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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D - 기계치도 사랑한 디지털 노트
김정철 지음 / 북폴리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약간의 기계치임을 자청하는 나는 무대포인 성격으로 많은 기계들을 부수었다. 이상하게도 시계도 워크맨도 시디기도 심지어는 오디오나 컴퓨터 조차도 내 손에 들어오는 기계들은 버티질 못하고 고장이라는 이름을 나를 힘들게 만들었고 몇 번의 경험 끝에 신상이라는 제품들은 한참이나 시간이 지난 후에 많이 발전되어 튼튼해지고 예민이 덜 해진 후에 사용할 수 있었다.
음... 대학에 입학하고 삐삐가 생겼던 거 같다. 얼마지나지 않아 핸드폰이 나왔고 시티폰도 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다 추억인 것들은 정말 삐삐안에 담긴 메세지를 확인하기 위해 길게 서있던 공중전화 부스, 카페의 테이블마다 설치되어 있던 전화들, 무전기 만큼이나 컸던 전화기 덕분에 불룩해 졌던 가방, 차안에 있던 카폰이 너무나도 신기해 마구 사용했던 기억이다.
물론 그것뿐이 아니다. 중고등학교 때 카페트 앞뒤에 열심히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던 노래들을 녹음하고 워크맨으로 듣던 일, 커다란 시디기를 들고 다니던 일 ,망해버려서 남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MD로 음악을 듣고 외국어 공부를 하던 것들이 모두다 지난 10-20여년간 일어났던 일들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과학의 이름하에 기계들은 엄청난 발전을 했고 나 처럼 아나로그에 익숙한 사람은 점점 그 발전이란 것에 무뎌져 갔다. 아침에 눈만 뜨면 쏟아져 나오는 신기술의 기계들과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었기에 언제나 중도를 걸으며 적당히 신세대와 구시대의 중심에서 버텨냈던 거 같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말이다.
『안녕 D』소설 책인줄 알았다. 제목만 보았다면 말이지. 한장 두장 넘어가는 책 속안에는 우리의 과거부터 미래가 다 담겨 있다. 이제는 폐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손에서 놓지 못하는 핸드폰의 변화, 하루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가시가 돋는 인터넷과 컴퓨터의 세상, 모든 것을 담아주고 기억해 주는 친구인 카메라, 거기에 지금도 귀에 꽃고 있는 이어폰으로 생생하게 전해지는 즐겨듣는 음악을 담아 둔 MP3까지 생활속에서 뗄레야 뗄수 없는 기계들의 발달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 좋았다.
컴퓨터 , 휴대폰, 노트북, MP3플레이어, 게임기,IT 와 같이 이제는 우리의 생활이 되어버린 아이템들의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그래서 반가웠다. 추억으로의 여행도 하고 맞아 그때 그랬지 하는 공감도 불러 일으켜 주고 발전에 민감하지 못했던 내게 디지털 기계로의 진화과정을 알여준다는 것은 아나로그에서 디지털 세대로 변해가는 지금의 트랜드에 대한 이해를 돕도록 해 주었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다.
이제는 디지털이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 생활속의 하나의 친구가 너로구나... 디지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