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중국을 말하다 - 위기론과 불패론 사이에서
랑셴핑 지음, 차혜정 옮김 / 한빛비즈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세계의 공장이란 말은 원래 19세기 영국을 가리키던 말이었다. 지금 그 말은 중국의 별명이 되었다. 왠만한 물건은 거의 중국제이니 그리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러나 19세기의 영국과 21세기의 중국을 가리키는 말이 같더라도 그 의미까지 같지는 않다.

중국은 분명 세계의 공장이다. 그러나 그 이름에 걸맞는 경제적 지위는 갖고 있지 않다. 현재 중국의 상황은 19세기보다는 17세기의 영국과 비슷하다. 산업혁명 이전인 17세기에도 영국의 제조업은 상당한 경쟁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영국이 아무리 물건을 만들어봐야 실제 이득을 보는 것은 패권국인 네델란드였다.

바다를 장악하고 금융을 장악한 네델란드는 영국이 자신과 경쟁할 수 있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예를 들어 영국이 모직물 완성품을 스칸디나비아 같은 곳에 팔려하면 상권을 장악한 네델란드가 방해를 놓아 빈손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결국 영국이 만들어 파는 것은 완성품이 아닌 원료가 고작이게 만드는 것이다.

세계경제에서 중국의 자리가 그렇다. 17세기 영국이 네델란드가 정한 규칙에 따라야 했던 것처럼 중국은 미국과 유럽이 정한 규칙을 따르는 위치에 있을 뿐이다.

중국의 비약적인 경제성장은 “글로벌 생산 혁명의 중심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새로운 글로벌 분업의 특정한 위치에서 단단한 기반을 확보한 중국의 기업들은 이제 거의 모든 소비재 생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중국 기업들의 혁신으로 생산비용이 크게 절감되고 제품 자체의 본질이 변하여 고급 브랜드 제품이 일용품으로 바뀌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산업국으로서 중국은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에드워드 스타인펠드 이하 E. S.)

미소곡선이란 것이 있다. “에이서의 창업자인 스탠 스가 처음 만들어낸 이 곡선은 스가 IT 산업계를 관찰하던 중 고안해낸 것으로 첨단기술 업계ㅔ에서 컴퓨터 등의 완성품을 제조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활동의 상대적인 이윤 폭을 비교하기 위한 수단이다.” (E. S.)

스는 연구개발, 제품개념화, 제품디자인, 제조, 브랜드 설정, 마케팅&유통, 고객서비스의 활동을 나열한 후 이 활동의 이윤폭을 그래프로 그리면 미소 모양의 곡선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윤폭이 가장 높은 것은 양끝의 연구개발과 고객서비스이고 가장 낮은 것은 제조이다.


“이 곡선을 중국의 상황에 적용한다면 중국의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곡선의 맨 밑바닥(제조)에서 고전하고 있다.” (E. S.) 예전이라면 미소곡선의 모든 활동들은 한 기업 안에서 이루어졌다. 세계화는 그 활동을 세계 곳곳에 분산한다는 말이다. 다국적기업들은 자신의 활동을 세계 곳곳에 흩어놓고 그 활동을 묶는 네트웤을 관리한다. 그러면서 다국적기업 안에는 미소곡선에서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양끝에 가까운 부분을 남긴다.

“바비 인형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만들어지는데 납품가 1달러에 공급된다. 그러나 이 바비 인형들이 중국에서 판매될 때는 최소한 10달러 심지어는 몇십달러에 판매된다.”

“물론 빠르게 혁신이 일어나는 시대인 만큼 오늘 정상에 있는 (네트웤을 장악한) 기업이 내일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현재 선진국의 선두 기업들과 개발도상국에서 새로이 등장한 기업들이 정상의 자리를 놓고 다투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 기업들끼리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화된 생산 덕분에 중국은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이 성장한 이상으로 더 큰 이득을 본 것은 네트웤을 장악한 다국적기업들이다. 저부가가치의 활동을 중국에 넘겨주고 고부가가치의 활동에 집중하면서 혁신의 속도를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제조업체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모듈화 생산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지극히 빠르고 거의 한계가 없는 혁신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 또한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의 혁신 기업들은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며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고 기존의 제품에 타격을 주며 새로운 분야에서 기회를 창출한다. 그리고 다른 분야에서 기회를 없애버리며 새로운 표준을 수립하고 기존 규격의 퇴출을 강요한다. 그 결과 다양한 신규 기업들이 끊임없이 확대되는 경쟁 환경에 뛰어들 수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수익의 정점을 차지한 기업들 중에 순수한 중국 기업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E. S.)

