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Walk 문워크 - 마이클 잭슨 자서전
마이클 잭슨 지음 / 미르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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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을 처음 알게 된 것은 Ben이라는 노래를 통해서였다.  유난히 영어에 취약했던 나는 팝송에 관심을 두지 않았었고 그저 따라부르기 좋은 우리의 대중가요만을 즐겨 들었었다. 친구들이 외국가수들에 빠져 앨범을 사고 가사를 적어다니며 외우는 동안에도 뭐 난 별로 라는 태도를 보이며 지내던 내 귀에 쏙 들어온 맑고 청아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궁금했었지만 그가 마이클 잭슨이라는 것을 안 것은 그후로도 조금 뒤였던 거 같다.

 

2009년 6월 25일, 세계는 경악할 만한 비보를 접하게 된다. 아직도 생생히 그의 중절모와 하얀 장갑을 끼고 노래를 하고 있는 그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마이클 잭슨의 갑작스런 죽음은 믿기 힘든 사실이었다. 어린 나이에도 빼어난 가창력을 보였고 시간이 지나며 팝의 황제라 불릴만큼 많은 히트곡과 다양한 춤을 선보이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였다.

 

몇가지 불미스러운 사건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 그의 음악을 동경하고 그를 보며 음악인의 꿈을 키울수 있었다는 많은 뮤지션들을 만들어 내었던 마이클 잭슨..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아주 오래전에 씌여진 책이라 그럴까 조금은 어설픈 감이 없지는 않지만 29세에 썼다는 자서전 <문워크>를 만나봄으로서 잘 몰랐던 그의 젊은 날을 들여달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그가 남긴 것은 댄스곡만이 아니었다. 1983년 <Thriller>앨범에서 신나는 곡인 <Thriller>, <Billie jean>, <Beat It>등 한 앨범에서 무려 세곡이나 빌보드 차드에 올려놓기도 했지만 그 외에도 <Black or White >,<You Are Not Alone >< Heal the World >등의 세상에 대한 메세지를 담은 노래들도 발표했었다.

 

5살에 리드보컬을 맡았으며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뮤직비디오에 드라마틱한 요소를 처음 담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음악상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는 등의 음악에 천부적 재질을 가지고 있었지만 일상적으로는 수줍음이 많고 코카콜라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자서전 안에는 가족과 연예인이 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겪는 갈등과 사랑, 소문, 성형수술, 등이 담겨 있다. 마이클 잭슨 그 자신이 유명인사임에도 그를 통해 만나는 퀸시존스나 캐서린 헵번등은 또 다른 의미를 같는다. 물론 29세에 쓴 것이니 아주 오래 전 이야기이고 이제는 추억속에 잠긴 터이지만 여러 장 담겨 있는 바랜 흑백사진은 그 또한 따스함을 지닌 한 인간이었음을 알게 하고 그리움으로 그를 기리게 한다.

 

세상에 좀더 남아 주었으면 우리의 곁에 좀더 있어주었으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연기로 노래로 그들에게 삶의 위로를 받는 대중들은 그들이 간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장국영도, 최진실도 그랬고 마이클 잭슨도 그렇다. 스스로의 삶은 행복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오늘 <I'll be there>을 듣는 나로서는 그의 무대위에서 열정적이었던 모습이 머리에서 떠올라 아쉽기만 하다. 추억이란 그래서 행복하기도 슬프기도 한가 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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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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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두 권으로 된 책은 읽기 힘들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기억하는 용량에도 한계가 있는지 1권을 읽고 2권을 읽는데 시간이 좀 걸리면 금세 1권의 내용을 잊어 버리고 1권을 읽을 때의 감동도 반감되기도 한다. 그래서 보통 단숨에 읽는다. 다행이 밤 서너시까지도 거뜬히 내 눈을 부릎뜨게 만들고 책을 읽게 끔 읽은 책들이 재미가 있었고 그 시간만큼은 행복했었다.

 

< 시간 여행자의 아내 >는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영화에 대한 소개부터 들었던 거 같다. 새로 개봉하는 영화에 대한 소개를 보는 중 알게 되었는데 금방 흥미를 갖게 된다. 소재도 너무나 독특하고 정말 그런 사랑을 하게 된다면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영상으로 만들어진 영화뿐만 아니라 원작에까지 관심을 가지게 된다. 원작에 충실한 영화들도 있지만 상상이 눈앞의 현실처럼 다가오는 장점이 있기에 좀더 자극적이고 내용보다는 화면에 더 치중하는 경향이 있기도 해서 원작을 먼저 읽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데 <시간여행자의 아내> 또한 먼저 책을 읽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다만 서두에 말한 이유로 손에 1권이 먼저 들어와서 쬐끔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단숨에 읽어 내려간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라는 명성에 걸맞게 근래 읽어 보지 못한 독특함이 눈에 띈다.

