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국밥 보름달문고 13
김진완 글, 김시영 그림 / 문학동네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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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분단국가란 말도 별로 와 닿지도 않고 전쟁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자칫 고루해 질 수 있는 소재. 그럼에도 나는 결코 이런 책을 외면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전쟁에 대한 배고픔이나 가족애를 다룬 책을 그저 옛날이야기쯤으로 대한다.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또 어머니 아버지 세대가 돌아가시면 이나마도 전쟁이야기는 끊길 수밖에 없다.

책꽂이를 정리 할 때마다 작은 녀석에게 읽히고자 그냥 두었는데 이제는 치워야 할 때가 된 듯하다-.-;;

내용은 제쳐두고 주인공 두수를 비롯해 당시의 아이들은 열두어 살이면 동생을 업고 키우며 살림을 하는 것도 다반사다. 두수처럼 개성서 진주까지 동생 손을 놓치 않고 피란길을 무사히 가는 일은 정말 대단하다. 내 자식도 그렇지만 요즘 아이들 너무나 허약하고 강단이 없다. 좀더 강하게 키워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했다.

젯상에 떡 하니 국밥 한 그릇을 올리고 제사를 지내는 일은 분명 가볍지 않은 사연이 있을터...

이야기는 그 사연을 풀어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아무리 고생스럽더라도 가족이 있기에 전쟁을 겪어냈고 북받치는 울음과 눈물을 국밥으로 틀어막는 일마저 세월이 흐른 뒤에는 막걸리 한사발을 들이키며 추억을 떠올릴 수 있고 지금의 행복에 감사할 수 있는 일이 가능했던 거다.

   
  “하, 정말 답답하네. 내 비록 지금은 미국 놈들 군복이나 빨아 연명하는 저지지만 말이오, 아, 말은 바로 합시다. 미국이고 소련이고 중국이고 간에 왜 금쪽 같은 내 나라 내 땅에서 설레발을 치냐 이 말이우. 하늘에선 가을걷이 때 날아다니면서 폭탄을 퍼부어 대니 집이고 논이고 싸그리 쑥대밭이 되지, 그 쑥대밭 위로 소련제 땡크가 지나가면서 또 한 번 뒤엎지, 아 그것도 모자라서 중공군들까지 무슨 살판이 났다고 날라리를 불고 꽹과리를 쳐 대며 밀어닥치지.... 그 판에서 숱하게 죽어 넘어가는 건 다 누구들이우? 다 우리 동족 아닌가 이말이우! 총 맞아 죽고, 폭탄 맞아 거꾸러지고, 중공군 발길에 채어 깨지고 나자빠지는 게 다 누구냔 말이우? 남이고 북이고 따지구 자시구 할 거 없이 우리 한 핏줄 아니오? 다른 나라 놈들이야 전쟁 끝나면 제 나라로 챙길 거 챙겨서 보따리 싸들고 가면 그뿐이지만, 이난리 통에 간신히 살아남은 우리 같은 사람들은 대체 어쩌란 거요? 폭탄 껍데기 끓여 먹고 양놈들 신다 버린 워커나 삶아 먹어라, 이 말이우?”
 
   

 

대찬이가 미군이 피란민 처녀를 겁탈했다는 사천댁의 얘기를 듣고 핏대를 올리며 열변을 토했다.

우리의 아이들은 전쟁에 대해 또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기 전에 최소한 이런 동화라도 읽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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