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레시피 Slow Recipe - 천천히 걷고 싶은 당신에게
휘황 글.그림 / 나무수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다른 무엇보다도 이 문구가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  

아름다운 청춘을 위한 네 가지 재료 - Free, Peace, Eco, Slow

 

처음 이 책 <슬로레시피>를 접했을 때 요리책 인줄 알았다. Slow란 책의 주제일 뿐 레시피란 단어에 혹해 내가 찾고 있던 젊은 감각의 요리책임이 분명해를 외치며 망설임 없이 펼쳤다. 그런데 잠깐만 이건 아니다. 1980년생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 경력 14년차의 탑모델인 휘황이란 친구의 에세이 책이다. 살짝 실망한 가운데도 멋진 그 남자의 모습에 혹해 읽어 나간다. 글 쓰는 남자와 함께  오랜만에 젊음을 느껴 볼 수 있겠다 하고..

 

무엇이든 열심히 해야 한다고 배웠다. 바쁘게 살아야 하고 젊은 날 고생은 사서도 한다며 아침부터 밤늦게 까지 발바닥에 불나듯 뛰어 다녔다. 생각해 보면 좋아서 했던 일은 아니다. 그저 해야 하니까 미래를 위한 투자니까 하고 했던거 같다.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은 없었고 왜 그리 힘겨운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을 흘러갔다.

 

요즘 젊은 친구들을 보면 때론 부럽다. 청년실업이 사회문제가 되고 너무나도 개인주의적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고 원하는 것을 알고 있으며 스스로를 즐길 줄 아는 그들만의 개성이 무개성이 개성이라 여겼던 나와는 너무나 다르기에 그래서 빠져드는 것 같다. 개성뿐만 아닌  돈이 되건 안되건 시도해 보는 열정과 패기가 있으며 때론 여유롭게 젊음을 즐길 줄 아는 그들, 그들 중 하나인 저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리만족을 느끼며 이 책을 읽었다.

 

이렇게 살고 싶다. 신나고 즐겁고 따뜻하게..

한가한 주말 오후 느즈막히 쏟아지는 햇살에 따스함을 느끼며 읽기 딱 좋은 책 같다. 여유로움이 곳곳에 묻어나는 저자의 글은 제목 그대로 슬로우(Slow)다. 그렇다고 책 속의 내용이 모두 놀고 먹어도 되는사람들처럼 있는 사람들이 누리는 자유로만 도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바쁜 일상속에서도 소소히 느끼는 작은 여유들이 책 가득히 묻어나서 읽기에 즐겁다. 음악이야기, 친구들 이야기, 환경이야기, 북극곰 이야기, 도시락만들기나 집꾸미기 같은 일상이야기들이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정작 책을 읽기전 관심을 보였던 요리 이야기는 몇 개 없지만 저자가 레시피를 준 해물찜은 반드시 만들어 보리라 생각한다. 책 속 보너스 같은 음악 CD에도 귀울여 본다. 생소하고 낯선 음악이긴 하지만 이 또한 듣다 보니 빠져들게 된다. 아직 마음은 20대의 그들을 따라가기 어렵지 않은가 보다. 즐거운 한낮 휴식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리상식사전 - 자아도취에서 군중심리까지 멀쩡한 나를 속이는 37가지 심리 실험
마테오 모테를리니 지음, 이현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사람 마음을 잘 읽는 것을 독심술이라고 하던가. 즐겨보지는 않지만 요즘 한창 인기몰이중인 미국드라마 히어로즈를 보면 그렉 그룬버즈가 분한 맷은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다른 사람의 생각이 읽혀진다면 누가 나를 속이는지 누가 나를 기만하려 하는지를 다 알 수 있기에 좋을 거 같기도 하지만 세상의 온갖 추문과 사건 사고들을 알 수 있는 면도 있기에 세상사는 것이 무척 힘들어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왜 사람의 마음은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일까? 아무것도 아닌거 같지만 일상을 지배하는 심리의 속임수를 들여다 볼 수 있다 해서 관심있게 펼치게 된 책이 <심리상식사전>이다. 심리학이라 하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떠오를 만큼 어렵다고 느끼고 있었기에 표지의 글처럼 읽으면서 배우는 잼이 묻은 손으로 더럽히면서 배우는 책, 무엇보다 심리적 함정을 잘 피하고자 하는 심리초보자들을 위한 책이라는 말에 용기를 얻는다.

 

다 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심심치 않게 속아넘어가는 것들이 있다. 단지 목차만 훑어보았을 뿐인데도 벌써 맞장구를 치고 있는 것을 보면 생활속에서도 심리의 함정을 발견하기 어렵지 않은 거 같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의 게임의 진실, 내일부터 다이어트를 할거라 외치고 외치는 사람들, 로또의 숫자를 고르며 연속된 번호에 망설여지고,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단정, 별자리 운세는 그저 운세일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너도나도 보는 심리, 모두가 예라고 할때 나혼자 아니요 라고 하면 바보되는 느낌 등등 말이다.

