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미술의 해학 - 사찰의 구석구석
권중서 글.사진 / 불광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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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자이건 아니건 산을 가면 절을 들려보게 마련이다. 절터는 명당자리에 만들어지게 마련이라 명당터의 편안한 느낌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례 가본 절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오래된 기와집과 구분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책은 절에 가서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책이다.

절의 건축양식은 고궁이나 양반가의 기와집과 별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절을 절이게 하는 것은 건축양식이 아니라 그 절을 장식하고 있는 미술이다.

서양의 중세에도 그랬지만 동양에서도 미술의 발전은 종교화에서 시작되었다. 문맹이기 마련인 신자들에게 경전을 들이대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 그렇다면 만국 공통어인 그림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된다.

불교 역시 마찬가지 이유에서 미술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그렇게 발전한 미술은 건물을 치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교리를 신자들에게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름의 의미론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책의 목적은 그 의미론을 알려주는 것이다.

불교미술의 역사나 그 의미에 대해선 다양한 책들이 있다. 그러나 이책의 특이함은 한국사찰에만 있는 나름의 의미론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한국불교미술의 의미론을 이책의 저자는 해학 또는 유머라고 요약한다.

용은 불교미술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다. 용은 위엄있는 동물이고 그렇게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사찰에 그려진 용은 그렇게만 표현되지는 않았다고 이책은 말한다. 장중하고 위엄있는 용의 모습도 그려지지만 개구리에게 깔려 버둥거리는 용도 그려지고 잠자리보다 작으면서 나는 용이다고 뽐내는 불균형의 대치구도로 용을 희화한 경우도 이책은 소개한다.

근엄하기만 해서는 가까워질 수 없다. 근엄함을 무너트리는 유머가 끼어들 때 빈틈이 생기고 이해할 수 있으며 애착이 가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책이 말하는 해학은 그런  장치이며 불교에 대한 대중의 이해였다.

이책의 내용은 위와 같이 정리된다. 이책은 불교미술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책 곳곳에 컬러 사진들로 장식이 되어 있으며 그 그림들을 따라가다보면 무심코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지나쳤던 절의 구석구석을 다시 보는 눈을 키워준다. 절을 갈 일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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