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 전략 - 경기순환을 관리하는 전략 및 전술 워튼스쿨 경제경영총서 26
피터 나바로 지음, 이주형 옮김 / 럭스미디어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미국은 2년 내에 경제가 급속히 악화될 겁니다. 큰 전쟁이 끝날 때마다 대공황이 뒤따랐으니까요. 우리 차트들을 보건대 1,2년 내에 그런 상황이 옵니다” 와드사의 CEO인 에이버리가 말했다. 에이버리와 (시어즈의 CEO) 우드는 과거에 1차세계대전이 끝난 후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직접 겪어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드는 에이버리와는 다르게 보았다. 남들은 은퇴를 고려할 나이에 ‘그의 경력 중 가장 큰 도박’에 뛰어든다. 이른바 전후 대확장 프로그램에 3억 달러를 투자했다. 앞으로 닥칠지 모를 경기침체의 공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드는 수많은 군인들이 제대하면 억눌렸던 소비가 되살아날 것을 감지했다. 그들은 시어즈사 수익의 핵심인 냉장고, 세탁기와 건조기, 그리고 DIY 도구들의 무한한 시장을 만들어낼 것이다.

에이버리 역시 자신의 전략을 공들여 만들었다. 1차대전 후 많은 회사들이 쌓이기만 하는 재고에 허덕이다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던 에이버리는 몽고메리 화드사의 재고를 모두 팔아치웠다. 우드와 시카고 클럽에서 대화를 나눈 이후 10년 동안 시어즈사는 매장수를 100개 이상 늘렸고 몽고메리 와드사는 매장수를 줄였다.

에이버리의 전략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1948년까지는 와드사의 매출과 이익이 급상승했으나 그 이후 1954년까지 내내 흔들렸다. 매출액은 25% 이상 떨어졋고 이익은 거의 95% 주저앉았다.

2차대전 히우 10년 동안 시어즈사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졌다. 매출은 3배 뛰었고 이익도 3배 상승했다. 몽고메리 와드는 더 이상 경쟁상대가 아니었다. 시어즈는 자동차와 식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소비재를 취급했기 때문에 미국 시장 전역을 주도하고 있었다.” (리처드 테들로우)


지금에 와서 몽고메리 와드를 기억하는 사람은 경영사학자 이외에는 거의 없다. K마트나 월마트와 같은 양판점 업태가 지배적이 되기 전까지 소매업을 지배했던 시어즈와 맞수 몽고메리 와드의 운명을 갈라놓은 것은 경기예측의 잘못이었다. ‘경기순환을 관리하는 전략 및 전술’이란 부제대로 이책은 시어즈와 몽고메리 와드처럼 순간의 선택이 어떻게 기업의 운명을 바꾸었는가를 다룬다.

이책의 논지는 간단하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장사의 기본을 말한다. 불황은 모든 것이 싸질 때다. 호황은 모든 것이 비싸질 때이다. 비싼 값에 그것도 사겠다는 사람도 많을 때는 모든 것이 잘 돌아간다. 그러나 아무리 싸게 내놓아도 물건의 임자가 나오지 않을 때는 하늘이 무너진 것같다. 그러나 불황이라고 죽은 듯 움추려야 할 때인가?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내가 싸게 팔아야 할 때는 남들도 싸게 팔아야 할 때이다. 다시 말해 나도 싸게 살 수 있다. 호황때는 엄두도 낼 수 없던 것들이 불황에는 말도 안되는 값에 나온다.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게 비싸던 인재를 착한 값에 구할 수 있고 특급 지면에 싸게 아주 싸게 광고물량을 쏟아넣을 수 있으며 은행문턱도 아주 낳아진다.

하기에 따라 불황은 남들을 앞지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그러나 준비된 자만이 그 기회를 잡을 수 잇다.

“‘바다가 잔잔할 때는 누구라도 배를 조종할 수 있다.’ 경기순환의 확장단계에는 기업의 모든 활동이 일사불란하게 한 방향으로 모아진다. 이런 시기에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잔잔한 바다에서 배를 조종하는 것처럼 아주 쉽다.

