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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봉우리 3
다니구치 지로 지음, 유메마쿠라 바쿠 원작 / 애니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비즈니스 점프에 연재되었던 <신들의 봉우리>가 책으로 묶였습니다.
에베레스트 초등정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공식적인 기록 이전에 1924년, 정상을 불과 200여미터 남기고 실종된 조지 맬럴리의 이야기로 3권이 시작됩니다. 실제 실종 75년만에 그의 시신이 발견되었지만 고지를 찍은 다음인지, 다다르기 직전의 지점인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신들의 봉우리>에는 그 곳에서 피켈이라는 등산 장비가 발견되고, 육안으로 확인된 맬럴리의 마지막 지점을 염두했을 때 피켈이 아니라면 등반이 불가능 했으므로 당시 초등정을 했으리라는 추측으로 기웁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한 누구도 확인시켜 줄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단, 한가지 단서는 맬럴리가 가져간 카메라입니다. 정상에 올랐다면 당연히 사진으로 남아있겠지요. 문제는 그 카메라가 어디에 있느냐 입니다.
이 카메라에 얽힌 두 명의 일본인이 나옵니다. <신들의 봉우리>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철인 등반가 하부 조지, 또 초등정의 의혹을 풀려고 하는 후카마치라는 사진작가.
카메라는 하부 조지의 손에 있는게 확실하지만 어째서 그는 그 사실을 공개할 수 없는 것일까요. 초인적인 도전으로 일컫어지는 에베레스트 남서벽 무산소 단독 등반을 감행하려는 하부 조지의 뒤를 쫓을 수밖에 없는 후카마치의 신념은 대체 무엇일까요.
우선 그들에게 알아내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왜 산을 오르는지.'
끊임없이 주변 산을 오르면서 고도 순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자연의 횡포와 싸우고, 목숨이 위태로울만한 상황에 자주 직면하고, 불구에 가까운 부상을 입으면서도 오로지 등정을 향한 갈망을 멈추지 않는 그들의 기질이 무엇일까, 꼭 알고 싶었습니다. 산이 허락해야 오를 수 있다는 그 신성함에 압도된 것일까요. 자기자신과 싸우는 일이 지닌 관성 때문일까요. 기록을 달성하고 최초의 이름을 지니고픈 그 아리송한 욕망은 인간의 욕심에 불과한 건 아닐까요.
고산의 아찔한 형세와 세밀한 묘사에 등정의 실사를 절절히 전하고 있는 <신들의 봉우리>. 셰르파들이 기거하는 마을, 산악인들의 짐승과도 같은 삶을 통해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지 기대되는 책입니다. 일단, 주인공 하부 조지는 '다른 사람에게 추월당하고 싶지 않다'는 단서를 남깁니다. '여태까지 아무도 본 적 없는 에베레스트의 꼭대기 사진을 찍겠노라고' 출발한 조지 맬러리는 죽었습니다. 왜 산을 오르는지는 그들과 같은 병에 걸려봐야 알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