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어가는 독서의 맥을 살려라. 강하고 빠른 가슴 압박과 열린 기도로 들어오는 타인의 호흡. 쫓기는 자의 숨결이라도 좋다. 그게 날 더 숨가쁘게 할 지도 모른다. 가느다란 숨 한 올이 터질 때까지 내 머리를 젖히고 입을 덮어 축축하고 비릿한 날숨을 쑤셔 넣어라. 밤새 숨죽인 배추마냥 질기고 뚝뚝한 문자에 기필코 속도감을 실어줄 만한 구원수는 스릴러! 너 뿐이다.




 
만날 쓰는 것도 어렵지만 읽는게 어려울 땐 방도가 없습니다. 안 읽으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읽고 싶은 날, 장마도 흐지부지한 요새가 그렇습니다. 어쩌다 제프리 디버의 <잠자는 인형>을 들고 문자의 엔터테인먼트를 경험합니다. 책오락은 삼가는 지루한 아줌마가 제대로 걸렸죠. 미국식 스릴러도 스릴러였지만, 김영사의 자회사 비채가 선보인 <모중석 스릴러 클럽>에 얄팍한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지은이도 옮긴이도 아닌 '모중석'과의 짤막한 인터뷰가 <잠자는 인형>의 마지막 세 쪽을 여흥으로 남겼을 때 검색어를 입력했습니다. '한사람이 기획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시리즈물을, 그것도 스릴러 장르의 책만 모아 출간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동아일보가 썼습니다. 10년동안 준비한 자료를 들고 도서출판 비채의 문을 두드렸다던(모중석 스릴러 클럽) 그의 행보가 가명을 한층 음침하게 만들더군요. 모던 스릴러 전문가라. 시간 죽이기로 작정한 독서에 즐거운 허영 한꺼풀.

곧장 '모중석 스릴러 클럽'의 다른 작품을 보아도 좋았겠지만 비채의 다른 장르기획인, <블랙 앤 화이트>시리즈(일본 추리 소설)의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를 숨 한번 고르지 않고 달아 읽었습니다. 마치 범인이라도 쫓듯 <살인광시곡1>까지 읽었을 땐 3일이 후딱 사라지고 없더군요. 그러고보니 미국, 일본, 한국의 장르문학을 맛본 샘입니다. 더불어 꽤나 유쾌했던 자연주의자 탐정소설<시튼 탐정 동물기>까지, 숨가쁜 독서 호흡을 들려드릴까 합니다.



 

 

 

 

잠자는 인형/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비채

 

미국식 스릴러물의 전형. 장르문학의 '원소스멀티유즈'로 영화가 떴다 하면 원작을 찾아봐야 될 정도니, 읽으면서 영상의 컷을 구상하는 것도 무리 없는 연결. 이미 작가의 작품 <본 콜렉터>가 영화화 되었고, 이 작품 역시 영화로의 재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거짓말을 할 때 사람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그들을 네 가지 감정 상태 중 하나로 떠밀어버린다. 분노하거나, 의기소침하거나, 부정하거나, 적당한 타협을 통해 곤란한 상황을 빠져나가려 하거나. 워터스가 방금 내뱉은 '맹세코'와 '정말'이라는 단어는 흥분된 몸짓과 더불어 기선으로부터 많이 벗어난 것이었다. 댄스는 교도관이 거짓말의 부정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걸 확인했다. ..상대가 분노 단계에 접어들었다면 그가 기진맥진해질 때까지 계속 자극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부정 단계라면 사실을 무기 삼아 끈질기게 공격해야 한다.

유능한 여성 수사관 캐트린 댄스의 지적 활약이 돋보이는 이 스릴러는 동작학을 바탕으로 한 심문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다. 지능적인 범인의 특질상 범인에 대한 심리분석이 다음 동선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양들의 침묵>을 필두로 한 미국 스릴러에서 공들여 다뤄지는 '수사관 머리 위에 올라선 범인'의 유형을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똑똑한 범인들은 범죄라는 사슬마냥, 얽매인 자신의 규칙에 포박되기 마련이다. 철저한 규칙은 변수에 아둔하기도 해서 결정적인 공격의 대상이 되고, 결국 거듭되는 반전의 빌미를 제공한다. 반전을 감상할 때, 반전에 필요한 복선을 얼마나 세심히 깔았느냐가 스릴러의 신뢰도를 높인다. <잠자는 인형>의 경우 대체로 네 가지의 반전이 은폐된 진실의 전구를 켠다. 서사를 완벽히 리와인드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가장 중요한 모티브라고 할 수 있는 '잠자는 인형', 즉 숨겨진 피해자 부분에선 수시로 팽팽한 암시를 줬던 것 같다.

