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진화가 경제 지도를 바꾼다 미래산업 리포트 1
고종원 지음 / 새빛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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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연예인들은 장동건, 고현정처럼 1990년대 초반부터 왕성하게 지상파 TV를 통해 활동했던 40세 전후 나이의 탤런트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데뷔 2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왜 그럴까? 사람들의 취미가 갑자기 ‘노땅’을 좋아하게 바뀐 것일까? 사람들의 취향이 갑자기 중후한 연기력을 높이 사는 것으로 바뀐 것일까? 이런 현상은 한국만의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가장 판매량이 많은 팝 아티스트들은 마찬가지로 90년대 초반까지 명성을 확립한 사람들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잊혀지게 마련인 연예계의 시계가 갑자기 수십년 동안 고장난 이유는 무엇인가?

“이들의 장기집권은 뛰어난 역량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을 대체할 슈퍼스타들이 출현하지 못한 것도 그 원인이다.”

왜 슈퍼스타가 출현하지 못하는 것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2000년대 들어 등장한 배우들은 1990년대처럼 TV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압도적으로 노출될 기회가 없었다. 전체 국민과 연령대를 통틀어 높은 인지도를 얻은 ‘전국구’ 탤런트로 성장할 수 있는 통로 자체가 좁았다. 지상파 방송이 지닌 힘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의 힘이 약화되었다는 것은 TV를 사람들이 예전만큼 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90년대의 스타들이 데뷔했을 때만 해도 채널은 AFKN까지 5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케이블 TV, 위성방송 등이 있기 때문에 채널을 고르는데만 해도 시간이 한참 걸린다.

지상파 방송을 괴롭히는 것은 경쟁매체만이 아니다. 매출의 절대치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생존이 위협당하고 있다. 광고의 감소는 방송만 겪는 것이 아니다.

“1997년 우리나라 전체 광고 시장의 왕좌는 신문이 차지했다. 광고 수익을 놓고 볼 때 신문이 신문이 국내 광고 수입의 39.5%를 차지해 지상파 TV(28.8%)를 압도했다. 라디오는 4.3%, 잡지는 4%, 케이블 TV는 2.4%, 인터넷은 0.7%였다.

그로부터 약 12년 뒤인 2009년에는 이 비율이 큰 폭으로 바뀌었다. 우선 신문은 광고 비중이 20.7%로 떨어졌다. 절반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지상파 방송은 2002년을 전후로 37.7%까지 늘어나는 파격적인 성장세를 보이다가 신문보다 더 급속하게 줄어들기 시작해 2009년에는 23.3%까지 감소햇다. 라디오는 3.1%, 잡지는 65로 줄어들었다. 반면 케이블 TV는 10.7%로 늘어났고, 인터넷은 광고수입이 없다시피 하던 상황에서 17.1%나 성장햇다.”

광고수입 변화를 보면 90년대와 2000년대의 미디어 지형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방송은 미디어의 왕이었다. 그러나 그 왕조차 인터넷의 위력을 체감하고 있고 신문은 음반산업처럼 멸종을 생각해야 할 처지로 몰려있다.

신문, 방송, 라디오, 잡지, 출판, 영화, 게임, 음반은 서로 다르면서 같다고 볼 수 있다. 모두 미디어 산업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갖고 잇지만 결국 소비자의 입장에선 자신의 시간을 쪼개 미디어를 소비하는 것이므로 이들 미디어는 서로 경쟁관계이다. 그리고 인터넷과 같이 어느 한 매체가 두드러지면 위에서 본 것처럼 다른 미디어가 심각한 피해를 본다.

이책은 2000년대 들어 미디어 산업의 지형도가 어떻게 변했는가를 개관하는 것이 목적이다. 물론 새로울 것 내용이다. 인터넷의 충격은 2000년대 내내 이야기 된 것이고 지금은 모바일까지 더해져 논의의 초점은 인터넷을 넘어 모바일로 옮겨가고 잇고 두개의 충격에 미디어의 지형도가 어떻게 바뀌었는가는 수많은 책들이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신문/방송 같은 전통적인 산업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책도 드물지 않다.

그러면 이책의 가치는 무엇인가? 내용의 폭에 있다. 다른 책들과 달리 이책은 미디어 산업에 속한 매체들을 모두 포괄하여 개관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그런 식의 사전식 책자들은 폭은 넓을지 모르지만 깊이가 부족하지 않은가? 그렇긴 하다. 이책은 다루는 내용에 비해 분량이 많은 편이 아니다. 오히려 내용의 폭에 비하면 내용의 양은 빈약하다.

그러나 한권에 미디어 산업 전체를 개관하면서 산업 전체를 시야에 넣을 수 있게 쓰여진 책이 없다는 점, 그리고 한국의 산업을 그렇게 개관한 책은 더더욱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 산업에 관심이 있다면 그리고 한국의 변화를 알고 싶다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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