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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리스식 웨딩(1disc) - [할인행사]
조엘 즈윅 감독, 니아 바르달로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그리스 출신으로 미국에 살고 있는 툴라의 가족은
미국에 살지만 여전히 그리스 인이다.
사는 곳은 미국이나, 조국 그리스의 모든 것을 모두 지키고 있다.
툴라의 아버지는 모든 단어의 기원은 그리스어라고 주장할 정도로 그리스를 사랑하고
집안의 모든 여성이 그리스남자와 결혼해야하며
아이는 적어도 셋은 낳아야 한다.
툴라는 금발의 하얀피부를 가진 미국 여자애들에게 알게모르게 따돌림을 당하며
서른이 넘는 나이까지 자신을 꾸미지 않고
그저 집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댄싱조르바’에서 잡일을 할 뿐이다.
아버지는 그리스인이랑 결혼하라고 성화지만
그녀는 그리스의 모든 것이 그닥 좋지 않다.
그냥 그런 일상을 보내던 중,
댄싱조르바에 온 한 미국남자에게 첫눈에 반하고,
그 날부터 툴라의 일상이 달라진다.
흥미가 있었지만 ’여자는 공부할 필요 없다’는 부모님의 말에 접어두었던 컴퓨터공부를 시작하고, 화장을 하고, 안경을 벗고 콘택트렌즈를 끼기 시작했다.
식당일도 그만두고, 이모가 운영하는 그리스 여행사 접수일을 보기 시작!
툴라의 생활이 활기를 띄기 시작하는 도중,
첫 눈에 반했던 바로 그 남자, 이안이 이번엔 툴라에게 반해버렸다.
툴라역의 여배우는 처음보는 얼굴이지만,
전형적인 미국인으로 나오는 이 남자는 익숙한 사람.
섹스앤더시티에서 캐리가 꽤 진하게 반했던 가구디자이너님이다.
그 때도 캐리에게 청혼하고, 결혼해서 알콩달콩살기를 바라던 반듯한 남자였는데
여기서도 여자에게 모든 걸 바치는 로맨티스트로 나왔다.
둘의 사랑은 깊어가지만
아버지는 그리스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너무 깊은 사랑에 괴로워하는 툴라를 보고
이안은 자기가 그리스인이 되기를 결심하고
툴라의 부모님도 둘을 허락한다.
결혼은 집안과 집안과의 문제.
전형적인 미국인 이안의 가족은 아들이 선택한 사람이니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듯,
결혼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툴라네 집은 다르다.
툴라의 부모님과 형제자매는 물론이고,
이모, 삼촌, 사촌들, 사촌의 배우자, 그들의 자녀까지
모두 ’가족’이다.
양친이 만나는 상견례자리에도 온 ’가족’이 모여
마당을 잔뜩 채우고 통돼지를 굽고 춤을 추며 야단법석이다.
이안의 부모님은 질색을 하고,
툴라의 부모님도 냉정한 반응에 상처를 입는다.
그렇지만 결혼은 진행되고(이런 점은 우리나라랑 정말 다르다. 우리나라 같으면 결혼 진행 중이라도 부모님들이 훼방을 잔뜩 놓을 거야)
경건하고 조용한, 미국식 웨딩이 아닌
아주 크고, 성대하고, 정신없고, 유쾌한 그리스식 결혼으로 치뤄진다!
그 정신없는 과정에서
서로를 잘 몰라 이해할 수 없었던 양쪽 가족이 화합하고
익숙해지고,
서로가 틀린게 아니라 다를 뿐 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자신이 그리스인이라는 것까지 모두 사랑해주는 이안을 통해
툴라는 자신의 뿌리까지 모두 사랑하게 된다.
쓰다보니 줄거리를 다 써버렸다.
이걸 읽고 영화를 보면 참 재미없겠지만,
영화팬들이 영화를 고를 때 참고하는 글이 아니라
소장용 영화를 살 때 보게되는 글이니까 괜찮겠지? 암, 암.
2002년에 나온, 벌써 꽤 된 영화지만
오늘날의 나에게 시사하는 점이 크다.
’인종의 용광로’라 불리는 미국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인데,
우리나라 사람들도 미국에 많이 살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들도 ’툴라’와 같은 과정을 많이 겪는다고 한다.
부모님의 나라일 뿐, 자기들은 가보지도 못한 나라 때문에 겪는 차별과 갈등.
미국에선 한국인이고 한국에선 미국인 취급을 받으며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고 들었다.
완전히 ’미국인’인 한국계 사람들도 자라날수록 막연한 향수와 그리움을 느끼며
한국을 인정하고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느끼게 된다고 한다.
영화속에서 본 그리스인의 모습은
어찌보면 우리나라와 많이 닮아있다.
온 친척이 가족이 되고, 떠들썩하고, 서로 참견많고,
그렇지만 ’정’ 존재하는 듯한 따스하고 유쾌한 모습.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 어찌보면 깔끔하고 어찌보면 냉정한 미국에서
그리스문화나 한국의 문화를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나라에도 많은 외국인이 살고 있다.
돈을 벌러 왔든, 결혼이민을 왔든, 잠시 공부하러 왔든간에 말이다.
날이 갈수록 우리나라에도 국제결혼이 많아질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국제결혼은
한국 남성과 동남아시아의 여성간의 결혼이 비율이 가장 높다.
한국의 남성들도 ’이안’처럼 해야 한다.
국제결혼을 택한다면, 배우자가 한국인이 되기를 강요하지 말고
배우자의 뿌리까지도 사랑해야겠지.
그렇게 자기나라가 좋으면 그 나라에서 쭉 살지, 왜 한국와서 사냐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 경우엔 비판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나라에 이민을 와 놓고
각종 압박을 받으면서도 자신들의 문화를 고집하는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몇년 전 학교 수업에서 세일라 벤하비브가 쓴 ’타자의 권리’를 읽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 때는 그 책이 너무도 안 읽혀(어렵다 ㅠㅠ) 꾸역꾸역 대충밖에 못 읽었고
그 내용을 이해하지도 못했지만
지금은 어렴풋이 알겠다.
모든 인간에겐 자신이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자유가 있다.
그리고, 자신이 따르고 싶은 문화를 따를 자유도 있다.
사는 곳과 문화가 같을 필요는 없다.
아무 저항없이 문화를 향유하고자, 정말 괴롭고 힘든 삶을 살수 밖에 없는 곳에 머물러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영화에서 툴라의 부모님은
끊임없는 전쟁을 피해, 자신의 아이들은 안전한 곳에서 기르고 싶어
엄청난 고생을 각오하며 미국행을 택했다.
사람에겐 각자의 이유가 있다.
그리고, 모두는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