범죄 해석으로 뒤꽁무니를 쫓을 수밖에 없는 수사관이란 위치의 벌점은 범인의 프로필을 완성하며 만회된다. 범인 검거보다 심리적 압승이 더 짜릿하게 느껴진다. 범인을 잡느냐 놓치느냐는 지루한 정의의 문제일 뿐, '범인을 이해했다'는 통제적 안정감을 더욱 갈급하게 된다. 오히려 그가 더욱 심란한 난제를 던져 수사관을 골탕먹이길 바라는 건 스릴러에서 실현될 수 있는 환상이다. 이제는 익숙해진 프로파일링 수사법과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한 기존의 수사법이 적절히 혼용되면서 두뇌적, 동적 추격 모두를 지루함 없이 만끽할 수 있다.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비채


얼핏 추리물과는 어울리지 않는 편안한 서술, 명탐정의 기대를 어기는 연이은 실수, '조각상에서의 동공처리'라는 미학적 모티브, 어느 하나 인상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더불어 치밀한 복선에 대한 괜찮은 재능 보다는 실제하는 가능성들이 어떻게 '사건'으로 변질되는 지를 지켜보는, 완벽하게 '과정'을 즐길 수 있는 본격미스터리다.
 
'본격'이라는 단어가 궁금해 찾아봤지만 역시 작가이자 이 책의 탐정인 노리즈키 린타로의 설명이 가장 유력했다. 후미에 실린 인터뷰에서 에도가와 란포의 탐정소설의 정의를 언급한다. "본격은 '수수께끼'와 '논리적 해결'만으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수수께끼가 서서히 풀려가는 경로의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실은 이랬다'는 재미만으로도 실은 탐정 소설의 역할에 만족하긴 하지만, 독자와 탐정과의 공평한 싸움이 가능하다면 어떨까. 동일한 사실관계의 조건에서 탐정을 제치고 사건 해결의 열쇠를 선점할 수 있다면? 그는 간혹 틀렸으나 나는 맞았다면? 쾌감은 배가 될 것이다. '과정'을 즐길 수 있었다는 인상평은 처음 꺼냈던 이 책의 매력에 근거를 둔다. 

의도를 거의 감지할 수 없었던 초반부 일상의 묘사는 사건이 발생되기 이전부터 독자가 참여할만한 여지를 주는 샘이다. 일종의 '사건일지'를 읽어가는 긴장감보다는 실제 '사건'을 맞닥뜨리는 거욷함이 즐겁다. 게다가 여러 가설을 재고하면서도 실패로 이어지는 수사상황에 '풀고 싶다'는 욕구가 유연하게 찾아온다. 또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1부에서 5부로 이어지는 동안의 각 장의 서문을 장식하는 루돌프 비트코어의 <조각의 제작 과정과 원리>의 구절들이 제시하는 탐구의 가능성이다. 

조각에서의 동공 표현의 의미는 복선만큼이나 강력한 무기임을 점차 실감하게 된다. 여태 추리 소설의 숨겨진 가능성에 많은 기대를 걸고 강력한 게 '나타나길' 기다려 왔다면, 드러난 증거들을 선별해서 사건의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발견하기' 작업이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의 본격의 미덕이 아닌가 한다.
 
슈퍼맨과 같은 초인적 탐정의 마력에 약간 진력이 났다면, 완벽한 범행에 걸맞는 해체력보다 (인터뷰어가 말했던)'복선을 관통하는 키워드-오해', 즉 인간사의 불편한 감정들을 수사하는 탐정을 만나고 싶다면 상당히 재미있을 소설이다.



 

 

 

  

시튼 탐정 동물기/야나기 코지 지음, 박현미 옮김/루비박스 


아마도 이 책은 '본격'이란 수식어는 달지 못했을 것이다. 사건의 해결사도 탐정이 아니거니와 독자는 모든 추리과정을 전적으로 전해들을 수 밖에 없는 수동적인 입장에 처한다. 독서 당시에는 미처 알아채지 못한 사실이었지만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를 통해 비교해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 책의 재미가 덜하진 않다. <시튼 탐정 동물기>엔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동물 탐정들이 능력을 과시하고 있으니까. 누구보다 야생동물들을 사랑하고 깊이 이해하는 어니스트 시튼은 실제 인물이기도 하며, 각각의 사건들은 모두 그의 저작에서 발굴한 사소한 단서들을 확대한 재기 넘치는 상상물이다.