 

심리학적 상황만을 예를 들어 설명해 주었을 뿐 아니라 닻내리기효과니 에스컬레이션효과니 손실혐오니 하는 심리학 용어들도 함께 공부할 수 있어 좋다. 그저 막연히 알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아, 그렇구나 하고 손뼉을 치게 만든다. 우리가 직관적으로 안다고 믿었던 것들에 대한 실수나 과거에 행했던 어떤 행동들이 정신적 함정에 빠져들었던 것임을 알게 된다. 지금도 그런 오류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가하고 돌아보기도 한다.

 

물론 심리학 책을 여러권 읽은 독자라면 책에 응용된 많은 예시들이 기존의 책들에서 많이 언급되어진 것들임을 알수도 있으며 식상할 수도 있을 거 같다. 하지만 처음 심리학을 접해보는 독자라면 그 다양함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는데 누군가 내 마음속 생각을 꼭 집어 말해주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짜릿해질 것이다. 37가지 실험을 통한 마음의 매커니즘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생각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톨른 차일드
키스 도나휴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가끔 토픽정도로 병원에서 아이들이 뒤바뀌는 일이 일어나고 아이들이 한참 자라도록 부모도 아이도 서로를 친부모 친 자식으로 알고 살아오는 이야기들이 있기는 했다. 어느날 혈액형으로 내 부모가 내 아이가 아님을 알고 혼란스러워 하는 소설같은 이야기 속에서 핏줄에 대해서 가족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던거 같다.

그런데 이건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가 바뀌었다. 홀라당.. 일부러 그것도 어느정도 자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통채로 바꾸어 서로 다른 세상속으로 밀어넣는다. 어느날 누군가 내 삶을 앗아간다면? 두 세계에 두 아이지만 하나의 이름으로 존재한다. W.B 예이츠의 시 <스톨른 차일드>에서 영감을 받아 썼다는 키스 도나휴의 데뷔작이지만 이미 영화산업에 진출하는 아마존 닷컴의 첫 작품으로 선정되어 제작이 될 만큼 독창적인 이야기이다.

 

현실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바꿔치기 당해 자신을 도둑맞은 애니데이와 이제까지 전혀 다른 사람의 삶이었던 것을 내 삶이였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게 되는 헨리 데이 두 소년의 일상이 서로 교차되며 숲으로 이루어진 상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흥미롭게 펼쳐져 정신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바꿔치기될 차례와 시간을 기다리는 숲의 요정(?) 들인 파에리들, 이 열 두명의 악동들은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이루며 숲속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인간들과 공존하는 삶을 살고 있다. 현실의 삶속에서 스스로를 외톨이로 만들어 괴로움을 맛보고 있는 아이들을 신중하게 선택한 후 파에리들은 그들을 납치하고 자신들과 바꿔치기 한다. 오랜시간 기다림 끝에 다시 나온 세상이라 그럴까 역활이 바뀌어 버린 피에리는 어떻게든 새로운 삶에 적응하려 하지만 기억저편 어딘가 있는 과거의 조각들이 자꾸만 떠올라 그를 힘겹게 한다.

숲의 식구가 된 애니 데이도 마찬가지이다. 잃어버린 기억이지만 종이에 글을 쓰고 가족을 떠올리는 등 인간의 생활에 조금씩 다가가면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되찾는데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우린 너무나도 당연히 우리가 인간임을 받아들이고 있지 않는가. 판타지와 현실을 오가는 이 책 속에서 아이의 눈을 통해 들여다 보는 인간의 세상이란 것이 결국은 인간으로서의 나를 찾아가는 긴 여행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다른 세상에 있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고  꿈이 가지며 미래를 향해 한 발자욱씩 걸어가는 것 그것이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이고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다. 그 끝에 바로 나란 자아간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둘은 하나였기에 서로를 찾아 헤메였는지도 모르겠다. 바뀌기 전의 모습을 기억하기에 정체성에 대해 불확실하고 불안하고 고통스러워하지만 결국 서로를 마주볼 수 있었던 두 친구의 모습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포용함했음을 발견함으로써 이 이야기에 내가 빠져들었던 거 같다. 긴 성장통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아직 앓고 있는 이 성장통은 때론 아이들의 용기와 웃음에 치유가 되기도 한다. 자꾸만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 내 곁에도 내가 힘겨워함을 기다리는 파에르가 나를 지켜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들의 복수 1 - 인간 사냥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이상해 옮김 / 자음과모음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이집트는 그런 나라였다. 사막과 넘실대는 나일강이 존재하고 피라밋과 파라오가 떠오르는 이집트는 그런 나라였다. 수많은 문화유산과 파라오의 저주라는 전설에 대한 호기심은 어릴적부터 내게는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 다짐했던 나라 중의 하나가 되었고 덕분에 투탕카멘이니 람세스니 하는 소설과 하늘은 붉은 강가라는 만화에 빠져들기도 했었다.

