에 상처를 내어버린 어른들의 성욕구와 포학성을 표현할 수 있는 최대로 끔찍하게 영상화시킴으로서 말초 신경만을 자극하기 위한 상업적 영화일 뿐이다라고 말하고 싶으면서도 어쩌면 드러나지 않은 사회의 이면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전쟁 전 한잔.. 모퉁이에 술집이 있다. 내가 전쟁 전 한잔을 대접하지.p185

정치인들에게서 사건을 서류하나를 찾아 달라는 사건을 의뢰받은 사립탐정 켄지. 단순히 물건을 찾는 일이라고 쉽게 생각했던 사건이 단순히 도난사건을 넘어서 한 정치가의 과거 행적과 거대 갱 조직의 세력다툼에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계속되는 살해 위협 그리고 조직의 우두머리들의 등장 겉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가던 겐지는 사진 한장을 얻게 되는데...

 

『살인자들의 섬』『미스틱 리버 』 작가 데니스 루헤인의 데뷔작이다. 사실 데니스 루헤인의 책은 처음 읽었다. 이상하게 처음에는 집중이 되지 않았다. 사설 탐정의 이야기라면 홈즈나 전격z작전의 멋진 차 킷트와 함께 하던 주인공 그리고 맥가이버 에어울프등의 드라마가 연상디 되었기 때문일까.타인의 의뢰나 받아 일이나 하고 돈이나 챙기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일하고 의뢰인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열혈탐정을 모습을 기대했기에 현실에 물들어 버린 듯한 사설 탐정 켄지의 캐릭터가 어딘가 2% 부족해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무언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듯한 실타래가 잘 풀리지 않아 빙빙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어느 순간 책 안에 몰입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급 전개되어 가는 내용 속에 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모든 인간의 추악함이 다 들어 있다. 매춘, 공포, 고문, 갱들간의 세력타툼, 정치인들의 이기적 행태, 아이들을 성적 노리개로 생각하는 어른들의 역겨움까지.. 하나 하나 결말로 가는 동안 소재로 이용하고 있는 데이스 루헤인의 필력은 주인공에 대한 환상때문에 집중치 못했던 내 자신을 어리석게 보이게까지 한다. 왠지 능글능글 돈 앞에 비열할 듯한 보였던 겐지의 사건에 대한 집착력과 정확한 판단은 파트너 제나로의 정확한 총솜씨와 조력자로의 믿음이 더해져 화상의 파트너 쉽을 만들어 낸다. 더구나 은근슬쩍 비추어 내는 파트너와의 로맨스는 아직은 전편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겐지 - 제나로 시리즈의 2편 3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힘을 준다.

 

길거리 총질이 난무하고 16살 어린 친구들을 행동대원으로 때론 총알받이로 갱들의 전쟁의 맨 앞에 세워두거나 어린이 성폭행이나 청소년 학대 그리고 흑인과 백인의 두드러진 인종차별까지 우리와는 아직은 다른 풍경이고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이 등장하지만  웃고 흥분되고 긴장되고 찜찜해지는 사건의 전개를 따라가다보면 한 번쯤은 진지하게 현상들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얻기도 한다. 사회가 발달하고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우리의 환경이 서구의 시스템을 모델삼아 변화해 가고 있는 지금이기에 그들이 겪었던 일들이 요즘은 신문지상에 세상에 이런일이~라는 토픽으로 실리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후반부로 가면서 정신없이 읽어 내렸다. 이제는 겐지의 성격이 다리미로 배를 눌러 생긴 해파리 무늬상처로 알 수 있는 강압적이고 냉철했던 아버지에게서 기인한 것을 알겠고 정의를 말하기 앞서 총과 무력이 우선이 되어 버리는 세상을 찢고 싶은 작가의 마음도 알겠다. 겐지- 제나로의 다름편이 기대된다. 헤어나올 수 없는 블랙홀로 빠져든 느낌이다. 켄지- 제나로 시리즈를 알 게 된 것은 불운이다... 이제 그의 포로가 되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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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요 언덕
차인표 지음, 김재홍 그림 / 살림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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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한 사람에게 하나의 달란트만을 주신 것이 아닐까? 끼와 재주로 뭉쳐진 연예들의 책 출간이 러시다. 예전의 신변잡기식 자서전이라 하면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책들에 비해 요즘은 소설이나 시집등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거 같다. 몇 권의 연예인이 썼다는 책들을 읽고 실망한 경험이 있어 그닥 끌리지는 않았으나 그 성품과 이미지가 한결같고 잘 매치되어 보이는 차인표라는 네임에 혹해  책을 집게 되었다. 10년간의 준비기간이 있었다고 하는데 과도한 스타 마케팅으로 인한 또 한번의 실망을 하지 않길 바라면서 말이다.

