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잇 스타일 인테리어 - 빈티지와 모던함이 공존하는 영국식 인테리어
니코 웍스.이가타 게이코 지음, 나지윤 옮김 / 나무수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이책은 사실 실수로 고른 것이다. 평소 영국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영국사람들은 집을 어떻게 꾸미고 사는가 알고 싶었다. 물론 이책은 그런 책이다. 그러나 이책은 영국인의 평균적인 집안 인테리어를 볼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이책이 보여주는 집들은 거의 미대를 나와 디자인 관련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거주지이다. 전문적인 시각적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평균적이랄 수는 없다. 이책은 인테리어 잡지에 피쳐로 소개되는 탐방기사를 대상을 영국 런던으로 한정시켜 책으로 묶은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책에는 영국인의 특징이 드러난다. 우선 모든 경우에 벼룩시장에서 구한 골동품들이 첨단제품들과 어울린다. 역사와 전통을 사랑하는 영국인들다운 감각이다.

두번째 특징으로는 영국인들의 클래식한 감성을 들 수 있다. 투톤으로 한정되는 컬러 팔래트가 그 예이다. 물론 이책의 처음에는 인도나 아프리카 사람의 집인가 의심스러운 색동으로 울긋불긋한 믹스&매치 스타일로 정신없는 사람들의 집부터 소개된다. 요즘의 캐주얼 스타일에 많이 볼 수 있는 감각이다. 그러나 뒤로 갈 수록 이책이 보여주는 집들은 절제와 조화를 중시하는 클래식의 감각이다.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서 설명하기는 힘들다. 영국인들의 클래식 감각을 다른 예로 들어 설명해보자.

정장의 클래식 스타일이 완성된 곳은 영국이다. 한국에서야 대부분 미국식을 따르기 때문에 클래식 스타일로 입는 사람을 보기 힘들지만 유럽에선 영국에서 완성된 클래식 스타일이 대세이다.

모든 클래식이 그렇듯이 영국식 스타일의 요점은 절제와 조화이다. 네이비, 차콜 (블랙은 엉뚱하게 끼어든 최근의 추가이다)이 정장의 기본 컬러로 정착된 것은 19세기였고 이후 슈트의 기본컬러가 되었다.

어두운 뉴트럴 컬러를 기본 컬러로 선택한 것은 비즈니스의 기본인 신뢰를 나타내는 것이며 신뢰는 절제에서 나온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지나친 절제는 삭막해진다. 생동감을 드러내고 개성을 드러낼 포인트가 필요하다. 포인트를 어디다 둘 것인가가 미국식과 영국식의 차이이다.

미국식은 넥타이를 포인트로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거리든 한국의 거리든 남자들의 넥타이는 색동으로 울긋불긋하다.

그러나 영국인들은 셔츠를 포인트로 생각한다. 진정한 포인트는 옷이 아니라 옷을 입는 사람이며 사람의 포인트는 얼굴이다. 그러므로 의복의 포인트는 얼굴의 액자라고 할 수 있는 셔츠가 되어야 한다. 얼굴에 가장 가까운 셔츠가 눈길을 끌면 자연히 얼굴에 시선이 집중된다. 그러므로 의복에서 포인트가 되는 셔츠에(넥타이가 아니라) 가장 밝은 가장 채도가 높은 컬러를 쓴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가장 어두운 색이랄 수 있는 네이비 넥타이가 흔히 쓰이는 이유이다. 넥타이는 슈트에서 가장 처음 눈길을 끄는 부분에 있다. 그러나 여기가 명도가 높고 채도가 높다면 옷을 입는 사람이 아니라 옷이 주인공이 된다. 영국인의 눈에 미국식은 절제를 잊어버려 주객이 전도된 몰상식이다.

그리고 미국식의 또 하나의 문제는 조화도 없다는 것이다. 넥타이가 밝아지고 눈에 띄게 되면서 옷의 나머지 부분과의 조화가 깨진다. 넥타이는 위치상 가장 시선의 면적이 큰 부분이다. 그러므로 그 부분은 전체의 무게중심이 되어야 하므로 어둡고 가라앉는 즉 튀지 않아야 제 구실을 할 수 있다.

셔츠가 포인트가 넥타이가 포인트인가는 원칙이 정립되어 있는가 아닌가의 문제이며 절제와 조화를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책에 등장하는 인테리어들은 그런 감각이 살아있다. 물론 그 인테리어들에서 어떤 디자인적인 일관성을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바로 그것이 영국인들의 감각을 보여조는 것이다. 장소와 조화되고 그러면서 그 장소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드러내는, 즉 개성을 드러내는 디자인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