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 튜더 클래식 03: 코기빌 마을 축제 - 코기빌 시리즈 1 타샤 튜더 클래식 3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예스 24에서 서평 이벤트로 처음! 맨 처음!으로 받게 된 책이다. 


회원 많고, 참여자 많고, 나에겐 구원의 손길을 전혀 열어주지 않을 것 같던 예스 24 서평단 모집 ㅋㅋ 나에게도 기회가 왔다.


보통 이런 동화책은 아이가 있는 엄마들이 많이 신청하는 것 같은데
난 멀쩡한 성인인데 동화책 이벤트 꼬박꼬박 신청한다.
동화책을 좋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타샤튜더를 좋아하고, 웰시 코기를 좋아한다.


타샤튜더를 처음 만난 건 MBC의 어느 한 다큐멘터리.
동화작가이면서 자신의 정원을 열심히 가꾸고 백 평이 넘는 정원에 온통 코기 강아지들을 풀어놓는 여인. 60년도 넘은 골동품 옷을(팔면 엄청 돈 되는 옷이라고 한다) 아무렇지 않게 매일 입고 생활하는, 왠만한 도구들을 혼자 척척 만들어 쓰는 멋쟁이 할머니가 타샤튜더다.


할머니가 입는 옷들은 요새 ’빈티지샵’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옛날 옷.
원래 입던 옷이니까 입는다는 쿨한 할머니의 모습!
그 옷들이 너무 탐났다 ㅋㅋ 나 그런 옛날 스러운 옷들 좋아해 ㅋ
그런데 코기빌 마을 축제를 보니까
등장 인물들이 딱 그런 옷을 입고 있어!


그리고 할머니의 광활한 정원도 부러웠지,
백 평이 넘는다는 정원을 손수 척척 가꾸는 타샤튜더.
너무 인공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가꾸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나도 나이가 들면 정원을 손질하면서 살고 싶었다.


또 가장 부러운 건 
정원을 뛰어다니는 웰시 코기+_+
내 로망의 강아지>_< 지금은 부모님들이 싫어하셔서 개를 기를 수 없지만
나중에 혼자 살게 되거나하면 꼭 개를 키우고 싶다. 특히 웰시 코기를!



코기는 털 색깔이 여우 같은 작은 개랍니다. 다리가 짧고 꼬리는 없지요. 코기들은 꼭 마법에 걸린 것 같아요. 달빛 아래서 보면 무슨 뜻인지 알 거예요.
 
페이지 : 3  


타샤튜더는 웰시에 대해 이렇게 썼다.
꼭 달빛 아래서 바라보고 싶은데!


코기는 꼬리가 없어서 엉덩이로 균형을 잡으며 걸어다닌다. 뒤뚱뒤뚱!
아주 작은 개지만 힘이 넘치고 잘 뛰어다닌다. 
원래 소몰이 개라고 한다. 짧은 다리로 소 가랑이 사이를 뛰어다니며 무리를 이탈하는 소의 발목을 깡깡 물어준다고 한다. 


너무나 좋아하는 코기가 나오는 코기빌 시리즈!


코기빌 마을 축제는, 과거 미국의 시골에 있던 마을축제를 모티브로 쓴 이야기라고 한다.
그 시대를 살았던 타샤튜더가 그 시대로 돌아가 쓴 것 같은 이야기.


코기빌에는 토끼, 고양이, 코기, 보거트가 산다. 
코기는 내가 이토록 찬양했으니 알겠지만
보거트는 뭘까? 궁금하시면 책을 보시라.


이야기는 너무나 사랑스럽다.
귀여운 코기 칼렙이 모든 역경(역경이지만 귀여운 역경이랄까)을 겪고 마을 축제 염소 경주에서 1등하는 내용.  

칼렙을 방해하는 톰캣의 행동도 귀여울 뿐이다.




이 귀여운 이야기를 더더욱 사랑스럽게 만드는 건
타샤튜더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
아주 따뜻한 색감의 그림이다. 


책을 펼치면
’아니 이건 월리를 찾아라 인가?’ 싶을 정도로 커다랗고 아주 세세한 그림이 가득이다.


모든 동물들의 표정이 살아있고, 각각이 다 예쁜 옷을 입고 있고
건물들의 묘사도 정말 세심하다.


그리는 데 아주 많은 시간이 들었겠지?

정말 옛날느낌이 나는 포근한 그림이야.



이 귀여운 책을 읽고 나니, 타샤튜더 할무니가 작년에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더더욱 안타깝다.