숲 속의 자연주의적 삶에 매료된 시튼의 야생 경험담과 담백한 철학들이, 유쾌하게 해소될 크고 작은 사건들과 어우러져 손바닥 크기의 책만큼이나 아기자기한 매력을 준다. 동물들이 사건 해결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탐정소설들을 간혹 보긴 했지만 동물에 대한 세심한 관찰력만으로 완성되는 추리는 무척 독특하다. 

야생동물의 흔적으로 몸체를 상상하고 생태를 가늠하는 추리력이 탐정의 직감, 논리력과 얼마나 유사한지 <시튼 탐정 동물기>의 저자는 간파하고 있었으리라.



 

 

 

살인 광시곡 1/김주연 지음/아름다운사람들 

 

2편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1편밖엔 못봤단 얘기다. 신선하지만은 않은 거친 문장들과 정형화된 캐릭터들이 장막이 되긴 했지만 저자가 전달하려는 메시지 만큼은 강렬하달밖에. 병적이고 음울한, 현실에선 좀처럼 만날 수 없는 극단적인 인물들이 대거 등장해서 예술가와 지식인들의 이면을 뒤집어 깐다.

그 뒤집어진 주머니에서 털리는 먼지 중의 하나가 아동 토막 살인이다. 빤지르르한 엘리트 계층의 용의자가 의아하게도 자신을 껴안아줄 줄 엄마를 찾는 듯, 법의학자를 불러세운 1편의 마지막 장은 기초적인 궁금증을 불러세운다. 그는 범인일까 아닐까.
 
1편의 시작과 끝은 '살인사건'에 대한 경과 보고이지만 나머지 두 인물들은 일단 그와는 무관한 것처럼 보인다. 2편에서는 그와의 연결점을 확연히 제시할 것이라고 짐작된다. 

천재와 거장 사이에서, 연주자와 작곡가 사이에서, 영감과 현실 사이에서 외롭고 괴로운 '서연'이란 인물이 <살인광시곡>의 배경음악이다. 새끼 손가락의 두 마디를 잃은 비애의 피아니스트 영애는 이 책의 작곡가 구실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용의자로 지목되 불안한 감정들을 수시로 드러내야만 하는 안유상은 <살인광시곡>의 연주자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말하자면 음악의 광기에 얽힌 살인악보다. 예술에 덧붙여진 수많은 수식어 중에 '아름답다'를 빼놓았을 때, 창작과 열정에 수반되는 고통과 희생 모멸감, 광적인 희열 등의 검은 그림자를 나열한다. 찬란해야만 할 재능의 힘이 역으로 치명적인 독(毒)처럼 재능의 몸통을 괴롭힌다.
 
음악적 구성이 될 지는 예의 지켜봐야겠지만 창작욕의 극단과 인간성의 극단이 만나 연주될 가파른 클라이막스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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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좀 읽어야, 200쪽은 읽어줘야 책 좀 읽었다,는 기분. '먹물만 차서는' 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이는 말인가 봅니다. 골방에 앉아 문자를 해독할 때는 제법 똑똑해졌다는 으쓱함으로 대차게 방문을 열지만, 불한당인양 들이치는 햇볕에 미간이 구겨집니다. 웅크리려는 관성과 슬리퍼를 꿰고 마당으로 진입하려는 운동력이 싸우기 시작합니다. 시간으로 치면 매우 짧지만 시공간의 상대운동으로서는 굉장한 한 발자국을 내밀고 있는 샘입니다. 마치 등 뒤로 골방의 지구가 밀려나는 것처럼요.
 
문자는 계속 읽게 하려는 성질을 가졌다고 가정해봅니다. 무거운 물주전자처럼 문자를 행동으로 옮기려면 상당한 외부의 힘이 필요합니다. 또 독서자와 문자 간의 강렬한 화학적 결합이 스스로 외부힘으로 상정되기도 합니다. 책의 관성에 굴복하는 시간은 문자의 에너지를 깊히 체험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그림은 어떨까요. 그림도 문자처럼 계속 바라보게 하려는 관성을 가졌을까요. 기막힌 풍광을 보고 '눈을 떼지 못했다'는 표현은 그림에도 충분히 그런 가능성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실제로 어떤 그림이나 풍경, 장면들은 수시로 머릿속을 들락거리며 멀지 않은 곳에 달라붙어 있음을 암시합니다. 그런 시각적 기억들은 생각의 지도에 어떤 표시로 존재할까요. 