물론 이와 같은 활황기는 경영팀의 역량을 측정하기에 올바른 시기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불황기도 경영팀의 진정한 역량을 측정할 때가 아니다. 진정한 역량은 경기 사이클의 전환점에서 제대로 측정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저자는 이책의 제목에 타이밍(원제는 timed로 되어 있으나 의미차이는 없다)이란 말을 넣은 것이다.

그러나 이책은 사이클의 전환점을 잡아내는 기술에 대한 것은 아니다. 마지막 장에서 경기선행지수들을 다루면서 경기예측기술에 대해 약간 다루지만 내용은 빈약하다. 경기예측에 대해선 다른 많은 책들이 나와 있고 이 얇은 책에서 그 기술을 익힌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 이책의 가치는 전환점을 잡아낸 후 어떤 전략을 택하는가에 있다.

“타이밍이 전부다. 사랑이든, 전쟁이든, 거의 모든 상황에서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경기순환 관리에 있어서는 타이밍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존슨앤존슨의 CEO 랄프 라슨을 보자. 그는 주요 경기선행지표를 열심히 추적하고 불황을 정확히 예상하여 ‘시의적절한 전략’을 구사했다. 경쟁사들이 생산량을 늘리고 재고를 늘리는 동안 생산과 재고를 줄이기 시작햇다. 경쟁사들이 프리미엄 급여로 직원을 채용하는 사이에 시의적절하게 해고를 단행해 회사의 규모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했다.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차입비용이 치솟는 시점에서 과도한 자본지출을 하지 않았다.

2001년의 불황을 예상한 라슨은 최고의 호황기였던 2000년에 자본지출을 1억 달러 이상 감축했는데 이는 7년 만에 처음으로 실시한 긴축조치였다. 그는 현금준비금을 대폭 확충하여 수익 및 이익 측면에서 두자릿수의 성장을 실현햇다.“

타이밍 전략은 방어적인 것만은 아니다.

“IDT는 국제 콜백서비스 기술을 개척한 사업자로 유명하다. IDT는 통화재발신사업으로 돈을 벌기도 했지만 ‘싸게 사서 비싸게 팔라’는 격언에 따라 몇 차례 기업을 인수하고 매각하며 부를 축적햇다.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하워드 조나는 인터넷전화 자화사 넷투폰의 지배지분을 매각하며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울 정도로 타이밍의 과녁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그는 200년의 증시호황의 정점에서 1,500만주를 AT&T에 매각하고 14억 달러의 현금을 챙겼다. 불황의 정점에서 수백의 다른 다른 회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칠 때 IDT는 한푼의 빚도 지지 않고 통신업계의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조나스는 현금을 쌓아두지 않았다. 그는 2001년 불황의 저점에서 기업인수에 나섰고 전략적으로 아주 중요한 자산들을 헐값에 사들였다.“

경기의 고점과 저점을 포착하고 구사하는 전략은 다양하다.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현금흐름을 관리하는 것, 전략적 공세를 취하는 것, 인적자원과 설비, 재고, 공급망, 마케팅, 원료의 해징 등 이책은 다양한 산업의 다양한 전략들을 타이밍을 제대로 포착한 전략과 그렇지 못한 전략을 비교하면서 짧고 간명한 케이스 스터디로 보여준다.

재미있게 그러면서 짧고 요령있게 잘 쓰인 저자의 명성에 걸맞는 책이다. 단지 흠이라면 마지막 장에서 다루는 경기선행지수들이 미국에만 적용가능한 것들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경기예측 자체에 대해선 어차피 다른 책들을 볼 것이라 예상하고 쓰여진 책이고 국내 경기지표에 대해선 다른 책들이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그런 경기지표를 보고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다루는 책이 드물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책의 가치는 그 드문 책의 하나라는 점에 있다.

평점 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