어쨌거나, 아주 만족 만족한 그림책.
윌북에선 날 뽑은 걸 아주 잘한일이라고 생각하게 될거야,
타샤튜더 시리즈를 모두 구입할 생각이니까!

한 권을 읽으니 또 다른 책이 궁금해서 견딜 수 없다.
타샤튜더의 세계, 빠져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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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학사 1
이리에 아키 글.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서평단 이벤트로 받게 된 군청학사.

맨 처음에 제목을 보고 이게 무슨 말일까 많이 생각했었는데
군청색의 학교 이야기;; 왠지 직역 실력이 거지 같군 ㅋㅋ
암튼 젊은 청춘들(대략 학생들의?)의 군청빛 이야기라는 거다.


1권, 2권, 3권 계속 있다고 해서 시리즈 물인 줄 알았는데
단편 모음집이다.


제목은 군청학사이지만 꼭 학교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대부분 학생들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지만
할무니가 숲을 거니는 이야기도 한 편 실려 있고,  분명 학생은 아닌 것 같은 카페 여 종업원과 소설가의 이야기도 있고 의외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렇지만 학생들이 많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조그만 초등학생들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다양하게 나온다.



책 표지는 고급스럽다. 만화를 자주 보는 편인데, 보통 만화에서 볼 수 있는 표지가 아니라 신경쓴 듯 한 표지. 반딱반딱한 비닐같은 표지가 아니라 살짝 은은한 광이 도는 표지이다. 잘 찢어지거나 할 것 같지 않다. 속 표지도 단단하고 멋있다. 갱지에 깊은 군청색의 조화. 

그냥 막 빌려볼 만화라기 보다는 소장하고 싶은 고급스러움이다.



만화니까, 그림체에 대해서 말해보자!

그림체 참 맘에 든다+_+
참 손이 많이 갔을 것 같은 그림.
물론 톤도 썼겠지만, 펜 선으로 기본적인 명암 조절이 들어갔다. 그런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포근해.


이야기도 마찬가지!
서늘할 만큼 냉정하면서도 이상한 포근함이 있다.
슬픈 상황이나 기쁜 상황, 또는 눈 깜짝하게 놀라운 상황(반에 다람쥐 꼬리를 가진 친구가 있다든지 ㅋㅋㅋ)인데도 왠지 담담하게 그려낸다. 
그렇지만 차갑게 느껴지지 않아, 모든 걸 감싸안는 느낌.


또 하나의 특징은
대사가 그렇게 많지 않다. 

원래 대사가 많은 만화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 만화가 조금은 낯설다.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그림으로 상황으로 많은 걸 설명한다.
그림이 아주 섬세해서 대사가 많지 않아도 많은 것이 설명된다.


낯설긴 낯설다. 
대사가 없어도 한 번 읽고 던져버릴 것 같지 않다.
그림을 음미하며 여러 번 살펴볼 것 같다.
보면 볼 수록 매력이 넘치는 책이 될 것 같단 말야.


단편 모음집이라 자세한 줄거리에 대해선 쓰진 않겠다.

하지만 제목하나는 참 잘 지은 것 같다.
'학사'는 잘 모르겠고(개인적으로 숲이 요동치는 모습과 대비되는 할무니가 나오는 '숲으로'를 참 인상깊게 봤거든)
'군청'은 말야!


왠지 서늘하지만 차갑지만은 않은 푸른빛, 군청과 
이 이야기들은 너무 잘 어울려.


이리에 아키, 신인이지만 넘치는 개성으로 매우 주목받고 있는 작가라고 한다.
나도 주목해 봐야겠는걸?


별 하나 뺀 이유는,
너무 짧아 ㅠㅠ 단편이라는 걸 감안해도 짧은 편이라 호흡이 뚝뚝 끊기는 느낌.
뭐 짧은 이유는 작가 사정, 원래 연재되던 잡지에서 배정해 주던 페이지 수 같은 여러 문제 때문이겠지. 그렇지만 보는 입장에선 아쉬울 뿐인 걸.
조금 긴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다. 
이 작가의 장편이 나온다면 꼭 챙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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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박완서 지음 / 창비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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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에 대한 첫 기억은 중학교 때, 마트에서(서점이 아니라 마트였다 분명) 박완서의 책을 집어든 엄마가 "참 글 잘쓰는 작가야."라고 말 했던 것.