강물처럼 멈추지 않거나 바다처럼 들고 나는 것이 문자라면 통째로 각인되길 원하는 그림은, 제 생각의 지도에 우뚝한 육지였습니다. 문자의 형상은 추상적이지만 그림의 형상은 구체적입니다. 그 육지의 안온함에 반해 그림을 곧잘 담아두곤 했습니다. 미술관에도 가고, 화첩도 사보고, 화가들의 책도 더러 읽고, 엽서도 모으고, 뭔가를 읽는 것만큼 보는 것에도 공을 들였습니다.

게다가 그림은 그닥 세상과 격리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제게 세상은 구경의 다른 이름이었고 그림 외출은 관성과 싸울만큼 힘겹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오늘도 그림을 봅니다. 그림이 그린 세상을 목격합니다. 글자는 세상을 많이 담으려고 주머니를 부풀리지만 그림은 네모의 인색함으로 넉넉합니다. 운동과 정지 사이에서 머무를 수 있다면 그건 표면적인 힘이 0이 되는 팽팽함 입니다.
 
엄마가 되어 '문화생활'이라 일컫는 그림구경은 거의 할 수 없었지만 그림책은 제게 무궁무진한 장면을 선사합니다. 여기 '그림책 화가'들이 있습니다. 엄마에게도 알량한 문화생활을 제공하는 그들에게 작은 감사를 전합니다. 




만희네 집/권윤덕/길벗어린이//꽃할머니/권윤덕/사계절/2010.6 


 



그림책 작가 권윤덕을 만난 건 <만희네 집>이었습니다. 평범한 주택의 일상 세밀화 정도로 여겼던 그림들이 파노라마의 판형으로 길어진 시계를 확보합니다. 안보이는 게 없습니다. 십장생 자개장부터 서늘한 광에 매달린 조리나 키, 옥상 위로 낮아진 전봇대, 색색의 이불보까지, 눈은 평화롭고 싱싱해 집니다. 산수화와 공필화, 불화를 공부했다는 작가는 옛 그림의 아름다움을 재현하려고 노력합니다.(<꽃할머니>에서) 만희를 따라 집안 곳곳을 살피면서 열린 방문 사이나 아래로 향하는 계단이 먹빛으로 칠해지는데, 그건 다음 공간으로 이어지는 소박한 장치예요.







무엇보다 옅은 수묵담채화 풍의 사실적인 그림들이 숨길 수 없는 위트를 발휘하는 곳이, 이집트로부터 세잔, 피카소로 이어지는  입체(원근법의 입체감이 아닌)기법 이예요. 원근법도 사용하고 있지만, 같은 바닥에 놓인 장독들이 마치 서로 다른 위치에서 보고 그린 것마냥 화가의 시선이 일치하지 않아요. 모든 각도에서 본 것을 평면에 나열했을 때 세잔의 정물화는 위태롭고 피카소의 초상화들은 기괴스러워 보입니다. 하지만 권윤덕 그림에서 느껴지는 푸근한 재미는 이 책의 주인공인 만희의 시선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인것 같아요. 만희가 바라보는 장독과 엄마가 뜨고 있는 장독 안의 장은 서로 다르니까요. 또 사선으로 기울어진 광은 마치 만희와 함께 엄마에게 비스듬히 기대 이야기를 듣는 모양처럼 정답습니다. 





차례로, 이집트 벽화, 위안소 조감도, 부분 확대 사진

이 기법이 한중일 공동 기획으로 나온 평화 그림책 1번 <꽃할머니>에서도 소중한 구실을 합니다. 위안소의 조감도를 담은 한 페이지는 이집트의 벽화처럼 나무가 옆으로 눕고 일본군들이 성냥개비처럼 위안소를 빙 둘러싸고 있습니다.(머리통이 보이는게 아니라) 화장실같이 다닥다닥 붙은 위안부들의 거처가 문앞에 줄을 선 일본군들을 전시하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평면도에는 침대에 널부러진 위안부들과 벨트를 클러 바지를 내리는 수직의 일본군들과 대조적입니다. 

말하자면 기법에 담은 생각들이, 시각을 기억으로 새기고 있었습니다.


 

그 집 이야기/존 패트릭 루이스(글), 로베르토 인노첸티(그림)/사계절/2010.5








왼쪽이<그 집 이야기>, 오른 쪽이 피터르 브뤼헐의 <농가의 혼례>(그림 출처; 네이버 검색)


비슷한 소재의 집 그림 책인 <그 집 이야기> 역시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한 눈에 <교수대 위의 까치>(진중권)에서 만났던 피터르 브뤼헐의 농가 그림을 연상케 합니다. '그 집'이 이 책의 주인공인건 확실치만 집을 채우는 인간들, 또한 이 책의 주인입니다. 집과 함께 집 주변의 대지와도 인연을 맺고 삶을 드러내는 인간들이, 백년 동안 동일한 프레임으로 포착됩니다. 이 부분은 피터르 브뤼헐이 재생했던 소박한 농가의 휴머니즘과 일맥상통 합니다. 백년 동안 인간들은 좀 더 단단해지려 땅을 일구고 혼례와 장례를 치르고, 전쟁을 겪고, 새로운 일가를 이룹니다.








