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 - 아름다운 소년
저메인 그리어 지음, 문영혜, 정영문 옮김 / 새물결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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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주제는 그레코로만 시대 이래 서양미술사의 인기소재인 소년의 나체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이다.

미술품은 지금도 그렇지만 (아니 지금보다 더) 비싼 수집품이다. 돈과 권력을 지배하는 것은 남성이기 때문에 미술품의 소재와 주제는 남성의 취향을 따르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남성의 취향에 맞춘 소년의 나체란 무슨 의미인가?

저자는 누드의 기본적인 의미에는 성적 대상이 포함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소년의 누드가 성적 대상일 때 그 의미로서 저자가 제시하는 첫번째는 여성의 대체품이라는 것이다.

아이는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육체적으로 자라 있지만 아직 성인은 아니기 때문에 덜 자란 소년은 여성적 아름다움을 갖는다. 아니 오히려 여성보다 더 매력적인 아름다움을 갖는다. 그러므로 소년들은 성인남성의 입장에서 여성의 대체품이 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비역질의 수동적 대상은 언제나 미소년들이었다.

동성애가 이성애보다 더 고귀한 것으로 간주되었던 고대 그리스에서 소년의 누드는 그런 의미였고 그레코로만의 전통을 되살린 르네상스 이후 서양미술사에서도 의미는 마찬가지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소년이 성적으로 수동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그들이 사회 경제적으로 주체가 될 수 없는 무력하기 때문이다. 성인보다 오히려 그들은 성적 능력이 더 뛰어나다. 사정한 후에도 다시 여러번 사정할 수 있는 것은 이 시기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성애적으로 소년을 바라본 시대에는 성적 주체로서의 소년도 당연한 것으로 인정했다.

저자는 성적으로 난잡한 이 시기를 소재로 한 많은 작품들을 보여주면서 성숙한 여인들이 이 시기의 과도기적인 아름다움에 끌리는 수많은 원형적 신화와 서사시등 문학작품을 인용하면서 미술품들을 병치한다.

이상이 대충 이책이 말하는 내용이다. 어떻게 보면 좀 스럽다고 까지 할 수 있는 이런 주제를 저자가 시시콜콜하게 장황하게 자세하게 이책에서 다루는 이유는 소년이 성적 대상이면서 주체로 이해되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면 인상파 이전의 서양미술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이책에 인용된 미술품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작품들이 많다. 그리고 책에 인용된 문학작품들도 우리가 알고 있는 작품들이 허다하다.

이책의 의미는 과거의 예술품을 그 당시의 의미로 읽어내기 위한 즉 오해하지 않기 위한 상식을 안다는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상식을 알기 위해 이책을 읽어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아주 재미있다. 200여점에 달하는 그림을 보는 재미와 과거의 역사를 읽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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