  그 때 집으로 사 온 책은 '오래된 농담'이었다.
  어린 내가 읽기에는 요상했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단숨에 빨려들 듯 읽었지만 내가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바람을 피우는 주인공, 이혼하고도 생명력이 넘치게 요요하게 살아가는 여인, 여성생활의 부조리 등등... 어리니까 이해못하는 깊이였다.


  그렇지만 박완서라는 이름은 머릿속에 깊게 남았다.
  아이들은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게 마련인데,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작가라니.



  엄마는 박완서 책을 볼 때 마다 옳지, 하며 사주셨다. 
  그래서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도 읽었고
  MBC 인기프로그램이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서 선정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도 읽었다. 싱아를 읽으면서 비로소 눈에 하트를 달기 시작했던 것 같아. 완전완전 재밌다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싱아의 후속작인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읽은 건 고등학생 때 였다. 그 땐 이미 싱아도 두 번 읽었다. 국어 교과서엔 '그 여자네 집'이 나와서 마음을 소복하게 적셨고, 우리학교에서 쓰던 문학교과서엔 박완서의 등단작인 '나목'이 실렸다. 나목을 공부할 때 절로 신나서 국어 선생님 말씀을 눈에 불 켜고 들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무엇보다도 박완서가 해 주는 옛날얘기에 쏙 빠져 버렸다.
  내가 태어나기 한참 전이지만 나에게도 지워지지 않을 6.25 이야기도 좋아했지만 가장 좋아한 건 개성 이야기다. 박적골에서 살던 어린 박완서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었다. 분단이 되어 그 곳에 더는 가 볼 수도 없고, 분단이 되지 않았다 해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기 때문에 더 절절하게 재미있었는지도 몰라.



  박완서가 마흔이 넘어 등단했다는 이야기는 엄마에게 들었다.
  박완서가 꽤 나이가 많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어렸을 때 6.25를 겪었다면 우리 할머니와 비슷한 연배임이 분명한데도 나는 박완서가 조금 젋다고 생각했다. 왜 그럴까나 생각해 보니까 그가 쓴 글에서 뿜어져 나오던 엄청난 생명력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어렸을 때 아주 꼬꼬마였을 때 조금은 작가가 되고 싶었다. 
  초딩때 꿈은 거창하게도 선생님 + 동화작가 + 시인 또는 소설가 였다ㅋㅋㅋ
  지금은 요 모양 요 꼴이지만, 이래뵈도 꼬마때는 문학어린이였거든ㅋ 책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었거든.


  그런데 커 가면서 깨달은 건, 가슴에 아픔을 품고 사는 사람이여야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아픔과 응어리가 없다면 글을 쓸 수 없다. 어릴적, 행복한 작가가 되어 행복한 글을 쓸 수는 없을까 많이 고민했다. 그렇지만 슬픈 사람이 글을 쓰는 것 보다 행복한 사람이 글을 쓰는 게 훨씬 어려울 것 같았다. 마음 따뜻하고 행복한 글 조차도 아픈 일들을 감동적으로 바꿔 쓰는 거니까 말야. 난 그 아픔을 다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박완서 자신도 이렇게 말한다.

  땅속으로 파고들지 못한 씨는 봄이 와도 싹트지 못할 것이다. 고독의 밑바닥을 치지 않고는 결코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그건 슬픈 일이다. 글쓰는 일에 사로잡히게 될까봐 점점 더 몸을 사리게 되는 것도 그 고독하고 처절한 암중모색을 견딜 만한 힘이 나에게 남아 있지 않다는 걸 남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페이지 :  114  


  노령이지만 힘이 넘치는 글을 쓰는 작가의 변.



  두부를 읽으면서 박완서가 얼마나 늙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나 자신과는 별개라는 것, 그래서 나이가 들면 몸이 내 맘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나이다. 일을 하거나 음식을 먹어도 몸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는 나이이다. 도시를 버리고 시골로, 자연으로 다시 가고 싶고 고향생각에 언제나 사로잡혀 있는 것 처럼 보이는 '실향민'의 모습이다. 손자들이 장성한 할머니다.


  그녀에게 얼마나 아픔이 많았을지 다시금 깨달았다.
  6.25와 그 후의 처참한 이념싸움(어느 한국문학에서나 참 가슴 찢어지게 그려지는)을 직접 겪었을 뿐 아니라 남편과 아들을 앞서 보냈다. 이 모든 것들이 잊혀지지 않고 놓여지지 않아 글을 썼다고 말하는 작가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작가의 숙명은 왜 그런 것일까?