그동안 '집'은 울타리, 피난처, 새로운 꿈이 되면서 인간들을 품습니다. <그 집 이야기>의 또 하나의 백미는 그림을 뒤따르는 짧은 시들 입니다.


한여름이 초록 옷 입고 들러리 설 때/언덕 집 아가씨는 앞날을 꿈꾸며/아랫마을 벽돌장이 청년의 손을 꼬옥 잡는다/혼례를 치르는 동안, 삶은 잠시 숨을 멎는다.    
                  
숨이 멎을만큼 정제되고 핵심적인 구절들이 마음을 뒤흔듭니다. 어쩌면 '집'이 사람과 어깨를 거는 순간 이 책은 '시'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림으로 그린 시가 시구와 만나면서 무심한 프레임조차 명암을 바꾸며 화답합니다. 집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시간을 관람하면 대체 '시'란 어디서 나오는지 조금 알듯도 합니다.








파도야 놀자/이수지/비룡소//나무집/마리예 톨만, 로날트 톨만/여유당/2010.6 

 
 

 

글씨없는 그림책은 이미 이수지의 <파도야 놀자>로 경험했습니다. 오로지 그림으로 이야기하고, 그림으로 눈맞추는 이런 책들은 아이에게나 저에게나 짧고 깊은 휴식을 줍니다. 낱자를 따라 가는 대신 그림의 물감이 마음에 번지도록 놔두면 그만입니다. 몇 번 보다 지루해지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물론 그림에 주석을 다는 정도로요. 말없이 볼 수 있다면 언제나 그 편을 택하고 싶지만요. 







<파도야 놀자>는 개구쟁이 소녀가 파도와 장난을 치는 연속 컷이예요. 붓 펜의 묵빛 부드러움이 푸른색 유화 물감빛 바다에 금방이라도 녹아버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그 어느때보다 장난끼 넘칩니다. 역시 이 책도 <그 집 이야기>처럼 고정된 프레임 속에서 아이와 파도가 신경전을 벌입니다. 그러고보니 <나무집>도 같은 방식이군요. 말그대로 나무 위에 집이 한 채 있고, 그 곳에 흰 곰과 갈색곰이 차례로 도착합니다. 아마도 그들은 좋은 친구나 연인이 되었나 봅니다. 집에 머무르며 수많은 동료들을 맞이하고, 어울리고, 떠나보내는 과정 일체가 환상적 분위기로 포착됩니다.  

생명, 평화, 자연을 노래한다지만 글씨가 없으니 직설도 없습니다. 서로와 나무에 몸을 부비고,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들이 물처럼 계절처럼 흘러갈 따름입니다. 연필로 그린듯한 순도 낮은 파스텔화가 눈을 순하게 길들입니다. 그림을 조목조목 들여다보면 유머러스한 장면들이 숨어 있습니다. 색감으로 먼저 보고 보물찾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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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6-17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도야놀자 환상적이네요.

책맘 2010-07-12 15:43   좋아요 0 | URL
그렇죠?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 약이 되는 잡초음식 농부가 세상을 바꾼다 귀농총서 25
변현단 지음, 안경자 그림 / 들녘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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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댓바람부터 뭔가에 이끌리듯이 저수지로 향했다. 명목은 숙취 해소용, 심심타파 용 새벽 산책이었지만 실은 한 권의 책 때문이었다.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농부가 세상을 바꾼다'는 모토로 현재 25권까지 나온 들녘의 귀농총서 25번. 


제법 은은하고 소담스런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의 시작은 조금 격앙되어 있었다. 귀농도 그 형태가 무척 다양해지고 있는 요즘, 게중에서 가장 왼쪽, 급진 좌파형 농부를 만난 것이다.

도시의 일거리를 가지고 가서 타협형 귀촌 생활을 꾸리거나,(<문호리 지똥구리네>) 공동 생산자로 농장을 함께 운영하며 수익을 얻거나(이 책의 저자도 <연두 농장>을 운영하긴 하지만 농장 이야기는 아니다), 자급자족형 친환경 작물 제배에 애쓰거나(<자연달력 제철밥상>), 주말 농장형 텃밭으로 농사의 재미를 알아가는(<나의 애완텃밭 가꾸기>)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였다. 

