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봉우리 4
다니구치 지로 지음, 유메마쿠라 바쿠 원작 / 애니북스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신들의 봉우리, '왜 산에 오르는가'를 묻게 했던 3편에 이어 그 해답이 모습을 조금 드러내는것 같다.

좀처럼 흔들지지 않았던 하부답지 않은 분노로 맬러리(히말라야 남서벽 등반으로 고지 탈환의 의문을 남긴채 70년 후 시신으로 발견된)의 죽음을 대하는데서 첫 번째 오답이 나온다.

돌아오지 않은 자가 정상을 밟았는지, 밟지 못했는지 따위의 의문은 무의미해. .. 산사나이는 산에 오르기 때문에 산사나이라고. 죽기 위해서 오르는 게 아니야. 죽으면 쓰레기일 뿐.

하부의 평소답지 않은 모습은 무산소 단독등반에 대한 두려움을 내포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맬러리의 죽음을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강한 인간애의 발로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순수한 정답이라고 보긴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이건 오답이라고 제껴버릴 수 있는 시험문제는 당연히 아니다. 산에 대한 알 수 없는 하부의 열정은, 죽음이나 불행에 관계 없이 '산에 오르지 않는 하부 조지'는 상상할 수 없다는 것으로 대체된다.
 
곧 나올 다음 말은 동일어의 반복일지도 모르지만 또 한번 맬러리를 통해 산사나이 하부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맬러리는 거기에 산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여기에 내가 있기 때문이야. ..이것밖에 없기에 산을 오르는 거야.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으면 부서질 것 같았던 하부에겐 산을 오르는 일만이 유일한 목표점이었다. 가만이 돌이켜보면 필자가 내거는 인생의 목표들도 허무하기 그지없을데가 많았다. 차라리 행복을 목표로 한다면 현실의 고통을 견딜필요도 없을 것이다. 산사나이가 산을 정복하기 위해서만 그곳에 선 것은 아닌 것처럼 인생도 정복될 무엇은 아닐 것이다. 하부의 표현을 빌려 '이것밖에 없기에 삶을 사는 거야'라고 말할 수 있을까.

등반직전 하부의 둘도 없는 세르파 앙체링은 '하늘한테 사랑받고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를 묻기위해 저길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삶과 죽음의 운명을 시험하는 극도로 단순해지는 고산 클라이머의 삶의 한 면을 제대로 엿볼 수 있는 한 줄이다. 산에서 누구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지 않을것이며, 거대한 히말라야의 얼음벽 만큼이나 힘이 센 운명과 싸우는 일이 그 곳에서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어쩐지 이 산악만화는 자꾸 무언가를 묻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