  또한, 박완서가 얼마나 빛나는지도 알게 되었다.
  나이가 많아도 누구보다 빛나는 통찰력을 지니고 있다. 박사학위 따면서 공부하고 거들먹거리는 그런 공부를 하지 않았을텐데도 그는 세상을 꿰뚫어 않다. 



  여기 수록된 산문 중에서 박완서의 통찰력이 가장 빛나는 글은 '구형예찬'이다. 2002년 월드컵 이후에 쓴 글이다.
  여기 박완서가 스포츠가 인간을 끓어오르게 하는 이유에 대해서 쓴 부분이 있는데, 그건 내가 지난 학기에 스포츠사회학에서 줄창 배웠던 부분이었다. 학자가 아니지만 학자보다도 더 이해하기 쉬운 말로 풀어놓았다. 조금 감동했다.

  계속 읽어나가다보니 축구에서 정치로, 정치에서 지구로 연결되었다. 고등학교 때 배운 '수필은 무형식이 형식이다'라는 말이 떠오르면서, 축구가 정치가 되고 정치가 지구에 대한 사랑이 되는 어떻게보면 혼란스러울수도 억지스러울수도 있는 흐름에 감탄하게 되었다. 그 모든 것을 하나로 관통시킨 것은 작가의 능력일 것이다. 외경심을 가지며 묘한 기분으로 책장을 잠시 덮었던 기억이 난다.



  구형예찬도 재미있었으나 역시 나에게 가장 재미있던 것은 '개성사람 이야기'였다. 
  어릴 때 어머니가 해 주던 옛날 얘기에 사로잡혀 지내던 박완서와 같이, 나도 옛날얘기들을 무진장 좋아하나보다. 나에게 할머니 뻘인 늙은 작가가 해주는 옛날 이야기는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할머니 무릎에 누워 옛날 얘기를 조르던 시절이 떠오른다.


  지금 내 세대에선 개성사람에 대해 이야기 하지도 않는다. 태어나기 전 부터 나라는 분단되어 있었으니 개성사람을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다. 

  그러나 박완서가 어릴 때만 해도 서울 사람들이 개성사람을 짜다고 욕했다고 한다. 돈 계산에 밝고 확실한 모습이 야박해 보였나봐. 


  개성사람들은 돈을 나눌 때 우수리가 생기면 성냥 한 갑을 사서 나눠가질 정도로 확실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돈을 꿔줄 때는 정말 믿는 사람에게 받을 생각 없이 꿔주는 모습도 있었다. 



  그러나 타지사람들은 개성사람들이 이렇듯 셈에 철저한 걸 인색한 것과 동일시하는 것 같은데 그건 절대로 아니다. 개성사람이 인색하다면 아마 그건 자신에게 대해서일 것이다. 자신에겐 박하고 남에겐 후한 거야말로 개성 인심의 진수이다. 후하다는 건 덮어놓고 뭘 많이 준다는 게 아니라 일단 도와줄 만해서 도와주면 그만이지 그걸 갖고 질질 끌며 생색을 내지 않는 깔끔함을 말한다. (중략)
  타지사람들이 개성사람을 앉은 자리에 풀도 안 날 지독한 사람으로 여기는 게, 자신을 위해 아끼고, 베풀 만한 사람에게는 베풀되 나중에 그걸 가지고 절대로 떠벌리지 않는 결곡한 정신 때문이라면 흉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개성에는 소문난 몇몇 부잣집이 있는데 그들이 일제 때 소리소문없이 해외에 독립자금을 댄 건 개성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일제 때야 소리소문없이 할 수밖에 없었다 쳐도 해방후에는 그걸로 애국자연할 수도 있었으련만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페이지 : 169  

  검소하면서도 집 안 만은 광이 나도록 닦고, 노는 땅을 보면 그 자리에서 개간하고 씨를 뿌리고, 그러면서도 음식은 맛깔나게 해 먹었던 개성사람들. 참 멋쟁이가 아닌가! 

 
  작가 자신도 말하지만, 공산주의하에서 지금 개성사람들은 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개성사람을 보고 싶구나. '그 시대'를 직접 살아본 노인들의 증언을 들을 때야말로 갈라진 채로 살고 있다는 게 극도로 안타까워진다.


  이 외에도 아치울마을 이야기들도 재미있었고, 언어사대주의에 대한 글, 글을 쓰는 작가의 숙명에 대한 글도 즐거이 읽었다.


