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나이트 (2disc)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별 다섯개로도 모자라다.



어떻게 하나의 영화가 액션, 스펙타클, 탄탄한 플롯, 뛰어난 연기, 흡입력, 철학을 모두 다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거지?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심오하면서 볼거리도 있고 보는 사람을 한시도 지루하게 두지 않는, 그런 영화 딱 하나 기억난다. 매트릭스! 그렇지만 매트릭스는 2,3을 내면서 망..망했다. 그리고 본편도 약간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적어도 나에겐)



다크 나이트는 액션 영화여.
그렇지, 말하자면 액션 영화다.


나는 원체 액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막 웃다 나오는 코미디 영화나 멜로, 감동대작(감동적인 드라마류의 영화를 내 맘대로 이렇게 부른다)을 좋아한다. 액션이나 블록버스터는 재미있긴 한데 내용도 없고 남는 것도 없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



그런 나도 배트맨이 슝슝날아다니는 다크나이트의 화면에 빨려들어가 버렸다.

뭐, 한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고 지루한 부분이 한 부분도 없는 영화다.
어쩜 이렇게 영화를 잘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이 아귀가 척척 맞아 떨어지고 
쓸데없다거나 루즈해지는(늘어지는) 부분 하나 없었다.



화려한 액션, 배트맨 차, 배트맨네 집, 첨단 무기 이런 것도 눈이 홱홱 돌아가게 만들었지.


그렇지만 그 딱 맞아 떨어지고 지루함 없는 점이 
왠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영화 참 잘 만들었다
이 말이 기냥 막 튀어나올 정도.




가장 압권인 것은 이제는 고인이 된 히스레저의 연기다.
다크나이트는 조커가 주인공 처럼 느껴질 정도로 많이 나온다.
히스레저는 어쩌면 그렇게 조커 그 자체가 되었을까.

히스레저의 죽음에는 여러가지 말이 있다.
그는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과다복용하여 사망했는데, 자살이다 아니다 말이 많다. (처음에는 마약 과다복용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사실이 아닌 걸로 밝혀졌댄다)
다크나이트를 찍기 전 부터 불면증과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자살이건, 실수로 혹은 약이 듣지 않아 과다복용하여 죽었건간에
조커역을 맡으면서 우울증이 심해졌다는 말은 맞는 것 같다.


화면에서 음울하고 괴기한 인물에 완벽히 동화된 히스레저를 보았다.
조커가 너무 무섭고 잔인해서 몇번이나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았다. 
어쩌면 그렇게 조커일까. 
너무나 뛰어난 연기를 보고 안타까울 수 밖에 없었다.
만약에 히스레저가 조커역을 그렇게까지 잘 해내지 않았더라면, 조커에 심취하지 못하고 동화되지 못하고 어설프고 허술한 연기를 했다면 죽지 않았을지도 몰라.
천재들은 왜 단명하는 걸까. 마음이 아프다.



배트맨이 정의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절대 선이라면
조커는 절대 악이다.
어둡고 음울한, 아무런 이유없이 사람을 죽이는 것에 죄책감 없는 모습.
사람들은 조커를 '별종'이라고 부르는데 
조커는 배트맨도 사람들에겐 별종일 뿐이라고 말한다.
절대 선이나 절대 악은 일반인들에겐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상한 존재일 뿐이다.



또한 절대 선과 절대 악은 언제나 공존한다.
배트맨이 있기에 조커가 있고, 한 쪽이 존재하기에 다른 한 쪽이 '완벽해질 수 있다'

배트맨은 조커를 죽일 수 있지만 죽이지 않는다. 그는 선하니까.
조커역시 배트맨을 죽이지 않는다. 

넌 날 죽일 수 없을거야. 나도 널 죽이지 않아. 네가 없으면 누구랑 놀아? 내 존재가 너를 완벽하게 만드는 거야
 
페이지 : 조커의 대사(괴팍하게 읽어보셔요)  



조커는 사람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인간의 깊은 곳에 있는 악마적 본성을 끌어내려고 시도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유혹 당하고, 자신을 믿는 사람을 배신하고, 죽고 죽인다. 