클레어와 헨리 두 사람의 독백처럼 이어지는 이 소설은 시간 여행을 하는 남자와 그를 여섯살 때부터 운명이라 여기며 살아온 여자의 러브스토리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 헨리는 언제나 스스르 사라지고  알몸으로 다른 시공간에 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유전자 이상이든 아니면 선택받은 사람이든 아직은 과학적으로 이해 할 수 없는 그의 시간여행은 처음에는 조금 당혹스러웠다.

어느 영화에서 보았던 것처럼 자신의 과거의 모습과 마주서서 얘기를 하기도 하고 클레어에게는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시간여행은 헨리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지기에 어린 클레어의 삶속에 등장한 자신이 이 기이한 현상들이 늘 기다림에 포장되어 진다는 사실을 몰랐을 거다.

 

그들의 기다림은 끊임없는 서로를 찾는 것이었던 거 같다. 클레어를 찾아 헨리는 과거로 오고 현재의 클레어는 미래의 헨리를 기다린다. 서로를 향한 사랑은 늘 그리움이 되어 늘 함께 하지 못함을 아파하고 하지만 또 함께 할 수 있다는 설레임에 그 따스함에  치유받는다. 조절할 수 없는 시간여행에 헨리는 힘겨워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잘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 시간여행의 한 장소에서 헨리를 기다리는 클레어도 아직까지는 헨리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기다린다. 어릴 때야 그런 사랑이 신비롭고 기다려지고 꿈꿀수 있지만 결혼이란 제도에 들어서는 순간에도 과연 그들의 사랑이 영원할 수 있을지 1편을 읽는 내내 그것이 궁금해졌다.

 

시공을 초월한 사랑이야기는 늘 인상적이다. 여섯살 꼬마에서 22살의 아리따운 숙녀가 되어버린 클레어 이제 서른살 헨리와 결혼식을 올린다.  결혼식 날 정상적인 하루가 되게 해달라는 헨리의 기도처럼 시간을 오가며 수많은 에피소드를 낳았던 그들의 오랜시간에 걸친 서로에 대한 알아감은 이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될 것인지 2편이 너무나도 궁금해진다. 아 !! 2편 정말 궁금해진다.

 

나는 꿈결인듯 지금 내 곁에 있는 현재의 헨리를 찾기 위해 걸음을 옮긴다.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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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일본어 : 문법 - 이 책으로도 안되면 포기해라! 리스타트 일본어 3
바른일어연구회 지음 / 북스토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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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만 보고 읽으면서 문법을?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이 책 이전에 리스타트 일본어 (이책으로도 안되면 포기하라)를 너무나도 신기하게 읽었었다.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고 그러다 말고 다시 한번 시작하고 그러다 포기하기를 몇번 .. 일본어 입문 책만도 서너권쯤은 책장에 뽀얗게 먼지가 쌓인채로 있었고 다시 시작할 엄두를 못내던 내게 빨간색 리스타트 일본어책은 일본어 공부를 다시 시작할 용기를 주었었다.

출 퇴근길에 짬짬이, 친구를 기다리며 가방에 들고 다니던 리스타트 일본어 책은 슬슬 일본어 공부에 활력을 불어 넣기 시작했다.

손이 아플때까지 쓰고 읽고 외우고를 반복하던 기존의 공부법에서 벗어나 그림으로 모두가 표현되어 있으니 읽으며  머리속에 각인되어  한번 생각날때마다 들쳐보니 또 한번 외우기 위한 노력보다는 즐거움으로 기대감으로 책을 펼치게 되는 일이 많아지니 정말 이 책으로도 안되면 포기해라!는 카피가 딱이란 생각이 들었다.

 

리스타트 일본어 시리즈로 단어와 문법편을 내었다는 말에 반가움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단어는 이해가 되는데 문법을 그림으로 설명하겠다고?

영문법을 공부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문법이란 것이 얼마나 골치가 아픈지... 그나마 일본어가 한국인들이 배우기 쉽다는 외국어 중의 하나가 된 것은 어순이나 단어의 쓰임새가 한국의 문화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가 이해가 빨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문법은 다르다. 한국인으로 우리말을 쓰지만 우리말의 문법을 잘알고 있는 사람이 극히 드물듯 문법이란 그렇게 딱딱하고 접근하기 쉬운 부분이 아닐진데 단지 그림과 한두줄의 문장만으로 문법을 이해시킬 수 있다는 것에 조금 의아해 했다.

 

역시나.. 그냥 초보에게 권하기에는 어렵다. 하지만 일본어공부를 어느 정도 한 사람이라면 정말 요긴하지 않을까 싶다.

때론 갸우뚱거리고 때론 무슨 그림인지 몰라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부담없이 반복해서 보다 보면 눈에 익혀지는 부분이 있다. 거기에다 MP3가 제공되니 부족한 부분을 메울수도 있고 자꾸만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안될거라고 생각했던 외국어 공부가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로 바뀌게 된다.