이번 금융위기에서 미소곡선의 바닥에서 허덕이는 대가는 컸다. 겉으로 보기에 중국은 이번 위기를 잘 넘긴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는 다르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른 G20 국가들처럼 중국정부도 충격을 막기 위해 막대한 돈을 풀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돈이 흡수될 곳이 마땅치 않았다는 것이다.

해외수요가 급감하면서 안 그래도 초저 수익율에 허덕이던 중국기업들은 더 이상 사업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처했다. “대외무역의 비중이 컸던 광둥성의 기업가들은 경제불황을 겪으며 하나둘 그들이 평생 몸바쳐온 산업을 포기했다. 광둥성의 기업들은 대부분 컵이나 테디베어 인형들을 만드는 전통적인 노동집약형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었ㄷ. 열심히 일해도 적은 이윺ㄴ을 남기는게 고작이고 적자를 보지 않는 것으로 만족해하던 그들이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이번 위기는 안 그래도 과잉생산에 시달리고 저이윤율에 시달리던 중국경제를 코너로 몰았다. 정부는 돈을 풀었지만 투자해봐야 이익실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그 돈은 실물경제로 흘러가지 않고 부동산, 주식시장으로 흘러 거품을 만들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라도 흘러가지 않으면 소비로 흘렀고 그 결과 겉으로 보기에 위기를 벗어난 것처럼 보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것인가? 세계의 공장이라 하지만 허명일 뿐이다. 그말이 명실상부한 이름이 되려면 세계의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세계경제의 규칙을 정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미소곡선의 양끝으로 가야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중국기업이 미소곡선을 따라 올라가는지 못하게 막는 것은 없다. 실력이 있으면 누구나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문제는 중국기업이 그 자리에 올라갈 능력이 없다는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가 이책에서 말하려는 것이다. 미소곡선을 타고 오르려면 업종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업종의 본질이란 이건희 전회장이 좋아하던 말이다. 백화점의 본질은 무엇인가? 부동산업이다. 목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세를 놓는 것이 백화점업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생명보험의 본질은 무엇인가? 아줌마 장사다. 보험 아줌마를 다루는 것이 이 업종의 본질이란 말이다.

원래 업종의 본질이란 말은 피터 드러커의 질문에서 나왔다. 컨설턴트로서 드러커는 이렇게 질문하길 좋아했다.

“1. 당신의 고객은 누구인가?
2. 고객은 무엇을 가치있는 것으로 생각하는가?
이 두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오랜 토론을 한 후 드러커는 이렇게 질문한다.
3. 고객과의 관계에서 당신이 얻은 결과는 무엇인가?
4. 당신의 대 고객전략은 당신의 기업전략과 잘 부합하는가?” (엘리자베스 하스 에더샤임)

중국기업의 문제는 이 질문의 답은 고사하고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중국인들은 명품 브랜드들이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정성을 다해 한 계단 한 계단 씩 쌓아올린 기업정신을 배루여 하지 않는다. 왜일까? 성가시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사들이면 모든 것이 손쉽게 단번에 해결되는데 굳이 복잡하게 그런 것들을 다 알아둘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 중국 기업가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기업들이 명품 브랜드를 창출하기 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업종의 본질과 브랜드 정신을 구축하고 이를 지켜왔는지를 안다면 언감생심 그런 생각조차 못할 것이다.’

저자는 업종의 본질이란 개념으로 다양한 산업을 분석한다. 저자의 다양한 분석 중에서 “당신의 고객은 누구인가?”란 드러커의 질문을 프라다 브랜드에 적용해보자.