세상의 모든 악을 없애고자 노력하던 의욕있는 검사, 그래서 국민적 우상이었던 하비덴트는 조커의 부추김에 깊은 곳에 있던 악을 드러내버렸다. (배트맨은 그가 정의롭고 순수했기에 더 쉽게 타락할 수 있었던 거라고 말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사람이었다.
인간됨을 끝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동요하고 싸우고 고민했지만 서로를 죽이지 못했다. 사람이기에.


배트맨은 안정을 위해, 질서를 위해 
남이 저지른 악행을 뒤집어 썼다. 
사람들은 영웅을 가지게 되었고 안정을 되찾았지만 진짜 영웅은 오명을 쓰고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런 희생을 뭐라고 말해야 할까...
배트맨이 쫓기는 걸 본 꼬마가 
"왜 배트맨이 도망가는 거야? 그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잖아."라고 말한다.

어린 아이의 눈에는 그렇게 명확하게 보이는 것을 
우리는 왜 보지 못할까.


얼마나 많은 것들이 그런식으로 포장되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누명을 썼을까, 희생되었을까.

인간은 그런 존재인 거다. 인간의 마음 속엔 너무나도 끔찍한 악이 있고 궁지에 몰리면 악이 나를 지배하고. 일이 마감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이야기를 만든다. 특히 윗 사람들이 저들 좋을대로 이야기를 만든다. 살기 바쁜 대중들은 그걸 또 곧이곧대로 믿고 대강 살아간다. 궁금하고 믿기지 않기도 하겠지만 귀찮겠지, 그리고 두렵겠지.

인간 역사의 기나긴 순간에서 이런 일들이 계속 생겼겠지, 길게 보지 않더라도 우리의 지난 정권과 밝혀지는 여러 비밀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점이 슬픈거다. 너무너무 슬픈거다.
암에 걸린 연인이 죽어가는 것도 슬프지만
이런 영화야 말로 비극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흐르고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나를 버리고 사람들의 믿음을 지켜주고자 했던 배트맨이 있고
사실을 똑바르게 바라본 소년이 있기에
끝끝내 절망적이지만은 않은 결말이다.


'괴물' 관람 후로 가장 슬프게 느낀 영화, 다크나이트.


인간 본성과 세상사의 부조리.
그리고 이 영화를 가장 슬프게 만든 건
어린 딸을 남겨두고 세상을 뜬 히스레저 ㅠ



이제는 많이 컸는데, 갈수록 아빠랑 더 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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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disc) - [할인행사]
엘리아 카잔 감독, 말론 브란도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인터파크에서 명작 영화 기획전을 하는데
각 디브이디가 2900원씩 하는 거다!

이 정도면 빌려보는 것에 비해 훨씬 이득이다.

지름신이 와서 몽땅몽땅 사버렸다.



그 때 지른 것 중 1호,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그 유명한 비비안 리와 말론 브란도가 나오는 작품이다.



영화를 다 본 소감은, 심란하다 ㅠ
TV에서 본 명작들은 감동적인 스토리가 많았던 것 같은데 이 영화는 무지 심란하다. (우연히 감동적인 것만 골라서 보게 된 것 같군)


여기 나오는 비비안 리는 새침하게 예쁜 모습이지만
주름살이 패기 시작한 나이이다.


비비안 리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 역을 맡았다. 비비안 리는 원래 스칼렛 오하라였던 것 처럼 연기했다고 한다. (이번에 지르면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샀다. 꼭 봐야지, 젊은 시절의 비비안 리.)

'바람과..' 에서 비비안 리가 철없는 부잣집 처녀였다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선 철이 들지 못하고 늙어버린 여자가 되어 버렸다.


부잣집에서 고귀하게 자란 블랑쉬(비비안 리)는
늙고 돈이 없고, 직장도 잃었지만 여전히 허영에 물들어 있다.
비싸고 하늘하늘 한 옷을 입고,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하고 비싼 향수를 뿌리고..

동생의 남편인 스탠리(말론 브란도)는 잘...잘생겼다! 
흠,흠. 암튼 스탠리는 폴란드 출신, 거친 노동자이다. 
폭력적이고 교양도 없다.


블랑쉬는 헛소리하면서 히스테리적인 모습을 보이고
스탠리는 한 번 열받으면 뵈는게 아무것도 없이 물건 다 집어던지고 부인 때리고!
완전 초반부터 미쳐 돌아가는 구나 싶었다.


스탠리는 그렇다 치고, (그냥 열 받은 것 뿐인 모습)
블랑쉬가 진짜 이상했다.