직감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는 말처럼 실력향상을 위한 OX식 연습문제나 읽기 연습 셀로판 카드까지 이용해서 입에 달라붙는 쉬운 문법을 접하게 된다.

동사나 형용사나 활용이라면 머리부터 아프던 것에서 벗어나 읽는 것만으로도 술술 ~ 기분 좋은 공부가 된다.

 

무엇이든 시작은 힘들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면 그런대로 하게 된다.

망설이고 있다면 리스타트 일본어와 함께 일본어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 초보자들에게는 빨간색 리스타트와 노란색 문법편을 그리고 초급이상이라면 하늘색 문법편을 권하고 싶다.  일본드라마를 자막없이 보고 있는 자신을 상상해 본다면 지금 당장 시작하게 될 것이다. 남의 언어를 알아 들수 있다는 것은 짜릿한 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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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교사 도전기 - 아이들이 꿈꾸는 희망 교육 Social Shift Series 6
웬디 콥 지음, 최유강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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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아이들은 참 괴롭다. 볼거리 먹을거리 할거리가 예전에 비해서 많이 주어진 대신 그들에게 요구하는 능력이나 사회적 시선, 관심 또한 폭팔적이다. 부모들은 내 아이가 다른 아이와는 다른 삶을 선택해 풍족하고 여유롭게 살기를 바라고 그 길을 위해서는 학창시절의 낭만과 자유쯤이야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에 학원에 과외에 공부 이외에는 다른 것을 생각할 수도 없는 아이들의 삶은 그리 녹록하지 많은 않은 거 같다.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말은 없어진지 오래라고 한다. 있는 집 자식들이 미리부터 제대로 된 교육과 투자를 받고 좋은 대학에 진학하며 유학을 가고 취직을 하여 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일찍 자리매김을 하는 것은 성공의 정석이 되어버렸다. 나 하나 똑똑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기회가 온다는 말은 요즘은 잘 먹히는 말이 아니란다. 저소득가정의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기둥으로 자라나가기가 힘들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에게 주어지는 교육의 질과 양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학벌과 배경이 그만큼 중요한 세상이 되어버렸다는 얘기다.

 

여기 그런 학벌과 배경을 가진 친구들이 의욕적으로 아이들이 꿈꾸는 희망교육만들기에 나섰다.  프린스턴 대학의 졸업반이던 시절 논문에서 구상한 미국 전역의 우수한 대학생들을 선발 2년간 도심빈민 지역의 공립학교 교사로 봉사하게 만드는 미국의 비영리 교육단체인 '티치포아메리카'가 그것이다. 젊은 친구들의 패기있고 의욕넘치고 미래에 대한 소중한 봉사에 대한 투자가 미국을 바꾸어 나가고 있는 그 현장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티치포아메리카(이하 TFA)'의 시작인 1990년부터 약 10년의 이야기를 담은  <열혈교사 도전기>는 교육이란 현장에 있는 내게 커다란 의미가 되어 다가왔다.

 

미국이니까 가능한 얘기다.. 음 그럴수도 있다.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학교생활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고 적어도 지식인은 아니어도 단체생활과 기본적 교육을 받을 수 있기에 문맹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우리나라와의 차이이다. 게다 봉사와 희생 그리고 기부라는 것이 익숙치 않은 우리나라에서 유명대학을 갖 졸업해 최고의 직장을 잡기 보다는 나라를 위해 아니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어린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열정과 능력을 투자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쉬운 일이 아닐 뿐더러 그런 젊은이들의 사업구상에 선뜻 거금을 내어 주는 기업이나 개인들이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이기주의적이고 개인주의적이라고 치부되는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남의 이야기라고 해도 조금이나마 고민할 거리를 만들어 주는 이야기 '티치포아메리카'의 활동에 흐뭇해진다. 모든일이 순조로왔던 것이 아니다. TFA의 리더나 스태프 또한 모두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어린 친구들이었고 열정과 패기만으로는 쓰디쓴 힘겨움을 맛보아야 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래도 그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잠재력이 있지만 여건이 안돼 꿈을 펼치지 못하는 저소득·낙후지역의 아이들에게 여건을 제공하고 천천히 사회를 바꾸어가려는 한 젊은이의 생각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동참하며 지원하고 힘을 보태준다.