이른바 '잡초'를 접시에 담자는 것인데, 잡초의 중요성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사과가 가르쳐준 것>의 기무라 아키노리는 사과밭에 잡초를 원시림처럼 두거나 일년에 한 두번 이발을 해주면서 여름의 땡볕을 이기고 흙의 힘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아얘 어떤 잡초들은 가져다 심어야 할 정도로 잡초의 다양성과 중요성을 일깨웠다. 또 <자연달력 제철밥상>의 장영란도 '무경운 농법'을 한다며 도쿠노가진의 <무농약 채소 기르기>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잡초를 뿌리째 뽑아내면 충해가 심하다는 말이 나온다. 아마도 '잡초'역시 생태계의 한 고리로 인정하고 돌봐야 한다는, 알고보면 지당한 주장이다.

헌데 변현단(저자), 작물을 위한 효용성을 넘어 게걸스럽게 풀을 뜯는다. 이 잡초 컬렉션에는 민들레나 가죽나무같은 잘 알려진 식용, 약용 식물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강아지풀, 토끼풀, 개망초(계란꽃) 같은 언감생시의 들풀들도 있었다. 봄에 언땅을 뚫고 납작하게 엎드린 나물들은 대부분 약이 되고 찬이 된다고는 하지만 농사의 방해꾼 잡풀들이 실은 의도적 작물들에 못지 않은 영양과 맛을 가졌다고 자신만만이다. 

풀멀칭이나(비닐멀칭 대신) 풀거름으로 잡초를 '이용'했던 친환경 농사의 소박한 권력조차 이 잡초 접시 앞에서 작아졌다. 잡초의 식용 효능은 물론이고 작물농사에서의 중요한 구실들을 절절히 꿰차고 있는 저자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잡초를 제거하지 않고 잡초를 먹어가며 농사를 짓는 '잡초농법'은 작물을 심어 관리하는 '농사의 기원'까지도 조금씩 흔들어댔다. 

비닐과 기계에 의존하는 힘겨운 관행 농사가 '석유문명의 대안'이라는 가차없는 판단과 함께, 자연의 사유화가 수직적 사회구조를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말한다. 곡식 농사가 전쟁을 일으켰고, 남성의 힘을 요구하면서 땅의 권력이 생기고, 축적을 통한 '소유의 역사'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자연스럽지 않은 모든 것을 의심하는 저자는 '작물'조차 인위적인 공사로 변질되고 있다며 사육과 재배를 최소화하길 요구한다. 또 기업에 '소비자'로 내맡겼던 삶을 도로 가져오라는 사명을 부여한다. 2부 '잡초의 향연'이 이 책의 주가 되겠지만 '석유를 먹는 사람들'이란 제목의 1부는 짧지만 격렬한 주장들을 담고 있다. 2부는 그런 주장들의 실효성을 몸소 내보이는 샘이다. 

원추리, 꽃다지, 개망초, 쇠뜨기, 큰개불알풀, 피, 명아주, 개여뀌…낯익거나 생소하거나, 어쨌든 길을 오가며 한두번 쯤은 보았을법한 풀들이 버젓히 약효를 자랑하고 맛과 멋을 뽐내고 작물농사를 돕고 있는 걸 보자니 나도 모르게 몸이 근질거렸다. 풀숲에서 볼일을 볼라치면 엉덩이를 간질이는 풀들이 사랑스러워 못견디는 저자처럼 오늘 아침, 무성한 풀들에 종아리를 내주고자 아이와 채비를 했다. 

책의 잡초 세밀화들은 간략하면서도 아름다웠지만 직접 풀을 대면하여 알아차릴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었다. 작게나마 사진이 첨부되었더라면, 하는 바램을 직접 이뤄보겠다는 욕구가 슬슬 일었나보다. 50여 가지의 잡초들을 하루만에 모을 수는 없었지만 운좋게도 방치된 과수원의 잡초 원시림에서 발견한 '뱀딸기'만으로도 완벽한 수확이었다.




뱀딸기. 산딸기나 딸기보다 맛은 떨어진다. 사람은 얄팍해서 혀끝으로 먹지만 뱀은 사람보다 영리하게도 천연약재를 찾아 먹은 샘이다. 서늘한 맛으로 인해 가슴과 배의 열이 계속되는 것을 다스리는데 효용된다. 주로 어린잎과 열매를 먹는다. 잎과 줄기에는 항암작용 외에도 항균, 면역기능 증강작용이 있다고 한다. 가장 일상적으로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잼을 만들어서 먹는 것이다.  