진짜 정신병자같이 이상했다=ㅁ=
알고봤더니 블랑쉬가 겪었던 모든 일들이 상상초월할만한 일들이었고
그것이 꽃과 같던 블랑쉬를 이상하게 만들었다.

(이제부터 스포일러 있어요)




스탠리는 시종일관 블랑쉬를 싫어했는데
막판에는 블랑쉬를 겁탈하여 회복불능하게 만들어버렸다=_=
블랑쉬는 완전 미쳐버림=ㅁ=


스탠리는 거칠지만 아내를 무지 사랑하는 남자인데
왜 블랑쉬에게 그랬을까? 아무리 싫었더라도, 과거가 더럽고 끔찍하더라도 처형인데.
잘 이해가 안된다. 스탠리도 눈 앞이 안 보일정도로 화가 나서 그랬을까?


결말은 참, 파국이다.
블랑쉬는 미쳐버려 정신병원에 가게 된다.
대부호가 자신을 데리러 온다는 헛소리를 계속 한다.

스텔라(블랑쉬 동생&스탠리 부인)는 간난아기를 데리고 스탠리를 떠난다.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거라면서.(하지만 왜 윗집으로 도망가는 거지?)

스탠리는 스텔라에게 돌아오라고 소리지른다.
스텔라! 스텔라!


그렇게 영화가 끝난다 ㅠ
으아 심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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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SE 일반판 (2DISC) - 2 디스크, 일반 케이스
김명준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우리학교. 혹가이도에 있는 ’조선 초중고급학교’.
 일본에서 살고 있는 재일동포들이 세운 학교이다. 일본인들의 차별이 심한데도 어린 학생들이 자기 내면의민족성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다녀야 했던 왠만한 사람이라면(일단은 의무교육이니까.....) 대부분 우리학교가 하나 이상은 있겠지.
 그러나 출신 학교를 떠올릴 때 이 영화의 학생들 처럼 절절한 마음인 사람이 있을까.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사실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장르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냥 다큐멘터리로 만들면 안돼? 왜 영화화 되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TV에 방영되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은 다큐멘터리.
 다만 공중파에 방송되는 다큐멘터리보다 감독 개인의 시각이 강하게 들어있고, TV에서 말하기엔 조금 쎈(!)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것 같다. 



 어쨌거나 다큐멘터리 영화. 재밌다고 생각하면 재미있을수도 있지만 한 없이 졸리기도 한 장르일텐데, 난 이걸 밤을 꼴딱 새고 맞은 아침 졸음을 쫓기 위해 보았다. 
 볼 수 있는 몇 가지의 영화 중 하나의 선택지였다. 
 사실 ’우리학교’라는 밋밋한 이름 때문에 그냥 딴 영화를 봐 버릴려고 했다. 그렇지만 대강의 내용을 살펴보니 조금 구미가 당겼다. 재일동포들이 다니는 학교에 대한 이야기.

 졸음을 참으며 화려한 영상미도, 예쁘고 잘생긴 배우들도 없는, CG도, 반전도 없는 영화를 보았다(정말 이상하지). 그러나 화면에서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졸기는 커녕, 어느새 웃으며 보고 있는 나를 발견. 



 일본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일본 특유의 짧은 발음으로 우리 말을 하고 있다. 요새 인기있는 추성훈의 발음과 비슷했다. (추성훈도 조총련계 학교를 나왔다)
  대부분이 귀화 3~4세인 아이들. 그냥 그대로 놔뒀다면 우리 말은 한 마디도 못하겠지. 안그래도 이 아이들은 일본어가 모어다. 


 이 아이들은 일본에 살면서도 일본인이 아니다. (일부는 일본국적을 선택하기도 함)
 일본인들이 눈을 매섭게 뜨고 바라보지만, 교복으로 치마저고리를 떨쳐입고 있다.
 자체적으로 ’조선어’로만 쓰여진 교과서도 만들고, 수업도 모두 우리말로 진행한다.


  일본에서는 ’우리학교’를 일반 학교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학교’를 바라보는 일본 내의 시각도 곱지만은 않다. 그런데 왜 그 편견과 멸시를 참아가며 살아갈까?