  산문집을 찾아 읽는 건 여러 책 고루 읽기 운동(내 마음대로 운동ㅋ)의 일환인데
  실은 산문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도서관 저 쪽 끝에 모여있는 산문집 코너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한 권 빼서 읽는데, 거의 대부분 읽다가 후회하고 중간에 포기해버린다.


  그런데 박완서의 이 책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다른 산문집도 찾아 읽어봐야겠다.
  산문도 소설보다 더 재미있을 수 있구나! 수필의 매력이란 바로 이런 것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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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도깨비 - 책귀신 1
처음주니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어린이 도서인 책 읽는 도깨비.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오랫동안 사람이 쓴 물건은 도깨비가 된다는 우리나라 고유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현대에 도깨비가 되어버린 돈궤(고리짝), 몽당비, 공책. 이 도깨비들이 돈을 그러모으면서도 심심하게 불안하게 살다가 책 읽는 맛을 알게 되고 인생의 참맛(?)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이다. 책을 좋아하게 되고나서 도깨비들의 생활도 안정된다.


 나는 어른이다. 그래서 어린이 책을 보면 마냥 어린이 처럼 좋아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는 어린이 책을 좋아한다!
 나는 동화에 환호하고, 빠져들며, 그 일이 실제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상상한다.
 그렇지만 나는 어른이라서
 어린이들보다는 훨씬 비판적이고 냉소적이다.

 

 그런 나의 입장에서 이 책을 바라보면 
 꺅! 너무 좋아!!!! 는 절대로 아니다.


 물론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썼던, 다른 동화책 리뷰에 비하면 어조가 차분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왜냐면 이 책은 열광할 정도는 아니라서=ㅁ=!
 말하자면, It’s good! 나쁘진 않아, 좋은 편이야. 

 
 왜 이 사랑스러워 보이는 동화는 나에게 이 정도의 평가를 받을까?
 

 도깨비도 나오고, 선비도 나오고(책을 많이 읽은 사람을  현대의 선비로 설정한건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 세종대왕님은 무덤에서도 책을 읽을 정도고.
 아주 환상적인 면을 갖추었다. 이 정도면 아주아주 빠져들어 읽었을 법도 한데.


 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삽화.
 삽화는 아주 좋다. 도깨비의 털털한 모습이 익살스럽게 표현되어 있고 색감도 따뜻하다.


 이야기 전체의 구성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약간 루즈하다. 
 왜 루즈할까?
 꽤 짧은 이야기이고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는데도
 늘어진다고 생각하게 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다시 말하자면, 임팩트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야기가 늘어지는 것 같은 이유 또 하나.

 글 중간중간에 갈색의, 약간 큰 다른 글씨체로 한 두 문장이 등장한다.
 한 페이지에 한 번 이상! 많을 때는 서너번.
 
 이 ’갈색 문장’은 만약 이야기를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참견하듯이 할 것 같은 말이다.
 이 녀석 때문에 흐름이 자꾸 끊겨서 이야기 몰입도가 떨어진다.

 예를 들어 

 영감은 하루에도 몇 번씩 자물쇠를 풀고
 돈다발을 만져 보며 히죽히죽 웃었어요.
 "큭큭큭! 안 먹어도 배부르구나."
 영감은 돈에 곰팡이가 피어도 쓰지 않았어요.
 돈은 돌고 돌아야 하는데...

또는 

"좋소. 그걸 약속하면 내가 답글을 주겠소."
도깨비들은 책을 읽겠다고 약속했어요.
역시 귀신끼리는
여러 말이 없어도 잘 통한다니까.


 뭐 이런 식.
 저 갈색 글들은 없어도 그만 있어도 그만일텐데
 책 내용 중간중간 들어있다보니 읽다가 흐름이 자꾸 끊긴다. (난 좀 예민한 편이고, 신경 안 쓰인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다만,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면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또 소재의 면에서 도깨비, 선비, 문답 등 우리 고유의 것들을 활용한 점은 높이 산다.
 그러나 어른인 내가(나름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사전 정보가 있다) 읽어도 좀 많다 싶을 정도로, 쌩뚱맞다 싶을 정도로 소재들이 등장한다. 이것들에 대해 모르던 아이들이 읽으면 약간 정보의 홍수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또 도깨비와 선비가 문답하는데 쓰인 말은 한자로 쓰여있다. 
 차라리 한글풀이된 문장으로 문답을 하는 것은 어땠을까?
 책도 잘 안 읽는 아이들이 책에 한자가 나온걸 보면 기겁할지도.
 한자를 꼭 알아야 될 것만 같은 부담감을 안겨준다.



