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전쟁 2 - 금권천하 화폐전쟁 2
쑹훙빙 지음, 홍순도 옮김, 박한진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책은 전편을 보완하는 목적에서 쓰여졌다고 볼 수 있다. 전편에서 저자는 로스차일드가의 역사를 중심으로 세계금융 과두가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려 하는가라는 음모론을 보여주고 (사실 새로울 것은 없는 주장이다) 그들의 음모에 희생되지 않으려면 중국이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하는가를 말했다.

이책 역시 전편의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책은 저자가 서문에서  전편보다 10배는 정보량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어떤 의미에서 10배라고 말하는지는 저자 본인만이 알겠지만 저자가 이책을 쓰기 위해 섭렵한 자료의 양이 10배라는 말로 생각된다. 사실 1권의 경우 재미는 있지만 분석의 깊이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그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자료를 섭렵하고 이책을 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의 의도는 어느 정도 이책에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책의 주장과 구성은 전편과 그리 달라진 것이 없다. 단지 1권에서 저자가 주장한 음모론에 근거가 되는 데이터들이 보다 충실해졌고 음모론 자체도 더 세련되어 진것이 다를 뿐이다.

우선 저자는 자신의 음모론의 주인공을 전편에서는 로스차일드가를 중심으로 그렸다. 그러나 이책에선 유럽에서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등장한 17개 금융가문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추적하고 그들간의 경쟁관계와 동맹관계를 자세하게 그리고 있다.

금융사를 주요가문을 중심으로 그리면서 그는 유럽에서 봉건제가 약화되고 자본주의가 확대되면서 어떻게 권력의 중심이 귀족에서 자본가들로 이동했는지 그리고 그 자본가 중에서도 금융가문들로 이동했는지를 추적한다.

저자가 그리는 권력의 이동은 강단에서 가르치는 경제사에서도 다루어지는 것이기에 1권에서처럼 어떤 억지해석이 매우 적게 나타난다. 그러면서도 시간가는 줄 모르게 소설책을 읽듯이 재미있게 써내려가는 필력은 여전하다. 경제사로 읽어도 꽤 쓸만한 부분이다.

그러나 저자가 금융가문의 역사를 추적하는 것은 그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1권에선 로스차일드가만이 다루어졌지만 2권에서는 세계패권의 중심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세계경제의 배후조정도 로스차일드가와 록펠러가로 양분되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1권에서처럼 금융과두들이  거대한 부를 형성한 방법을 전쟁 채권과 금융시장 조작을 통해 자산거품을 만들고 거품을 터트려 부를 얻는 방법이었다고 말한다.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19세기 유럽사에서 금융과두들이 정치와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공황 이후 금융자본에 대한 적대감이 높아지면서 역사의 전면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저자는 그들은 여전히 아니 이전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재단에 재산을 돌려놓고 비과세되는 재산을 투자해 얼굴없는 권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재단에 기부되어 비과세 재산이 미국의 부에서 2/3에 육박하며 이들 재단을 통해 미국의 주요기업들을 지배한다고 말한다.

록펠러가와 로스차일드가는 그런 식으로 여전히 세계를 막후에서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목표는 1권에서 주장한 것처럼 세계화폐와 세계정부를 세워 자신들의 지배력을 완벽하게 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화폐로 가는 전략에 따라 의도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화폐발행권은 주권의 핵심이다. 화폐를 발행한다는 것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두 정책이 없다면 국가의 주권은 빈껍데기가 된다.

당연히 화폐발행권을 내놓으려는 국가는 없다. 그러나 위기 앞에선 그런 주장이 먹혀들어간다는 것이다.

FRB가 만들어진 것은 1907년 금융위기 때문이었고 금본위제가 무너진 것은 대공황 때문이었다. 이대로 안된다는 위기의식을 만들 수 있는 사건을 만든다면 세계화폐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밀어붙일 근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번 위기는 미국의 달러화를 붕괴시키려는 음모라는 것이다. 1959년 이후 달러화의 유통량은 2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달러화의 가치는 계속 낮아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민간과 공공) 채무는 GDP의 3배가 넘는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제국이 붕괴한 것은 화폐가치의 붕괴와 함께였다고 지적한다.

제국의 지배는 생산력의 증대하면서 부수적으로 오는 것이며 그 생산력의 청구권인 화폐의 유통범위가 넓어지면서 제국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판도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국의 지배는 비용이 드는 사업이고 통치기구의 성격상 그 비용은 자동적으로 늘어나지 줄어들지 않는다. 결국 제국의 생산력 이상으로 제국의 지출이 늘어날 때 제국은 돈을 찍어내려는 유혹에 빠지고 화폐가 남발되면서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고 화폐의 신용이 무너지면서 경제의 목을 졸라 제국의 붕괴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로마제국과 송나라, 금나라, 원나라, 명나라의 멸망이 모두 화폐가치의 붕괴가 원인이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저자는 지금 미국이 과거의 제국들과 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말한다. 달러가 기축통화에서 밀려날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 시기가 언제냐가 문제이다. 저자는 그 시점으로 2024년을 든다. 달러화가 기축통화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것은 음모론이 아니라 함당한 예측이다. 그러나 2024년이란 구체적 시점을 지적하는 것은 저자의 음모론이다.

왜 그때인가에 대해 저자가 드는 논거는 1권에서처럼 주장에 그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그 논리를 여기서 요약하는 것은 지나치게 리뷰가 길어지므로 생략하겠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책은 전편보다 질이 월등히 좋아졌다. 전편에서처럼 무리하게 사실을 해석해 (재미있기는 하지만) 억지를 부리는 경우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억지스럽게 들리더라도 저자가 드는 근거는 나름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장족의 발전이다.

그러나 여전히 1권 리뷰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책은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 1권에서 처럼 이책 역시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 해석은 저자의 음모론이란 프리즘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저자의 프리즘을 이해하면서 나름대로 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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