 

무거운 주제다. 어쩌면 지금의 세대에게는 별로 와 닿지 않는 일제 강점기 시절의 이야기는 또야? 라는 질문을 끌어 낼 수도 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지나오셨던 시간들이고 그 상처가 너무 깊어 골수에 사무칠 정도의 어둡고 암울했던 시절의 이야기이기라 할지라도 마치 남의 이야기인양 아니면 몇 장의 사진이나 소설의 소재 정도로 느껴질 수 있는 정도의 관심 밖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고층빌딩 숲속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100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치마저고리 입고 소로 논밭을 갈던 풍경을 상상해 보라 함은 무리일 수도 있겠으나 어떻게 표현했을지 너무나 궁금했다.

 

백호에게 엄마를 빼았겨 버린 용이는 아버지 황포수와 함께 호랑이 마을로 오게 된다. 마을 촌장님의 따뜻한 배려속에 마을에 머물게 되고 마을 촌장의 손녀인 순이와 항상 훌쩍거리는 훌쩍이 그리고 용이의 만남이 시작된다. 무서운 호랑이를 잡아서 마을에서 영웅으로 대접을 받게 되지만 마을 아이들의 총만 있으면 호랑이를 잡을 수 있을 거라는 무모한 생각은 결국 황포수와 용이를 마을에서 떠나게 만드는데.. 이때 훌쩍이가 이들을 배웅하고 기다리는 언덕이 바로 잘가요 언덕이다..

용이를 기다리면 매일같이 올랐던 잘가요 언덕, 하지만 세월은 기다리던 용이 대신 가즈오 부대를 시골마을로 보내게 된다. 너무나도 외진 곳이어서 세월의 풍파를 비켜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건만 어김없이 일본부대의 조선처녀 징집은 호랑이 마을에도 시작되고 ..

 

우리의 아픔인 종군위안부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무겁게만 표현되지도 어둡게만 표현되지만도 않았다. 많은 생각이 머리속에서 시작되고 있다. 빠르게 읽혀 나가는 소설임에도 마음속에 남는 것이 많다. 용이와 순이와 훌쩍이의 엄마가 없다는 공통점을 통해 안타깝지만 가슴으로 품어줄 수 있는 우리의 정서를 알 수 있게 한다. 어린시절 가질 수 있었던 우정과 사랑이 너무나도 순수하게 느껴지고 내가 지나왔던 어린 시절의 추억에 잠시 잠겨 보기도 한다. 순이할머니의 인생을 가져가버린 일본군이지만 무조건 나쁜 사람들로 그리기보다는 가즈오의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를 통해, 순이를 구하고자 했던 그의 행동을 통해 일본군인 또한 사랑에 가슴떨던 젊은이들이었으며 명분없는 침략과 전쟁에 고민하던 시대의 희생양이었음을 알게 하고  일본인들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 순간이다.

 

7년의 그리움 그리고 70년의 기다림.

동화처럼 아름답기도 하고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에 웃음을 짓기도 하고 훌쩍이의 훌쩍거림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역시 그 바탕에는 우리의 아픔이 담겨 있다. 엄마를 앗아간 백호에 대한 증오를 보이는 용이에게 용서는 백호가 용서를 빌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엄마별때문에 하는 거라는, 엄마별이 너무 보고 싶으니까 엄마가 너무 소중하니까 하는거라는 순이의 말속에 이제 더 이상 미움으로 상대가 아닌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고  나라의 힘이 없으면 여자들과 아이들이 고생한다는 가즈오 어머니의 말에서 용서와의 별개로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에 동감하게도 된다.

 

젊은이들에게는 우리 민족의 아픔을 돌아보며 다시는 겪지 않아야 할 그래서 국가의 힘을 키워야할 의무가 있음을 알게 하고 고난의 시간을 함께한 어르신들에게는 이제 마음을 열고 용서와 화해로 그들을 바라봐야 함을 가슴에 담게한 책읽기였을거 같다. 지금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다면 엄마별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용서의 다른 이름인 엄마별을 보기 위해 미움을 마음속에서 보내야 할 시간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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