 별것도 아닌 불평이 길었지만, 내가 서평단이기 때문에 좀 더 비판적으로 보았다.


 어쨌거나 이 책의 주제는 "책 읽는 건 너무 재밌는 일이야!" 이다.
 맞아, 책 읽는 건 너무너무 재미있다.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재미있다.
 책의 재미를 미처 깨닫지 못한 아이들에게 이 책은 책의 재미를 알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 될 듯. 

 
 이야기도 탄탄하고 재미있지만
 앞서 말한 몇 가지 문제들로 인해 
 "꺅! 이 책 너무 재미있다. 역시 책 읽는 건 너무 재미있다+_+!!!!" 의 반응보다는
 "음 교훈적이야. 책을 읽는 건 좋은 일이겠지. 앞으로도 책을 많이 읽도록 노력해야지."의 반응을 불러일으킬 듯 하다.

 뭐, 나쁜 건 아니지. 좋은 거지만
 아이들에게 앞선 반응이 나올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작은 아쉬움이 남는, 
이렇게 비판적으로 썼지만 그래도 꽤 재미있는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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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동안의 과부 2
존 어빙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세상엔 정말이지 많은 사람이 사니까 말야
정말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작가라고 말하고 다닌다.

그렇게 책이 많은데도 
의외로 재미있는 책은 많지 않다.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가 되는 책은 더더욱 많지 않고,
그 베스트셀러 중에서도 이런 책은 정말이지 흔치 않다!!!




이건 정말 오래간만에 만난 아주 재미있는 책.


졸음이 쏟아지는데도 허벅지를 꼬집으며 책장을 넘기게 되는 책이다.
왜냐, 내용이 너무 궁금하거든!!!

안그래도 존 어빙은 "page turner"라는 별명을 이미 가지고 있댄다.


암튼 이런 책이 얼마만이냐면,
댄 브라운의 천사와 악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신작 '신'은 아직 안 읽어 봤으니깐) 이후로는 처음인 것 같네. 

그치만 이 책은 위의 두 미스테리스러운 책과는 좀 다르다.
댄브라운이나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모든 것이 밝혀지는 정점, 결말로 숨가쁘게 달려나가는 글을 쓴다면 존 어빙은 정말 사람 사는 것 같은 글을 쓴다.
서정적인 면도 굉장히 강하고, 어떤 거대한 비밀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우리 살아가는 이야기 같은데도 
난 잠을 못 자겠는 거야!


암튼 존 어빙은 정말 대단한 이야기 꾼이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거의 소설가, 작가 들이다.
그 작가들이 쓴 이야기에 대해서도 자세히 서술해 놓았다.
이 소설 속에 작은 이야기들이 몇 개나 들어가 있는지!
작가의 머리속에 아이디어가 넘치는 샘물이 들어있는 것 같다.
소설 속 인물들이 쓴 이야기들도 하나같이 신선하고 재미있다.


무엇보다도 테드 콜이 쓴 동화가 정말 좋다.
실제로 동화책으로 나오더라도 꼭 가지고 있고 싶을 것 같아.



그리고 존 어빙은 정말 '이야기꾼'스러운게,
문체가 여느 소설과 다르게 이야기해주는 사람의 문체다.
1인칭,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을 넘나들고
소설 초반부에서도 뒷 내용을 막 알려준다. 예를 들어, 그 때의 에디는 자기가 매리언을 얼마나 사랑하게 될 지 몰랐으리라. 요런 식.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다.
학교에선 3인칭 관찰자 시점이야 말로 가장 세련된 현대 소설의 시점이라고 가르쳐주었고
전지적 작가 시점은 우리 고전 소설의 특징으로서 배웠거등


그리고 작가가 나서서 뒷 얘기를 중간중간에 흘리니
이거 너무 김 빠지는 거 아닌가 싶었던 거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책 뒷표지에 '과거와 현재의 내러티브 기교가 우아하게 결합된'이라고 표현되어 있는
바로 그 "~했으리라" 문체가 내 뒷통수를 때리는 소설의 장치였다.
소설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 시간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도 해서, 1958년과 1990년 간의 긴 여백이 아주 매끄럽게 이어진다.


이 책은 인터파크 이벤트를 통해 받았다>_<
나에게 이렇게 좋은 책을 선물한 인터파크, 완전 소중해 ㅋ


2권까지 단숨에 다 읽은 마당에 여기서 1권 리뷰를 쓰자니 참 애매하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책 너무 재밌다는 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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