 

세계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지만 인적자원은 무한하다. 인간이 이 땅에 존재하는 한 능력있는 고급인력의 힘은 점점 커져갈 것이다. 도시와 농촌의 교육차이가 생기고 도심속에서도 빈부의 격차가 심화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미래 이 땅의 주인인 아이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기성세대의 이기심을 버리고 내 아이만이 아닌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교육 교육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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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게임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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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때 가방을 싸고 있는 내게 엄마가 그러신다. "또 책이냐? 근데 휴가가서 책읽을 여유가 있겠냐? " 그럼그럼 이번 휴가는 산과 풀과 나무가 어울어진 평화로운 곳이니 분명 책 읽을 시간이 있을거다. 운전하느라 피곤하고 수다떠느라 피곤하겠지만 내 마음의 여유를 찾고자 가는 것이니 반드시 책 한권 정도 맘편히 읽고 오리라 생각하고 가방에 넣은 책이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천사의 게임>이었다.  두 권이어서 무거웠고 두 권이어서 다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옷한두벌 빼내고 넣은 이 뿌듯함 이제 출발만이 남았다.

 

산이 있었다.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 그리고 이제 파랗게 하늘을 향해 자라고 있는 논의 벼들과 금방이라도 톡 치면 떨어질 거 같은 빨간 고추들이 달려있는 고추밭이 있었다. 이 고즈넉함과 어울리게 커피 한 잔을 탔고 툇마루에 걸터앉아 행복을 느꼈다. 하늘은 푸른색을 맘껏 자랑하고 있었고 흰구름은 갖가지 모양으로 자리하고 있었으며 바람은 시원했다. 새소리 밖에 들리지 않은 그곳에서 나는 천사의 게임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2009년 전 세계를 정복한 단 하나의 소설이라니 그런 찬사를 들고 아무도 상상할 수 없다는 이야기의 세계속으로 나를 초대했으니 당근 응해줘야 했다.

 

다비드 마르틴은 소설가이다. 어린시절을 너무나도 불우하게 보냈지만 이제는 자신을 감추기 위한 필명을 쓰고 있고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작가이다. 스승 비달의  비서인 크리스티나를 사랑하는 그에게  크리스티나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해 오고 이제 나락으로 떨어져 간다고 생각했던 스승의 책의 교정을 맡아 거의 다시 쓰다시피 하여 책을 발간하게 해준다. 찬사속에  출간된 스승의 책과 거의 동시에 나온 다비드의 책은 평단과 사람들의 혹평속에 사라지고 그런 그에게 프랑스인 편집인 안드레아스 코렐리의 이제껏 아무도 써 본적이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책을 집필해 달라는 거금 10만 프랑의 제안이 들어온다.

 

책을 집필하는 장소인 을씨년스러운 저택 '탑의 집' 한 폐쇄된 방에서 이전 주인의 흔적을 발견하고 전주인의 미스테리한 죽음이 자신이 하는 책의 집필과 무관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다비드, 책을 씀과 동시에 탐정이 되어 알려지지 않은 비밀스러운 과거를 추적해가기 시작하는데 .... 그가 스친 자리에는 항상 살인이 일어나고 그를 향해 한발한발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에 공포를 느끼게 된다.

 

사랑이 있고 배신이 있고 고통이 있고 두려움이 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은 작가를 구석으로 몰아놓고 빠져나올 수 없는 편집자와의 관계는 모든 것을 혼란속으로 인도한다.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을 읽고 훌륭한 작가가 되기를 꿈꿨던 청년이 유일하게 순수함을 간직할 수 있는 곳은 '셈페레와 아들'의 서점이다.그곳에서만 다비드는 안정을 취할 수 있고 정상적인 생각을 할 수가 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가짜인지 다가가면 갈수록 미궁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진실은 1920~1930년대의 격동하는 바르셀로나의 옛시가지를 무대로 음산하고 어둡게 펼쳐진다.

 

"이곳은 신비한 장소야. 성스러운 곳이야. 네가 보고 있는 각각의 책은 모두 영혼을 지니고 있어. 그 책을 쓴 사람의 영혼뿐만 아니라, 그 책을 읽었고 그 책과 함께 살았고 꿈꾸었던 사람들의 영혼도 가지고 있어. 책의 주인이 바뀔 때마다, 누군가가 그 책으로 시선을 떨아뜨릴 때마다, 그 책의 영혼은 커지고 강해지지. 이미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책들, 시간속에서 잊펴버린 책들은 이곳에서 영원히 살면서, 새로운 독자나 새로운 영혼의 손에 이르기를 기다려....." <p349 천사의 게임2>

 

휴가 내내 이 책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것은 그저 이 책이 스릴러란 장르를 택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책에 관한 이야기 였기 때문이었다. 매일 읽고 좋아하는 책을 옆에 두고 즐거워 하는 독자들에게 책의 의미를 한번 정도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다비드가 잊은 책들의 묘지에서 이사벨라에게 건내는 의미심장한 구절이 내 마음에 콕 와서 박힌 것도 지금 내 방 책장을 차지하고 있는 책들에 과연 내 영혼이 얼마나 담겨 있을까 하고 생각에 이르렀기 때문일거다. 내게 잊혀진 책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참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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