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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도깨비 - 책귀신 1
처음주니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어린이 도서인 책 읽는 도깨비.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오랫동안 사람이 쓴 물건은 도깨비가 된다는 우리나라 고유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현대에 도깨비가 되어버린 돈궤(고리짝), 몽당비, 공책. 이 도깨비들이 돈을 그러모으면서도 심심하게 불안하게 살다가 책 읽는 맛을 알게 되고 인생의 참맛(?)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이다. 책을 좋아하게 되고나서 도깨비들의 생활도 안정된다.
나는 어른이다. 그래서 어린이 책을 보면 마냥 어린이 처럼 좋아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는 어린이 책을 좋아한다!
나는 동화에 환호하고, 빠져들며, 그 일이 실제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상상한다.
그렇지만 나는 어른이라서
어린이들보다는 훨씬 비판적이고 냉소적이다.
그런 나의 입장에서 이 책을 바라보면
꺅! 너무 좋아!!!! 는 절대로 아니다.
물론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썼던, 다른 동화책 리뷰에 비하면 어조가 차분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왜냐면 이 책은 열광할 정도는 아니라서=ㅁ=!
말하자면, It’s good! 나쁘진 않아, 좋은 편이야.
왜 이 사랑스러워 보이는 동화는 나에게 이 정도의 평가를 받을까?
도깨비도 나오고, 선비도 나오고(책을 많이 읽은 사람을 현대의 선비로 설정한건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 세종대왕님은 무덤에서도 책을 읽을 정도고.
아주 환상적인 면을 갖추었다. 이 정도면 아주아주 빠져들어 읽었을 법도 한데.
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삽화.
삽화는 아주 좋다. 도깨비의 털털한 모습이 익살스럽게 표현되어 있고 색감도 따뜻하다.
이야기 전체의 구성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약간 루즈하다.
왜 루즈할까?
꽤 짧은 이야기이고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는데도
늘어진다고 생각하게 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다시 말하자면, 임팩트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야기가 늘어지는 것 같은 이유 또 하나.
글 중간중간에 갈색의, 약간 큰 다른 글씨체로 한 두 문장이 등장한다.
한 페이지에 한 번 이상! 많을 때는 서너번.
이 ’갈색 문장’은 만약 이야기를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참견하듯이 할 것 같은 말이다.
이 녀석 때문에 흐름이 자꾸 끊겨서 이야기 몰입도가 떨어진다.
예를 들어
영감은 하루에도 몇 번씩 자물쇠를 풀고
돈다발을 만져 보며 히죽히죽 웃었어요.
"큭큭큭! 안 먹어도 배부르구나."
영감은 돈에 곰팡이가 피어도 쓰지 않았어요.
돈은 돌고 돌아야 하는데...
또는
"좋소. 그걸 약속하면 내가 답글을 주겠소."
도깨비들은 책을 읽겠다고 약속했어요.
역시 귀신끼리는
여러 말이 없어도 잘 통한다니까.
뭐 이런 식.
저 갈색 글들은 없어도 그만 있어도 그만일텐데
책 내용 중간중간 들어있다보니 읽다가 흐름이 자꾸 끊긴다. (난 좀 예민한 편이고, 신경 안 쓰인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다만,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면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또 소재의 면에서 도깨비, 선비, 문답 등 우리 고유의 것들을 활용한 점은 높이 산다.
그러나 어른인 내가(나름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사전 정보가 있다) 읽어도 좀 많다 싶을 정도로, 쌩뚱맞다 싶을 정도로 소재들이 등장한다. 이것들에 대해 모르던 아이들이 읽으면 약간 정보의 홍수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또 도깨비와 선비가 문답하는데 쓰인 말은 한자로 쓰여있다.
차라리 한글풀이된 문장으로 문답을 하는 것은 어땠을까?
책도 잘 안 읽는 아이들이 책에 한자가 나온걸 보면 기겁할지도.
한자를 꼭 알아야 될 것만 같은 부담감을 안겨준다.
별것도 아닌 불평이 길었지만, 내가 서평단이기 때문에 좀 더 비판적으로 보았다.
어쨌거나 이 책의 주제는 "책 읽는 건 너무 재밌는 일이야!" 이다.
맞아, 책 읽는 건 너무너무 재미있다.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재미있다.
책의 재미를 미처 깨닫지 못한 아이들에게 이 책은 책의 재미를 알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 될 듯.
이야기도 탄탄하고 재미있지만
앞서 말한 몇 가지 문제들로 인해
"꺅! 이 책 너무 재미있다. 역시 책 읽는 건 너무 재미있다+_+!!!!" 의 반응보다는
"음 교훈적이야. 책을 읽는 건 좋은 일이겠지. 앞으로도 책을 많이 읽도록 노력해야지."의 반응을 불러일으킬 듯 하다.
뭐, 나쁜 건 아니지. 좋은 거지만
아이들에게 앞선 반응이 나올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작은 아쉬움이 남는,
이렇게 비판적으로 썼지만 그래도 꽤 재미있는 동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