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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전 한 잔 ㅣ 밀리언셀러 클럽 4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전쟁 전 한 잔 데니스 루헤인 황금가지
책 장을 덮으며 머리속을 스치는 영화가 니콜라스 케이지의 8미리였다. 갑부의 죽음 그리고 금고안에 비밀스럽게 보관되어 있던 8미리의 필림 그 안의 소녀의 모습을 역추적해가는 이 영화의 끝은 찜찜함 그 자체였다. 그 전에는 상상도 해 보지 못한 흉물스럽고 잔인하고 이기적인 인간의 추악함이 담겨 있는 영화를 보면서 설마설마 했었다. 어린 소녀의 여린 마음에 상처를 내어버린 어른들의 성욕구와 포학성을 표현할 수 있는 최대로 끔찍하게 영상화시킴으로서 말초 신경만을 자극하기 위한 상업적 영화일 뿐이다라고 말하고 싶으면서도 어쩌면 드러나지 않은 사회의 이면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전쟁 전 한잔.. 모퉁이에 술집이 있다. 내가 전쟁 전 한잔을 대접하지.p185
정치인들에게서 사건을 서류하나를 찾아 달라는 사건을 의뢰받은 사립탐정 켄지. 단순히 물건을 찾는 일이라고 쉽게 생각했던 사건이 단순히 도난사건을 넘어서 한 정치가의 과거 행적과 거대 갱 조직의 세력다툼에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계속되는 살해 위협 그리고 조직의 우두머리들의 등장 겉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가던 겐지는 사진 한장을 얻게 되는데...
『살인자들의 섬』『미스틱 리버 』 작가 데니스 루헤인의 데뷔작이다. 사실 데니스 루헤인의 책은 처음 읽었다. 이상하게 처음에는 집중이 되지 않았다. 사설 탐정의 이야기라면 홈즈나 전격z작전의 멋진 차 킷트와 함께 하던 주인공 그리고 맥가이버 에어울프등의 드라마가 연상디 되었기 때문일까.타인의 의뢰나 받아 일이나 하고 돈이나 챙기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일하고 의뢰인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열혈탐정을 모습을 기대했기에 현실에 물들어 버린 듯한 사설 탐정 켄지의 캐릭터가 어딘가 2% 부족해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무언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듯한 실타래가 잘 풀리지 않아 빙빙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어느 순간 책 안에 몰입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급 전개되어 가는 내용 속에 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모든 인간의 추악함이 다 들어 있다. 매춘, 공포, 고문, 갱들간의 세력타툼, 정치인들의 이기적 행태, 아이들을 성적 노리개로 생각하는 어른들의 역겨움까지.. 하나 하나 결말로 가는 동안 소재로 이용하고 있는 데이스 루헤인의 필력은 주인공에 대한 환상때문에 집중치 못했던 내 자신을 어리석게 보이게까지 한다. 왠지 능글능글 돈 앞에 비열할 듯한 보였던 겐지의 사건에 대한 집착력과 정확한 판단은 파트너 제나로의 정확한 총솜씨와 조력자로의 믿음이 더해져 화상의 파트너 쉽을 만들어 낸다. 더구나 은근슬쩍 비추어 내는 파트너와의 로맨스는 아직은 전편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겐지 - 제나로 시리즈의 2편 3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힘을 준다.
길거리 총질이 난무하고 16살 어린 친구들을 행동대원으로 때론 총알받이로 갱들의 전쟁의 맨 앞에 세워두거나 어린이 성폭행이나 청소년 학대 그리고 흑인과 백인의 두드러진 인종차별까지 우리와는 아직은 다른 풍경이고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이 등장하지만 웃고 흥분되고 긴장되고 찜찜해지는 사건의 전개를 따라가다보면 한 번쯤은 진지하게 현상들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얻기도 한다. 사회가 발달하고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우리의 환경이 서구의 시스템을 모델삼아 변화해 가고 있는 지금이기에 그들이 겪었던 일들이 요즘은 신문지상에 세상에 이런일이~라는 토픽으로 실리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후반부로 가면서 정신없이 읽어 내렸다. 이제는 겐지의 성격이 다리미로 배를 눌러 생긴 해파리 무늬상처로 알 수 있는 강압적이고 냉철했던 아버지에게서 기인한 것을 알겠고 정의를 말하기 앞서 총과 무력이 우선이 되어 버리는 세상을 찢고 싶은 작가의 마음도 알겠다. 겐지- 제나로의 다름편이 기대된다. 헤어나올 수 없는 블랙홀로 빠져든 느낌이다. 켄지- 제나로 시리즈를 알 게 된 것은 불운이다... 이제 그의 포로가 되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