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 하버드대학교. 인간성장보고서, 그들은 어떻게 오래도록 행복했을까?
조지 E.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옮김, 이시형 감수 / 프런티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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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것은 공자의 생애였다. 공자 스스로 자신의 일생에 대해 말한 것은 논어의 한 구절 뿐이다.

이책에도 인용되어 있는 그 구절에서 공자는 “내가 나이 15세가 되었을 때 배움에 뜻을 두었고(志學) 삼십에는 한 사람 몫을 하게 되었으며(而立) 사십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했고(不惑) 오십에는 나의 사명을 알게 되었으며(知天命) 육십에는 세상을 알고 받아들이게 되었고(耳順) 70에는 자유를 얻었다(從心)” (논어 구절의 해석은 전적으로 리뷰어의 자의에 따른 것이니 원문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그 성장에는 단계마다 이루어야 할 과업이 있다고 말하는 이책의 내용은 거의 논어의 구절과 일치한다.

이책은 에릭 에릭슨의 성장이론과 프로이드의 방어기제 이론 두가지를 전제로 성인이 된 이후 노년에 이르기 까지 사람이 어떻게 성장해가는가를 실제 사례연구를 통해 설명한다.

에릭슨의 성장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태어나서부터 세상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그 세계에 어떻게 반응해야하는가를 배우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을 만들어간다.

어릴 때 배우는 가치는 세계에 대한 신뢰에서부터 시작해 자율성, 자제력, 근면을 15세 이전까지 배우게 된다. 그 이후엔 공자가 자신을 말한 것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가게 된다. 청소년기 이후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우선되는 데 이 과정에서 배우자를 만나 친밀감(사랑의 하나라 에릭슨은 말한다)을 배우고 직업을 통해 자신감을 쌓으면서 자신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 즉 정체성을 세우게 된다.

성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자신의 정체성이 확립된 후에는 자신이라는 좁은 세계를 주변으로 확대해 나보다 큰 다른 사람들에게로 자아가 확대되어 남을 돌보는 이타적 행동에서 기쁨을 얻고 의미를 찾게 된다. 자신의 사명이 나라는 작은 자아를 넘게 되는 것이다. 리더의 역할이 그런 것이다. 그리고 그 역할은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공자의 仁이란 개념과 비슷하다.

리더의 역할에서도 은퇴한 후에도 성장은 계속된다. 마을 공동체가 살아있을 때 노인들이 하던 역할처럼 공동체의 문화를 보존하고 가치관을 살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공자가 노년에 노나라로 돌아와 교육에 뜻을 둔 것이 그런 것이다.

그리고 그 나이가 되면 경험이 쌓이고 세상이치를 알게 되면서 관대해지고 이해심이 많아진다. 경험이 많아질수록 즉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세상이 어떻게 돌아간다는 이치 즉 지혜는 늘어나게 된다. (이책은 프로이트의 방어기제 이론을 일종의 그런 지혜라 본다. 예를 들어일이 어려울 때 남탓을 하는 투사와 같은 방어기제는 자신에게도 결과가 좋을 수가 없는 서툰 방어기제이다) 그리고 그 지혜의 축적은 노년에 정점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그 정점은 죽음을 앞둔 사람의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에릭슨은 그것을 (의미의) 통합, 공자는 자유라 불렀다.

이책은 이런 성장을 18살 대학 1학년생때부터 80이 가까워지는 나이까지 수백명의 일생을 수십년동안 인터뷰를 하면서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에릭슨의 성장이론을 실증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성장과정은 공자가 자신의 일생에 대해 말한 것과 너무나 흡사하다. 놀라운 일이다. 3천년이 가까운 시간의 간격을 두고도 사람의 사는 모습은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그 옛날의 공자가 말한 삶의 이상도 지금을 사는 사람 그것도 공자를 모르는 나라인 미국인의 삶에서 유효하게 증명된다는데 놀랐다.

물론 우리 모두가 공자가 될 수 없는 것처럼 이책에서 실증하고 있는 에릭슨의 이론은 보편이론이 아니다. 모두가 그런 과업을 단계마다 거치는 것도 아니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책이 말하는 것처럼 그 과업을 성공한 사람들의 노년은 몸과 마음이 건강했다는 면에서 에릭슨의 이론이 갖는 의미는 크다고 하겠다.

이상이 이책의 논리 프레임을 간략하게 정리해본 것이다. 그러나 이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나는 어떻게 살았던가 내가 이책에 소개된 사람들처럼 그 나이가 되었을 때 그럴 수 있을까? 아니면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았던 그 생각과 느낌들을 이런 요약으로 전달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 느낌들을 글로 옮길 정도로 나 자신이 아직 지혜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할 수 있는 말은 이말 밖에 없을 것같다. 이책을 읽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해보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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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혁 2012-07-13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소방안전교육학을 공부하면서 에릭슨을 잠깐 공부했는데...
어릴때 배운 공자 말씀이 생각나면서 사람의 일생에 대해 비슷하게 생각한다고 여겼습니다.
글을 쓰신분도 비슷한 경험을 하신 것 같네요. 저랑은 깊이의 차이가 있을 듯 합니다만...
많이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