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 시티 시즌 6 박스세트 Vol.2 - 섹스 & 시티 재출시 할인전
앨리슨 앤더슨 외 감독, 사라 제시카 파커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sex & the city를 좋아한다. 여느 여성들 처럼.
 

  뉴욕이라는 한국과 너무 다른 배경에다가, 30대 중후반의 나이는 아직은 나에게 너무나 먼데도 불구하고 묘한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이 드라마.

 

  성격이 각각 다른 네명의 여인들이 너무~나 긴 시간 동안 펼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무리 공감이 안가려해도 안 갈 수 없다. 1부터 6까지의 시즌 동안 적어도 한 가지 이야기는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 수 밖에 없으리라.

 

  나만 해도 아주 보수적이며 여기 등장하는 여성들의 가치관과는 너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 여성들에게 공감한다.

  아니, 그렇지도 않구나. 난 사만다의 프리섹스주의에는 질색을 하며 구두에 환장을 하는 캐리는 이해되지 않지만 샬롯의 허황된 연애관을 아주 조금은 동감하며 미란다의 냉정함과 닮아 있다. 빅을 잊지 못하고 빅에게 미련을 뚝뚝 떨어뜨리는 캐리를 보면서 ’제발 전화하지마, 쿨한척 해ㅠㅠ’라고 생각하며 괴로워 했고, 사만다의 장난기와 자신감과 여유에 통쾌하기도 했다.모든 사람들이 네 주인공의 모습이거나, 사랑스러운 네 주인공의 특징을 조금씩 가감한 모습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시즌이 더해갈 수록, 그들은 실수투성이고 좌절하고 운다. 과거의 내가 저질렀던 실수와 미래에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문제들 때문에 고민한다. 마흔이 가까운 여자들도 마음은 소녀와 같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무엇보다 시즌 6이 좋다.

  촌스러운 해피엔딩이라 더 좋다. (나이들수록 오픈 결말이나 반전, 새드엔딩을 보면 괴롭다)

 

  그 간 콧대높고 도도하던 그녀들이 속내를 다 드러낸다. 진정한 사랑(그건 생각처럼 멋있고 완벽한 건 아니지만)을 찾아 어쩔줄 몰라한다. 아 사랑스러워.

 

  시즌 6에서의 캐리는 생각보다 별로. 그녀는 빅과의 에피소드가 가장 매력적이었다. 빅은 정말 Absol - fucking - rutely! 할아부지(?)지만 완전 멋져, 완전 멋져. 그가 즐겨피우던 시가같은 매력이 있는 남자. 역시 나쁜 남자는 매력적인 것인가 ㅋㅋ

  어쨌건간 캐리는 사랑스러운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남자들은 사라 제시카 파커를 보면서 "으왁 못 생겼어" 라고 하지만, 특유의 미소와 패션감각! 보다 보면 감탄할 수 밖에 없단 말야.

 

  사만다는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무너지는 마음, 무너지는 그간의 삶의 신조. 그제서야 찾은 보석 같은 사랑과 그녀를 바꾸었다. 그녀가 사랑에 폭삭 빠질때는 너무나 사랑스럽다. 사랑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허우적 거리는 모습. 그녀가 개방적이며 프리섹스를 외치고 다니는 것도 어쩌면 사랑이 두려워서 그랬을지도 몰라. 그녀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찾았을 때, 그 마음 푸근해짐은 나에게도 행복이었다.

 

그리고 미란다. 까칠함과 서툼, 외로움과 맞설 때 단걸 잔뜩 잔뜩 먹는 모습, TV 드라마를 마음 속 깊은 휴식으로 여기는 미란다와 나는 조금 닮았다. 둥글지 못하고 모난 성격이지만 사실 누구보다 겁쟁이. 툴툴대고 냉정하고 신경질적이고, 절대 이성적인(감상적인 모습이 없는) 사람인 것 같지만 사실은 너무나 겁쟁이였다. 자신의 감정이 넘쳐흐르고, 스티브를 향한 마음을 콘트롤 할 수 없을 때 어쩔줄을 몰라 아이처럼 울먹이는 그녀가 너무나 귀여웠다. 사실 빅만큼이나 스티브가 맘에 들었다. 가장 현실적인, 그리고 꽤나 이상적인 커플.

 

  그리고 샬롯, 철 없는 공주님. 잠자는 그녀를 깨우러 오는 왕자는 미남이고 돈도 잘 벌고, 성격도 좋고, 자신을 이해해 줄 것이고....... 몇 살인데 아직 이래? 요새 초등학생들도 이렇게 생각 안 할 거야. 완벽한 사람을 만나 완벽한 가정을 꾸리기를 원하는 모습이 참 현실성 없어 보였다. 이 허황된 꿈 때문에 좌절하고 상처도 많이 받고 말았지. 하지만 시즌 6에서 가장 용감한 모습을 보인 샬롯이다. 결국 찾은 그의 사랑은 볼품없고 대머리에다 세련되지도 않았고 유대인이기 까지! 하지만 못생긴 이 왕자님이야 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람이었다. 샬롯은 자신의 종교를 미련없이 버리고 유대교로 개종하였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었지만, 해리는 그 모든 것과 바꿀 정도의 가치를 가진 사람이었다.

  고난 끝에 진정한 사랑을 찾았지만, 그렇게 원하는 아이를 가질 수 없어 슬퍼하는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 나도 여성이기에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마음이 어렴풋이 짐작된다.

  샬롯의 이야기를 보면서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개인적으로는 샬롯의 사랑이 제일 부럽다)

 

  마왕이 이런 얘기를 했더랬지. 대국민 고충 처리반에서 어떤 남자가 ’입대예정인데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를 좋아한다, 근데 그 남자보다 내가 훨씬 잘 생겼다’며 상담을 요청했는데 마왕 왈

  "잘 생기고 못 생긴건 사실 남녀관계에서 중요한 게 아니야. 어떤 여자가 x~나게 잘 생긴 남자랑 사귀어. 이런 건 깨질 수 있어. 그런데 어떤 여자가 못 생긴 남자랑 사귀는데 둘은 좋아 죽는단 말야. 이런 건 절대 안 깨져. 그 남자한테는 외모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게 보일 수 있는 뭔가가 있단 말이야. 이런데 비집고 들어간다고 둘 사이가 틀어질거라 생각하면 오산이지."

 

 

  그래, sex & the city의 사랑에도 그 무엇인가가 있다. 외모, 조건, 나이가 아닌 그 무언가.

 

  그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것이 우리의 인생사가 아닐까.

  그래서 나는 sex & the city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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