 우리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선생님의 국적은 ’조선인’이다. 
 나는 사실 일본 내의 조선인들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나의 나라 대한민국은 한국이고, 조선이라고 하면 자기를 ’북조선’이라고 부르는 북의 그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일본 내의 동포사회가 조총련을 중심으로 한 ’조선인’과 남한 국적을 가진 ’한국인’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는 정도가 겨우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이었다. 조선인과 한국인, 나뉘어진 국토처럼 일본 내의 동포사회도 갈라져 버린 것인 줄 알았다.



 외국에 살면서 민족 정체성을 지키려는 그들을 보며 마음이 찡하다가도
 북을 ’내 조국’이라고 말하는 그들을 보면 갸우뚱했다.

  실제로 ’우리학교’의 아이들은 북의 말투에 가까운 ’조선어’를 쓰고 체육대회때는 인공기를 계양한다. 친구를 ’동무’라 부르고 말투도 TV에서 본 평양방송 아나운서의 말투. 
  북의 색깔이 짙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그런데 사실은, 일본이 전쟁 후 패망하자 조선에서 건너가 일본국적을 취득하고 살고 있던 사람들을 모두 ’조선인’으로 돌려버렸다고 한다. 그 땐 이미 조선이라는 나라는 사라지고 없었다. 일본내의 한인들은 붕떠버린 국적을 가지게 된 것이다. (얄미운 일본, 얄미운 짓은 잔뜩하고서도 지들이 전쟁의 피해자라는 의식은 가득가득하지) 그 후 한국에서 재일동포들에게 ’한국 국적’으로 바꾸면 혜택을 주는 정책을 펴서 일부 사람들이 귀화했다고 한다. 

 내 생각과 달랐다. 이 사람들은 ’북조선’과 관련된 ’조선사람’이 아니었다. 
 원래 조선인이었다가 일본인이 되었으나, 결국 다시 조선인이 되어 버린 사람이었다.

  우리학교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북한을 더 조국처럼 여기는 것은 
  일본 내에서 많은 고난을 겪는 조선인 학교들을 도와준 건 북한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가 원조를 거부하고 이데올로기 얘기만 줄창 하는 동안 북한은 여러가지로 지원해주었다고 한다.
  남한 쪽 출신 이라도 ’고향은 남조선이지만 조국은 북조선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이 아이들은 나의 나라로는 수학여행도 올 수 없다. 한국 대사관에 문의하면 "왜 한국 국적으로 바꾸지 않느냐?"는 소리만 한다고 한다. 애원애원을 해서까지 남한으로 오고 싶지는 않다고, 그들은 그들 마음 속의 조국인 ’북조선’으로 떠난다.


  일본과 북한의 사이가 아주 나빠서 북한 수학여행도 아슬아슬하다. 일본 언론이 흑색선전을 펴고, 일반 대중들은 그저 이유도 없이 ’조선인’을 죽이고 싶다고 말한다. 일본과 북한의 사이가 나빠지면 나빠질 수록 ’우리학교’의 아이들은 몸을 사리며 등교해야 한다. 선생님들은 불침번을 서며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

  
 그렇게 힘든데도 이 아이들은 자기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아주 좋다고 말한다. 
 학교 대항 시합도 나가기 어렵고, 학교를 졸업해도 정상 학력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데.
 아무 말 하지 않고 일본 사회에 섞여도 아무도 눈치 못 챌 아이들인데, 굳이 조선인으로 살아간다.


 평범하지만 눈을 빛내는 아이들, 착한 선생님, 가족같은 생활을 보며 
 이 아이들이 전처럼 멀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내 친구들처럼 순박하고 착할 아이들일테지.


 그리고 내가 이 아이들을 멀게 느낀 것은 이 아이들이 북한과 더 관련이 있?서 일본국적 취득하고 즐겁게 살면 될걸, 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바보같은 생각일지도.



 내가 우리학교를 보며 한구석이 따뜻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우린 같은 민족이니까.
 같은 민족이나 이질감을 느끼고, 이해할 수 없었던 이유는
 나와 내 나라의 독단 때문이 아닐까?



 난 한나 아렌트를 읽었잖아! 그 욕하며 읽은(어려워서) 책을 여기서 떠올릴 줄이야.

 꼭 ’내’ 나라에 살지 않아도 같은 정서를 공유할 수 있고, 일본에 살거나 한국에 살거나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각자 살아가던 곳에서 살아갈 뿐. ’내’ 나라에 산다고 꼭 나와 같은 국적일 필요가 있을까? 거주지가 같은 외국인이나, 거주지가 다른 같은 민족을 마음으로 이해하기만 하면 된다는
 어렵던 아렌트의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다. 


