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디자인 이야기
이나미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이책은 제목이 내용의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 이책의 시작은 저자가 홍대 미대 3학년을 중퇴하고 미국에서 다시 1학년부터 시작한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아트스쿨에서 졸업작품으로 책을 선택한 것에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책을 보기 전에 이책의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단지 목차를 흝으면서 책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었고 디자이너가 하는 일과 책 디자인은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를 알 수있겟다 싶어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책의 내용은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책의 저자는 책 디자인이 지금처럼 화려하지 않았던 80년대부터 책을 디자인해온 사람이다. 이책을 읽어보면 저자는 자신이 업계에서 어떤 위치에 있다는 말을 하지는 않지만 그때부터 일을 해오면서 상당한 명성을 쌓은 것같다.

그리고 광화문의 동아일보사가 운영하는 일민미술관의 월드컵 기획전시회나 이니스프리 브랜드 런칭행사 기획, 삼성미술재단의 프라젝트를 맡은 것을 보면 업계에서 저자의 위치는 상당한 것같다.

책 후반부에 보면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전시회 기획이나 이벤트 기획까지도 하지만 저자의 본업은 저자의 졸업작품처럼 책 디자인이다. 저자가 디자인한 책에는 내가 읽어본 책들도 있다.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란 책이 저자가 디자인한 것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2권짜리 그 책의 디자인을 이책에서 다시 보면서 기억이 새로웠다. 이책은 저자의 개인적 삶을 다루는 책이 아니라 디자이너로서 저자가 해온 작업들의 작업노트와 같은 성격을 갖는다. 현각스님의 책을 디자인한 과정에 대해 저자는 표지에 스님의 사진을 고르면서 어떤 컷을 써야할까하는 고민부터 시작한다. 대개 표지에 사람이 나오는 것이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미국출신인 현각스님은 자신의 웃는 얼굴을 쓸 생각이었다. 그러나 저자가 생각하기에 그것은 책의 내용을 말하지 않는 것같았다. Form follows fuction. 형식은 기능을 따른다. 디자인의 원칙이다. 책의 디자인은 책의 내용에서 흘러나와 그 내용이 형태를 갖춰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토굴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진과 좌정한 얼굴을 찍도록 한다. 흑백의 내면으로 침잠한 사진이 평범한 웃는 얼굴보다 더 내용과 맞아떨어졌다.

그외에 이책에 언급되는 디자인들은 현각스님의 책보다 더 파격적이다. 내용에서 형태가 흘러나와야 한다는 원칙에 따르기 위해서였다. 집의 인테리어를 찍은 사진집의 디자인을 제본을 없애고 박스처럼 외곽을 포장한 사진들의 낱장모음처럼 디자인한 것이나 행위예술가의 빨간 블라우스란 책의 표지를 블라우스 처럼 옷고름을 풀어 펼쳐지도록 포장한 것이나 국내에선 처음으로 손바닥에 들어오는 그래픽 위주의 화려한 기프트 북을 만든 것등. 보통 아트북 즉 책 자체가 예술처럼 느껴지는 많은 책들이 이책에는 소개된다.

이상이 대체로 이책에서 독자들이 기대할 수 있는 내용이다. 저자의 작업들을 보면서 기발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많고 이런 책이 실제 팔릴까 싶은 좀 극단이 아닌가 하는 책들도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이든 그 디자인들은 일관되게 원칙에 따른 것들이다. 책의 외형은 내용에서 흘러나와야 한다는.

사실 이책에서 그 원칙 이상을 찾을 수는 없다.  저자가 말하듯이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비결이 이책에 있는 것도 아니다. 원칙을 따르는 평범한 작업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저자의 작업노트를 보면서 다시 확인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는 것이 이책의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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