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드 랭킹 : 초일류기업의 해고 기술
딕 그로테 지음, 신아영 옮김 / 처음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컨설턴트들이 쓴 책을 싫어하는 편이다. 컨설턴트들이 쓴 책들은 대개 진지하게 어떤 분야에 대한 지식을 깊이있게 전달하려는 의도에서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직업을 위한 홍보용 도구로 쓰여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개 컨설턴트들이 쓴 책은 일시적인 유행을 타기 위해 쓴 흘러가면 잊어버릴 무가치한 책이거나 (창의성이라든가 컬러 컨설팅과 같은) 색다른 분야이고 전문가들도 적은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는 책이지만 맛보기로 개념적인 겉핥기만 할 뿐 전혀 실용적인 지식을 전달하지 않는다. 책이 얇팍할 수록 그럴 공산이 크다고 보면 된다. 자기 이름을 팔기 위한 홍보를 위해서 쓴 책인데 자기 밑천을 쓸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책은 어떤 책인가? 이책은 믿기지 않게도 저자의 밑천이 모두 드러나 있다! 인사실무자가 아닌 사람의 눈에도 관리자로서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당장 실무에 응용할 수준까지 쓰여져 있는 것이다.

강제순위 시스템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잭 웰치가 20/70/10의 비율로 직원을 분류해 하위 10%를 강제로 정리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부터이다. 이책의 내용은 실무자의 입장에서 왜 강제순위 시스템이 필요한가부터 자세하게 언급된다. 이책의 앞부분 1/3 정도는 왜 이 시스템이 필요하며 어떤 경우에 필요한가를 논의하는 이론부분에 할당되어 있다. 그러나 이 이론부분은 실제 회사의 인사정책을 실행하는 실무자의 입장에서 본 이론이지 이론을 위한 이론과는 거리가 멀다.

저자가 언급하는 강제순위 시스템의 필요성은 대부분의 회사에서 실행되고 있는 성과평가 시스템의 실행상 문제때문이다. 직원의 성과를 평가하는 사람은 직속상사이다. 직속상사의 입장에서 2가지 난점이 있다.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 평가를 하게 되면 부하직원과 대결을 각오해야 한다. 둘째 사내에서 자기가 책임지는 부서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자기 부서에 많은 몫을 가져다 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며 사내정치의 논리이다. 그러므로 자원배분에서 불리해질 수 있는 낮은 평가를 주고 싶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평가결과는 인플레될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회사의 입장에서 사내의 자원배분과 활용이 왜곡된다. 회사의 최대자원인 인재가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게 되고 성과에 따라 보상하기 어렵게 되므로 인력의 활용에서도 난점을 갖게 된다.

강제순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기법이다. 절대평가로 성과평가를 할 경우 관리자는 얼마든지 결과를 인플레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평가를 적용하여 강제로 비율을 할당한다면 그런 왜곡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강제순위는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강제순위가 실행되기 위해서는 이미 경쟁적이고 성과주의가 확립되어 있을 경우에 성공적이라 말한다. 연공서열, 정년보장과 같은 평등주의적이고 온정주의적이며 인간관계 지향적인 기업문화에 도입할 경우 심각한 문제가 일어난다. 이런 문화에 강제순위를 도입한다면 성과주의로 조직문화를 바꾸겠다는 선언이 되며 그 과정에서 겪을 모든 갈등과 난관을 각오해야 한다. 그리고 100명 이하의 조직에서는 거의 모든 조직원이 서로를 알고 있기 때문에 성과평가가 왜곡될 이유도 없으므로 강제순위와 같은 시스템이 필요하지도 않다. 대기업과 같이 실제 사내에 직원을 모두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 이런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강제순위는 언제나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강제순위는 갈등을 부를 소지가 크며 장기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강제순위는 조직을 개혁할 필요가 있을 때 개혁의지를 표명하는 선언으로서 가치가 크다. 저자는 강제순위 시스템의 유효기간을 3-4년 정도라 말한다. 3-4년 정도 시행하고 나면 사내의 인적자원의 수준이 더 이상 이 시스템으로는 향상할 여지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위와 같은 실무이론적 내용을 자세하게 다룬 후 책의 나머지 2/3에서 실제 인사 프로세스로서 강제순위를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실행하며 어떻게 사후관리를 하는가에 할당하고 있다. 그 내용은 실제 인사업무의 실무자라면 이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실행에 들어갈 계획을 짤 수 있는 수준의 깊이로 쓰여져 있다. 예를 들어 평가자의 교육은 몇시간 정도가 실제적이고 평가 세션의 일정은 어떻게 어느 정도 시간으로 잡아야 하며 평가자들의 오류나 사내정치적 왜곡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 등은 물론 부록에선 평가결과를 당사자에게 어떤 말로 구체적으로 통보할 것인지까지 예문을 제시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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