계란꽃이라 불렀던 개망초. 생리활성에 도움이 되므로 생즙으로 내어 먹어도 좋다. 자체의 풍미를 즐기려면 소금만 넣어서 먹고, 보다 부드럽게 먹고 싶으면 참기름에 깨를 살짝 무쳐 먹으면 된다. 잎이 약간 세다고 생각하면 된장국으로 끓여 먹는다. 꽃이 피면 꽃과 함께 튀겨먹는 게 진짜 별미다. 햇볕에 말려 약재로 사용하면 좋다. 한방에서는 열을 내리고 독을 치료하며 소화를 돕고 설사를 멎게 하는데 쓰인다.




잎 뒤에 붙은 가시 때문에 옷에 브로치처럼 달고 놀았던 환삼덩굴. 농사꾼에게는 화해할 수 없는 적군이지만 화려한 효능을 자랑한다. 현대인의 고질병인 고혈압과 아토피에 특히 좋다. 환삼덩굴을 진하게 달여 목욕을 한다. 평소에 소주에 담가 놓고 쓰면 여름철 모기 물린데 그냥 바를 수 있다. 삼과인 환삼덩굴은 약성이 뛰어나다. 쌈, 절임, 나물, 분말, 차 소개.   




애기똥풀. 줄기를 분지르면 노란 즙이 나와 잘 갖고 놀았다. 하지만 독성이 있어 먹지는 못한다고 한다. 예로부터 천연 염료로 사용해왔다. 노란즙을 사마귀가 난 곳에 바르면 사마귀가 없어진다.  




지칭개. 여태 엉겅퀴인줄 알았다. 엉겅퀴는 가시가 있다. 지칭개는 맛이 맵고 쓰며 성질은 차가워서 열을 내리고 독기를 없애고 뭉친것을 풀어준다. 외상으로 출혈이나 골절상에 지칭개 잎과 뿌리를 짓찧어 붙인다. 소염제및 소독제로 사용한다. 꿇는 물에 소금 약간을 넣고 아주 살짝만 데쳐 찬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낸다. 된장과 고추장을 섞기도 하고 그냥 된장으로 무쳐도 좋다.  




농사에도 쑥을 이용한다. 효소를 담가 놓았다가 어린잎에 영양제로 사용하며, 병아리와 어린 돼지들에게도 먹인다. 7월까지 채취하여 쑥을 먹인 가축들은 면역력이 뛰어나다. 쑥조청, 쑥밥, 쑥단자, 쑥차 소개.




명아주는 심장이 튼튼해지는 대표적인 명약이다. 반찬 외에 효소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음지에서 말렸다가 차로 달여 먹기도 한다. 명아주는 시금치 맛과 비슷하다.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장을 소독하므로 식이요법을 하는 사람에게 특히 좋다.




우리 밭에 널린게 요 쇠비름이다. 씻어서 샐러드로 먹고, 된장을 넣어 나물로 먹고, 김치나 물김치를 해먹어도 좋다. 말려두었다가 겨울에 먹을 수도 있다. 한여름 효소를 만들어 식물의 영양제로도 사용한다. 악창과 종기를 치료하고, 뇌활동을 원활하게 하여 치매를 예방하고 콜레스테롤을 줄여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검은색 글씨가 책의 문장, 오른쪽이 책의 그림)

뱀딸기씨가 이물감으로 입안을 돌며 싱겁기만 한데도 아이는 죄다 뜯어먹고는 또 따러 가자고 성화다. 그래서 잡초가 시들해지기 전에 사진을 찍어두고 서둘러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다시 잡초림으로 들어가 딸기를 따는 동안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맛있다'를 연발한다. 그리고 집에 와서도 내일 또 따러 가기로 약속을 받아둔다. 마침 뒷마당 뽕나무에 오디가 익고 있어서 그날 아침은 야생 열매식으로 대신한 샘이다.





 
사실 내가 찍을 수 있었던 위의 잡초들은 도시의 길가에도 흔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광대나물, 뽀리뱅이, 방가지똥, 소리쟁이, 며느리 밑씻개. 털별꽃아재비, 어성초, 미국자리공, 개여뀌. 그대들을 만나고 싶어 몸이 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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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시장 - 일상다반사, 소소함의 미학, 시장 엿보기
기분좋은 QX 엮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서와 철학서를 동시에 들고 들락날락. 쉬이 진도가 나가지 않습니다. 원래도 동시 다발적인 독서를 좋아해 연애가 이랬음 얼마나 좋아~뭐 이런 생각까지 하면서, 인문 교양남들의 유익함과 도덕성에 쉽게 퇴자놓지 못하는 중입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외도죠. 간통에 대한 헌제의 판결이 어떻게 내려졌는지 몰라도 법이 이불속까지 들어올 수 없다는 주장처럼 독서의 유희에 누가 손가락질을 하겠습니까. 

