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wide Great Designer 10 - 20세기 위대한 디자이너 10인의 삶과 열정
최경원 지음 / 길벗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학창시절 교양삼아 서양미술사에 관한 서적을 그래도 비전공자로서는 상당히 읽었다고 자부한다. 미술을 전공한 동생과도 미술에 관해서는 대화가 되는 수준이니까. 그러나 같은 미대에서 가르치는 분야이지만 디자인이라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는 원더랜드라고 할 수 있었다. 이해하는 것이라면 음 좀 예쁜 물건을 만드는 일? 좀 더 고상하게 말하자면 제품의 기능을 따르면서 외형을 미적으로 만드는 일이겠다 정도가 다였다. 그러나 이책을 읽으면서 디자인이란 분야도 나름 상당히 복잡한 분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디자인의 역사를 다루는 책으로는 이책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책을 읽으면서의 느낌은 전혀 낮선 것이 아니었다. 이책의 저자가 10명의 디자이너를 선정한 것은 단순히 세계적인 탑 디자이너라든가 나름의 세계를 구축한 대가라는 것만은 아니다.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저자는 20세기 이후 디자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말하려는 것이다.

저자가 1부에서 다루는 콜라니와 스타크는 저자가 디자인의 이상을 구현한다고 생각하는 대가라 할 수 있다. 저자가 생각하는 두 사람의 특징은 제품의 기능적 특성을 가장 잘 구현하는 디자인을 하면서 미적으로도 탁월하다는 것 그리고 기능성과 미적 외관의 결합이 누구와도 구분되는 독창성을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다. 순수미술과 달리 제품의 기능성과 구조 그리고 상업적 고려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디자인에서 미적특성을 구현하는 것은 매우 까다롭다. 그리고 거기다 누가 봐도 누구가 한 것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잇는 자신만의 독창성을 부여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저자가 1부에서 보여주는 두 디자이너는 그러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경지에 오른 사람으로서 디자이너의 이상이라 할 수 있다.

2부에서 다루어지는 코코 샤넬과 아르마니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명품 브랜드의 창업자로서. 그러나 이책에서 두 사람이 선정된 것은 디자이너가 독창성을 갖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샤넬과 아르마니는 의복의 원리를 재정의했기 때문에 그들이 만든 브랜드가 사라지더라도 역사에 남을 사람들이다. 샤넬은 여성복의 원리를 보여주기 위한 것에서 입는 사람의 편의를 위한 것 즉 옷의 주인을 남이 아니라 여성 자신으로 바꾼 사람이다. 그것은 보여주기 위한 여성복에 활동성을 원칙으로하는 남성복의 디자인 원리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샤넬이 그런 옷을 혼자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런 옷을 만들었다고 팔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가 그런 옷을 만들 수 있었고 팔릴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사교계를 드나들면서 당시 모더니즘의 첨단을 걷던 화가들과 문인들을 만나면서 합리성과 기능성의 추구라는 시대정신을 읽었기 때문이며 1차대전이란 시대를 만나면서 전장에 나간 남성을 대신해 공장과 일터를 매운 여성들에게 필요한 옷이었기 때문이다.

아르마니는 반대로 여성복의 우아함이란 이미지를 남성복에 적용해 슈트를 개혁했다. 68운동 이후 계급적 분화에 기반한 문화가 공격받으면서 개인의 표현이 중시되는 사회로 바뀌게 되었다. 그 혼란의 와중에 패션계에 활동하던 아르마니는 패드와 심지로 남성의 공격성을 강조하던 갑옷이란 슈트의 이미지를 몸의 윤곽을 따라 흘러내리는 개인성에 기초한 그러면서 여성복의 특징인 우아함과 부드러움이 풍기는 슈트를 만들어 68운동 이후의 시대정신을 표현해 남성복을 개혁한다.

3부에선 2부에서 엿보였던 모더니즘에 대한 반발로 포스트모더니즘이 어떤 디자인을 했으며 어떤 원리를 구현했는가를 다룬다. 지금은 개장된 대우빌딩이나 교보빌딩과 같은 얼굴없는 건물그리고 제품의 기능만 우선하는 기능주의가 모더니즘이었다. 모더니즘의 기능주의는 자원이 부족한 2차대전 전후에 대량생산을 통해 많은 물건을 더 많은 사람에게 공급하는 시대에는 맞았지만 70년대 이후 풍족해진 시대에는 맞지 않았다.

기능주의에 대한 반발로 디자인에선 이태리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이 일어나는데 이는 이태리의 조형전통의 재발견이었다. 다채로운 색채, 유머감각, 조형적 즐거움 등 그레코로만과 르네상스 시대의 조형적 특성들이 이태리 포스트모더니즘에서 발견된다.

4부는 전통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진다. 4부 처음에 다루어지는 르 코르뷔제는 서양건축의 조형성에 동아시아건축의 원리인 공간성을 적용했던 모더니스트 건축가로 소개되고 르 코르뷔제 때문에 프로복서에서 건축가가 되기로 결심한 안도 타다오가 코르뷔제가 적용하려고 했던 동아시아 건축의 공간성이란 원리를 어떻게 건축에 재현했는가를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루는 패션 디자이너 이세이 타다케는 기모노와 같은 일본의 전통복식을 무기로 세계무대에서 경쟁하는 일본의 패션 디자이너들을 보여준다.

4부에서 던지는 저자의 질문은 일본의 디자인을 보면서 한국의 디자인에서 전통이란 무엇인가이다. 앞에서 다루었듯이 저자는 디자이너에게 자신의 철학이 없다면 즉 자신만의 내것이라고 할 수 있는 주장이 없다면 원칙이 없다면 대가가 될 수 없고 돈을 쫓는 평범한 디자이너일 뿐이라 말한다. 그러나 저자가 다루는 대가들은 돈을 쫓는 것이 아니라 돈이 그들을 쫓게 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만의 주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디자이너들은 바로 그것을 이해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70년대부터 전통을 부활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 전통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재해석해 그것을 무기로 세계 디자인계에 도전해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서양에서 정립된 원칙을 그대로 따라해서는 그들이 정한 룰에 따라 그들을 위한 게임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평가

이상이 대충 이책의 내용을 요약해 본 것이다. 디자인 관련 책은 이책이 처음이지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저자가 그리는 디자인계는 전혀 낯선 곳이 아니었다. 적어도 미술사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럴 것이다.

이책이 디자인 전공자에게 어떨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미술사에 대한 지식은 어느 정도 있다면 디자인계가 어떤 곳이란 것을 이해하는 책으로는 아주 이상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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