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전시장 가는 날
박영택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이책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이다. 미대를 나와 미술잡지 기자, 큐레이터를 거쳐 미대 교수이자 미술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인사동을 시작으로 사간동 광화문의 화랑을 돌며 전시회를 관람하는 하루 일정을 기록한 책이다.

자신의 일상을 인사동을 가는 날과 아닌 날로 나뉜다고 말할 정도로 현업 평론가인 저자에게 인사동 순례는 큰 의미가 있다. 평론가로서 살아움직이는 미술현장을 점검하면서 현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직업의 일부이다.

책의 시작은 그런 순례가 어떻게 시작되는가부터 설명한다. 교수실을 열고 우편함에 쌓인 미술전시회 카다로그와 잡지, 신문을 체크하면서 가봐야 할 전시회를 선정한다.

그리고 책의 다음 챕터는 자신이 어떻게 미술을 직업으로 택하게 되었는가를 설명하면서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삶은 물론 어려웠던 시절 한국미술의 역사를 개인의 시점에서 보여준다.

인사동의 화랑 순례를 시작하면서 인사동이 언제부터 하나의 거리로 정착되었고 미술의 중심지가 되었는가 하는 역사를 말하고 자신의 소소한 기억들과 섞어 인사동의 역사와 함께 한국미술의 역사도 설명한다.

그리고 화랑에 들어가 전시회를 설명한다. 모든 그림을 설명하지는 하지는 않고 작가의 대표작 하나를 골라 그 작가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가를 그림을 설명하면서 보여준다.

인사동에서 화랑을 들러 전시회를 보는 여정은 이책의 끝까지 이어지면 그 편제도 별 차이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편제에 담긴 내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평론이 직업인 사람인 만큼 전시회를 체크하는 것도 일이다. 그러나 모든 전시회를 다 가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저자가 이책에서 보여주는 하루동안 그가 고른 전시회는 현재 한국미술의 흐름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작가들의 전시회이다. 그리고 그 전시회를 설명하면서 저자는 한국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다.

저자가 이책으로 보여주려는 것이 한국미술의 현주소이기 때문에 이책에 담긴 내용은 단순히 작가론 작품론에 한정되지 않는다. 낙후되고 후진적인 제도로서의 미술과 그 좁은 땅에 어떻게든 송곳 하나 꽂을 자리라도 찾아야만 하는 작가들의 절박한 현실, 그러한 현실에서 한정된 자원을 더욱 귀하게 만드는 정치논리, 비현실적인 대학 커리큘럼 등 저자가 제도로서의 미술이란 현장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겪었던 내부자만이 말할 수 잇는 내용들이 끼워넣어져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책은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 하루동안 인사동에서 광화문의 화랑들에서 열린 전시회들을 따라가는 우연적이고 사소한 평론가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하루 동안의 일정을 샘플로 보여주면서 한국미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 한권으로 그려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물론 이 한권으로 그런 작업이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저자도 그런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렇기에 이책의 형식이 그렇게 설계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저자가 의도한 것처럼 한국미술의 현실을 엿보기에는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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