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평전 - 외롭고孤 높고高 쓸쓸한寒
몽우 조셉킴(Joseph Kim)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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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전이란 제목이 붙은 이책의 내용은 평전과는 거리가 멀다. 이책은 물론 백석이란 인간의 생애를 다루지만 이책의 관심은 백석이란 인간이 아니라 시인으로서 백석이며 백석이라는 시인이 만든 세계가 한국의 근대예술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추적하는데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한다.

저자는 백석의 시가 강력한 영향력을 갖게 된 이유를 민족정신에서 찾는다. 김소월을 배출하기도 했던 평북 정주의 오산학교는 민족주의 교육의 산실이었다. 그 학교를 다닌 백석은 한민족으로서 자신을 자각하게 되었고 시를 쓰는 것을 민족운동으로서 의식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백석의 시는 얻은 것은 이념이요 잃은 것은 예술이라던 당시 사회주의 예술과는 달랐다. 백석은 민족은 그 언어에 살아있다고 생각햇으며 언어를 갈고 닦는 것이 민족을 살리는 길이라 생각했다고 저자는 본다.

“그 나라 말을 오해 보존하는 길은 오직 한 가지, 그 나라 문학을 높은 수준에 올리는 것이다.” 백석의 말이다.

백석은 한국어의 아름다움과 그 가능성을 자신의 시에 담는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그 좋은 예는 백석 시의 음악성이라 저자는 말한다. “바로 백석의 시는 시 그대로 노래하는 사실이다. 그래서 제자 강소천이 동요를 짖게 된 것이라는 점을 말씀해셨다. 백석의 시는 조선 말기의 판소리 어법과 맞는 형식이기도 하고 고려 말기에 존재한 외치는 소리 혹은 들판의 소리로도 불리는 사대부 집안의 한글시와도 유사하다고 했다.”

한국어의 강점을 살리는 시였기에 그리고 한국어의 매력을 발산하는 시였기에 백석의 시는 막강한 영향력이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그 언어의 마력은 다층적인 마력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백석은 시를 보는 사람들이 무지한 사람이든 지성인이든 그 시를 읽고 느끼는 사람들 모두를 만족시켰는데 1차원적으로 보면 그저 향토적이고 음식을 사랑한 인간적인 모습이 그려져서 좋아하는 것이고 2차원적인 해석을 할 수 잇는 사람들은 그 안에 표현된 인간을 관찰하고 감상할 수 있어서 기뻐하는 것이며 3차원적인 눈으로 시를 볼 수 잇는 사람들은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 차 있는 백석 시에서 위로를 받는 것이다.”

그리고 백석 시의 그런 다층적 깊이가 그의 시가 해방 이후에도 시, 가요, 회화를 넘나들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한 이유라 말한다.

한국어의 매력, 향토적 소재만을 다루었다면 1차원에 머물렀을 것이며 다른 예술가들에게 그렇게 강한 힘을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모더니즘 시의 대표적 시인이었던 김기림이 백석을 존경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상이 이책이 말하는 백석의 시세계를 요약해 본것이다. 그러나 실제 위에서 다룬 내용은 이책의 주 내용이 아니다. 이책의 주 내용은 그런 백석의 시세계가 작사가들의 가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대중가요들의 가사와 백석의 시를 비교하며 보여주는 것, 근현대 시인들의 시와 백석의 시를 비교하는 것 등의 영향관계를 따지는데 거의 책의 반 이상이 할당된다.

백석과 한국 근현대 예술사가 더 어울리는 제목이다. 그러다보니 막상 백석의 예술 자체나 백석의 삶은 비중이 일천하다. 평전이라 고른 책에서 지루한 영향관계 고증을 왜 읽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평점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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