여성용 명품 브랜드의 포지셔닝을 그래프로 그려보자. Y축이 고객의 연령, X축이 여성화의 정도라면 가장 왼쪽의 꼭지점에 프라다가 자리잡고 중간에 루이비통, 구찌가 놓이고 우측에는 샤넬, 디올, 이브생로랑이 자리잡는 삼각형이 그려진다.

샤넬은 중년층의 여성화 정도가 높은 소비자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샤넬의 광고 모델은 우아하고 고귀한 이미지를 가진 원숙미가 넘치는 여성이다.”

프라다 역시 높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여성화 정도가 가장 낮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면 프라다의 업종의 본질이 확연히 드러난다. 편집장 미란다는 늘 박수갈채와 유명세를 몰고 다니는 매력적인 중년 여성으로 남성들 위에 군림하는 악마 같은 존재로 묘사된다. 그녀의 차갑고 도도한 모습에 남성들은 감히 접근할 엄두를 못낸다.”

프라다의 포지셔닝은 LG와 손잡고 만든 프라다 핸드폰에도 나타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심플한 디자인과 블랙의 색상으로 남성적인 이미지를 물씬 풍기는 이 핸드폰은 마치 업무용 컴퓨터 같은 단단한 모습을 하고 잇다. 영화속의 미란다도 검은색 옷을 입고 프라다 핸드폰을 사용한다.

미란다를 닮아가는 자신을 견디기 힘들었던 안드레이는 좀처럼 손에서 놓지 않았던 프라다 핸드폰을 분수대에 버리고 그 자리를 떠난다. 이를 지켜보던 미란다는 안드레아에게 ‘받아들일 수 없다면 영원히 떠나라’고 말한다. 이 한마디가 바로 프라다 브랜드의 핵심이다. ‘좋으면 받아들이고 싫으면 말아라!’ 이것이 프라다가 100년이 넘도록 키워온 업종의 본질이자 브랜드의 정신이다.”

삼각형의 전부를 차지할 수는 없다. 그 삼각형의 어딘가에 자리를 잡는(포지셔닝) 이상은 비현실적이다. 브랜드 구축이란 그 포지셔닝을 어디에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며 업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결고 시장의 정점에서 규칙을 만드는 기업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당신이 2억 유로를 지불하고 프라다를 인수햇다고 하자. 성공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프라다의 업종의 본질을 모른다면 세계적인 브랜드를 손에 넣었다 하더라도 결코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 중국 최대의 전기전자기업인 TCL의 알카텔과 톰슨의 인수, 밍지의 지멘스 단말기 분야 인수 롄샹의 IBM PC 분야 인수 사례에서 봐왔듯이 중국기업들의 외국기업 인수는 하나같이 처참하게 끝을 맺엇다. 이 모든 실패의 원인은 단 하나, 업종의 본질을 제대로 팡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저자의 논의를 재구성해봤다. 이책의 내용은 그리 새로울 것은 없다. 중국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중국이 하청업자에 불과하며 세계경제의 바지사장일 뿐이라는 것은 다 안다. 중국인 자신도 너무나 그 사실을 잘 안다. 그렇기에 기를 스고 미소곡선을 따라 올라가려 한다. 그러나 어떻게 할 것인가? 이책의 원제처럼 그 문제는 세계시장이란 게임의 규칙을 누가 정하는 가의 문제이다. 저자는 그 규칙의 문제를 드러커의 개념을 빌려 업종의 본질이란 개념으로 푼다.

사실 업종의 본질이란 말도 새로울 것은 없다. 그리고 업종의 본질을 이해하면 어떻게 미소곡선을 따라 올라갈 것인가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도 아니다. 단지 저자는 업종의 본질이란 개념 하나라도 이책에서 얻어가 주는 것 이상을 바란 것같지는 않다. 그렇기에 그 개념을 여러 산업의 다양한 사례를 과도할 정도로 친절하게 제시하는 것같다.

물론 저자가 이책을 읽고 배워가기를 바라는 대상은 중국인들이다. 그러나 업종의 본질이란 경영의 기초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인이 아니러라도 이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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