 
 조선인들이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도와줄 수 있을텐데,
 조선국적을 가지고 한국에 여행을 해도 아무 문제 없을텐데.


 그러나 이건 ’내 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학교의 사람들이 마음으로 믿고 따르는 그들의 조국 북조선 역시
 한국을 동반자로,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을까?
 많은 것이 다르지만 여행할 수 있고, 살고 싶은 곳에 살 수 있도록.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영화를 볼 적에도 그랬지만 리뷰를 쓸 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서 유익하구나.
 여전히 리뷰의 매력에서 허우적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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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 할인행사
스탠리 도넌 감독, 리차드 카일리 출연 / 파라마운트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1974년 작, The Little Prince, 뮤지컬 영화.



난 영화도, 책도, 만화책도, 음악도 다 조금씩 좋아한다. 어설프게 조금씩.
그 중에서도 음악 시디는 돈 없어도 산다. (요새는 삶이 너무 팍팍해서 그런지, 재미가 없어서 그런지 감성이 예전 같지 않아서 잘 안사게 된다만.)
책의 경우, 대부분은 도서관에서 빌려 보지만 사고 싶은 책은 사버린다.
그런데 유독 DVD는 말야, 사려고 해도 힘들다. 책이나 시디 값의 두세배가 되니까 마음 단단히 먹지 않고선 못 지르겠다. 그게 이상하지? 책 다서여섯권은 사면서 DVD 한 장은 손 떨리니 말야. 마음 속의 위시리스트만 계속 늘어가고 있던 중이었다.  



북피니언 이벤트 중 DVD 엠디님과의 대화 (뭐 이게 정식 명칙은 아닐지라도, 그 비슷한 무언가!!) 암튼 그...그런게 있었다.

그걸 읽던 도중에 DVD 지름신님이 오셨다.

왠지,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어 인터파크 검색창에 ’어린 왕자’를 쳐 보았다.

그런데, 있다 있어+_+ 몇 해 전부터 사고 싶어서 이리저리 헤매어도 못 찾았던, ’어린 왕자’ DVD가 판매 예정으로 떠 있었다. 이게 왠 떡이람!



어린 왕자 이 녀석은 말야,
모든 어린이들이 한 번씩은 다 읽어보는 책일 것이다. 
어렸을 때 읽어도 참 신비롭고 흥미로운 책이다. 
그러나 어린 왕자, 이 녀석의 진가를 알기엔 
"난 그땐 너무 어려서 사랑하는 법을 몰랐어"

즉, 어른이 읽어야 할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 읽을 때 마다 느낌이 다른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져 있을 줄이야!
고등학교 때, EBS에서 일요일 한 낮에 방송해주는 명화특급(이것도 이 이름은 아닐거야, 하지만 비슷한 무언가)을 우연히 보았다. 아주아주 귀여운 꼬마아이가 나오는, 어린 왕자.


복잡 미묘한 기분으로 일요일 한 낮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그 복잡 미묘한 책을, 복잡 미묘하게 영화로 만들었구나, 그것도 1970년대에.


너무~ 귀여운 그 꼬마 왕자가 생각이 나서 어린 왕자 DVD를 찾으려고 이리 뒤지고 저리 뒤졌었지. 그렇지만 이 녀석은 희귀품이었다. 그러고나서 한 동안 잊고 지낸거지.



요새 아주 바빴다. 이 영화를 손에 넣고서도 한참을 못 보다가 며칠 전에 겨우 짬내어 보았다.

몇 년 전에 보았던 것과 비슷한 그런 복잡 미묘한 기분, 다시금 느꼈다.
하지만 역시 어린 왕자는 어른의 동화! 
그 때 보다 조금 더 느꼈고, 조금 더 이해했다.



이 영화는 70년대에 만들어진거라 조금은 유치하다. 
’내’가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날아가는 장면은 아무리 봐도 비행기는 가만히 있고 카메라만 뱅뱅 돌고 있다 ㅋㅋ 하지만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면서 하늘로 날아가니까 말야, 아름다워, 그래.

어린 왕자가 별을 떠나는 CG도 조금은 어색하고, 사막을 뛰어당기는 배우들도 조금은 어색하다. 하지만 역시 그것도 매력이지!


