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었니 낮은산 너른들 10
김남중 지음, 조승연 그림 / 낮은산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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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외면을 받는 책들이 단편이라고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껄^^

단편은 분량이 짧다고 해서 깊이까지 얕은 것은 아닌데도 왠지 글을 쓰는 것도 훨씬 쉬운 것이 아닐까 하는 그릇된 생각을 하게 된다. 
김남중 작가의 작품은 <기찻길 옆 동네>나 <자존심> <주먹곰을 지켜라>를 통해 만난 적이 있었고 그 중 <기찻길 옆 동네> 에서 어린이 책에서는 드물게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했다.
드물다고 했지만 사실 요즘 간간히 광주민주화운동이나 제주 4.3사건과 같은 정치적 이슈가 되었던 책들을 접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읽은 것으로는 그 책이 처음이었지 싶다.

여섯 편의 단편 중 '멈춰 버린 시계'의 작품 역시 광주의 사건을 다시 꺼내 들었다.
광주와 특별한 인연이라도 있는 것인지 아니면 쓰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인지??
어쨌건 엉성하지 않고 짜임새 있는 글을 읽게 되니 독자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 오히려 아이들한테  다양한 소재의 책을 보여 줄 수 있으니 나쁜게 아니라 좋다.
표제작 '살아 있었니'는 제목이 던져 주는 궁금증이 너무 컸다. 내가 읽고 있는 책이 뭔가 싶어 제목을 보던 딸아이가 '뭐야?'하는 반응을 보인 것도 그런 탓이리라.
환경에 대한 책은 정말 흔해졌다. 하지만 여기서는 멸종된 북극곰을 지키기 위해 의문의 냄새할아버지가 정부의 에너지 강제 절약법을 어겨가며 비밀 냉동고를 지어 대단히 많은 전기를 쓰는 것에 대한 일반인들의 논란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함께 던져 주고 있어 신선하고 독특한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였다.

'최후의 만찬'과 '성큼찔끔 성큼찔끔'에서는 사실적인 인물묘사와 어려운 경제 현실을 반영한 요즘의 트렌드 격인 내용이라 하겠다. 한때 이혼이나 가정 폭력에 대한 책이 너무 많이 쏟아져 식상하다고 생각된 적이 있었으나 어쨌든 우리의 내밀한 모습을 정확히 표현한데 대해서는 토를 달고 싶지 않을 만큼 표현력이나 감정의 처리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컸다.
그 외에 '검은 뱀'에서는 쿡쿡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내 모습이 살짝살짝 보여서.
가끔 나는, 작은 벌레를 죽이고 나서 꿈을 꾸면 수백 수천 마리의 벌레들이 나를 공격하거나 달려드는, 그야 말로 '개꿈'을 꾸곤 한다. 그런 날이면 다음날 파리 한마리를 죽여야 할 때도, 죽여? 말아?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드는데 가끔은 그런 내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다.
주인공인 광현이가 악몽을 꾸고 나서 변화되는 심경을 겪는 것이 그래서 더 우스웠다.
원래 작가의 의도와는 엇나가는 이야기 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던 부분이 바로 그 대목이었다.

전체적으로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단편이지만, 이런 단편이라면 읽어 볼 만하지 않은가?

꽃분홍 색깔의 책등이 책꽂이에 꽂아두면 눈에 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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