유희라면 단연 '볼거리'입니다. 각잡힌 주장에 진땀이 난다면, 한 줄은 오해하고 한 줄은 포기해야 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랑해야 할 책이라면, 우회하여 꽂히는 화살처럼 그대에게 달려갑니다. 오늘의 우회로는 <한국의 시장>. 


제목만으론 싱싱한 젊음의 유혹도, 독특한 내면도 읽을 수 없을 지언정. 소탈하고 다감하게 다가오는 색색의 '시장사진'들에 팔도를 눈요기로 돌아본 소감이 결코 서운하지 않더라는 말씀. 

제주를 시작으로 서울까지 상경하며 장을 체험하고 온 그녀들이 바리바리 보따리를 한아름씩 풀어놓습니다. 상품보다 사람보다 생생한 사진이 말그대로 시장을 재발견 하고 있군요. 저도 여행가면 '시장 구경'을 빠뜨리지 않는지라 시장통의 진귀한 지역색이 모둠으로 펼쳐지자, 명산, 고승지, 맛집을 소개받은 것마냥 몸이 근질거립니다. 


몇년 전 제주 민속5일장에 갔을 때, 왜 제주녀들의 화려한 작업복이 눈에 띄지 않았을까요. 왜 빙떡이나 화산석 돌구이판 같은 건 보지 못했을까요. 그림만 아는만큼 보이는게 아닌가 봅니다. 워낙 전국적으로 공급용 채소와 과일들을 먹는, 이 무한 산업화 시스템이 시장의 지역색도 많이 흐릿하게 했음은 거부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정말 '장'이 서서 로컬푸드운동의 시초에 감명받는게 아니라면 시장은 변함없이 활기가 넘치면서도 도진개진의 매력만을 발산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이 책은 지역만의 개성을 부각시키는데 애씁니다. 맞습니다. 애쓰지 않아도 아마존이 아마존으로 남는 세상은 갔습니다. 저는 보려고 애씁니다. 제주의 미깡을, 벌교의 꼬막을, 병천아우내장터의 충남집을, 동해북평장의 딸기떡을, 주문진 수산시장의 예술달력을. 그들은 더더욱 애씁니다. 지역에 덧칠할 확실한 지역색을 고르기 위해.

'컴퓨터 도장은 위조와 사기를 당할 수 있습니다' 병천아우내장터의 수제 도장 좌판의 안내판입니다. '답답한 마음 다 풀어내고 가' 동해북평장의 장터 점집입니다. '당시 시장으로 흘러들어온 대부분의 미군 물품이 통조림' 부산 깡통시장의 내력입니다. '한 아주머니께서 트렌스젠더 복장을 한 아저씨 가슴에 슬쩍 손을 갖다 대었다. 그러자 각설이 아저씨는 오히려 옷을 들어 올려 여성 속옷을 착용한 몸을 보여준다.'대구서문시장의 각설이패 풍경입니다. '못골 온에어' 수원 못골 시장의 라디오 방송입니다. '음주 측정기와 기념화폐' 황학동 벼룩시장의 예상치 못한 품목입니다. 






예술, 건축, 문화, 맛집, 도서관, 지역축제 기행에 당당히 '시장'이 추가됩니다. 대형마트에 밀려나는 시장이 안쓰럽다면, 여행가서 시장 살리는 일도 좋은 대안인것 같습니다. 

이 책엔 디자이너 이상봉, 포토그래퍼 권영호, 가수 하림, 연기자 홍석천, 영화감독 박제현과의 시장 인터뷰가 실려있는데, 게중 가수 하림의 악기 흥정 부분이 참 재밌었습니다.
 


악기 살 때는 흥정을 해요. 예전에 황학동 벼룩시장에 너무너무 좋은 야마하 기타가 걸려 있더라구요. 얼마 주면 되냐고 물으니 "한 60~70만원은 줘야 되지 않을까?"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반값인 30만원을 불렀거든요. 그랬더니 아저씨가 40만원이래요. 그럼 또 제가 "사실 한 10만원이면 될 것 같은데 그냥 한 번 물어봤다" 그러니 아저씨가 30만원에 준대요. 결국 20만원에 사왔어요. 악기야 저도 전문가니까 흥정을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기념품 살 때는 흥정을 못하는 거죠. 
(사진출처; 문전성시-가는 날이 장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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