이 영화는 ’나’와 어린 왕자의 만남, 메인 케릭터라고 할 수 있는 뱀, 여우, 장미의 춤 등이 많은 시간을 차지한다. 어린 왕자가 별을 탐방하는 과정은 비교적 짧고 설명없이 그려져 있어서 조금 아쉽다. 여러 별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하고자 하는 말에도 메시지가 있는데 말야. 특히, 가로등지기 아저씨의 별이 나오지 않는 점이 가장 아쉬워.

하지만 별들 각각의 장치와 촬영기법은 참 흥미롭다. 영상도 아름답다.


뱀, 여우, 장미의 춤은 정말 아름답다. 특수 영상에 의존할 수 없던 시기여서 그런지, 뮤지컬 영화라서 그런지 배우들이 동물의 특색을 정말 잘 표현했다. 특히 뱀은 감탄감탄! 어릴 적에 보면서도 비얌 아저씨 능글능글 느끼하다 생각했었는데 ㅋㅋ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없었기 때문일지, 이 영화는 어린 왕자의 모든 것을 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어린 왕자’ 원작의 해석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며, 
원작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담고 있다.


어린 왕자가 떠난 이후 남겨진 ’나’의 노래는
영화 제작자의 생각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감독은 ’어린 왕자’를 나의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찾게 해 준 계기, 친구로 본 거야.
(사실 난 ’어린 왕자’ 원작을 엄청난 연애소설로 인식하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
덩달아 나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너무 ’어른’ 같아진 것은 아닐까? 


중요하다고? 아저씨는 참 어른 같은 말을 하는 군. 비행기를 고치는 일이 내 장미보다 중요하단 말이야?
(제 맘대로 썼답니다, 대~강)
페이지 : 책이 아니니까요....  


무엇보다,
영국식 영어로 어물거리는 (너무 어려서)
귀여운 어린 왕자의
꺄르륵 거리는 환한 웃음 소리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영화.


나도 밤하늘 전체에서 너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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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 시티 시즌 6 박스세트 Vol.2 - 섹스 & 시티 재출시 할인전
앨리슨 앤더슨 외 감독, 사라 제시카 파커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sex & the city를 좋아한다. 여느 여성들 처럼.
 

  뉴욕이라는 한국과 너무 다른 배경에다가, 30대 중후반의 나이는 아직은 나에게 너무나 먼데도 불구하고 묘한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이 드라마.

 

  성격이 각각 다른 네명의 여인들이 너무~나 긴 시간 동안 펼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무리 공감이 안가려해도 안 갈 수 없다. 1부터 6까지의 시즌 동안 적어도 한 가지 이야기는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 수 밖에 없으리라.

 

  나만 해도 아주 보수적이며 여기 등장하는 여성들의 가치관과는 너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 여성들에게 공감한다.

  아니, 그렇지도 않구나. 난 사만다의 프리섹스주의에는 질색을 하며 구두에 환장을 하는 캐리는 이해되지 않지만 샬롯의 허황된 연애관을 아주 조금은 동감하며 미란다의 냉정함과 닮아 있다. 빅을 잊지 못하고 빅에게 미련을 뚝뚝 떨어뜨리는 캐리를 보면서 ’제발 전화하지마, 쿨한척 해ㅠㅠ’라고 생각하며 괴로워 했고, 사만다의 장난기와 자신감과 여유에 통쾌하기도 했다.모든 사람들이 네 주인공의 모습이거나, 사랑스러운 네 주인공의 특징을 조금씩 가감한 모습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시즌이 더해갈 수록, 그들은 실수투성이고 좌절하고 운다. 과거의 내가 저질렀던 실수와 미래에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문제들 때문에 고민한다. 마흔이 가까운 여자들도 마음은 소녀와 같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무엇보다 시즌 6이 좋다.

  촌스러운 해피엔딩이라 더 좋다. (나이들수록 오픈 결말이나 반전, 새드엔딩을 보면 괴롭다)

 

  그 간 콧대높고 도도하던 그녀들이 속내를 다 드러낸다. 진정한 사랑(그건 생각처럼 멋있고 완벽한 건 아니지만)을 찾아 어쩔줄 몰라한다. 아 사랑스러워.