 

스물다섯 살때 구상하여 스물 두해 동안 준비해 발표해 1300만부라는 판매를 기록한 「람세스」의 저자 크리스티앙 자크의 신작 <신들의 복수>에 관심을 가진 것은 다 이런 배경때문이리라. 무언가 독특하고 무언가 신비하며 사람사는 냄새도 나지만 신을 무시할 수 없는 픽션과 논픽션의 매력을 다 가지고 있으리라 라는 기대감은 이 책을 집게 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내용은 그렇다. 권력투쟁이 심화되던 이집트에서 유서깊은 사역원의 모든 역관들이 독살당하는 일이 일어나고 전날 파티에 초대받아 늦잠을 자서 살아남은 필사생 한명이 그 살인범으로 지목된다. 동료들의 죽음을 확인한 필사생 켈은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친구인 베봉과 아름다운 여신관 니티스 그리고 인간보다도 영리한 나귀 북풍과 더불어 결백을 밝히기 위한 목숨을 건 위태로운 여행을 떠나게 된다. 거기에는 단순히 한 사람을 살인범으로 몰기 위한 것이 아닌 거대한 음모가 자리잡고 있음이었다. 누가 왜 이런 일을 꾸미고 있는건지 그 전모가 서서히 들어나기 시작하는데....

 

현대에도 그렇겠지만 과거에는 특히나 더 신이 인간의 생활에 밀접하게 자리잡고 있었던 듯 하다.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사이에서 고전하며 그들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려 하던 이집트의 파라오인 아마시스의 단호한 개혁은 많은 불신과 불만을 이끌어 내게 된다. 마치 개화기 우리나라가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며 많은 반목과 갈등이 있었던 것처럼 개혁이 진실과 전통적 가치들이 무너지고 인간들의 무분별함이 신들의 분노를 이끌어 낼 것이라는 불안을 야기시킨 것이다.

 

정말 긴 여정이었다. 암호로 되어 있는 파피루스 하나가 도화선이 되어 권력투쟁의 장으로 깊숙히 관여 하게 되는 켈은 암호문을 열수 있는 열쇠를 하나하나 찾아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이야기는 모험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여인 나티스와의 사랑도 피어나게 하고 위험한 고비에 그들을 구해주는 나귀 북풍의 활약에도 웃음을 띠게 한다. 하지만 뒷심의 부족일까. 신비로움과 긴박한 무엇이 있길 바란 태양신녀의 등장은 조금은 허무하게 끝나버리게 된다는 것이 좀 아쉽다.

 

람세스에 대한 추억과 이집트에 대한 호기심 기대 그런것들이 있다면 이 책 읽어볼 만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트 Young Author Series 1
남 레 지음, 조동섭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생소한 이름의 작가를 만나는 것은 늘 새롭다는 것에 대한 설레임과 익숙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을 동반하는 거 같다. 더구나 세월의 흔적을 가지게 되면서부터 낯선것에 대한 떨림은 설레임보다는 두려움이 더 커지는 거 같다. 베트남작가 남 레의 작품을 읽기에도 그랬다. 베트남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자랐고 이 책으로  소설가로 데뷔한 저자의 화려한 수상경력이 흥미롭고 표지의 독특함이 눈길을 끌었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손이 먼저 가지 않은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던 거 같다.

 

내 취향탓이다. 너무 어려운 것은 피해가려 하고 복잡한 것은 단순하게 생각하려 하는 내 스타일에 처음부터 이 책은 쉽게 읽혀 나가지 않았다. 몇 번의 내려놓음과 사색을 반복한 후에야 마지막 장을 덮게 되었던 남 레의 짧은 단편들을 모아놓았던 <보트>는 <사랑과 명예와 동정과 자존심과 이해와 희생>,<카르타헤나>,<일리스 만나기>,<해프리드>,<히로시마>,<테헤란의 전화>,<보트>의 7편을 건조한 문체로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내고 있었다.

 

너무 많은 시점과 화자의 변화는 소설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고는 한다. 자신의 성장과정이 투영된 듯한 상황설정에 인간의 조건에 대해 질문을 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의도가 내게 잘 전달되지 않은 걸까? 각각의 단편을 소화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2차세계대전의 막바지 원자폭탄이 떨어지기 전날의 모습을 담은 <히로시마>는 초등학생의 눈으로 바라본 전쟁의 끔찍함과 두려움을 그려나가는데 감탄사가 절로 나오며 이 책의 제목과도 같은 <보트>에서는 베트남 보트피플 난민들의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것을 보니 78년생인 저자가 어린시절 공산정권을 피해 난민행렬에 함께 했었다는 경험이 있다는 것과 함께 해 마음이 아파진다.

 

7편의 단편속에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았지만 결국 모두가 인간이라는 한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버지의 부성애, 전쟁, 인권등의 소재속에 콜롬비아 빈민가, 테헤란의 거리, 뉴욕과 아이오와,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남지나해의 바다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소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을 쓴 작가 주노 디아스의 말처럼 남 레라는 작가를 쉽게 잊혀지게 하지는 않을 거 같다.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내뱉지 않는다. 고요함속에 울컥하는 마음을 담아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속에 담담해 보이지만 처절한 삶과의 사투가 담겨 있다. 그걸 발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도록 했다는 것이 이 책의 독특함이지만 쉽지 않음이 아쉬울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