 

  시즌 6에서의 캐리는 생각보다 별로. 그녀는 빅과의 에피소드가 가장 매력적이었다. 빅은 정말 Absol - fucking - rutely! 할아부지(?)지만 완전 멋져, 완전 멋져. 그가 즐겨피우던 시가같은 매력이 있는 남자. 역시 나쁜 남자는 매력적인 것인가 ㅋㅋ

  어쨌건간 캐리는 사랑스러운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남자들은 사라 제시카 파커를 보면서 "으왁 못 생겼어" 라고 하지만, 특유의 미소와 패션감각! 보다 보면 감탄할 수 밖에 없단 말야.

 

  사만다는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무너지는 마음, 무너지는 그간의 삶의 신조. 그제서야 찾은 보석 같은 사랑과 그녀를 바꾸었다. 그녀가 사랑에 폭삭 빠질때는 너무나 사랑스럽다. 사랑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허우적 거리는 모습. 그녀가 개방적이며 프리섹스를 외치고 다니는 것도 어쩌면 사랑이 두려워서 그랬을지도 몰라. 그녀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찾았을 때, 그 마음 푸근해짐은 나에게도 행복이었다.

 

그리고 미란다. 까칠함과 서툼, 외로움과 맞설 때 단걸 잔뜩 잔뜩 먹는 모습, TV 드라마를 마음 속 깊은 휴식으로 여기는 미란다와 나는 조금 닮았다. 둥글지 못하고 모난 성격이지만 사실 누구보다 겁쟁이. 툴툴대고 냉정하고 신경질적이고, 절대 이성적인(감상적인 모습이 없는) 사람인 것 같지만 사실은 너무나 겁쟁이였다. 자신의 감정이 넘쳐흐르고, 스티브를 향한 마음을 콘트롤 할 수 없을 때 어쩔줄을 몰라 아이처럼 울먹이는 그녀가 너무나 귀여웠다. 사실 빅만큼이나 스티브가 맘에 들었다. 가장 현실적인, 그리고 꽤나 이상적인 커플.

 

  그리고 샬롯, 철 없는 공주님. 잠자는 그녀를 깨우러 오는 왕자는 미남이고 돈도 잘 벌고, 성격도 좋고, 자신을 이해해 줄 것이고....... 몇 살인데 아직 이래? 요새 초등학생들도 이렇게 생각 안 할 거야. 완벽한 사람을 만나 완벽한 가정을 꾸리기를 원하는 모습이 참 현실성 없어 보였다. 이 허황된 꿈 때문에 좌절하고 상처도 많이 받고 말았지. 하지만 시즌 6에서 가장 용감한 모습을 보인 샬롯이다. 결국 찾은 그의 사랑은 볼품없고 대머리에다 세련되지도 않았고 유대인이기 까지! 하지만 못생긴 이 왕자님이야 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람이었다. 샬롯은 자신의 종교를 미련없이 버리고 유대교로 개종하였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었지만, 해리는 그 모든 것과 바꿀 정도의 가치를 가진 사람이었다.

  고난 끝에 진정한 사랑을 찾았지만, 그렇게 원하는 아이를 가질 수 없어 슬퍼하는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 나도 여성이기에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마음이 어렴풋이 짐작된다.

  샬롯의 이야기를 보면서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개인적으로는 샬롯의 사랑이 제일 부럽다)

 

  마왕이 이런 얘기를 했더랬지. 대국민 고충 처리반에서 어떤 남자가 ’입대예정인데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를 좋아한다, 근데 그 남자보다 내가 훨씬 잘 생겼다’며 상담을 요청했는데 마왕 왈

  "잘 생기고 못 생긴건 사실 남녀관계에서 중요한 게 아니야. 어떤 여자가 x~나게 잘 생긴 남자랑 사귀어. 이런 건 깨질 수 있어. 그런데 어떤 여자가 못 생긴 남자랑 사귀는데 둘은 좋아 죽는단 말야. 이런 건 절대 안 깨져. 그 남자한테는 외모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게 보일 수 있는 뭔가가 있단 말이야. 이런데 비집고 들어간다고 둘 사이가 틀어질거라 생각하면 오산이지."

 

 

  그래, sex & the city의 사랑에도 그 무엇인가가 있다. 외모, 조건, 나이가 아닌 그 무언가.

 

  그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것이 우리의 인생사가 아닐까.

  그래서 나는 sex & the city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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